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90]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한다’ 조경준 크레딧데이터 대표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에게 회사의 처우만큼 궁금한 점은 없을 것이다. 대기업은 어느정도 공개돼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은 ‘협의후 결정’ 식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회사와 상의하는 연봉은 얼마인지, 퇴사자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이미지와 복지가 비례하는지 등의 정보는 구직자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이직의 배경지식이 된다.
이 궁금증을 현실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중인 서비스가 있다. 추석 직전 큰 화제가 된 서비스 크레딧잡이 그것이다. 크레딧잡은 국민연금 납부 데이터를 토대로 42만개 기업의 연봉을 제공하는 동시에 입사자 및 퇴사자 비율을 제공해 구직자 및 업계의 큰 호응을 얻었다.
크레딧잡의 여파는 국내 취업포탈들에까지 미치고 있다. 현재 다수의 취업포털이 크레딧잡의 여파로 국민연금 데이터를 활용한 기업 연봉 정보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로 고용주와 고용된 사람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크레딧잡의 개발사 크레딧데이터 조경준 대표를 만났다.
조경준 크레딧데이터 대표
국민연금 정보를 가공해 기업 정보 서비스를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나.
구체적으로는 데이터에서 정보 도출하는 것을 좋아한다. 직장생활 때도 데이터를 다뤘고. 특히 이번 정부에서 내건 정부 3.0에 따라 공공정보가 개방됐는데, 이 정보를 가지고 사업을 한다면 재밌고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졸업반 학생들이 중견, 중소 기업 정보가 부족해 구직활동에 애로사항이 있더라. 취업 관련 사이트의 정보는 정확하지 않았고. 그래서 국민 연금 정보를 활용하면 회사 처우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공모전을 준비했고 이 아이템으로 수상해 사업화 하게 됐다.
큰 화제를 모았다. 한편으로 며칠 동안 서비스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고.
언론에 나왔던 것처럼 긴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우리 서비스로 인해 법이 바뀐 것도 아니고 그런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여러 기업의 민원 요청에 따른 매뉴얼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을 달라는 국민 연금의 요청이 있었고, 그게 해결되면서 서비스를 보완해 13일 재오픈했다.
어느정도 호응은 예상했으리라 본다.
이렇게 파급력이 클 줄은 몰랐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왔다. 우리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민연금 측에도 연락이 많이 갔다고 들었다. 사이트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어 계속 다운될 정도였다.
노이즈 마케팅이란 평도 있었다.
전혀 아니다. 우리의 실수익 사업은 준비중인 부동산 사업(크레딧하우스)이다. 크레딧잡은 정보 제공의 목적을 가지고 론칭했다.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해 만든 서비스였다.
국민연금 납부 정보는 공공 데이터다. 그런데 왜 기존 기업들은 활용하지 못 했을까?
여타 기업의 공공데이터 활용유무에 대한 것은 내가 말할 부분은 아닌것 같다. 다만 나는 작년부터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를 제공하면 일반 시민과 근로자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되고, 법인 등 기업은 위기 관리와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양쪽 모두를 가이드 해줄 수 있기에 수요가 있을 거라 판단했고. 그래서 바로 요청했다.
크레딧잡은 회원가입 등 절차없이 곧바로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
클로즈드베타로 운영하면서 회원 가입과 정보 공유 기능을 제외했다. 사용자가 회사 검색 기능에만 충실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주력 서비스 개발에 가중치를 주기 위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슈를 계기로 크레딧잡을 좀더 짜임새 있는 서비스로 만들 계획이다.
재오픈 버전은 이전 버전과 조금 달라졌다. 어떤 점을 보완했나?
이전엔 입사자, 퇴사자만을 알 수 있던 것에 비해 회사 업력과 직원수, 종합적인 지표를 도출해 상위 10% 직장을 노출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만 따로 열람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뒀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이 자주 검색해본 회사도 알 수 있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할 점은 있다. 받은 데이터에 기반해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평가했지만, 출처가 분명해야 할 것 같아 관련 기능을 보완해 10월 경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는 평균연봉, 퇴사자 비율 등으로 그 기업의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국민연금 정보를 활용해 추가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항목들이 있나.
아마 이 이상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진 않을 것 같다. 국민연금공단 데이터에 평균 근속연수 정보가 있어 요청하기는 했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성장하고 있는 회사, 퇴사자 비율이 높은 회사, 퇴사자 비율은 높지만 연봉 수준이 높은 회사 등의 기업 평가 코멘트가 있다. 수치적 기준은 뭔가?
급여와 고용안정성 등 기준을 만들어 백분율로 평가했다. 백분율은 우리 팀의 자체 기준인데,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서 보완책으로 여러 기업들과 컨소시움 형식으로 등급을 구체화하고 정밀화해 제공할 예정이다.
수치만을 가지고 도출해내는 정보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대한 정성적인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 연봉은 다소 낮을 수 있지만, 복지 수준이나 분위기가 좋은 기업도 있지 않겠나.
구직자 관점에서 만든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기업 측에서 반박하거나 어필할 수 있도록 따로 창구를 만들었다. 잘못된 수치가 있을 경우 회사 관계자들이 정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수정되는 것은 블라인드 처리되지 않고 공개된다.
보유하고 있는 기업 정보와 사용자의 검색 정보 등 데이터의 비즈니스적 활용을 검토해 봤나?
보유중인 기업 정보는 좋은 회사를 선별할 수 있는 선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검색 정보를 가지고 사업화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공개된 정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만 쓰자는 게 우리 사업의 모토다.
일용직·프리랜서 분야로의 확장 계획은 없나.
파견 회사들만 모아 관련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고려하고 있다.
데이터 정정 요청 기능이 있다. 어떻게 활용되나?
예를들어, 정식으로 채용되면 회사에선 4대 보험을 내줘야 하지만, 회사 직원 중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을 제외한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조금 부정확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내부 사정을 아는 사용자들이 위키 형식으로 코멘트를 달도록 했다. 연봉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때 사용자들의 리뷰가 도움이 될거라 본다.
공익 차원의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번 이슈를 계기로 수익모델도 검토했을거라 보는데.
우선, B2B 영역에서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수익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주요 수익 모델로 생각하는 것은 신용등급 관련 기업들과 협업해 회사에 인증 마크를 다는 것이다. 고용안정성, 경제 이바지 등 기준에 따라 구분할 예정인데 여기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이 인증마크를 돈으로 사려 한다거나 정보를 조작할 수 있지는 않을까?
이유가 의심스러운 정보 등은 모두 무시할 생각이다. 투명하게 공개해 온전히 구직자와 근로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 생각이다. 조작 가능한 정보는 최대한 사용하지 말자는게 우리의 주의다. 회사에서 보는 가치와 내가 생각하는 데이터의 정의도 그렇고. 거래를 위해 정보를 가리는 일은 없을거다.
기업 입장에선 반감을 가지지 않고 크레딧잡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간단하다.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사업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나?
작년 11월부터 공모전을 준비해 크레딧데이터를 운영한 지는 1년이 조금 안 된다.
크레딧데이터는 이번 이슈 전 언론 노출이 거의 없었다.
언론 노출의 니즈는 크지 않았다. 먼저 서비스를 잘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작년 DB스타즈 참여 때에는 맞춤형 부동산 추천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맞춤형 부동산 서비스는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중이다. 근일 정식 론칭하려 한다. 사실 크레딧잡도 만들어진 지는 오래 됐는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를 늦게했다.
콘텐츠 측면에서 크레딧잡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고용주들은 고용한 사람들의 정보를 다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고용된 사람들은 회사 정보가 부족하거나 부정확하다. 공정한 데이터를 이용해 객관적인 정보로 사용자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서비스의 의의이자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우리와 콘텐츠 제휴를 원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다. 이들 중엔 채용 관련 업체들도 있다.
경쟁 서비스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서비스를 통한 수익보다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만든 서비스라 경쟁자를 상정하지는 않았다. 수익모델로 따져보면 몇몇 취업 포털과 비슷할 순 있지만 경쟁사로 생각하진 않는다.
현재 팀구성은 어떻게 돼있나.
나를 포함해 총 10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서비스와 크레딧잡을 관리하는 개발자가 5명 있고, 디자이너와 기획총괄, 법률 자문 1명 등으로 구성돼있다.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고있다. 현재 투자 단계와 계획은 어떻게 되나.
시리즈 A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앞으로 서비스 보강을 위해 추가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 몇 군데 VC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세간의 평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크레딧데이터는 어떤 기업이라고 생각하나.
성장중인 회사다. 회사 이름처럼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잘 제공하는 게 미션이다. 앞으로도 공정한 데이터로 대중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려 한다.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말해달라.
크레딧잡이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명실상부한 서비스로 자리잡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크레딧잡뿐만 아니라 준비중인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해 운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서비스가 계기가 돼 많은 회사들이 처우를 개선하길 바란다. 그리고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견고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