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뒤에 사람있어요 #5] 롯데 엑셀러레이터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까?
세계의 창업 중심지마다 자리를 잡고 있는 협업·지원 공간은 그 나라 창업 생태계의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스타트업 관련 주요 행사와 인재들이 몰리는 네트워크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주요 지원 공간들이 세워졌다. 이들은 모두 5년이 채 안 된 신생 기관들이지만, 창업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반면 이 공간을 작동하게 하는 배후(?)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중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스타트업만큼이나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롯데 엑셀러레이터 팀을 만나봤다.
이 기사는 <공간 뒤에 사람있어요> 라는 주제로 연재되고 있는 기획 기사입니다.
김영덕 상무 / 사업 총괄
김영덕 상무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창업자와 투자자로서의 경력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1999년 인터파크에 입사해 CTO와 CMO를 역임하고, 이후 지마켓을 공동 창업했다. 지마켓 상장 이후에는 미국 현지 창업에도 도전했으며,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엔젤 투자 활동과 동시에 사물인터넷 기업을 창업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롯데 엑셀러레이팅 사업을 맡게 된 이유는.
작년 2월, 롯데정보통신의 연구소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새로운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역할이었다. 10월까지는 롯데그룹 내의 빅데이터, 위치 기반 솔루션, 사물인터넷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러던 중 그룹 차원에서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와 같은 엑셀러레이팅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다. 그룹 내 벤처 출신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업 총괄을 맡게 됐다.
롯데그룹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엑셀러레이팅 사업을 시작한 건가.
선한 기업이 고객의 선택을 받는 시대다. 그런 관점에서, 사회 공헌 활동은 회사에 다양한 측면의 이윤을 가져다줄 수 있다. 롯데그룹이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조직이라는 세간의 편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롯데 엑셀러레이터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이다. 공간 설계부터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그룹 내부에서도 놀랄 정도로 혁신적이라고 자신한다. 우리를 통해 롯데그룹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쇄신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룹 차원에서도 우리 기관에 관심이 아주 크다. 회장은 물론 계열사 직원들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사업 총괄로서, 어떤 방침과 철학으로 롯데 엑셀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나.
‘우리를 태워 스타트업을 돕자(boost)’는 것이다. 물리적인 장소와 자금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남는 것은 우리가 도움을 준 스타트업들이다. 연료는 자신을 태워 무언가의 동력이 되어준 후 소멸한다. 스타트업과 생태계에 그런 역할을 맡고 싶다.
그룹을 상대로 하는 보고 체계는 간소화되어 있는 편인가.
굉장히 간소화되어 있다. 운영에 관한 결정은 대부분 내가 한다. 투자의 경우 자금이 오고 가기 때문에, 가끔씩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1기 엘캠프(L-CAMP) 프로그램에는 캔뚜껑 개발사부터 헬스케어 플랫폼까지 다양한 기업이 참여했다.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방향성을 잡은 것은 아니다. 롯데그룹은 국내 어떤 기업보다도 일상과 밀접한 생활재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협업할 기회가 그만큼 많은 거다. 그래서인지 이번 2기 심사 때에도 460여 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했다. 그룹 내 사업과 협업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 우리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꼭 그 생각에 갇혀 투자처를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잘 될만한 회사를 찾는 게 우리의 목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고 있다.
향후 롯데 엑셀러레이터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우리 프로그램을 거쳐 간 스타트업 간의 교류가 지속해서 일어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또 현재는 초기 단계 기업만 지원하고 있는데, 투자 범위를 넓혀나가고 싶다. 기업의 해외 진출도 도울 예정이다. 현재 롯데그룹이 중국, 베트남, 일본, 동남아 지역에서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시아 진출 활로를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인 꿈은 뭔가.
글쎄. 다시 한 번 창업에 도전하지 않을까. 물론 체력이 뒷받침되고 재밌는 아이템을 찾는다면 말이다.
김민섭 팀장/엑셀러레이팅 팀 (그룹 연계 사업 지원)
김민섭 팀장은 롯데 엑셀러레이터 내에서 ‘연결’의 아이콘이다. 그룹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가교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가까이서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력과 담당 업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롯데그룹에서 일한 지는 5년이 됐다. 이전엔 제일제당에서 브랜드 경영 업무를 하다가 롯데 미래 전략 조직으로 이직을 했다. 롯데 엑셀러레이터에 합류한 것은 올해 5월이다. 우리 입주사 중 대부분이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마련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팀원들과는 달리 스타트업 관련 경력은 없다.
조직 내에서 스타트업과 그룹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 과정이 어떻게 되나.
입주 기업 우선으로 미팅을 주선한다. 다만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고, 계열사 측에서도 니즈가 있을 때에 한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영업적인 측면에서 계열사를 만나고 싶어 한다. 소비자 접점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팅이 실제적인 협업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스타트업이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과 수치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회를 날려버리거나 설사 협업이 이루어진다 해도 하청 기업 수준에 머물 위험성이 있다.
하청 구조가 되지 않도록 선례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겠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창업자들에게도 대기업 임원이라고 할지라도 동등한 태도로 논의에 응하라고 조언한다. 또 ‘롯데만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결국 그 스타트업이 잘 되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 좋은 스타트업에게는 계열사 측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게 되어 있다. 그 점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가장 긍정적인 협업 사례가 있다면.
남성 패션 커머스 스타트업 맵씨(Mapssi)의 경우 룻데닷컴과 좋은 제휴 관계를 맺게 됐다. 롯데백화점도 맵씨에 대한 후속 투자를 검토 중에 있다. 재밀봉 가능한 캔뚜껑 개발사인 ‘XRE’는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제품화를 진행 중이다.
그룹 측은 어떤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원하고 있나.
그룹 내부 사업 흐름으로는 옴니채널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유통과 커머스는 물론 인공지능, 핀테크 등 아직 그룹이 시도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관심사도 여전히 많은 편이다.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전문 분야가 있다면.
분야 적으로는 핀테크에 관심이 많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공부도 틈틈이 해나가고 있다. 이 분야에도 좀 더 전문성을 갖춰,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 한다.
이준혁 매니저 / 엑셀러레이팅 팀(커뮤니티 내부 프로그램 기획)
이준혁 매니저는 롯데 엑셀러레이터에 합류하기 전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경력을 쌓았다. 원래는 컨설팅 업계에 종사하던 그는, 좀 더 체계적인 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을 돕고 싶어 현재의 직업을 선택했다.
커뮤니티 내부 프로그램을 모두 전담하고 있다고.
입주사끼리 뭉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1기 운영 동안에는 롯데 엑셀러레이터를 알리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교육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 현재는 업계 전문가들을 모셔와 입주 기업을 돕는 오피스아워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컨설팅 경력을 살려, 입주사와 함께 새로운 기획 기법 등도 실험해보고 싶다. 현재 나 이외에도 4명의 매니저가 스타트업과 교류하고 있다.
타 창업 보육 기관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롯데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협업의 기회를 지원해준다는 점이 아닐까. 대기업과 협력해나가면서, 린스타트업 전략과 같이 부족한 부분, 시장과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을 수정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본다.
스스로를 평가할 때, 가장 큰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나.
친화력이다. 가장 친밀한 친구처럼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싶다. 1기 기업과 6개월 간 같이 있다보니 정말 친해졌다. 대표님이라고도 잘 안 부르고 형, 동생 하는 사이다. 저번 기수 입주 기원 팀원들과는 농구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규적으로 함께 운동하고 있다. 그 안에서 실제 생생한 스타트업의 고민을 들을 수 있고, 이에 기반해 적당한 솔루션을 찾아주기도 한다.
앞으로 길러 나가고 싶은 전문성이 있다면.
창업 엑셀러레이팅 분야에서 계속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싶다. 분야적으로는 이커머스와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개인적으로는 입주 기업 중 킥스타터 모금에 성공하는 곳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계준 팀장 / 경영기획 팀
이계준 팀장은 대우자동차, 현대정보기술 등 대기업에서 투자 유치 IR, 신사업 기획 등을 담당하다가 롯데 엑셀러레이터로 자리를 옮겨왔다.
롯데 엑셀러레이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경험은?
아무래도 입주 기업이 외부에서 후속 투자를 유치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그저 투자나 상금을 받는 데에만 시간을 쏟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런 걸 옆에서 지켜보면 좀 아쉬울 때가 많다.
스스로를 평가할 때, 가장 큰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스스로 한다. 작은 것 하나도 직접 챙겨서, 우리 조직 내 모든 팀원들이 자신이 맡은 스타트업 지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길러나가고 싶은 전문성이 있다면.
일단 이렇게 빠르고 유연한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나 자신이 계속 젊어야 할 것 같다. 젊은 생각과 태도로 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할테고. 더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발굴하고 투자한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서는 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