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로 진출한 창업가가 말하는 ‘미국 살이’
28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주최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진행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에선 창업자로, 투자자로 혹은 팀원으로 실리콘밸리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연사로 나와 그들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 가운데 화상 채팅을 이용한 타겟 고객을 찾아 인터뷰를 매칭해주는 서비스 ‘미띵스’의 윤정섭 대표, 익명 SNS 블라인드를 서비수하는 ‘팀블라인드’의 김성겸 이사, 영미권 모바일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Radish)의 이승윤 대표는 패널로도 등장, 알토스벤처스 박희은 심사역의 진행 아래 그들이 보고 느낀 ‘실리콘밸리’에서의 창업 소회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이승윤 래디쉬 대표, 김성겸 팀블라인드 이사, 윤정섭 미띵스 대표, 모더레이터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심사역
사업을 하며 받은 피드백 중에 도움이 됐던 것이 있다면?
윤정섭 대표(이하 ‘윤’): 보통 만나면 ‘제일 잘하는 걸 하라’는 말을 제밀 많이 들었다. 이와 달리 반대로 말한 분이 있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게 스타트업이다. 재밌어 하는 걸 하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겁이 없어졌다.
김성겸 이사(이하 ‘김’): 미국 갔던 당시 미국 사회에서 ‘익명성’은 부정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컨셉을 바꾸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당시 어떤 분이 블라인드 서비스의 장점이 ‘익명성’이니 고수하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 말을 듣고나서 진행한 모든 마케팅에 ‘익명성’이라는 메시지를 삽입한 채 진행됐다. 결국 그 단어 자체가 가졌던 힘을 믿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힘이 우릴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
이승윤 대표(이하 ‘이’): ‘본능에 충실한 결정을 하고, 신선한 발상으로 사업을 하라’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 사업을 하다 보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본능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 피드백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런던에서 한창 사업을 할 때, 우릴 도와줬던 투자자가 멘토링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다시 가라는 말을 해줬다. 런던엔 창업 경험이 없는 VC가 상대적으로 많기도 하고 미팅 요구도 많다. 그에 비해 미국은 비전, 시장, 팀이 좋으면 1시간만에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만큼 잠재력과 성장속도가 차이가 많이 난다. 그의 말에 다시금 용기를 얻어 실리콘밸리로 갈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는데 있어 회사 대표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영향을 주나? 불리한 점이 있다면 극복 가능한가?
이: 인종과 국가적 요소 보단 대부분의 VC가 포트폴리오사가 미국에 있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과 한국에도 투자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을 보면 이 경향도 바뀌는 것 같다.
김: 미국 VC는 우리에게 미국 시장에서 사업이나 서비스를 운영해 본적 있는지, 회사에 미국인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맞춤 세팅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다분히 이성적인 피드백이었다. 그 과정에서 특정 국가나 인종이 장애물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윤: 미국 투자자들은 아이비리그를 나온 어린 백인 미국 남성를 선호한다. 하지만 점차 트렌드가 바뀌면서 그런 경향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서 일하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친 적이 있나.
윤: 직위와 위치에 대한 인식이 국가마다 다르단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매니저란 답을 가지고있어야 하는 위치다. 그에 비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서 2010년부터 줄곧 그런 의사소통에 익숙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관리자로서 답을 내려줘야 한다는 것이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영국과 미국은 상황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 같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시니컬하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왜’가 항상 따라붙는다. 의견에 비판적인 태도를 갖춰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미국은 ‘왜 안돼’가 기본이다. 오히려 흥분을 가라 앉혀줘야 한다. 하지만 국가와 상관없이 스타트업의 기본 마인드는 문화가 달라도 비슷하다.
팀을 꾸리면 분열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팀웍을 회복했나?
윤: 이런 경우가 생길 때마다 마음은 아프다. 위축되는 것도 당연하고. 이럴 때마다 감정적인 사람이 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김: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업은 곧 쇼다. 정리를 잘 하고 어떻게든 잘 넘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갈등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들 각자 성격이 있어서 부딪치는 면을 쉽게 고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예 다른 성격을 가진 팀원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지내려면 인건비부터 생활비 등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돈이 드는 지 궁금하다.
김: 샌프란시스코는 시애틀 물가보다 40%정도 더 비싸다. 월세가 보통 5천달러가 넘는다. 그래서 사무실이 아닌 집을 빌려 썼다. 8명이 한 집에서 일했는데 방 2개짜리 아파트였고 방 한 칸이 한달에 2천4백달러 정도 했다.
윤: 실리콘밸리에서 인재를 구한다는 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하는 인재는 평균 3억원 넘는 연봉을 받고 일한다. 그래서 상황이 여의치 않은 스타트업에선 리크루팅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파운더가 되려면 코딩이든 디자인이든 어떤 한 분야에서 회사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5명이 팔로알토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한다고 치면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할까?
윤: 사무실 없이 직원 월급만 계산한다면 5천만원 정도 필요할 거다.
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3,4배 정도 더 든다.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든다. 인재들의 평균 연봉은 2억 2,3천 만원 정도 였는데,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생기면서 구글이 더 많이 제시하고 있는 추세로 바뀌었다.
한국과 미국 양국에 오피스를 두면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야한다.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면?
김: 시차가 있어 의사소통이나 결정 진행이 일부 느려질 때도 있다. 이럴 때 서로 오해가 발생하거나 일이 잘못 진행할 때도 있다. 그래서 문서로 잘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서로간 전화도 많이 하고 대화를 많이 해가며 갈등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윤: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은 대면보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꾸준히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매일 3,40분정도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업무 메신저를 자주 확인하게 하는 등 프로세스화를 통해 개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