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뒤에 사람있어요 #2] 디캠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까? ①
세계의 창업 중심지마다 자리를 잡고 있는 협업·지원 공간은 그 나라 창업 생태계의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스타트업 관련 주요 행사와 인재들이 몰리는 네트워크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주요 지원 공간들이 세워졌다. 이들은 모두 5년이 채 안 된 신생 기관들이지만, 창업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반면 이 공간을 작동하게 하는 배후(?)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중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스타트업만큼이나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디캠프 팀을 만나봤다.
이서영 매니저 / 운영팀 (GoD, 디파티, 글로벌 파트너쉽)
디캠프에서 매달 개최하는 디파티(D.PARTY)는 타 네트워킹 모임보다 짜임새가 좋다. 매달 특정 산업군을 선정해, 관계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정부 관료 등을 초빙하기 때문에 참석자 간 관련도도 높다. 이서영 매니저는 디파티의 오프닝 퍼포먼스를 장식하며 매달 ‘농업의 여신’, ‘의료의 여신’ 등으로 별명을 갱신하고 있는 인물이다. 가장 최근 그녀는 리우 올림픽 시즌에 맞춰 ‘올림픽의 여신’으로 분했다.
디파티 오프닝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이서영 디캠프 매니저.
각본은 직접 짜시는지요. 설마요. 저는 꼭두각시랍니다. 저를 조종하는 건 운영팀 진승훈 팀장님입니다. 저는 그냥 배우일 뿐 이에요. 다만, 소품은 다 우리 집에서 가져오는 거예요. 하도 이상한 게 많이 나오니까 팀원들이 이태원에서 가게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너무 자주하면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나요. 당분간 접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저는 디파티를 좋아해요. 짜임새도 있고 재밌어요. 매월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디파티가 지금처럼 월별 행사를 하게 된 건 작년 1월부터예요. 산업군 별로 자생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주제 선정은 당시 시의성 있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얼마 전 스포츠테크 스타트업을 모은 건 리우 올림픽 시즌이었기 때문이에요. 9월은 반려동물 산업이 주제입니다. 지난 7월에 정부에서 반려동물 신산업 육성 계획안을 내놓았거든요.
네트워킹 행사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사실 디파티는 신경을 많이 써요. 모든 참가자에게 자기소개서를 받고 있습니다. 디파티는 우리 행사라기보다는 산업군 행사라서 지속적인 연계점을 찾아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렇게 자기소개서 제출해주시면, 오는 분들 명단을 모두 확인해요. 후에는 연락처도 다 공유하고 있고요. 실제로 패션 테크나 자동차 테크 분야의 경우는 아직도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계시데요. 디파티에서 투자를 받거나, 거기서 만난 회사끼리 합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은. 덜 알려진 산업군을 다뤘을 때 보람이 커요. 이번에 스포츠테크 기업도 너무 없어서 행사 못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소수고 이렇게 모이는 자리가 처음이다 보니까 참여 기업들 모두 더 열심히 해줬고요. 푸드테크라는 말도 디파티 후에 더 많이 회자하기 시작해서 기뻤어요.
게임오브디캠프(GoD)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네요. 올해 시작한 공간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저희 4층 협업 공간 중 반절을 10개 내외 팀에게 무료로 제공해드리고 있어요. 지오디 프로그램에 들어와서 디데이에 출전하면 5층 입주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팀 간 협업이고요. 실제 이분들은 디자이너, 개발자 등을 서로 공유하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디캠프 투자 운영팀이랑 미팅도 하고 있습니다. 좋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네요.
무엇을 제일 잘하세요? 배우려고 노력하는 거요. 제가 만나는 창업가들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분들이니까요. 정말 많이 배웁니다. 앞으로 5년간은 풍부한 자원을 갖춘(resourceful)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예요. 힘내겠습니다. 여러분, 디캠프를 사랑해주세요.
김형기 매니저 / 운영팀 (디매치, 디클래스)
김형기 매니저는 창업가 출신의 인재다. 2010년부터 약 3년간 패션 O2O 서비스를 운영했다. 디캠프가 개관했던 2013년, 하던 사업을 접고 웹 플랫폼 관리자로 입사해 어느덧 3년이 흘렀다. 현재 디캠프 팀원 중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디캠프의 성공적인 구인구직 프로그램인 디매치(D.MATCH)를 전담하고 있다.
디매치를 통해 좋은 직원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디매치가 ‘Match’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어요. 창업계 바깥에서도 구직 과정은 상당히 일방적이죠. 기업이 우위에 서 있고요. 그런데 적어도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창업자나 구직자가 서로 간 어느 정도의 배팅(betting)을 해야 합니다. 검증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디매치가 창업자와 구직자 모두가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가는 자리가 될 수 있게 기획했어요.
어떤 부분이 좀 특별한가요. 일반적인 부스 형태가 아니라, 사전 등록한 모든 지원자가 기업가 일대일 면담을 할 수 있게 진행됩니다. 대략 6시간 동안 130번의 만남이 이뤄져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저희 자체적으로 신청 기업과 구직자를 심사·선발하고 있습니다.
선발 기준이 있다면. 매회 50~60팀이 지원하는 데 그 중 선발은 30% 내외입니다. 현재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가, 신입 사원에게 교육을 진행하면서 이끌어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조직인가를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또 재정적으로도 적어도 계약 기간에는 채용한 직원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구직자의 경우에도 사전 인터뷰 등을 통해 심사하고 있어요. 소위 말해 그냥 찔러보는 분들은 모두 거르고 있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채용 사례는 뭔가요. 너무 우려먹었지만, 직토의 현재 CDO로 계시는 분이 디매치를 통해 인턴으로 입사하셨어요. 스튜디오시드의 경우 디매치 차이나를 통해 채용한 중국 직원이 큰 무대에서 IR을 한 것을 계기로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기도 했어요.
전문 분야가 있다면. 개인적인 딜레마이지만, 디캠프에서는 아주 여러 분야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희석되는 것 같기도 해요. 어느 시점에는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창업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이번 달, 올해가 더 중요한 거겠죠. 일하면서는 고민이 많아요.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나면, 유사 기관으로 많이 확산이 돼요. 그것 자체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질적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더 많은 스타트업을 돕고 싶습니다.
스타트업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디캠프 개관 당시 계속해서 외쳤던 것이 ‘상향식 운영을 하겠다’는 거였어요. 현장의 의견을 잘 듣고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에서요. 그런데 요즘에는 모두 ‘좋다’고만 말하고, 개선점에 대해서는 잘 말씀들을 안 하세요.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디캠프 컨택 메일이나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많이 말씀해주세요.
전연호 팀장 / 관리팀 (인사 총무, 예산 운영)
디캠프에 입주한 기업이라면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이 전연호 팀장이다. 김광현 센터장이 대외 업무를 맡고 있다면, 그녀는 디캠프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다. 인사, 예산 운영, 내부 공간 관리 정책 등을 총괄하기 때문에 실제 디캠프 내부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디캠프에서의 3년간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아무래도 과거에는 협업 공간 자체가 많질 않았죠. 요즘엔 민간 지원 기관도 늘어나 예비 창업가나 대학생들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디캠프도 대여 가능한 공간은 모두 무료로 대여하고 있고요. 창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성장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디캠프의 전반적인 자금 운용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옛 정책금융공사가 함께 출연한 재원이 5천억 원 규모입니다. 그것을 매년 나눠서 받고 있고요. 성장사다리펀드 등에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큰 규모로 예산이 꾸려지고 있어요. 디파티 등 프로그램 운영할 때에는 검소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은. 지원했던 팀이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구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좋은 소식 있을 때 공유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어려울 때 찾아주면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습니다. 그런 요청이 있으면 팀 내에서 소식을 공유하고 어떻게든 도와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게 저희 역할이니까요.
앞으로 길러 나가고 싶은 전문성이 있다면. 이전에는 쭉 법무 관련 일을 해왔었어요. 현재 디캠프에서는 전담 외부 인력이 있어서 제 전문성을 활용할 일은 별로 없지만요. 앞으로는 재무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습니다. 현재 은행에서 파견나온 직원 분이 있어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역량을 길러서 좀 더 재단에 기여하고 싶네요.
[공간 뒤에 사람있어요 #2] 디캠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까? ②로 이어집니다.
디캠프 사무실 전경.
선정릉을 곁에 두고 일하는 김광현 센터장.
사무실 리모델링을 하면서 한 구석을 캠핑장으로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