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에이전틱 AI 시대”…한성숙 “정부, 첫 창구 될 것

무대 위 남자가 AI에게 묻는다. 정보기술은 어떻게 발전해왔나. 스크린에 답이 뜬다. 다섯 단계를 거쳤다고. 구전 지식, 문자, 인쇄술, 인터넷, 생성형 AI. 남자가 다시 묻는다. 그럼 다음은 무엇인가. AI가 답한다. 여섯 번째 단계가 온다고.
10일 오전 코엑스. 컴업 2025 개막 무대다. AI 검색엔진 라이너를 만든 김진우 대표가 서 있다. 올해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그는 자신이 만든 AI에게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AI가 미래를 예측한다면, 스타트업은 미래를 다시 쓴다.”
여섯 번째 단계. 에이전틱 AI의 시대. 김 대표는 각 단계마다 이름을 붙였다. 구전 지식은 독점, 문자는 저장, 인쇄술은 복제, 인터넷은 탐색, 생성형 AI는 지식화. 그리고 이제, 에이전틱 AI. 행동화다.
인터넷은 탐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검색창에 몇 단어만 치면 문서가 쏟아졌다. 그 검색 스타트업들이 지금의 빅테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보가 너무 많아지자 오히려 선별이 어려워졌다. 어떤 정보를 활용해서 지식으로 만들고 움직여야 하는지, 그게 문제였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유다. 더 이상 문서 뭉치가 아니라 조합된 지식을 바로 받는다. 그리고 이제, 에이전틱 AI의 시대다.
“에이전트는 단순히 답을 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와 함께 고민하고 실행합니다. 정보를 검색하고 지식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의사결정하고 실행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가 이어서 단언한다. “앞으로 몇 년간의 변화는 지난 100년보다 훨씬 더 클 것입니다.” 변화의 주체는 누구인가. “언제나 일상을 기술로 바꿔온 스타트업입니다.” 그가 덧붙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혁신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무대가 바뀐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원고를 들고 오른다. 라이너 대표가 대본 없이 능숙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자신은 열심히 읽겠다고 농담을 던진다. 관객들이 웃는다. 그러나 그가 전하는 내용은 가볍지 않다.
올해는 특별한 해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과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제정 30년, 2005년 모태펀드 출범 20년을 맞았다. 그사이 수많은 창업가들이 도전했고 혁신했다. 컴업도 7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리고 글로벌 스타트업들과 연결하는 교류의 장으로 성장해 왔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는 없습니다. 인터넷 플랫폼이 처음 만들어지고 모바일이 세상을 바꾸던 때보다 훨씬 더 격변의 시기입니다.”
그의 진단은 냉정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연결됐다. 제조 현장까지 모두 연계됐다. 한국 기업끼리의 경쟁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싸워야 한다. “스타트업에게는 기회지만 너무 힘겨운 싸움입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내부 직원들을 주로 만났다. 이제는 창업가들을 만난다. 그들이 처한 현실을 본다. 미래가 있다. 잠재력도 있다. 능력도 있고 자본도 있다. 하지만 혼자서는 안 된다. 경쟁이 너무 격화됐다.
“혁신은 혼자서 완성할 수 없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만나야 한다. 글로벌 기업과 대·중견기업이 협력해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창업 생태계를 강화할 때 비로소 기회가 생긴다. 컴업을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역할도 달라진다. 그는 최근 만난 창업자들의 요청을 전한다. “스타트업의 첫 번째 창구가 되어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의 다짐이 이어진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하는 후원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습니다.”
컴업 2025의 슬로건은 ‘Recode the Future’다. 미래를 다시 쓰는 시간. 그간의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는 비전을 담았다. 무대 위에서 AI는 여섯 번째 단계를 예고했다. 정보의 행동화. 30년을 쌓아온 벤처 생태계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씨앗을 뿌렸다. 이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차례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