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한박’s 테크 #2] 테크 스타트업, 기술 vs. 제품 vs. 사업의 차이를 이해하자
이미지 출처 : The Lean Entrepreneur
개발자나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자를 만나보면 우수한 기술이 있으면 당연히 고객이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랫동안 기술을 개발해 온 경우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하지만, 고객은 기술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그 기술로 구현된 제품을 사는 것이다. 또한 제품(Product)을 만들더라도 시장(Market)에서 어떻게 팔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바로 사업(Business)의 이슈이고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을 어떻게 만들고 실행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술, 제품, 사업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의 기본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팀 빌딩, R&D, 제품 기획, 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 방향이 수립되는 것이다. 이번 기고에서는 실사례를 통해 기술, 제품, 사업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각 부분에 어떤 질문이 중요한지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이 질문들은 투자자가 주로 묻는 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항상 답을 찾아가야 하는 본질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10월24일 쫄지마창업스쿨 강의 5강에서 다룰 예정)
기본 전제: 기술을 파는 회사인가, 제품을 파는 회사인가?
대부분의 회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 퓨처플레이 피투자사 중에도 아래와 같은 회사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테크 스타트업들이다.
모두 B2C 제품과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B2B 고객들의 요구도 만만찮게 들어온다. 즉, B2C냐 B2B냐 하는 것은 고객과 시장의 차이지, 제품을 파는지 기술을 파는지에 대한 기준은 아니다.
그러면 제품, 서비스가 아니라 기술을 파는 회사는 어디가 있을까? 최근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ARM이 대표적으로 기술을 파는 회사다. 쉽게 말해 반도체 프로세서(CPU) 설계도를 삼성, AMD 등의 CPU 제조사에 판매한다. 이를 보통 라이선스 사업이라 한다.
유사한 종류의 사업을 하는 회사로 퀄컴, 돌비 등의 기술 회사들이 있다. 퓨처플레이 피투자사 중에는 퀵소(Qeexo)라는 회사가 다양한 휴대폰 제조사에 새로운 멀티 터치 기술을 라이선싱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모두 기술을 파는 회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뷰노(Vuno)라는 회사는 딥러닝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을 라이선싱하기 보다는 의료 분야의 분석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 만약 기술을 파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 제품, 서비스를 파는 사업과는 게임이 달라진다. R&D가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고,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핵심 자원이 된다. 세일즈 역시 관계 기반의 일대일 영업이 중요해 지고, 보유 기술의 주변 생태계를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다.
자신의 사업이 무엇을 파는 사업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 결정에 따라 어떤 업무에 집중할 것인지, 어떤 리소스가 중요한지 등의 방향이 잡힌다. 가장 중요한 점은 회사 가치가 무엇으로 평가받는지가 결정된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할 때 철저히 고민해야 할 점이다.
럭스로보 사례: 로봇 제작 기술을 활용한 모듈형 로봇 제작 키트 제품
국내 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인 럭스로보(Luxrobo)를 사례로 기술, 제품, 사업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럭스로보는 세계 로봇 페스티벌에서 수차례 수상한 기술력 있는 팀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어린이나 성인이 레고처럼 모듈을 조립해 쉽게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키트(MODI)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하여 하루 만에 목표금 액을 달성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럭스로보 MODI 킥스타터 캠페인
기술: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 – 나의 기술은 경쟁력이 있는가?
럭스로보는 로봇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제작 기술뿐 아니라 자체 로봇 OS도 보유하고 있다. 수년간 로봇 경진대회를 참여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고, 함께 했던 팀원들과 하드웨어 제작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자석을 이용한 모듈간 결합방식 등 여러 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기술의 관점에서 주요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보유 기술은 경쟁력이 있는가?
- 기술 개발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가?
- 핵심 기술은 특허로 보호되고 있는가?
제품: 무엇을 만들 것인가?
럭스로보가 보유한 로봇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봇 청소기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수도 있고, 로봇 부품을 만들어 팔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모듈형 로봇 키트를 제품으로 선택한 것이다. 어떤 형태의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과 같은 제품 기획 방법론을 바탕으로 정할 수 있는데, 이는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다루기로 하자. 모듈형 로봇 키트는 어린이와 DIYer들에게 쉽게 로봇을 제작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가치를 준다. 최근 시장에서 유사한 모듈형 전자 키트들이 출시되는 것을 보면 제품 방향이 잘못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제품의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 (Target Customer)
- 제품의 고객 가치(Value Proposition)는 명확한가?
- 사용자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 기획인가? (Customer Development)
사업: 어떻게 팔 것인가?
모듈형 로봇 키트는 어떻게 팔아야 할까? 럭스로보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킥스타터 캠페인은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할 때 우선 B2C 시장으로 갈지, B2B 시장을 공략할 것, 아니면 양쪽을 모두 시도할지 결정해야 한다.
럭스로보는 우선 온라인 채널을 통한 B2C 시장을 연 것이다. 동시에 영국의 전략적 파트너를 통해 중고등학교에 교재로 공급하는 것을 추진하며 B2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2C든 B2B든 세밀한 타겟 시장을 정의해야 한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거점이 될 수 있는 진입 시장을 아주 작고 정밀하게 타겟팅할 필요가 있다. 무명의 스타트업 제품이더라도 꼭 필요한 누군가는 있게 마련이고 그들을 찾아내서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럭스로보의 수익모델은 기본적으로 제품 판매 모델을 생각할 수 있지만, 좀 더 창의적으로 대여 모델이나 Subscription 모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추가 모듈을 공급하여 업셀링(Upselling)을 유도하거나 모듈 조립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 모델도 고민해 볼 수 있다. 판매 채널은 일단 온라인 채널로 시작하지만,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선 대형 유통사를 고민할 시점이 올 것이다. B2B 채널은 리셀러를 통할 것인지 직접 세일즈를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할 문제다. 사업 관점에서 주요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타겟 시장은 어디이며 정밀하게 타겟팅 되었는가?
-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 판매 채널은 무엇이며 확보되어 있는가?
사업의 단계마다 기술/제품/사업, 어디에 집중할지 판단해야 함
창업 초기에 기술, 제품, 사업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짠다면 일단 사업의 기초는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사업의 각 단계마다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는데 그때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 초기에는 기술 개발이 중요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때는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마저 기술 개발에 대부분 리소스가 투입되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사업에 집중해야 하고 기술과 제품 개발도 사업 진행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리고 기술, 제품, 사업 중에 어느 부분이 강점이고 약점인지를 파악하여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