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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힘이라면 그 근간은 책이다.” 책 추천 정기배송 서비스 ‘플라이북’

김준현 대표는 새벽 운동을 하러 나선 길에서 외할아버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과 마주쳤다. 할아버지가 드시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음식물쓰레기. 그 모습은 평소 존경하던 외할아버지와 겹쳐졌고, 그로 인해 당시 16살이던 김 대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사람이 문제라기보다는 환경이 문제인 것 같았다. ‘그럼 이걸 풀어보자.’ 그는 15년 치 인생 계획을 세우고선 남들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사업가로 성장해나갔다.

그에겐 처음부터 돈을 버는 데에 집중해 성과를 내겠다는, 어떤 고정된 틀이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경계 없는 사고는 직장 내에서 더 큰 매출을 일으켰다. 창업 전, 다니던 회사마다 사람들이 안 될 거라고 하는 프로젝트로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용산 청년창업플러스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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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플라이북 김준현 대표(33)

안 된다는 것만 했다고.

안 된다는 게 사실 되는 거다.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보드게임류가 잘 나가던 2005년에 사람들이 용량 문제 때문에 반대하던 카드 게임을 만드는 데에 도전하여 보드 게임 베스트 10에 선정되었다. 또한, 아무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문서 뷰어/에디터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스마트폰 시대가 왔을 때 2억 대의 스마트폰에 오피스 프로그램을 탑재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렇다면 창업한 계기는.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세계 책의 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독서율이 최하위이며, 7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 후배와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서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세웠던 계획도 이야기했다. 후배도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어 했고, 우리는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에 있어 책은 ‘착한 아이템’이지 ‘좋은 아이템’ 같지는 않은데.

사업 아이템이 ‘책’이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 모두 반대하고 아내만 응원해줬다. 나는 다 안 된다고 하면 하고 싶은 게 있다. 카드 게임도 그랬고, 오피스 프로그램도 그랬다. 위기와 기회는 같이 있는 거라서 사실 안 되는 걸 해야, 되는 것이다. 7년째 독서율 하락이 위기면 거기에 기회도 있는 게 아닐까. 내겐 사회적 미션도 미션이지만, 문제를 찾아 그걸 해결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 만화책과 소설책을 좋아했지만 커가면서 책을 안 읽는 건 마찬가지이다. 책을 언제 읽을까를 생각해보면, 일 잘하는 회사 선배나 친한 친구가 “이거 한 번 읽어볼래?”라고 추천해줬을 때였다. 그런 경험은 다들 있겠다 싶어 책 추천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스마트폰 2억 대에 내가 기획한 오피스 프로그램이 깔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서비스를 출시하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친구들끼리는 쓸 수 있는 서비스여도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리였다. 독서율 높여보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회사를 나온 거였는데, 그때가 어떻게 보면 내게 진짜 ‘위기’였다.

그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끼리만 생각하고 고객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고객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객을 만나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책 읽는 모임 ‘묵독파티’를 개최했고, 앱에는 책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참고로 지금 팀원들도 공동창업자를 제외하고 모두 묵독파티에서 만난 분들이다.

그러자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힘들 때 읽으면 좋은 책, 육아에 지칠 때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며 진지한 사연을 보내기도 했다. 답변을 해드리면서 사용자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기 시작해 기분과 상황, 관심사에 따른 추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렇게 2년간 쌓은 추천 책 데이터가 20,676권이다.

그리고 ‘독서율을 높여보자.’가 우리 미션이니, 미션에 부합하는 건 다 했다. 사업을 하면서 추천한 책들을 방문 대여하기 시작했다. 알려준 주소대로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찾아와서 책을 대여해주고 2주 뒤에 오겠다고 하는 게 안쓰러워보였는지 “학생, 이것 좀 먹고 가.” 하면서 먹을 것을 챙겨준 적도 있었다.

후배와 둘이서 온종일 15군데를 돌아다니면서 대여해드리고 나면 해가 졌다. 우리가 일일이 대여해드리는 게 감당하기 벅차지면서 지금의 책 정기배송 서비스라는 수익모델이 탄생하게 되었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플라이북(Flybook)‘은 책 추천 정기배송 서비스이다. 사람의 나이, 성별, 결혼 유무, 직업, 관심사, 요즘 기분에 맞춰서 책을 추천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현재 일반 고객 2만 명, 결제 고객 5백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일반 고객의 경우 앱에서 책 추천을 받거나 독서 기록을 관리할 수 있다. 결제 고객의 경우 멤버십 카드가 발급되며 매달 추천 책, 손편지, 작은 선물 등을 집으로 배송받는다.

향후 사업 계획 및 목표

해외배송을 원하는 분들이 생겨서 배송비를 최저로 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플라이북 상품권 서비스가 있긴 하나 친구에게 책 상자를 깜짝 선물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서, 선물 받을 분을 대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둘까 고민 중이다.

책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고, 읽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걸 해결해주고 싶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독서율이 7년째 최하위로 떨어지고 있는데, 그 기세를 반등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이다. 매달 한 권씩 책을 읽는 사람이 생기는 건 드문 일인데, 그걸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가 5백 명 만들었지 않나. 앞으로 천 명, 만 명으로 늘어나면 독서 인구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양극화를 줄이는 데에 있어 물리적인 해법이 없다면 지적 평준화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는 게 힘’이라면 그 근간이 책일 수 있다. 가난한 이에게 돈이 생긴다고 똑똑해질 순 없겠지만, 책을 읽으면 최소한 자산은 될 것이다. 지식의 평준화는 많은 돈 없이도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82] “‘아는 게 힘’이라면 그 근간은 책이다.” 책 추천 정기배송 서비스 ‘플라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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