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B컷스토리 #11]“우리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목표”,딜럽 이지웅 대표
딜럽(D’LUV)의 이지웅 대표. 그의 이상적인 목표는 자신의 회사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다만 그날이 오기까진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열심히 뛰고 싶다고 했다.
지난 6월, 와디즈에서 1차 펀딩으로 516%의 달성률을 기록한 딜럽(D’LUV)은 팔찌, 후드, 모자 등을 판매하는 패션브랜드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패션 아이템으로 수익만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다. 캄보디아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는 아이들의 미술교육과 집, 학교, 병원을 짓는데 쓰인다. 와디즈에서 두 번째로 진행하고 있는 딜럽 팔찌 프로젝트 수익금 또한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아름다운 제품을 통해 지속적인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는 딜럽(D’LUV)의 이지웅 대표를 만났다.
딜럽(D’LUV) 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딜럽(D’LUV)은 ‘Draw + Love’의 합성어로 ‘사랑을 그리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다.현재 캄보디아의 NGO와 MOU를 맺고, 캄보디아 지역 내 아이들의 그림을 트렌디한 패턴으로 리디자인해 패션의류와 액세서리에 적용하고 있다. 이 제품들을 바탕으로 ‘소비를 통한 기부문화 정착’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소비를 통한 기부문화 정착,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기부’는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을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이다. 처음부터 기부에 목적이 있는 사람들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기부를 자처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기부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만족스러운 상품을 소비하는 동시에 기부도 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지속적인 기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고민 끝에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제품이 딜럽 팔찌다. 예쁘고 트렌디한 팔찌를 구입하면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소비, 자연스러운 기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만 더 편하게 기부가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2차 펀딩 모두 캄보디아 아이들을 후원하는 이유는.
대학 졸업 후 제 3세계 국가에 여행을 갔던 것이 가장 큰 계기였다. 일반적으로 ‘빈민국’하면 아프리카부터 생각한다. 캄보디아는 그들의 인식 속에 ‘어려움’이라는 단어보다는 ‘앙코르와트, 툼레이더’ 등으로 먼저 생각된다. 하지만 사실 캄보디아 GDP는 에티오피아보다 낮다. 딜럽 창업을 준비하며 캄보디아 오지에 계신 한국인 선교사님을 만났을 때, 그 분이 보여주셨던 킬링필드는 다시 한번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1975년 킬링필드에서 캄보디아에 급진 공산주의가 들어오면서 200만 명이 학살당했다. 그것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행되었다. 그래서 아직도 현지의 일부 노인분들은 교육과 죽음이 연결된다고 믿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교육의 부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캄보디아의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나아가 국가전체가 빈민국을 넘어 개발도상국으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가 직접 교육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크라우드펀딩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가치를 좇는 사람이다. 돈이 좋았다면 크라우드펀딩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말 그대로 많은 대중들로부터 펀딩을 받는 동시에 우리 기업을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크라우드펀딩을 생각하며 딜럽의 가치를 인정받고 전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했다.
와디즈펀딩을 진행하며 좋았던 점을 꼽는다면?
사람들이 딜럽을 통해 가치소비도 예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 ‘가치소비 제품이라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너무 예쁘다’ 는 말을 들었을 때 크라우드펀딩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딜럽이 추구하는 가치가 대중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결심도 생겼다.
또 다른 사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어떤 사업인가.
‘산들산들’이라는 생리대 사업을 준비중이다. 올해 초, 깔창 생리대 사건이 화제가 될 당시 배경지식이 전무하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비싼 생리대 가격과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녀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현재는 시제품이 나온 상태이고 제품의 퀄리티를 상승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 중이다. 생리대 프로젝트는 팔찌 프로젝트와는 다소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 1개의 소비가 이뤄지면 동일한 제품이 기부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 생리대와 견줄만 한 품질을 내놓아, 자연스러운 기부를 이끌어 내고 싶은 목적은 딜럽과 동일하다.
동일한 자본으로 2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그렇다.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리스크기도 하다. 한 개의 가격으로 두 개를 만들어야 하고 나아가 수익까지 만들어야 하니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사업 초기에는 새로 들어온 팀원들과 비즈니스모델의 존치에 대한 고민을 했다. 수익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고집을 부렸다. 사업의 계기는 돈이 아닌,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였기에 더욱 의지를 다잡았다. 다행히도 지금은 뜻이 너무나 잘 맞아서 함께 열심히 달리고 있다.
비록 수익이 나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지만,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늘도 열심히 달릴 수 있는 것 같다. 친한 친구가 좋은 곳에 쓰라며 큰 돈을 후원해주기도 하고, 회사를 잘 키워 달라며 투자해주시는 분도 더러 계신다.
추후에 펀딩을 진행할 때는 별도의 ‘기부’칸을 만들 예정이다. 생리대를 사지않더라도, 우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신다면 도움을 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박리다매 중에 박리다매를 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우리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하는 필요성도 크다.
딜럽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적으로 딜럽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캄보디아와 국내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아프리카까지 후원할 수 있도록 대중들이 함께했으면 한다. 새롭게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면 아프리카의 색(노랑, 초록, 검정)으로 트렌디한 스트릿 패션을 디자인해보고 싶다.
딜럽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딜럽이라는 브랜드가 없어진다는 것은 빈민가 아이들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진 하루하루를 불태우고 싶다.
앞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분들이 제일 안타까웠다. 크라우드펀딩이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모아주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신의 제품에는 자신이 없으면서도 이곳을 시험무대로 삼고 싶어하는 분도 있었다.
앞으로 진행하실 분들께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확실한 아이템과 자신감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하다면,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바로 와디즈와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만원짜리 제품을 소비하는 대중이 2 만원 짜리를 소비한 것처럼 느끼게 했다면, 절반을 성공했다고 본다. 조금 더 확고한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져야만 펀딩 달성률도 높아지고, 후원자들에게 신뢰도 줄 수 있을 것이다.
글 : 유지석 現 와디즈 컨설팅/크라우드산업연구소 연구원
와디즈는 생소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와디즈 투자인사이드’를 신설하여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