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텀에서 여성 창업자에 의해 쓰여지고 있는 역사를 기록하는 인터뷰 기획 ‘허스토리(Herstory)’를 시작합니다. 창업자로 나선 초기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 그들이 써내려 가고 있는 혁신 과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연재입니다.
유정은 마보 대표 / 사진 = 플래텀
생활에 치여 생각할 시간과 방법을 잊은 현대인에게 스스로를 판단하게 만드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의 궁극적은 목적은 모든 이가 행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 합니다. 바로 ‘마음보기’인데요. 마음보기는 구글 명상 프로그램 전문가의 목소리를 콘텐츠화한 명상 어플리케이션입니다.
개발사 마보의 유정은 대표를 판교 어느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논리적이고 까칠한 크리스천이 명상에 빠져들기까지.
심리학을 공부한 인사 컨설턴트 출신입니다. 원래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릴 때부터 ‘행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람을 파악하고 싶어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마음이 힘든 사람과 마주 앉아 일대일 상담을 하거나 임상실험을 하는 것이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소비자 심리학을 활용한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영국에 유학을 다녀와서도 사람이 행복해지는 좋은 조직 구조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행복에 대한 답을 얻진 못했어요. 7,8년 정도 조직인사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아무리 좋은 인사시스템을 도입해도 직원이 행복해지지 않는다’였습니다. 구조와 시스템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람의 내면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명상을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마음이 복잡할 땐 서점에 갑니다. 어느날 차드 멩 탄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라는 책을 접했는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책엔 신비주의로 인식됐던 명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돼 있었어요. 심리학의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명상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 방법을 국내에 들여오고 싶어 저자 메일을 찾아 연락했습니다. 다음날 긍정적인 답변이 왔고, 3개월 후 구글 본사에서 그를 만나 구글에서 시작된 ‘SIY(Search-Inside Yourself,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국내기업에 도입했습니다. 그렇게 구글의 ‘gPause’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 도입에 이어 앱으로도 만들었습니다.
명상 프로그램을 더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gPause에서 알게 된 한 엔지니어가, 한국어로도 명상 프로그램 내용을 듣고 싶다며 내 목소리를 녹음하자고 했습니다. 그땐 영어로된 명상 앱만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다가 욕심이 생겨서 2016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그게 이어져 마음보기(이하 마보)를 지난해 9월에 정식 론칭했습니다.
대중에게 명상은 여전히 낯섭니다. 게다가 선입견도 있을 거고요.
저만 해도 선입견이 있었어요. 명상은 나란 존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현실에 기반을 둔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인데도 괜찮다’, ‘뭐든지 잘 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인지를 하는 겁니다.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수련원 광고를 접하는데요. 마보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명상 콘텐츠 자체가 차별점입니다. 즉, 앱을 이용해 일상에서의 활용도를 높였다는 게 다르죠. 저희가 내세우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은 2,500년 전 부처가 해왔던 명상법으로, 과학적으로도 많이 연구됐습니다. 타 종교인에게 종교적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명상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있다면 협업을 할 수도 있을텐데요.
명상에 집중한 정도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기기가 있습니다. 기기가 뇌파나 호흡을 통해 사용자가 얼마나 집중했는지 알려줍니다. 명상을 습관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으론 기기에 신경쓰느라 명상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마보는 그런 점을 지양합니다. 저희는 어떤 것에 ‘집중’하자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고요해짐으로써 내면에서 떠오른 생각을 지켜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디바이스와의 연계는 마음챙김 명상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간 친밀한 소통을 유도하며 단단한 마음을 만든다.
사용자와 소통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커뮤니티 기능도 있고, 사용자가 써보고 나아지는 것을 직접 우리에게 말해주다 보니 그렇습니다. 서비스를 통해 공황장애를 개선하거나 정신과 약을 먹지 않게 됐다는 사용자들도 있습니다.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됐다는 메일은 정말 많이 받아요. 이럴때마다 더 잘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유료 구독서비스이기 때문에 구매자의 리텐션율이 중요할텐데, 이를 유지 혹은 높이기 위한 전략이 있나요.
현재 버전인 마보 1.0에서 좀 더 기능이 추가된 2.0을 만드는 게 단기 목표입니다. 마보 2.0엔 개인용 맞춤콘텐츠 큐레이션이 가능하고 자주 듣는 콘텐츠엔 북마크 기능, 그리고 청취자간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 시키려 합니다. 제대로 구현되면 주변에서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고 소통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도 있겠죠.
명상이라는 건 운동과 같아서 혼자 하다 어느 순간 지칠 수도 있는데,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소통을 하게 된다면 더 꾸준히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거라 봅니다. 2.0이 만들어 지면 앱 내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료로 할 생각도 있습니다. 대신 더욱 명상에 몰입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 코스를 유료 사용자에게 제공하려 합니다.
▲우리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과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돈은 벌리나요?
론칭한 뒤 매달 20%씩 수익이 늘고 있습니다. 3월은 2월에 비해 3,40%정도 더 늘었습니다. 현재 8천 다운로드, 2,600여대 기기에서 운영됩니다. 보통 다운로드를 하면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10% 미만인데, 저희 서비스는 약 25% 넘게 사용되고 있다.
사업화 검증을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통해 이뤄냈다고요.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습니다. 목표금액은 200만원, 작은 굿즈와 앱 평생 이용권 등을 포함해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하루만에 목표액은 넘었고, 프로모션을 마감하고 나니 총 500명 참여, 목표금액에서 730% 넘게 달성했어요. 이는 진행한 펀딩 업체 내에서 콘텐츠 앱 기준 최고액 기록이었습니다.
앞으론 어떤 방식으로 알릴 계획인가요?
명상 대중화 시기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 소셜 임팩트 팀과 플러스 친구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카카오 마음연구소’라는 계정인데, 이 곳의 모든 카드뉴스 콘텐츠를 저희가 만듭니다. 카카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큰 틀에서 알려 나가려 합니다. 이 외에도 구글 명상프로그램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나왔던 워크북을 책으로 제작해 출판할 생각도 있고요.
아직 이른 말이긴 하지만, 해외버전 론칭 계획은 없나요.
중국어와 일본어 버전을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영미권엔 유명한 명상앱이 많지만 아시아권에선 떠오르는 앱이 없거든요. 한국에서 마보 2.0에 집중한다면, 해외에선 마보 1.0버전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사업 하며 어려운 점으로 ‘투자자 설득하기’를 들었습니다.
마보를 처음 만들 땐 사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투자 유치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서비스가 인수합병이나 엑싯 등이 기대되는 모델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국내에서 호응을 얻기 어려운 유료 구독 서비스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어느정도 알려지면서 소개로 투자자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저희 서비스가 다른 명상 앱과 차별되는 점을 소개하라면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질문이 ‘명상이요?’라고 오니 개념부터 설명하고 설득하는게 힘들었습니다.
▲명상으로 하나된 팀원, 소중하고 고맙다.
팀 구성은 어떻게 돼있나요?
음향 엔지니어와 제가 풀타임으로 근무 중이고, 앱의 카드 뉴스를 제작하는 콘텐츠 에디터, 일러스트레이터가 파트타임으로 근무해 총 4명이 마보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무실 개념이 따로 없어 만날 때 회의하는 식이에요. 평소엔 24시간 출근 모드입니다.
명상 모임에서 만난 팀원이라 들었습니다.
gPause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앱을 만들 수도 없었을 거예요. 음향 엔지니어, 일러스트레이터, 콘텐츠 에디터 모두 같은 그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현재 개발자도 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소개해줘 합류한 겁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해요.
서비스 하는 대표로서 스트레스는 없는 편인가요?
앱을 만드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기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어서 엔지니어를 몹시 고생시켰습니다. 저희끼리 언성이 높아지면 “명상 하자”하며 잠시 쉬고 진행했고요. 팀에 항상 얘기합니다. “이 사업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고 말입니다. 다행히도 팀원들은 이런 가치를 높이 사주고 있어요.
▲내가 아닌 ‘우리’의 행복을 위해 달려간다.
중단기적 목표를 알려 주세요.
마보가 명상하는 모든 이들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꿈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커뮤니티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마보2.0 버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외적으론 미국에서 열리는 ‘위즈덤 2.0’ 콘퍼런스를 2,3년 내에 한국에서 열게끔 여건을 마련하는 겁니다. 위즈덤 2.0은 ‘고대의 지혜’와 ‘현대 IT’ 두 개를 크로스오버한 주제로 열리는 콘퍼런스인데요. 행사에서 미국 유수의 기업인이 참가해 경험을 공유하는데, 행사의 주제는 대개 ‘사회가 어떻게 하면 개선될까’와 같은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내 자신이 건강해지는 법’, ‘벤처 투자 잘 받는 법’등 단순한 목적이 주류인 우리나라 콘퍼런스 주제와는 좀 다릅니다. 공동의 행복을 위해 만나는 모임인데, 이런 문화를 한국에 전파하고 싶습니다.
현재 혹은 미래 사용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요.
고맙습니다. 유료임에도 우리 서비스를 알아봐준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마음을 단단하게 할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고 싶다면 저희 서비스를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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