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투자 받은 여성 창업 기업은 총 16개사, 450억 원 규모
■ 2016년도 투자 유치한 여성 창업 기업 총 16개사, 450억 원 규모
작년 한 해 투자를 유치한 여성 창업 기업은 총 16개사로 전년도보다 4개 사 늘었다. 비율적으로는 전체 피 투자사 수 대비 6.5%로 2015년도에 비해 0.8% 상승했다.
투자 유치 금액은 전체 평균이 54.7억 원인 반면 여성 창업 기업의 경우는 30억 원에 그쳤다.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에잇퍼센트(145억 원)와 더파머스(170억 원)을 제외한 평균 투자 유치 금액은 11.2억 원이었다. 16개의 여성 창업 기업이 2016년도 유치한 투자 총액은 약 450억 원. 전체 1조724억 원(모두 비공개 금액 제외)의 4.1% 수준이다.
2015년 여성 창업 기업이 유치했던 최고 투자 금액이 30억 원(에이프릴)이었던 반면, 2016년에는 에잇퍼센트, 더파머스 두 기업이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8퍼센트와 유라이크코리아의 경우 2016년 한 해에만 두 번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편 국세청이 작년 12월 말에 발간한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여성 사업자 비중은 전체 37.5%로 꾸준한 증가하고 있다. 전체 법인 사업자 중 여성 비율도 17.4%로 2011년 대비 2.3%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 창업한 신규 기업의 경우 여성 비율이 법인 21.8%, 개인 48.2%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창업률을 보였다.
2016년 투자를 유치한 여성 창업 기업 목록
■ 여성 벤처 지원 기관 통해 투자자 만난 경우 많아
작년도 투자를 유치했던 여성 기업 중에는 여성 벤처 지원 기관을 통해 VC와의 초기 접점을 확보한 곳이 많았다.
A 기업의 대표는 “여성 벤처 협회에서 정부 과제를 수행했던 것이 첫 투자 유치에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아무래도 남성에 비해 여성 대표는 지연·학연 등 네트워크 역량이 취약할 수 있는데, 지원 기관으로부터 투자자 소개나 판로 개척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B 기업 대표 역시 “한국 여성 과학 기술인 지원 센터가 개최한 캠프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사업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최근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는 여성 기업 지원 센터들을 디딤돌 삼아 성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여성 벤처 지원 기관으로는 WISET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 한국여성벤처협회,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등이 있다.
■ 여성 벤처 투자 조합, 인지도·접근성 떨어져
DIVA에 공시된 조합 정보
현재 벤처캐피털이 운용하고 있는 여성기업 투자 조합은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 시스템(DIVA) 조회 기준으로 총 세 개다. 수림창업투자, 캐피탈원, 포스코기술투자가 각각 100~145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중기청이 2014년 여성 기업 활동 증진을 위해 조성한 500억 규모 펀드의 운용사로 각각 선정됐다. 이 펀드는 여성이 최대 주주이거나 대표이사인 기업에 펀드 결성액 60% 이상을 의무 투자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국가 주도로 여성 벤처 육성을 위한 펀드 기금이 마련됐지만, 그 인지도나 접근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C 기업 대표는 “한 VC로부터 여성기업 투자 펀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찾아봤지만 홈페이지조차 없어서 놀랐다”면서, “포트폴리오사도 살펴볼 수가 없고 담당자가 없으니 다음에 다시 연락하라는 답변만 전해 들을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투자 현황 조사를 위해 한 펀드 운용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메일로 자세한 내용을 보내달라는 답변 이후 어떠한 후속 연락도 없었다. 국가가 자금을 조성해 운용을 위탁한 펀드인 만큼, 좀 더 활발한 홍보 활동과 투명한 절차 공개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 링크에서 각 여성기업투자조합의 만기일, 대표 펀드매니저 이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수림창업투자는 중기청의 여성 벤처펀드 운용사로 선정되어 2015년 말, 145억 원 규모의 ‘수림여성창조기업벤처투자조합’을 설립했다. 포스코기술투자도 2014년 7월 ‘포스코여성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해 운용하고 있다.
* 캐피탈원의 경우 작년 8월 145억 원 규모의 ‘캐피탈원 여성창조기업 투자조합’ 결성을 완료했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원래 작년 6월에 출범되었어야 할 이 펀드는 ‘LP나 투자자들이 여성 기업 투자에 대해 갖는 부담감’을 이유로 펀드레이징이 지연됐다. 이에 대해 캐피탈원 임영철 차장은 “단순히 여성 기업이라서가 아니라 여성 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투자 수익률을 낮게 책정하다보니,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아 펀드 결성이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캐피탈원은 지난 해 중부엔티엔, 농업회사법인 한백식품 주식회사, 한국교육시스템 등 총 세 개의 여성 벤처에 투자했다.
■ 결혼·출산 여부는 여전히 투자 위험 요소로 간주
작년 보도와 같이 올해에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투자 환경에서 큰 차별을 겪은 경우는 없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투자 심사 과정에서 기혼, 출산 여부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했다.
C 기업 대표는 “투자 심사 과정에서 내가 기혼이고, 아이가 있다고 밝히자마자 남편의 직업과 아이 연령부터 대뜸 묻더라”면서, “‘아이가 한참 손이 많이 갈 때다’, ‘시간이 부족할 테니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조언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벤처투자자가 결혼과 육아를 회사 성장을 가로막는 일종의 장애로 간주한다”면서, “사업 가능성을 검토받는 자리에서 결혼·출산 여부로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평가받는 것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20대 중반인 D 기업 대표도 “창업자가 한 회사를 만들어 궤도에 올리기까지 최소 4, 5년이 걸리는데, 여성 창업자의 경우 그 과정에서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미래를 생각하면, 여성 창업자로서 이런 분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VC 업계 자체가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