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로 “젠 스비또버 발렌찌나(День Святого Валентина)” 직역하면 ‘성(聖) 발렌틴의 날’이라는 의미이다. 소위 발렌타인 데이를 일컫는 러시아어이자 발렌타인 데이 축하 인사말이다. 매년 2월 14일은 양국에서 공히 이날을 기념하지만 러시아의 발렌타인데이와 우리나라의 발렌타인데이는 국민들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우리나라에서는 발렌타인 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남자가 줄 수도 있고 여자가 줄 수도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줘야한다는 원칙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풍속과 가장 반대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면은 비단 러시아에서만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이나 기타 사탕종류를 주로 선물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자신이 사주고 싶은 것을 선물한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줘야한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것이다.
- 우리나라엔 ‘화이트 데이’란 국적불명의 날이 발렌타인 데이 한달 뒤에 찾아온다. 우리네 ‘공식’대로 하자면 이날은 남자가 여자에게 뭔가를 줘야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그런날이 ‘당연히’ 없다. 대신에 러시아 남성들은 3월 8일 ‘여성의 날’에 집중한다. 이날은 러시아 전역 어디에서나 여성을 위해 꽃다발(혹은 꽃송이)을 든 남성들(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로 넘쳐난다. 물론 선물도 마찬가지다.
- 우리나라에서는 발렌타인 데이가 남녀노소를 막론한 축제의 날이라면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열기는 없다. 이날에 선물을 주고받아야한다는 개념이 퍼진것은 10년 전 부터이다. 하지만 젊은층으로 한정짓는다면 그 열기는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 해외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은 발렌타인 데이에 당연하게 데이트를 즐긴다. 위에 언급했듯이 선물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주체와 객체는 성별을 따지지 않는다. 다만 이들에게는 발렌타인 데이는 연인의 날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초콜릿으로 대동단결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이 다를뿐이다. 물론 이날에 초콜릿 소비량이 여느날에 비해 높기는 하다.
러시아에서는 발렌타인 데이가 우리나라에서처럼 범국민 행사로 인지되지는 않지만, 1월 말즈음에서 2월 14일까지 발렌타인 데이와 관련된 TV광고나 매체 광고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추세다. 선물 주고 받는걸 즐기는 러시아인들을 겨냥한 메이커들의 전략이 보이는 부분이다.
국민적 행사는 아니지만, 발렌타인 데이 당일은 러시아에서도 인상적인 이벤트들이 벌어진다. 게중에 지난해 러시아 제2도시 쌍뜨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열렸던 거리 이벤트는 제법 인상적이었다.
이름하여 ‘영원한 사랑 서약서 등록행사’가 그것이었다. 뻬쩨르부르그 거리 곳곳에는 서약서를 쓰는 부스가 차려졌고 연인들은 줄을 서가며 서약서에 사인을 하는 전경을 연출했다. 서약서는 주최측이 미리 인쇄한 것이었으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연인들은 각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는 과정으로 이벤트는 진행되었다. 참가한 연인들에게는 가벼운 기념품이 증정되었다.
이러한 서약서 사인 행사는 러시아인들의 결혼식 풍경과 매우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인들의 결혼식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행하는 것이 거주지 인근 등록소에 가서 혼인서류에 사인을 한다. 우리네 부부들이 결혼식 전후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는 과정이 러시아는 결혼식에 필수 세리모니로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당시 이 서약서 등록 행사의 주최측은 발렌타인 데이가 선물만을 주고받는 ‘소비의 날’이 아니라 연인, 가족 간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