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스타트업 경영 360 #16] 기업가치평가(1) – 스타트업의 기업가치평가는 왜 답이 없나요?
기업이 얼마인지를 평가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 정신으로 처음 창업한 순간부터 어느 정도 기업의 외형을 갖추기까지 창업자들과 그 팀이 쏟은 열정의 가치를 금액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몹시 부적절 해 보입니다. 하지만 창업팀의 꿈과 열정을 돈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의 문제를 떠나서, 그 꿈과 열정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제 페이스로 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지표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업가치(혹은 주식가치) 평가는 창업자, 투자자, 예비창업자를 불문하고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평가는 답이 없어요!”
얼마 전 모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연사로 참여하신 한 M&A 전문가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전문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벤처캐피탈과 같은 전문투자자 분들은 당연스레 받아들였을 수 있습니다만,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몹시 당혹스러우셨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고를 포함해서 2회에 걸쳐 기업가치평가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도대체 왜 그 방법들이 스타트업에는 적용할 수가 없는 것인지,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가치평가(1) – 스타트업의 기업가치평가는 왜 답이 없나요?
-기업가치평가(2) – 스타트업 기업가치평가의 답은 노답(No答) 안에 있다.
경영학에서 다루는 기업가치평가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부채에 기초한 자산가치 평가방법(Asset approach), 기업이 미래 창출할 수익에 기초한 수익가치 평가방법(Income approach), 당해 기업과 비교 가능한 기업의 주가 또는 사례에 기초한 상대가치 평가방법(Market approach)이 그것입니다.
1. 자산가치 평가방법
자산가치 평가방법은 재무상태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재무상태표에 기록된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 즉, 자본을 주식 수로 나누어 주식 한 주의 가치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 때 자산과 부채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청산가치, 장부가치, 시가평가가치로 나뉩니다.
재무상태표를 포함한 모든 재무제표는 기본적으로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가정하고 작성합니다. 기업이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계속기업의 가정에 따라 공시된 재무상태표의 숫자 그대로를 기업가치로 보는 방법을 장부가치법이라고 합니다.
반면, 기업을 계속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곧 청산할 것이라 가정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기간 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처분하고자 하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을 못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제값을 못받고 헐값에 처분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청산가치법이란 이런 상황을 가정하여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가평가 가치법은 시장에서 형성된 정상적인 거래가격으로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재평가했을 때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지금 이 기업과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사업을 개시하려면 이 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완전히 동일한 자산을 구입해야 합니다. 이들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므로, 시가평가가치법을 구매가치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산가치평가방법은 이미 확정된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비교적 정확한 가치를 시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미래에 창출할 수익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기업 즉, 청산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이제 막 창업해서 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스타트업을 이 방법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합니다.
2. 수익가치 평가방법
수익가치 평가방법은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시점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연금의 현재가치’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금리 연 3%인 상황에서 ‘오늘의 100원’은 ‘내년의 103원’의 가치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단순히 합산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현재 시점의 가치로 할인해야만 합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발견됩니다. 하나는 얼마의 이자율(또는 할인율)로 할인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어떻게 측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익히 알고 계시듯이 신용등급이 낮을 수록 대출금리가 높습니다.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서도 초기 기업일 수록, 불확실성이 클 수록,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적을 수록 할인율이 높아집니다.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대가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미래의 이익 측정의 문제로 넘어가서, 이 이익을 잉여현금흐름, 경제적부가가치(EVA), 배당현금흐름 중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DCF, EP Model, 배당할인모형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미래의 어떤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원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 이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고 매출과 비용이 안정적이어서 예측 가능해야만 이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의미 있습니다. 매출액의 변동성이 심하고 그 발생에 패턴(혹은 규칙성)이 없다면 추정한 미래의 이익은 그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할인율이 높아지므로, 완전히 동일한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1년 뒤에 100원을 벌어들인다면, 이를 3%로 할인하는 대기업(100/1.03=97)에 비해 5%로 할인하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100/1.05=95)가 더 낮게 평가됩니다. 반면, 스타트업이 창출할 미래 이익은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거 경험치가 누적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미래의 이익을 추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 전체의 규모를 추정하고, 그 중 우리 스타트업이 확보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을 추정하고, 다시 그 시장점유율을 얻기 위한 가격을 결정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들을 계획해야만 합니다. 매 단계마다, 매 요소마다 추정과 가정이 개입되기 때문에 이렇게 추정한 이익의 신뢰성은 심각하게 훼손됩니다. 이것이 바로 수익가치법을 스타트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3. 상대가치 평가방법
지난 재무제표 분석에서 잠깐 다루었던 PER(Price-Earnings Ratio)가 여기에 속합니다. 다른 비교 가능한 기업의 PER를 계산해 보고, 우리 기업의 PER도 저 정도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상대가치 평가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경쟁사의 주가가 10,000원이고 주당순이익이 1,000원이라면 PER는 10배(10,000/1,000=10)로 계산됩니다. 비상장 상태인 우리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800원이라면 우리 기업의 주식은 8,000원(800*10배=8,000)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스타트업들에게 두 가지 이유에서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먼저 초기 스타트업은 당기순손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PER는 순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기업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비교가능한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간혹 ‘우버도 초기, 지금 우리 기업과 비슷한 시기에 몇 배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우버나 애플 수준의 상대가치를 적용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냉철한 눈으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우버나 애플과 견줄만한 기업인지를 먼저 바라보시기를 권합니다. 비교가능성에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혁신성, 지리적 위치, 기업규모, 팀(또는 조직) 구성, 자금조달방법, 고객의 성향, 수직적 통합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업과 유사한 기업을 발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특정 기업 대신 여러 기업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산업의 지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스타트업 본연의 정의에 따르면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스타트업에 비교할 만한 산업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상대가치 평가방법으로 PER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 대비 재무상태표상 순자산(자산-부채) 장부가액을 의미하는 PBR(Price – Book Value Ratio), 순자산 대신 매출액을 분모에 넣는 PSR(Price-Sales Ratio)도 있습니다. 이 두 방법은 당기순손실이 발생해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유한 자산이 많지 않거나 아직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비교가능성 문제 역시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상, 기업가치 평가방법들과 각 방법 별로 스타트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에 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기존의 기업가치 평가방법들이 ‘No답’인 이유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상기 이유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을 돌아보고 스타트업들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상기 내용은 기업 경영상 참고 목적으로만 사용하여야만 하며 어떠한 결과를 예상 또는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은 그 본질적인 특성상, 동일한 의사결정이라 하더라도 개별 기업이 처한 산업, 경쟁환경과 기업의 내∙외부 역량, 그리고 실행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삼정KPMG의 공식적인 자문 없이 이를 기업에 그대로 적용함에 따른 결과에 대해 KPMG 및 그 임직원은 어떠한 책임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삼정KPMG SIC심종선회계사(jongseonshim@kr.kpmg.com)
심종선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 국제통상본부에서 근무하며, 기업의 원재료 구매에서부터 생산, 유통과 수출, 그리고 해외지사에서의 추가가공∙재고관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외고객사에게 판매되는 일련의 기업활동을 연결하여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외국 정부의 수입규제를 방어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현재에는 Start-up Innovation Center에서 스타트업의 성장 지원과 대한민국 산업의 혁신을 위한 경영 자문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https://kr.linkedin.com/in/jongseon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