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간 정보는 곧 권력이었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하기 전까진 몇몇 소수자들에게만 정보가 통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게 힘이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지식과 관련한 격언도 많다. 격언에서 우리는 지식과 권력은 비례함을 느끼곤 한다. 소수의 권력자는 정보를 바투 쥐고 숨기거나 과대 포장하며, 솔직하게 공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극히 제한적인 정보를 가진 최종 구매자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상황을 비유한 ‘레몬마켓’이라는 용어가 있다. 레몬마켓은 ‘시고 맛없는 과일이 널려 있는 시장’이란 뜻으로, 중고차 시장을 빗댄 표현이다. 사고, 침수 등을 겪었지만 외부 수리를 통한 환골탈태로, 혹은 판매를 거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그럴듯하게 판매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에서 이뤄지는 부동산, 중고물품, 하물며 구직 정보 등 당사자들이 가진 정보에 차이가 있는 현상으로 인해 불합리한 거래는 빈번히 일어났다.
근 5년 사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했다. 이들은 각자 활동 분야에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문제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들은 흩어진 정보를 모아 최저가를 보여줘 불필요한 비용을 쓰는 걸 줄여주거나, 혹은 관계자의 생생한 증언과 사실에 입각한 데이터를 보여줘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들는 대중에게 애용되고 있거나 최종 선택하기 전 단계에서 이용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여주다.
사람에게 ‘의식주’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특히 먹고 사는 것은 삶과 가장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잘 먹고 살기 위해 워크 앤 밸런스, 혹은 급여 등 삶을 일구기 위한 가장 중요한 회사 정보도 사람들은 중요하게 따진다. 사는 집을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동안 이 정보가 잘 찾아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이 문제를 지적하며 나선 부동산 정보 업체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읽을거리와 360도 VR 시스템 등을 도입해 많은 매물에 적용했다. 또한, 반대로 ‘나쁜 정보가 오히려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캠페인을 펼치며 집 가격뿐만 아니라 관리비, 옵션, 편의시설과 교통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콘텐츠로 집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회사를 지원하기 전, 입사하기 전 고민될 때 회사 정보를 찾아볼 때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있다. 재직자 혹은 일했던 이들이 익명성을 이용해 회사의 면면을 공개하고 있다. 구직자들은 이들 서비스를 통해 사내문화와 복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등 정보를 더욱 많이 얻을 수 있다.
▲일관되지 않은 가격 정보를 균일화해 성장률을 높이다.
비성수기/성수기 등 시기에 따라 객실 공실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호텔 업계는 ‘타임커머스’ 시스템 등을 도입해 업체와 고객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실시간 최저가로 객실을 예약해서 좋고 업체 입장에선 공실률을 줄일 수 있어 좋은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이던 중소형 업소 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골목마다, 업소마다 달랐던 가격을 균일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챗봇과 사물인터넷 등 IT 기술을 활용해 고도화하고 착한 업소 등을 선정해 고객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정보 비대칭을 극복하고 어둡고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는 중이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둬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기업 신뢰를 쌓다.
정부가 공개한 국민연금 데이터를 활용해 연봉을 추산,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화제가 된 업체도 있다. 이 기업의 서비스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 소비자의 갈증을 해소해준 ‘착한’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험 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내게 꼭 필요한 보험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다. 지금껏 보험은 소수의 보험 업체의 과한 경쟁으로 인해 적은 금액을 모아 앞으로 닥칠 위험에 대비하는 본질에서 벗어나 정말 필요한 보험보다 고가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핀테크 기술과 알고리즘을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로 국내 보험사 정보를 모두 비교해 가장 저렴하고, 내게 꼭 필요한 보험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보험상품 비교를 위한 개인정보를 넣지 않아도 돼서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진정한 피치마켓이 되려면 ‘정보 왜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의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 정보 역시 생성된다는 지적이 있다. 정보는 많은데 무분별해서 걸러야 하고 이에 따라 생기는 피로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가 많아질수록 좋은 정보와 왜곡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혜안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레몬마켓과는 반대로 ‘피치마켓’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량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뜻한다.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 피치마켓을 만들어 가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쌓이는 정보, 본질에 벗어난 왜곡된 정보 또한 경계하며 발전하는 것도 서비스 제공업체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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