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스타트업 대표가 12억 날리며 깨달은 것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 잘 나가는 건 다르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C랩)으로 태동해 2016년 분사한 ‘쿨잼컴퍼니’는 인력과 기술력,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했다. 국내외서 주목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음악 앱(험온)은 200만 회(10월 현재 기준) 가량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한국팀 최초로 세계 3대 음악 박람회 ‘미뎀랩(Midemlab) 2017’에서 우승했다. 또 한국팀 최초로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버클리 스카이덱에 선발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표 서비스였던 첫 아이템 험온과 두 번째 아이템(인공지능 BGM 서비스)은 실패로 귀결됐다. 둘 다 수익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 연사로 나선 쿨잼컴퍼니 최병익 대표는 “회사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회사가 잘 나가는 것은 큰 괴리가 있었다. 험온은 고객이 원했던 서비스였고 다운로드 수도 많았지만, 고객이 지갑을 여는 서비스는 아니었다.”며 “본업하고 상관없는 것에 많은 리소스를 투여했다. 정작 가장 중요한 회사의 이벤트인 유료화는 회사 설립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내놓았다. 유료화를 미룬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해서 완성도를 높이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되겠다 싶어 싶어 시간을 끌었다. 어느 정도 완성도가 되었다 싶어 수익모델을 내놓았는데,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서비스 한지 3년만에 알게 된 것이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창업 후 해야할 일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이다. 앞선 실패에 배운 건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해도 될 일이었다.”라며 “가장 큰 리스크부터 해결해야 한다. 창업은 10명 중 9명은 망한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 1위는 ‘마켓 니즈를 못 찾아서’이다. 그걸 찾기 위해서는 돈을 받고 팔아봐야 안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날 최병익 대표는 앞선 두 번의 실패와 현재 비즈니스 모델인 크라우드소싱 기반 유튜브 영상편집 서비스 ‘에딧메이트‘를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이하 강연 전문 정리.
인공지능 음악 앱 험온이 실패한 이유
애시 모리아는 저서 ‘린 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 3단계를 우선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Problem/Solution Fit)’, 두 번째 ‘사람들이 원하는 솔루션인가?(Product/Market fit)’, 세 번째 ‘성장을 어떻게 가속화 할 것인가(Scale Up)’라고 했다. 1번을 풀면 ‘MVP(최소요건을 갖춘 제품)’가 나오고, 2번을 해결하면 좋은 ‘제품’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시장과 맞으면 ‘성장 가속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단계인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에서도 답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제대로 된 MVP를 만들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필수성)’, ‘고객이 돈을 낼 만큼 원하는 것인지(실용성)’, 우리가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현실가능성)를 감안해야 한다. ‘험온’은 이중 2번과 3번에 대한 답을 3년 간 못 찾았다. 고객이 원했던 서비스였고 다운로드 수도 많았지만, 돈을 내지는 않았다. 인공지능 기술로 음악을 할려면 사람이 하는 수준이거나 그보다 나아야 했는데, 현재 기술로는 그 기대치에 도달할 수 없었다. 서비스를 3년 간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수익화에 실패해 현재 험온은 안드로이드 버전만 무료로 열어놓은 상황이다.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지만, 과도한 언론 노출,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무리한 IR대회 참가, 목적이 불분명한 해외 진출, 사람부터 먼저 뽑는 것, 많은 정부과제 수행은 피해야 한다. 정부과제를 할 당시에는 일을 잘 하고 있고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어설프게 남들 따라 만든 ‘쿨’한 조직문화도 꼭 필요한건 아니었다. 일하고 상관없는 것에 많은 리소스를 투여했다.
정작 가장 중요한 회사의 이벤트인 유료화는 회사 설립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내놓았다. 유료화를 먼저 했었어야 했는데 미뤘다. 반추해보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해서 완성도를 높이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되겠다 싶어 시간을 끌었다. 어느 정도 완성도가 됐다고 생각해 수익모델을 내놓았는데,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만약에 이걸 먼저 알았더라면 더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을거다.
창업 후 3년 뒤…대표 혼자 회사에 남았다.
다섯 명이 공동창업을 했는데, 나를 빼고 네 명이 모두 퇴사했다. 스카이덱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는데, 공동창업자가 다 떠났기에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폐업도 할 수 없었다. 투자받은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이었고, 믿고 따라와준 직원들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했다. 그래서 공동창업자들의 지분을 혼자 다 인수했고, 회사 빚과 연대보증으로 인한 빚을 갚기 시작했다. 이후 직원도 모두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12억원 정도 날렸다. 창업 3주년이던 2019년 12월 다 떠나고 혼자 회사에 남게 됐다.
쿨잼컴퍼니의 피봇 히스토리
많은 돈을 쓰고 인공지능 작곡 서비스 ‘험온’을 2년 정도 하다가 멈췄다. 뮤직 크리에이션 서비스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씁쓸한 교훈을 얻었다. 이후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피보팅을 해 인공지능 BGM서비스(사운드업)을 출시했다. 소비자가 크리에에션에는 돈을 쓰지 않지만, BGM에는 돈을 쓸거라 생각했다. 1년간 서비스했는데, 소비자는 사람이 만든 음악 위주로 사지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에는 역시나 돈을 안 썼다. 그러다보니 기존 음악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성장은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봤다.
그리고 나서 피보팅해 출시한 서비스가 ‘인간지능’ 영상 편집 서비스인 ‘에딧메이트’다. 영상시장을 살펴보니 가장 큰 문제는 편집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하다보니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인공지능이 다 잘하는 건 아니다. 특히 창작의 영역은 여전히 사람이 더 잘하는걸 깨달았다. 인간이 직접 편집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한 배경이다.
세 번째 서비스로 피봇하며 풀어야 했던 문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MVP를 만들기 위해 필수성, 실용성,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빌드업을 했다.
분야 전문가가 아닌지라 유튜브 편집을 외주로 하는 니즈가 얼마나 되는지를 처음에는 알지 못 했다. 그래서 여러 재능마켓에서 편집을 맡기는 사람과 편집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가져와서 무료로 매칭시켜 봤다. 유저들이 어떻게 거래하는지 어떤 정보가 오고가는지를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근본적으로 플랫폼이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유튜버 등 영상 편집 수요자는 돈을 적게 주고 싶고, 제공자인 편집자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는 거다. 거기에 플랫폼을 유지하려면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이걸 풀기위해 고민한 끝에 최상급 편집자만 선발했고, 가격이 다소 높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편집을 맡기는 많은 사람들이 재능마켓에서 실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퀄리티가 낮아서다. 완성품을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돈을 더 주더라도 검증된 편집자와 일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 그리고 편집자들은 스킬이 좋고 나쁨을 떠나 재능마켓에서 비딩 형식으로 수주를 해야하기에 저렴하지 않으면 선택 자체가 안 되서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그 부분이 빈 시장이라 판단해서 들어왔다.
영상편집 서비스 MVP 준비…개발 요소를 모두 뺐다.
2019년 9월 초, 잠재고객 20명을 인터뷰 후 ‘린 캔버스(Lean Canvas, 린 스타트업에 대응하여 빠르게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작성했다. 서비스 제공자와 수용자의 상황에 따라 건당 차감 방식으로 매칭을 시켰다. 9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8주간 무료로 매칭했고, 11월 말에 MVP를 개발했다.
서비스의 MVP개발 요구사항을 꼽아보니 우선 랜딩 페이지가 필요하고, 고객과 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파일을 주고받는 전송 시스템, 계약 체결 시스템, 견적 발송 시스템, 결제 시스템, 고객관리 시스템 등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때 회사에 나 밖에 없었기에 이걸 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발 요소를 모두 빼기로 했다.
그래서 윅스(Wix 홈페이지 제작서비스)로 하루만에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카카오톡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파일전송은 기존 서비스 중 좋은 걸 추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지금은 제대로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계약 과정도 생략하고 진행했다. 견적은 구글독스로 받아서 PDF로 변환해 전달했다. 결제는 계좌이체로 했다. 고객관리는 구글시트로 대응했다. 이렇게만 해도 서비스는 돌아갔다.
무료 매칭 이후 2019년 12월에 첫 유료 고객이 발생했다. 11월에 연결이 되어 짝사랑하는 사람, 전남친처럼 열심히 연락했다. 고객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고 거절을 했지만, 12월에 다시 연락이 와서 첫 고객이 되었다. 이 고객은 지금도 우리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 초반 6개월 성적표
에딧메이트의 첫 달(12월) 매출이 287만 원이 발생했다. 그달 험온보다 매출이 더 높았다. 험온이 얼마나 돈이 안 되는 서비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6개월 간 월 매출 평균 성장률이 76%를 기록했다. 고무적인건 재구매율이 92%에 달했다는 것이다. 6개월 차 매출은 약 5천만 원, 지금은 1억원을 향해 가고 있다.
마케팅은 따로 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영상 편집 수요자를 찾았고, 공개된 이메일에 서비스 소개를 보냈을 뿐이다. 지금은 제대로 마케팅을 하려고 시도 중이다. 운영인력은 6개월 동안 나를 포함해 세 명이서 했다. 지금은 9명이 되었다.
우린 품질 관리를 위해 영상 편집자를 깐깐하게 선발한다. 100명이 지원하면 그중에 10명 정도만 일하게 된다. 납기 준수는 기본이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 전담 매니저가 365일 대응한다. 그리고 세금계산서나 견적서, 계약서 등 필요한 서류도 고객 편의적으로 처리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김미경TV, 신동댕동, 직방TV 등 50여 유튜브 채널이 고정으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들 고객 채널의 구독자 수를 합치면 1000만 명에 달한다. 네트워크 파워가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
사람인이 발표한 조사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유튜브 도전 의향은 63%에 달한다. 직장인 2대 허언이 ‘퇴사한다’와 ‘유튜브한다’라고 하잖나. 이것이 허언에 그치는 이유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널을 운영하려면 해야할 것이 많다. 기획, 촬영, 홍보, 채널성장, 악플 등 신경쓸게 많다. 에딧메이트는 이중에 편집에 대한 허들을 낮춰주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비디오 크리에이터에게는 스트레스 없는 영상 편집 협업 경험을, 에디터에게는 높은 보수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의 목표는 영상 편집 서비스를 주축으로 비디오 크리에이션 산업의 서플라이체인을 혁신하는 것이다. 영상 소비는 TV에서 모바일로, 유튜브로 넘어왔다. 하지만 영상 공급자는 여전히 TV시장의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 서플라이체인을 유튜브와 모바일에 특화된 형태로 바꾸는 데 일조하려 한다.
잘 된 편집의 기준, 정량적인 지표
편집은 창작의 영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측정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강의영상, V로그, 토크 등 카테고리 별로 정형화된 공식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견적 방식, 난이도에 따른 리소스를 세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공개할만큼 정교하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신뢰의 영역에서 서비스를 하고있다. 재구매율(92%)이 이를 보여준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따라한다면
우리 아이템이 진입장벽이 낮아보일 거다. 에딧메이트의 경쟁우위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편집자 풀’이다. 이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돕는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이들이 돈 많이 벌게 하는 것이 우리의 KPI(핵심성과지표)다. 그렇게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런 관계와 풀이 입소문이 나서 좋은 에디터가 많이 모인다면 이용자가 떠나기 쉽지 않다고 본다. 큰 회사가 따라한다면 우린 환영이다. 스타트업이 망할 때 경쟁으로 망하는건 그래도 후반 단계까지는 가는 거다. 보통 경쟁할 가치도 없어서 망한다. 그런 경쟁을 해봤으면 좋겠다.
남들처럼 하면 남들처럼 된다.
창업은 10명 중 9명은 망한다. 평균이 망하는거다. 창업 후 해야할 일이 많다. 사무실도 알아봐야 하고, 사람도 뽑고, 언론에도 노출되고, 회사 룰도 만들고, 평가 보상 체계도 만들고, 액셀러레이터도 지원하고, 피치덱도 만들고, IR대회도 나가고, 정부 과제 지원도 하고, 벤처 인증도 받고, 기업 부설 연구소도 설립해야 되고, 파트너십도 맺고, 네트워크 파티도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말하자면,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물론 나머지 일들도 해야할 때가 있다. 하지만 처음에 필요한 일은 아니다.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을 제대로 한 후에 할 일이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건 하지 않는게 좋다. 남들처럼 하면 망한다.
가장 큰 리스크부터 해결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 1위는 ‘마켓 니즈를 못 찾아서’라고 한다. 그걸 찾기 위해서는 돈을 받고 팔아봐야 안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 ‘가격’은 제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돈을 받고 팔아야 제품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어떤 상품으로 100억원을 벌려면, 1억원 짜리를 백 개 팔거나, 백만원짜리를 만 개 팔거나, 천 원 짜리를 천 만 개 팔아야 한다. 보통 가격과 수요는 반비례한다. 가격을 ‘0’으로 셋팅하면 수요는 이론상 무한대로 늘어나고 제품의 가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서비스든 처음부터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본다. 이 가격이면 누가, 얼마나 살지 시장규모를 측정하는 것이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돈 받고 팔아보는 거다.
투자유치 계획
구체적으로 언제 받아야 한다는 걸 정하진 않았다. 스케일업을 하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러프하게 생각하는 건 올해 말, 내년 초쯤에 투자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