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15] 허밍만 하면 작곡을 할 수 있다? – 험온
무의식적으로 생각나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만 해도 제대로 된 한 곡으로 완성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삼성전자 출신 8년차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음악 작곡 앱 ‘험온’이 그것이다. 간단한 멜로디 뿐만 아니라 락, R&B, 오케스트라 버젼 등 다양한 컨셉으로 음악을 변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음악 작곡 영역을 대중들도 쉽게 즐기는 것, 개인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인 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를 만나봤다.
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
쿨잼컴퍼니의 험온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씨랩(C-lab)과제에 선정돼 연구를 하고 있다. 올해 5월 소비자 반응을 보려고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려 놓았고, 내년 상반기 풀 버젼이 나오기 전까진 오픈베타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총 다운로드 수 10만 건, 하루 1500건 정도의 다운로드를 기록중이다. 그 중에서 해외 비중이 크다고.
이렇다할 홍보를 한 적이 없는데 최근 한달간 다운로드 추이를 보면 60%가 해외에서, 특히 중국 쪽에서 많이 유입되고 있다. iOS버전까지 개발되면 정식으로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는 유료 과금 사용자가 중요한데, 미국은 우리나라의 20배, 일본은 10배 정도 국내보다 시장이 크다. 거리상 가깝고 업의 이해도가 빠른 일본에 먼저 진출할 생각이다. 그때까지는 아직 프로토타입인 앱을 고도화하고 정비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Starup:CON 2016 에서 가수 옥주현과 함께 앱을 시연 했다.
음악 하는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보고 놀라는 걸 봤다. 가치 있는 일을 하는구나 싶어 더욱 열심히 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가수를 놀라게 한 험온에는 어떤 기능들이 있나.
‘험온’은 사용자가 허밍만 하면 멜로디를 분석해 악보로 변환해주고, 그에 어울리는 코드의 반주까지 자동으로 만들어 음악을 완성할 수 있는 앱이다. 이를 지인들과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 앱은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된다. 단지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음악을 작곡할 수 있고 멜로디는 최고 5분까지 만들 수 있다. 만들고 난 뒤 악보 인쇄에 대한 니즈도 있어 조만간 관련 기능을 탑재할 생각이다. 다만 작곡을 할 땐 허밍으로 만들길 추천한다. 노래를 부를 땐 피치가 변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허밍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가 허밍하며 생각한 멜로디와 실제 들리는 멜로디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맞다. 악기는 피치가 정확한데 비해 음성은 다르다. 호흡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등 인간마다 가진 다른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서비스를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먼저 허밍하면 자동으로 빠르기를 찾아주는데, 매트로놈 기능을 사용하면 더욱 박자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또는 8분음표, 16분음표 단위로도 할 수 있다. 발성자의 의도대로 음악을 만들게 돕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마음에 안 들면 편집해서 바꿀 수도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알고리즘 테스트를 진행해 개선점을 찾고 보완하는 중이다.
험온과 비슷한 서비스가 있나.
허밍을 악기 소리로 변환하는 서비스는 있다. 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반주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한번에 연결하는 한편 머신러닝으로 고도화한 컨셉은 아직까지 세계에 전무한걸로 안다.
앞서 머신러닝을 언급했는데, 이 서비스에 적용된 핵심 기술을 설명해 준다면?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음성 신호를 악보로 잘 만드는 기술과 악보로부터 좋은 반주를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를 잘 하려면 음악정보복원(MIRㆍ Music Information Retrieval)을 잘 해야 한다. 즉 음의 높이가 얼마인지, 허밍이 언제 발생해서 끝났는지, 조성 및 BPM 정보 등을 제대로 알아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머신러닝인데, 이 기술이 중요하다. 사람이 어떤 코드와 화성을 써서 반주한 것인지 기계에게 학습시킨다. 그러면 기계가 임의의 사용자 멜로디를 보고 특정 반주법이 어울릴 거라고 추천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게 우리의 핵심 기술이다. 첫 번째 기술은 관련해 특허가 있고 두 번째는 준비중이다.
험온의 PC버전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 음악 전문가들 상당수는 맥북 등 PC환경에서 작업을 한다.
우리는 모바일 전용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전문가 보다는 일반인들이 쉽고 편하게 곡을 제작하게 돕자는 컨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곡 퀄리티가 아닌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음악’을 커버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릴 때 구도를 따지지 않잖나. 마찬가지로 험온이 개인에게 의미 있는 음악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됐으면 한다. 자신이 편하게 작곡한 노래를 지인들과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선에서 우리 서비스가 애용되길 바란다.
서비스 앱은 재미가 없어지면 사용량이 줄어든다.
사용자들이 계속 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서 음악 제작 행위가 재밌다고 느끼게 하거나 만들어서 쓸 데가 있도록 하고 싶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음악 게시물을 이용한 소셜 미디어 활용을 유도하는 거다. 각자 만든 결과물을 SNS에 올려 자랑하거나 공유하게 하고, 관련한 악보나 파일을 활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대중들이 페이스북을 쓰는 이유는 재밌어서 쓴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도 사용자들 경험을 지속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최적화 이슈 등 기술 성능에 대한 오류는 없나?
우리 서비스가 사용될 수 있는 디바이스는 전 세계에 5천개 가까이 된다. 5천가지 기종을 모두 테스트 할 수 없기에 간혹 버그가 생기긴 한다. 그래서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전 기종에서 무리 없이 사용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많이 받는 질문일텐데, 이 기술을 다른 기업이 따라할 우려는 없나?
우리가 이 서비스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경쟁에서 질 이유도 없고 유사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해도 우리보다 더 빨리 고도화 할 순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는 많은 이들이 한번쯤 생각해본 ‘쉬운 컨셉’의 서비스다. 여기서 생각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구현해낸 것이 우리가 넘은 허들이고 기술이다. 뒤쳐질 거라 여기지 않는다.
무료음악앱 비트가 지난 11월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한국은 음악 서비스를 하기 여전히 어렵다는 평가인데, 험온에는 영향이 없나?
우린 비트와 저작권 등 비용 발생 및 접근 방식이 다르다. 우리 사업은 유지비가 크게 들지 않는 편이다. 다만 이런 차이를 떠나 비트로 인해 음악 시장 자체가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건 경험했다. 그 일이 우리에게 경각심을 줬고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음악은 언어의 장벽이 낮은 분야이기도 하니 승산이 있다고 본다.
B2C는 홍보가 많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별다른 홍보 없이도 바이럴만으로 의미 있는 다운로드가 일어났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 집중해 홍보할 생각이다.
B2B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은 없나?
실시간으로 파형을 본 뒤 악보로 그리는 모듈에는 여러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허밍한 게 얼마나 BPM을 조성하는지, 언제 발화하고 높이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드를 제대로 넣고 반주를 붙이는 것이 가능하려면 입력 수단을 드로잉이나 모션으로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지는 곡은 다른 미디어와 달리 각각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술이 필요한 업체와의 연계를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C-랩 출신 기업은 삼성전자와 협업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우린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업이고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다. 상호 서비스의 본질이 다르다. 협업을 하게 된다면 기반 기술 및 응용분야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쿨잼컴퍼니 팀원들이 궁금하다.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분사할 때 같이 나온 개발자 3명과 마케터 1명을 포함해 5명, 이후 디자이너와 싱어송라이터가 합류해 총 7명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대학시절부터 음악 관련 앱을 만들던 인재, 사내 과제에 선정된 후 1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인재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우리 팀원이다.
팀원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평균 근속 연수도 꽤 된다.
삼성전자에서 적게는 4년부터 17년 까지 근속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팀원 중에는 삼성전자에서 한 팀을 이끌던 사람도 있다. 바다OS, 타이젠 OS의 그래픽을 총괄하던 사람이다. 팀에 합류한 이유를 ‘지금보다 더 재밌는 삶을 살고 싶어서’ 라고 했다.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는데 그걸 포기하고 나온 거다. 다들 같은 마음으로 합류해줘서 감동스러웠다. 마음도 맞고 실력도 뛰어난 팀원끼리 모여서 하면 뭐라도 이루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들을 전적으로 믿는다.
초기 스타트업치곤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스핀오프할 때 삼성전자로부터 투자를 지원받았다. 이게 큰 힘이 됐다.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그들을 영입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정도 갖춰졌기 때문이다. 시리즈 A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그러려면 어느정도 성과가 나와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먼저 물어봤어야 할 질문인데, 왜 사업을 결심했나?
회사를 다니면서도 사업가의 꿈이 있었다. 기업은 그 시대의 인재와 비용 등 핵심 역량이 집중 돼있는 곳인데, 좋은 기업문화가 더해진다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 생각이 심화되어 결국 ‘사람 살리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시작했다.
좁게는 회사에서 넓게는 사회에서 사람이 태어난 본성 그대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있도록 돕고싶다. 그래서 사내에서는 틀에 박힌 문화를 상호 강요하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예를 들면 모두 아침에 출근을 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업무 몰입시간이 각자 다른데 굳이 다 따라야 할 필욘 없다. 서로 이해하고 보완하면서 각자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회사의 조직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나.
우리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가 코어타임이다. 나머지 시간은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이 있으면 미리 공지하고 나오지 않아도 된다. 다만 지금 팀원은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하고 있다. 모두 하고싶은 일이었고, 자신의 기여도에 따라 팀이 성장하는 게 보여서 그러지 않나 싶다.
부인이 쿨잼컴퍼니 ‘제 8의 멤버’다.
일등 지지자다. 우선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하겠다 할 때 믿어줬다. 이후 사업 초기때부터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팀과 정체성을 만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성적인 엔지니어로만 이뤄진 우리 팀에 없어선 안될 고마운 존재였다. 그외 대외 행사에서 회사를 소개할 때 자료를 만들어 주는 등 힘을 보탰다.
눈앞에 있는 마일스톤은 무엇인가?
음악비즈니스는 오래된 산업이다. 그렇기때문에 분업 최적화가 잘 돼있고 진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 승부를 보고 싶었다. 소수의 사람들이 음악을 더욱 더 잘 만드는게 아닌, 더 많은 곳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음악이 나올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고 싶다. 그러려면 시장을 증명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사업 규모를 늘리며 그에 따른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기술 분야에서도 초석을 쌓으려 한다. 이게 내년 상반기까지의 목표다. 더 멀리 내다본다면 작곡을 안하던 사람들도, 짧은 곡을 쉽게 만들어 주위에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는데 우리의 서비스와 기술이 쓰여지는 것이다.
대표 최병익에게 쿨잼 컴퍼니란 어떤 의미인가?
‘우리 모두의 것이지만 맘대로 할 순 없는 그 어떤 것’이다. 회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생각해 봤는데, 여러 이유중에 브랜드 스스로 역동성을 가지고 성장 했다는 것도 있다. 쿨잼컴퍼니는 자생력을 가지고 자유롭게 커가면 하는 존재라고 본다. 그래서 인위적인 틀 안에 회사를 가두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