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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 스타트업 경영 360 #6] M&A와 시너지, 스타트업이 다음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방법

[삼정KPMG 스타트업 경영 360 #6] M&A와 시너지, 스타트업이 다음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방법

과거에는 M&A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습니다. 2003년 소버린펀드가 SK(주) 주식 14%를 1768억원에 매입한 후 최태원 회장의 교체를 주장하며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고, 2006년에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아이칸(Carl Icahn)이 KT&G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면서 외국자본이 공개매수 방식을 통해 적대적 M&A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드라마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하면서, 수십 년간 일궈 온 우리 기업을 외국의 투기자본에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되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존 대기업 위주의 M&A와는 달리, 최근에는 스타트업이 혁신의 대명사로 부각되면서 이러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정체된 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의 방법으로, 스타트업과 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 어려운 시기를 믿고 함께 한 데 대한 보상의 한 방법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다양한 M&A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대기업과 VC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만큼 M&A가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M&A를 여전히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는 데다, 지적재산권이나 아이디어 같은 무형자산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계속되고 있고, 핵심기술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 없이 창업하기 쉬운 사업영역에 스타트업들이 몰리는 기형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거나, M&A를 단순히 엑싯의 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 등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본고에서는 경영학에서 다루는 M&A의 이유와 본질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스타트업이 M&A를 대함에 있어 가져야 할 시각과 접근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엑싯 이전에 비즈니스가 우선이다”

합병(Merger)이든 인수(Acquisition)든 인수대상기업(설명의 편의상 ‘스타트업’이라고 하겠습니다)과 인수기업(설명의 편의상 ‘대기업’)이 존재합니다. 대기업의 기업가치는 1,000억원이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100억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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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경영학에서 다수의 이론연구와 실증분석 결과들은 M&A를 통해 대기업의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다(*1)고 말합니다. 바로 시장논리 때문입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가치가 100억원인 스타트업이 시장에 9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면 여러 대기업들이 몰려들어 경쟁적으로 매수가격을 올릴 것이고, 100억원을 초과하는 순간부터는 매수하고자 하는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므로 거래가격은 100억원이 될 것입니다. 100억원짜리를 100억원에 샀으므로 대기업 주주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시너지가 존재하여 합병 후 기업가치가 1,100억원이 아니라 1,120억원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100억원에 매수할 수만 있다면 합병을 통해 2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도 다른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매수하려고 덤벼들 것이고 결국 매수가격은 120억원까지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역시 120억의 기업가치 증가를 위해 120억원을 썼으니 대기업의 주주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의 주주들 입장에서는 홀로 존재했을 때의 기업가치에 비애 20억원의 이득이 발생했습니다.

이 가설적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시너지 효과가 클 수록, 그리고 대기업들을 경쟁적으로 더 많이 참여시킬 수록 매수가격이 인상되어 더 나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되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이론적인 관점에서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대기업을 설득해서, 스타트업을 인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통상의 노력 정도 만으로는 어림 없습니다.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1) Arikan (2004) “Long-term returns to acquisitions: The case of purchasing tangible and intangible assets”, Lubatkin (1987) “Merger strategies and stockholder value”, Jensen & Ruback (1983) “The market for corporate control: The scientific evidence” 등 다수

대기업이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M&A가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경쟁열위의 회피나 대리인이론, 잉여현금의 존재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M&A를 통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앞의 가설적인 사례와 달리 현실은 정보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20억이라고 예상하고 인수가격을 결정하였지만 실제 시너지 효과는 더 클 수 있습니다. 독점적인 원자재 수급을 위한 수직적 통합이나 경쟁자를 인수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수평적 통합, 미진출 국가의 기업을 인수해서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시장확장형 통합과 같이 목적과 효과를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그 효과를 사전에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의 M&A는 대기업의 전 사업부, 전 제품, 전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인수합병 이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수 당시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시너지가 창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수한 자원이나 역량에 따라서도 시너지의 크기는 달리 평가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외부에 보이는 것과 달리 대기업의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추가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희토류 광산에 대한 채굴권을 보유한 대기업 A와 그렇지 않은 대기업 B가 초전도체 소재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상황이라면, 초전도체의 주 원료인 희토류 채굴권을 보유한 대기업 A가 평가하는 시너지의 크기가 더 클 것입니다. 앞의 예에서 B가 평가한 시너지가 20억원이고, A가 평가한 시너지가 50억원, 그리고 A가 보유한 채굴권에 대한 정보를 다른 시장참여자가 모르는 상황이라면 B는 120억원을 초과한 매수가격을 제시할 수 없으므로 매수가격은 120억을 약간 상회하는 가격에 형성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A의 주주는 150억과의 차액인 약30억원의 이득을 동 M&A를 통해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상기 경영학에서 말하는 M&A의 이유들이 스타트업에 주는 함의점은 ‘시너지 발굴’이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양사의 합병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의 모든 가능성을 발굴해서 정보의 불균형과 불완전성을 극복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자신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하여야 합니다. 스타트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 시장, 제품, 독특한 역량과 자산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들의 결합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시장 전체에 대한 혁신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서두에 ‘엑싯 이전에 비즈니스가 우선’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M&A를 스타트업의 엑싯 전략으로 인식하게 되면 ‘투자금과 이익의 회수’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고, 스타트업을 대기업에 팔고 떠나는 모양새가 됩니다. 앞의 예에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100억원이라고 했지만, 안정적인 매출이 확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가치만으로 100억원씩 인정해 줄 투자자나 대기업은 찾기 힘듭니다. 스타트업의 가치는 대부분 대표를 포함한 핵심 구성원들의 창의력과 팀웍, 그리고 열정에서 나오게 되는데 M&A를 통해 기업을 팔고 떠나고자 한다면, 이를 인수한 대기업 입장에서는 껍데기만 산 셈이 되어 버립니다. 결국 건전한 스타트업 M&A 활성화는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또 하나 역시 엑싯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우선할 때에만 보입니다. 바로 ‘기업문화’입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려 하지만, 정작 그 문화는 너무 오랫동안 경직되어 왔던 나머지 스타트업의 혁신성이 M&A 직후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빛’이 되어 버리고 말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은 또다시 스타트업 M&A 자체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이후에는 시너지를 평가할 때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평가절하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M&A를 엑싯 전략으로써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영속성 관점에서 바라보고, 스타트업이 가진 혁신성의 가치를 유지∙확대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문화를 가진 대기업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도 엄연한 기업이고 대기업과 동등하게 거래 할 수 있는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위기에 빠진 약한 기업이 강한 기업에게 먹히는 다수의 적대적 M&A 사례들로 인해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것입니다. 망해 가는 기업이 시너지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겨를이 없었고, 강한 기업이 시너지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니 헐값에 기업들이 팔려나갔던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약한 기업이 아닙니다. 5~6년만에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잠재력을 가진 기업으로써, 대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고민하고 M&A에 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다룬 ‘M&A를 대하는 스타트업의 고려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기업들을 경쟁적으로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도록 스타트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 대기업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 스타트업 자신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에 대해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 대기업이 갖고 있는 제품, 시장, 자원, 역량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 3과 4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혁신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 시너지를 현실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가진 대기업을 찾아야 한다.
  • 약자라는 인식을 버리고 동등한 지위의 기업가로써 M&A에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과 사회에서 대기업 관점에서의 무겁고 느린 M&A만을 배워왔습니다. 그리고 일부 편협한 시각으로 M&A를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스타트업도 성숙한 시각으로 M&A를 바라볼 때입니다. 사업 초기 어려웠던 순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만들어 낸 ‘혁신’이라는 가치를 거인의 어깨에 올라 거대한 빅뱅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시장과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기 위해 기업가정신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M&A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스타트업 M&A가 활성화되고 기업가로써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상기 내용은 기업 경영상 참고 목적으로만 사용하여야만 하며 어떠한 결과를 예상 또는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은 그 본질적인 특성상, 동일한 의사결정이라 하더라도 개별 기업이 처한 산업, 경쟁환경과 기업의 내∙외부 역량, 그리고 실행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삼정KPMG의 공식적인 자문 없이 이를 기업에 그대로 적용함에 따른 결과에 대해 KPMG 및 그 임직원은 어떠한 책임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sim삼정KPMG SIC 심종선 회계사(jongseonshim@kr.kpmg.com)

심종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 국제통상본부에서 근무하며, 기업의 원재료 구매에서부터 생산, 유통과 수출, 그리고 해외지사에서의 추가가공∙재고관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외고객사에게 판매되는 일련의 기업활동을 연결하여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외국 정부의 수입규제를 방어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현재에는 Start-up Innovation Center에서 스타트업의 성장 지원과 대한민국 산업의 혁신을 위한 경영 자문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https://kr.linkedin.com/in/jongseon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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