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307] “작가님, 최소 수량은 한 권입니다” 부크크 한건희 대표

부크크는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출판할 수 있는 자가출판 플랫폼이다. 2014년 말 서비스를 시작한 부크크는 ‘무료 출판’을 앞세우며 1인 창작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을 통해 총 4만 여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현재까지 1,900 종에 이르는 책을 출판했다.

부크크가 선보인 ‘주문형 출판(POD)’은 2천 년대 초부터 출판 시장의 미래라고 일컬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관심도와 상업성 모든 측면에서 미진한 상태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 그 시장 규모가 수천억 원 대에 이르고,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 역시 주문형 출판 시장에 뛰어들만큼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부크크는 선두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부크크의 한건희 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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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 살 때 이미 창업을 시작했다고. 

부크크 이전엔 물담배 유통업을 했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첫번째 회사를 인수해서 국내 물량의 70%를 점유했다. 현재는 부크크의 전념하고 있고, 물담배 회사는 부모님께서 운영하고 계신다.

물담배 장사를 하던 청년이 1인 출판업에 뛰어들다니. 당시 월수익이 8백~1천만 원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사소할 수 있지만, 나중에 자식에게 떳떳하지 못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사업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었었기도 하고. 이 수입을 기반으로 무언가 다른 일을 해보자고 결정한 후, 발견한 게 1인 출판 시장이다. 당시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롱테일 전략을 설명하며 사례로 미국의 1인 출판 플랫폼인 룰루닷컴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공부하는 겸 시장 조사를 해봤더니 아직 한국에는 없더라. 그 때가 2011년이었다. 당장 법인을 내고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입영 통지서가 왔다. 결국 군복무를 마친 해인 2014년 말에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부크크는 POD 서비스다. POD의 정의는 뭔가. 

주문형 출판(Publish On Demand)으로, 고객이 원하는대로 주문을 받아 책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원고 작성부터 제본, 출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어 출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모델이다. 일반 출판 서비스처럼 최소 수량 단위가 매우 적어 1인 출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내가 사업을 처음으로 구상했던 2011년도에도 교보문고가 이미 POD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보다 앞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목표였는데, 군복무 문제가 겹쳐 실패하긴 했다.

부크크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수익 배분 방식은 일반 출판사와 같다. 책이 팔릴 때마다 이익을 얻는 식이다. 우리의 부가 수익은 교정, 교열과 같은 편집 부분에서 나오는데 그렇게 크지 않다.

실제 한 권부터 제작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수익 면에서 문제는 없나.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도, 미리 돈을 들여 만들어놓은 재고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만 충당할 정도가 되면 손해는 안본다. 또 지난 3년 동안 인쇄부터 가공까지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갖춰서 수익률을 높여놨다. 지난 달에 세팅을 완료해서 이 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보통 일반 출판사에서는 출간되는 책 한 권당 1천5백 부 가량을 팔아야 손익 분기를 넘긴다. 우리는 손익분기점 자체가 낮다. 또 인건비와 서비스 운영비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10권 팔리는 책들의 종류가 백 부, 천 부, 만 부로 늘어나면 그대로 우리 수익이 된다.

현재 부크크를 통해 출판된 책의 개수는. 

ISBN이 국제 도서 번호인데, 이 번호를 부여받은 도서가 1,900 종을 넘겼다. 최근에는 매 달 150종 정도 출판하고 있다. 부크크 사용자는 총 4만 명 정도인데, 여기에는 작가와 개인 소장용 출판을 한 사용자가 섞여 있다.

사업을 시작했던 2011~ 2014년 전후로 국내 독립 출판계가 빠르게 성장했다.

맞다. 1인 출판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2009년부터는 서울아트북 페어(Unlimited Edition) 등과 같은 행사도 주기적으로 열리면서 생태가 발전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부크크도, 흔글(조성용)과 같은 SNS 작가들이 우리를 통해 책을 출판하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책은 아직도 교보문고 탑 100에 올라있다. 이런 작가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공생하는 관계다.

작년 말에는 교보문고, 올해 말에는 예스24와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나.

교보문고, 예스24과는 각각 계약 내용이다르다. 교보문고의 경우, 교보문고 자체가 POD 서비스를 2011년부터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콘텐츠만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출판한 책이 교보문고를 통해 판매되면 부크크는 책과 파일 정보를 넘기는 식이다. 판매가 되면 교보문고 측에서 인쇄부터 배송까지 모든 부분을 맡아서 한다. 예스24의 경우 책을 올려놓고, 판매가 되면 부크크가 직접 인쇄와 배송 과정을 도맡는다.

스타트업은 롱테일 전략과 궁합이 잘 맞는다. 하지만 대형 기업 입장에서 POD 서비스는 아직까지 큰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원래 출판 업계 전체를 보면 POD가 늘 떠오르고 있지만, 결국 떠오르지 못한 샛별이었다. 무려 2002년부터 POD가 출판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도 미미한 상태다.

이유는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과거에는 기존의 옵셋 인쇄 방식에 비해 품질도 많이 떨어졌다. 또 한 부를 찍어내나, 열 부를 찍어내나 투입되는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같다. 우리도 하루에 500부 정도까지만 만들 수가 있다. 현재 우리 팀에 인쇄 작업자가 두 명이 있는데 하루에 보통 350부 정도를 찍어내고 있고, 각기 종류가 다른 한 권씩을 찍어내야 한다면 고작 해봐야 80부 정도가 최대치일거다. 원가 비중 자체도 사실상 대량 생산에 비해 한 부 만드는 게 높은 편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OD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있다는 것 인가.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 모두 결국에는 물류비, 보관비 줄이는 데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은 보통 200만 부 정도를 물류 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니까. 예스24의 경우도 도서사업 본부장님이 나보다 관련 시장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계실만큼 관심이 많으시더라. 그래서 계약이 무난히 체결된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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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가 출판 시장 현황은 어떤가. 

굉장히 크다. 앞서 말한 룰루닷컴의 경우 2011년도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매출이 300억 원이 넘는다. 아마존도 ‘킨들 싱글(kindle single)’을 통해 1인 출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자가 출판 시장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수요가 없진 않다. 국내 출판사 개수가 총 5만4천 여개다. 그 중 75%가 1인 출판사다. 그런데 4만 여개의 1인 출판사 중 실제 책을 내놓은 곳은 2,700여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출판사를 열긴 했는데, 막상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니까 사업자만 내고 결국 사업을 접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디지털 출판 플랫폼들도 성장하고 있다. 전자 출판이 대중화되면 현재 부크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자책 점유율이 높아질 수록 우리는 오히려 이익이 크다. 전자 데이터가 효율적이긴 하지만, 결국 사람의 소장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도서는 사재기, 소장 품목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실물로 보관하길 바란다. 최근 출간되고 있는 SNS 시인들의 시집같은 경우도 사실 웹 상에 모두 공개되어 있다. 하지만 책으로 굳이 구매하고자 하는 것이 국내 소비자의 성향이다.

해외에서는 자판기처럼 원하는 책을 바로 인쇄해서 보는 키오스크 형태의 출판 서비스도 출연했다. 

퓌프(PUF)와 같은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이 실제 상용화됐다. 인쇄부터 제본까지 모든 과정을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을 거라고 본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해외와 국내 독자의 책에 관한 관점 자체가 다르다. 국내 시장은 독자들이 책의 질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다. 외국은 책을 콘텐츠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게도 가볍고 재질도 갱지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에스프레소 북 머신의 경우 그 안에 장착된 플랫폼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인데, 주로 판매되는 것이 교재와 소설 두 가지다. 근데 국내에서는 책에 날개가 들어가야 하고, 표지에 에폭시가 들어가야하고, 코팅이 들어가야 하는 등등 수많은 옵션들이 존재한다. 국내 독자들은 콘텐츠 자체만큼이나 책의 디자인도 중요하게 본다. 완전 다른 구조다.

표지 디자인과 내지 구성 등에 예민한 국내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크크에서는 출판 시 창작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원래 출판 편집을 할 때에는 인디자인과 같은 전문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단순한 한글 워드 파일로 편집을 하면, 화면 상으로는 괜찮은데 인쇄했을 때 정말 질이 떨어진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워드 프로그램에 적절한 설정값을 주고 이를 창작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를테면, 자간이나 폰트 등에 기본 값이 들어가 있어, 작가가 그 안에 텍스트를 붙여넣기 하면 자동으로 출판 편집이 완료되는 형태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지만 효율적으로 편집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결과다. 미국의 메이저 기업인 룰루닷컴이나 국내 POD 서비스 기업들도 편집 부분을 간과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안정적인 편집 구조를 갖추기 위해 계속해서 버전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외에 출판 편집 전문가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부분은 유료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급 표지 서비스가 있다. 자체적으로 표지를 만들기 힘든 창작자들에게 개 당 7만 원 정도의 표지 디자인 패키지를 판매한다. 보통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표지 디자인을 의뢰하면 50~10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이는 개인 출판자에게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고급 표지 상품이 지난 추석을 기점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데, 지금까지 150개 정도 판매했다.

얼토당토 않는 내용의 원고를 들고 오는 창작자가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나. ‘부크크’라는 출판사의 브랜딩을 위해서도 퀄리티 관리는 필수적일 것이라고 보는데. 

자체적인 기준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에세이라고 볼 수 없는 사적인 일기의 경우 출판이 불가하다. 또 커플과 관련된 기념물의 경우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원고 전체를 읽진 않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파악한다. 때때로 부크크 이름을 달지 않고 출판하고자 하는 고객들도 있다. 이 경우에 개인이 출판사를 만들어오면 된다. 1년에 2만9천 원 정도를 지불하면 출판사를 설립할 수 있는데, ISBN 번호 같은 경우도 우리가 아닌 그 쪽 출판사로 받는 방식이다.

텍스트 뿐 아니라 웹툰 쪽으로도 분야를 넓힐 예정이라고. 

현재에도 몇 몇 웹툰 작가가 우리 플랫폼을 통해 출판하고 있다.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웹툰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오히려 웹툰 작가들이 우리보다 편집에 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월하게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투자 계획은 없나. 

작년 11월 쯤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있었다. 투자 제안을 받았던 게 딱 손익분기점을 넘긴 달이었다. 우리는 손익분기점이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제안을 받았을 때도 ‘굳이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도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으므로, 투자를 받는다면 자금 필요에 의해서보다는 유통 채널 등 네트워크적 요인으로 받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일단 올해 목표가 모든 온라인 서점과 계약하는 것이었다. 몇 몇 기업들과 논의 중에 있다. 단기를 6개월로 잡고 있는데, 이 안에는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싶다. 우리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작았다. 실제 콘텐츠를 생상하는 웹소설 업체, 블로그 플랫폼 등과 제휴를 맺고 그 안의 작가들이 부크크를 통해 돈을 벌어가는 구조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서점 뿐 아니라 오프라인 대형 서점까지 원스톱으로 연결되는 유통 구조를 만들고 싶다. 부크크에서 출판과 관련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지켜봐달라.

기자 /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argot Jung is a Editor of Platum. She is covering the startups and also an member of the startup. She writes about news of startups and IT trends in Korea and China. She’ll do her best to convey information that can be helpful to entrepreneurs in a easy to read.

댓글 (1)

  1. 이은경 아바타
    이은경

    책을 발행해주시고 출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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