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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쌓은 업무 원칙 7가지

업무 원칙’이라고 하니 거창하고, 일하면서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항.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암튼, 이런 사항들은 직접 겪거나 타인의 조언을 듣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정리한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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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ll or Nothing

명확히 해야한다. 아예 다 해주던가, 손대지 않던가. 일을 시작했으면 ‘적당히’는 없고, ‘그냥 도와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와 상대방 다 ‘이만큼만’ 한다고 선을 그어도 , 일이 진행되다 보면 경계는 불분명해 진다. 처음부터 마음을 제대로 먹고 도와줄 게 아니면 일은 안하는 게 맞다. 시나브로 업무 범위가 불분명해진다 싶으면 중간에 선을 그어야 한다.

괜히 해준다고 했다가 관두는 건 나쁜 일이다. 어지간하면 처음에 정확히 선을 그어야 하고, 그럴 수 없다면 중간에라도 명확히 해야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간사해서, 그냥 ‘도와준다’고 일하다 보면 스스로의 마음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100으로 느껴지는 일은, 받는 사람에게는 50으로 느껴지기도 어렵다.보통 받는 사람은 엄청 바쁘니까 그 정도가 아무렇잖게 느껴지기도 하고.

게다가 세상엔 뻔뻔한 사람도 많다. 잘못하면 상대방이나 나 둘 중 한 사람의 기분이 상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일은 일대로 하고, 관계는 관계대로 나빠지는 것. (일을 별로 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을텐데도!

‘조금만 도와줘’라고 할 때, 정말 ‘조금만 도와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일엔 손대지 않는 게 맞다. 마찬가지로, ‘조금만 도와달라’고 남에게 말하는 것도 어렵게 생각해야 한다. 아예 크게, 제대로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본인이 좀 더 바쁘거나.

2. 말조심하자

정말로 말 조심해야한다. 말이 전파되는 건 좋은데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 게 문제다. 체감상, 말이 옮겨지면 80%이상 뜻이 왜곡되고 곡해된다.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사이가 틀어지는 건 그렇다고 치고, 본인에 대한 평판까지 망가지는 게 한순간이다. 타인이 듣기 바라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옳고, 아직 분명하지 않은 이야기는 입밖에 내지 않는 것이 옳다.

이 ‘말’은 일하는 업계나 직장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SNS의 범위까지 넓게 봐야한다. ‘이 일이 과연 내 일일까?’라고 고민할 수 있지만, 굳이 그걸 페이스북에 올려서 내가 다니는 회사 사람들이 나를 오독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 특히 계정에 회사 이름 들어있을 경우… 주의해야 한다. 의외로 SNS 상에서 말을 조심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본 사례. 어느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사람이(이 사람은 본인의 프로필에서 다니는 회사명을 상세하게 노출했다), 자사의 제품을 노골적으로 ‘맛없다’는 식으로 ‘씹었다’. 직원들만 알아야 할 법한 이야기도 몇 마디 했다. 그 내용을 좋아하는 방문자들과 (어떻게 보면) 회사 욕으로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에서 이 사람을 불러, 퇴사시켰다. 직원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3. 좌표를 남겨라

아랫사람일 경우 꼭 지켜야 하는 것(윗사람도 공유하면 좋지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디까지 되고 있다, 얼만큼 했다는 보고.
일을 못하는 건 괜찮지만, 상황 공유는 해야한다. 못하겠다면 ‘못하겠다’고 얘기를 미리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쨌든 윗사람은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으며, 경험도 많아서 의외로 괜찮은 솔루션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특히 궁지에 몰렸다 싶거나,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면 바로바로 보고하는 게 좋다. 바빠서 내 얘기를 못듣는다면 메일이라도 보내놓는 것이 좋고, 소속된 사람들이 메일 참조를 받거나, 최소한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도록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윗사람이 아니라 다른 파트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고, 반대로 타인이 찍는 좌표들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듯.

4. 윗사람은 나보다 바쁘다

물론 무능력한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나보다 바쁘다. 특히 정말 처음 입사한 사람/나를 돌봐주는 윗사람의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나보다 내 윗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한다.
내가 메일을 검색하거나, 자료를 한 시간 읽어야 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30분을 줘야한다면? 내가 한 시간 뒤지는 쪽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정말 내 것이 되기도 한다.
특히, 구글링으로 10분 안에 찾을 수 있는 내용이라면 묻지 않는 게 좋다. 적어도 질문할 때 ‘찾아보니 ***인 것 같은데 맞나요?’ 라고 확인한다면, 일에 성의가 있다는 인상과 함께 알려줘야겠다는 의욕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남이 가르쳐준 건 보통 기억에 남지 않는다. 같은 걸 또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5. 짜증은 나누면 열 배가 된다

일할 때는 참 짜증나는 일이 많다. 갑님이 부당하고 말도안되는 요구를 하기도 하고(“제가 마감 날짜를 잘못 알고 있었네요. 다음 주 화요일이 아니라 오늘 자정까지 보고서 주세요. 지난주 요약분까지 첨부해주시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삽질을 할 수도 있다(“아 그거 제가 하는 일이었나요? 오늘 마감이라고요? 저는 그냥 **님이 하실 줄 알고 아직 안했는데 다음주까지 드려도 되나요?”. 갑자기 천재지변이 터져서 내 의지와 다르게 업무가 진행될 수도 있다. 기타 등등…
하지만 짜증내면 안된다. 이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인데,

A. 내가 짜증을 내는 게 부당할 수 있다.
의외로 이런 경우가 많다. 내 감정, 내 힘든 것에만 매몰되어서 내가 잘못 보는 경우도 많다. 즉, 나만 내가 억울하고 짜증나고 짜증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멍청하거나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이건 되게 나중에, 문득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그리고 이런 건 본인이 제일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B. 내가 잘했을 경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잘못했다면?
나는 잘했는데 일이 망할 경우, 물론 타인이 일을 잘못할 가능성도 높다. 근데 타인이 병신이라고 해서 일을 뒤엎을 수 없다(뭐 재벌 3세 이러면 또 다를지도?).
상대방이 이번만 잘못할 수도 있고, 여러 번 되풀이해 잘못할 수도 있다. 어쨌든 짜증을 낸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며, 내가 잘못했을 경우 인정하기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동료 A가 10번의 실수를 해서 내가 ‘A는 실수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했고, 짜증도 냈다면? 나중에 내가 잘못했을 때도 A의 탓을 할 가능성이 높은 거다. 잘잘못을 떠나, 같이 일하는 타인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C. 잘못한 사람이 없다
잘못한 사람까지 없다. 상황이 꼬였거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있거나… 사실 잘 파면 누가 잘못했는지 찾을 수 있겠지만, 보통 복수의 사람들이 골고루 삽질하고 잘못한 경우가 많다. 굳이 책임을 따지고 짜증을 내면(그리고 그 짜증의 대상에 내가 없으면) 스트레스는 풀리겠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공통적인 문제는 ‘업무에 대해 스스로 짜증을 얻고’, ‘남의 짜증도 유발하며’, ‘잘 해놓고도 짜증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나중에 내가 잘못했을 때 스스로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 정도?
그리고 아무리 일 잘해도 짜증이 많은 사람과 일하는 건 피곤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던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6. 기록을 남기자

일을 한창 할 때는 머릿속에 그것만 남아있지만, 그 일이 지나가고 나면 스스로 뭘 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틈틈이 내가 뭘 했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앞으로 뭘 해야하는지 미리미리 정리해두는 게 좋다. 회사에 청구할 영수증 같은 것도 미리미리 매일매일 정리하는 게 좋고… 이런 기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높고, 하기 싫은 일로 변신한다. 하기 싫은 일이 쌓여있으면 일도 안하면서 스트레스만 엄청나게 쌓인다. 눈에 띌 때 하는 습관을 들이면 두고두고 몸도 마음도 편하다. 자잘한 것들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기면, 후에 일이 터졌을 때 수습하기도 좋다.

7. 의욕은 의욕일 뿐

이건 호불호가 갈릴 원칙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일을 하면서 순간순간의 내 의욕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들어 어떤 일이 주어지면 나는 의욕적으로 ‘이걸 내가 맡아서 해보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말을 할 때 나는 정말로 꼭 그걸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각은 달라진다. 실제로 난이도가 높거나, 더 긴급한 다른 일이 끼어들 수도 있고, 아무튼 내가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방어적으로 해보기도 전에 ‘이게 안되는 이유는 뭐인데,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안됨 ㅇㅇ’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 의욕을 앞세워 ‘한다!’고 말을 하면? 잘되면 다행이다. 하지만 말한 것을 지키지 못하면 어떡하나. 나를 믿는 사람은 그 말을 기반으로 계획을 짤 것인데 그걸 망치는 셈이다. 나는 의욕을 갖고 말을 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 내 신뢰가 깎일 수도 있고…

그래서 최대한 노력은 하되, 스스로 확신이 생긴다고 해도 말은 신중해야 한다. 말로는 온 몸을 바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사실 그런 말을 할 때 기분상태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틀릴 수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평가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앞으로도 기억하고 실천하기 위해, 기록을 겸해 남긴다.

기자 출신 콘텐츠 기획자이자 PR/마케터입니다. 10년차 블로거로,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 모두를 좋아합니다. 콘텐츠 저작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과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 새로운 모바일/웹 서비스, 스마트TV에 관심이 많습니다.

댓글 (1)

  1. freeism 아바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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