[Startup’s story #286] 오빠와 누나는 수학을 어떻게 풀까? – 오누이
대학교 때 수학 과외를 했던 고예진 오누이 대표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마다 시간이 비효율적으로 소비된다고 느꼈다. 학생들이 수학을 정말 이해했는지, 본인이 잘 가르친 게 맞는지 학생들의 피드백도 궁금했다. 하지만 막상 다가와 질문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 모두가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을 통해 신속한 질의응답이 가능하다면 그런점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교사에게 질문하기 쑥스러워 하는 학생들도 언제 어디서나 질문하고, 교사는 반대로 학생의 이해도를 점검할 수 있어 상부상조라 판단했다.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30%를 차지하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인 수학 과외 시스템을 보완하는 서비스를 오누이가 만들게 된 계기다.
전국민 수험생이 다 아는 대표 과외앱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고예진 오누이 대표를 만났다.
고예진 오누이 대표
수학 에듀테크 창업, 어떻게 시작 했나.
학창시절 문제를 풀 때 이해가 될 때까지 고민을 오래하는 학생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효율적인 공부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생각은 과외로 학생을 가르칠 때 확신이 되었다. 개념 설명보단 질의응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4 ~ 50만원짜리 고액과외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다행히 이런 고민을 하는 과외 교사들은 많았고, 합리적으로 연결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할 땐 에듀테크라는 용어도 몰랐다. 예전부터 모바일 서비스 기획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첫 삽을 비교적 쉽게 떴다.
사업을 한다고 했을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말리지 않았나?
대개 여성들은 회사에 입사해 일과 결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게 싫어서 여성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일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납득해 주셨다. 현재는 주위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은 어디서 처음 시작했나? 그리고 지금 팀원은?
처음엔 개발자 2명 포함 3명이서 창업했다. 현재는 디자이너 마케터가 합류해 총 7명이다. 두 명은 디캠프에서 주최하는 매칭 프로그램인 디매치에서, 한 명은 SK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에서 인연을 맺었다. 우리 마케터 한 명은 20살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일찍 취업해 다른 스타트업에서 반년간 일하며 마케팅 총괄까지 해본 경험자다. 이런 친구가 있어서 든든하고, 나이가 어려 우리 서비스의 주요 타겟인 10대와 코드가 통하는 장점이 있다.
시작은 공동 창업자가 사는 집에서 모여 6개월을 일했다. 이후에는 운좋게 스타트업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작년에 한국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센터(위셋,WISET)이 주최한 대회에서 입상해 사무실을 지원받았고, 지금은 디캠프에 입주해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흔치않은 여성 창업자다.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불편했던 점은 없었나?
아직까지는 사업하는 동안 어려운 게 없었다. 물론 인맥과 네트워킹이 부족할 수는 있다. 다만 서비스 품질이 좋고 취지가 훌륭하다면 외부 요인들은 사업의 걸림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는 학생과 그들의 보호자다. 그들이 외면하면 아무리 영업을 잘 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평균 연령이 어린 팀이다. 게다가 팀원은 7명으로 같은 단계의 팀보다 규모도 크다. 대표로서 힘에 부칠 것 같다.
많이 힘들다. 능력으로 보여져야 될 때도 있지만 그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각자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 우린 역할만 나눠져 있을 뿐 각개전투를 하고있다. 그러므로 각자 맡은 역할은 담당자가 더 잘 알고 노련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매번 얘기한다. 사업에 속도 내기도 바쁜데 지금 당장 그 분야를 열중해서 배울 수도 없어서 그렇다. 특히 우리 같은 팀이 해내면 더욱 대단한 것이라 보기에 다들 열심해 해주고 있다.
오누이의 답변 화면. 학생이 질문하면 실시간 접속해있는 튜터가 문제를 설명해준다. 문제에 필요한 개념은 아래 첨부해주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도 추천해주는 구조다.
오누이, 어떤 서비스인가?
‘오빠와 누나는 이렇게 푼다’의 약칭인 오누이는 월정액으로 튜터에게 언제 어디서든 모르는 수학 문제를 질의응답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수학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10분 안에 튜터에게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설명이 이해 되지 않았으면 둘만의 대화방이 열려서 이해될 때까지 재질문이 가능하다. 답변율은 100%이며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7점이다.
사용자 현황은 어떻게 되나?
올해 1월 정식 서비스 런칭 이후 가입자는 5만명, 튜터는 860명으로 구성 돼있다. 두 번 무료로 이용해볼 수 있고, 괜찮으면 월 정액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고3 등 수험생의 유료 결제 전환율은 14%정도로, 대개 모바일 앱 사용자의 1%가 유료로 결제를 전환하는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기존 소수 정예 과외 및 온라인 교육 서비스와 차이는 뭔가?
우리 서비스는 사진으로 질문이 오고 간다. 그만큼 인스턴트 성향이 강하다. 다대다 형식으로 답변이 가능한 튜터와 즉시 만족스러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본다.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요소가 있었다면?
질문이 올라오는 문제는 모두 답변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문제를 선택적으로 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푸는 튜터에게는 과목, 단원 정도만 보인다. 문제 편식을 피하기 위함이다. 물론 챕터 단계에서는 튜터들이 골라서 풀 수 있다.
그리고 튜터가 잘 풀 수 있을 줄 알고 골랐다가 막상 답변이 어려운 문제가 나올 수 있다. 그러면 ‘토스’기능을 사용하게 했다. 다만 토스를 하면 패널티가 따른다. 우리 서비스는 문제 하나당 포인트가 쌓여 환전하는 개념인데, 문제를 가져가서 못 풀면 시간이 지날수록 토스비용으로 쌓여서 보상가가 높아진다. 3번 토스된 문제는 도전 문제로 분류돼서 문제가 전체 공개된다.
이외에도 튜터들 사이에서 경쟁을 하게 했다. 결제 전환한 비율과 도전 문제를 푼 비율을 랭킹화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많이 쓰는 학생들은 어느 학년에 많나?
3~4등급의 N수생(재수생ㆍ삼수생), 고3 등 대학시험을 목전에 둔 친구들이 많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면?
한번 결제한 사용자의 재구매율이 60%가 넘는다. 서비스를 운영한 동안 50만원 넘게 지불한 사용자도 있다. 이용자를 위해서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를 고도화하려 한다. 또한 사용자들의 요청으로 내년부터는 수학 이외의 다른 과목도 추가할 생각이다.
학생 보호자와 전화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C/S는 내가 하고 있다. 주로 학생의 어머니들에게 전화가 오는데, 아이가 오누이를 쓰고 싶어하는데 어떤 서비스인지 설명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대학시절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이때 배운 것을 십분 활용해 응대하고 있다.
학생 뿐만 아니라 문제를 푸는 튜터의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과외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학부모와의 상담, 특정 학생의 점수를 올려야 한다는 데 따르는 책임감이 힘들었다. 그래서 서비스를 만들 때 그 부담감이 없도록 기획했다. 문제풀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서 튜터의 반응도 좋다. 이런 특징 때문에 튜터를 모집할 때도 어려움은 없었다. 하루에 문제 몇 개 풀면 커피값 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실제로 통학 시간을 활용해 문제를 풀고 월 40만원 넘게 수익을 올리는 튜터도 있다.
튜터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가입 및 탈퇴는 자유롭다. 다만 튜터로 지원하면 내가 직접 검수하고 있다. 학력뿐만 아니라 손글씨, 풀이과정 등 시각적 요소를 자세히 평가한다. 튜터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교육시장, 그리고 에드테크에 대한 관점이 궁금하다.
교사가 학생 옆에서 설명해주는 교습법이 좋다는 건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필요한 비용과 시공간 문제는 지금까지 늘 존재해왔다. 공부하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공부하고, 그들을 모바일 단계에서 도와주는 게 에듀테크라고 본다. 교사와 학생간 질의응답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많은 학생들은 질문하길 꺼린다. 교사 또한 아이들이 교습에 만족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의 30%가 수학에 집중돼 있을 만큼 수학은 많은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는 과목이다. 이 부분을 합리적으로 해결해보고 싶어서 서비스를 만들었다.
교육은 면대면 접촉이 높을수록 좋기 때문에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이 우세다. 모바일 서비스인 오누이는 어떤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는지?
우리 서비스는 학생이 써보고 부모를 설득하는 서비스다. 학생의 고민을 일반 학원보다 더 잘 해결해주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했다. 즉, 우리가 사업 운영하는 목적을 잘 달성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중이다.
우리가 속한 모바일 분야가 아니더라도 오프라인 공부방과 프리미엄 독서실, 독학 재수학원 등 모든 공부현장에서 질의응답은 필수다. 질의응답 시스템을 우리처럼 실시간으로 받아보게 하는 시스템은 많지 않기에 오프라인과 연계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예를들어 독서실 회원에게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이다.
학생과 튜터가 오누이를 벗어나 개별 과외를 할 수도 있을텐데.
학생이 진정 원한 게 문제 푸는 속도감이 아니라 유대감이라면 그 가치를 찾아가는게 맞다. 다만 우리의 가치는 어떤 튜터에게 질문해도 일관된 품질로 실시간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인데, 특정 튜터와 연결되는 순간 그 가치는 사라진다고 본다. 아직은 발견된 사례가 없고, 그런 상황을 크게 걱정하고 있진 않다.
홍보는 어떻게 하나?
페이스북 채널로 주로 광고한다. 하지만 주요 고객 확보 경로는 친구 초대가 많은 편이다. 전체 고객의 10% 넘게 친구 초대로 가입한 고객이다. 이를 보완한 앱이 오누이 2.0인데, 11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있다. 예비 수험생들이 공부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는 시기여서 그때에 맞춰 출시할 생각이다.
오누이 2.0은 어떤 기능이 보완되고 추가되나?
질의응답 시스템 및 선생님 보상 체계가 보완된다. 질문자가 물어본 질문과 그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출력해 학습할 수 있는 기능, 친구 초대기능에 소셜 기능을 추가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또 질문한 학생들이 친구들은 어디에 있는지, 나와 같은 친구들은 대개 어느 학습 수준에 분포해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선의의 경쟁 기능도 고려하고 있다. 수학 소셜 학습 도구로 만들 계획이다.
투자 유치 이슈는 없나?
지금까지는 내실을 다진 기간이었다. 서비스가 더욱 안정화되면 다음 투자유치 준비를 할 계획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중단기적 목표는?
올해 안으로는 유료 서비스 전환율을 높이는 것과 프리미엄 독서실 같은 오프라인 채널에 우리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모든 수험생이 아는 대표 수학 질문앱이 되고자 한다.
대표 고예진에게 오누이는 어떤 의미인가?
로또인 것 같다. 현재 우리 팀은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업을 결심하고 일했던 지난 1년간 내 삶은 온전히 오누이와 함께였다. 현재도 매일 밤 막차 타고 집에 가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올 정도로 바쁘고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할나위 없이 좋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