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문재인, 네거티브 규제 추진 …재도전 문턱 낮추고 액티브 X 철폐
세계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혁신과 창업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미래 지향적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다.
이에 14일 국가 미래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각 대선후보의 생각을 들어보는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포럼’이 서울 아모리스 역삼에서 개최됐다.
포럼의 첫 주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로, 이 자리에서 그는 디지털 혁신과 4차 혁명에 관한 공약을 밝혔다. 이어진 순서에선 게임, 핀테크, 이커머스, 일자리 분야에 대한 청중의 궁금증을 듣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거티브 규제, 자율&사후 규제로 전환시키겠다.
“현재 많은 이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의 메가 트렌드를 얘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혁신서비스가 등장하면, 기존 제도와 충돌하거나 혹은 이를 다루는 제도 자체가 없어서 서비스가 출발하지 못하고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 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시대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출발이 늦어지면 서비스는 도태된다. 제도를 개선해도 이를 담당할 부처가 분명치 않고 여전히 규제는 도사리고 있어 복잡하다. 이를 영리하게 풀어낼 방법이 없을까.”
“2017년 현재 700만명이 사용하며 서비스를 이용해 거래된 금액은 4조원이 넘는 앱을 만들어 3년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기록을 세우기까지 금융당국의 규제 문제 때문에 애를 먹었다.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국가 기간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인데, 규제 환경이 어떻게 정비되느냐에 따라 산업 규모가 달라진다. 금융 당국에서 관련 규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규제방안은 포지티브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 ‘어떠한 것만 가능하다’로 귀결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만 나열되어 있는 형태다. 그걸 지키지 않으면 범법자가 된다.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합법(네거티브 규제)인 미국과 중국에 비해 한국의 창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중에 하나가 이런 제약이다.
문재인 후보는 스타트업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규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일관되게 제기되는 문제가 규제가 아닐까싶다. 지금껏 모든 정부가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규제가 생겨나고는 했다. 이제는 규제 체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특성상 법률상 근거가 없으면 사업을 할수없도록 돼있다. 과거엔 경제 변화 속도가 느려 법이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 속도를 맞출 수 없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모두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하고, 법을 정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법의 근거가 없어 운영할 수 없다면 결과적으론 세계에서 점점 낙후되는 국가 환경이 될 수 밖에 없다.” 며, 대안으로 “이제까지 규제가 포지티브라면 이젠 네거티브로 바뀌어서 법에서 원천적으로 금지했던거 외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바꾸는게 필요하다. 전반적인 규제를 다 바꾸는건 당장은 어렵지만 우선은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 문제를 다룰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게임 콘텐츠 산업은 현재 우리 수출의 절반을 담당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게임 산업에 던지는 부정적인 인식과 정부의 다양한 규제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듯 하다. 2011년 9만 5천명이던 게임 관련 종사자는 2015년 8만명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는 게임산업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에서 언급했다. “게임을 마치 마약처럼 보는듯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없애는 데 정부가 일조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게임, e-스포츠의 세계 최강자였다. 하지만 잠시 주춤하던 사이 경쟁 국가로부터 추월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우린 아직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규제를 풀어주면 게임 산업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도전을 장려하고 기업 인수합병 문화를 활성화 시키겠다.
“기존의 대기업이나 산업에서부터의 고용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일자리가 스타트업에 지원 혹은 창업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오롯이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있다. 예컨대 가고 싶은 일자리는 자리가 줄어들고, 가고 싶지 않은 일자리로는 부추기는 식이다. 이런 위험을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분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리스크로 인해 도전을 망설이는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인간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누구에게나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고. 하지만 실패는 만만찮은 물질적,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다. 그것을 극복하느냐 회피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줄 안다면 그것은 능력이다. 다만 개인이 극복할 수도 없고, 회피하기에도 힘든 제도나 여건이 존재한다면 이건 다른 차원의 문제겠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에 창업실패는 인생실패로 귀결된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도 유효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부모의 절반 이상은 자식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말리겠다고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의 창업은 실패했을 때 리스크를 개인이 오롯이 떠안게 되는 구조다. 정부차원으로 창업이 독려 돼지만,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계는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문후보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가의 상당수가 재 창업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게 ‘벤처’라고 생각한다. 사업에 두,세번씩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이 자유로운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이에 가장 걸림돌은 현재로선 연대보증제다. 현재 제도 상으론 벤처 사업가들의 담보가 따로 없어 대표와 임원이 각각 보증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사업이 어려워지면 개인은 신용불량자가 된다. 결과적으론 재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연대보증제는 전면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재기뿐만 아니라 초기 사업에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벤처 분야 제도를 보면 인큐베이팅 단계까지 지원한다. 이를 넘어 기업이 하기 어려운 마케팅과 금융 분야에서도 확실히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 자체에서 마케팅을 대행하거나 실질적인 구매자 역할을 해야한다고 본다. 그리고 미국에선 기업내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극히 적다. 재벌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끼며 상생할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을 살 사람에겐 제값을 팔수 있고, 매각하고 그 금액으로 다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중-일 크로스보더 전자 상거래 문화 확립, 불필요한 공인인증서, 액티브 X 없애겠다.
“국내의 우수한 상품을 세계로 수출하거나 반대로 수입하는 것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이 전자상거래는 훌륭한 수출입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온라인 판매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과도한 규제 이른바 ‘전안법’ 같은 제도가 그 예시다. 국내 전자상거래 판매 정책을 정부차원에서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문재인 후보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철폐를 다시 공약했다.
그는 “원활한 전자 상거래를 위해선 언제 어디서나,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더라도 인터넷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가로막는 건 공인인증서, 액티브X 같은 확장 프로그램이다. 이를 과감하게 폐지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중일 크로스보더 전자 상거래를 언급하며 “한-중-일 디지털 싱글마켓이라는 게 있다. 3국 모두 합의는 됐는데 실천이 부족해 아직까지 정립이 안됐다. 이 부분을 매듭 지어 적어도 3국 간엔 온라인 시장 거래가 자유로워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 다만 여기서의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의 개인정보가 확실히 보호되게끔 국가적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바투 쥐고 흔드는 게 아닌, 민간과 정부가 연대한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만들겠다.
“정부가 어떤 거버넌스를 가진 채 디지털 혁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문재인 대표는 중소기업청을 확대해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 부서만 만든다고 모든 벤처산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을 지 의심된다.”
한국의 창업 생태계 토양이 비옥해 지는데 정부의 역할이 컸다. 이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새싹들이 큰 나무로 자라나 알찬 창조경제 성과로 결실을 맺도록, 민간의 활력과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할은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후보는 “민간이 주도하기 전에 이들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정비돼있어야 한다. 사업을 잘 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들고 규제를 구조적으로 혁신하는 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인재를 창의적으로 길러내는 교육 혁신도 필요한다. 그에 대한 것도 정부가 주도해서 해야 한다. 적어도 벤처 창업 분야는 중소기업청을 승격시켜 확대시키겠다. 그렇다고 컨트롤 타워가 돼서 많은 부분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그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기존의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기우라고 본다. 지금껏 많은 산업혁명에서, 결과적으로 산업혁명으로 훨씬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고 우리의 삶이 편리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존의 일자리에서 새로운 일자리로 옮기는 데 필요한 것이 기존 산업군에 있는 노동자의 재교육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일 열린 포럼은 디지털 경제관련 주요 6개 단체(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쇼핑협회, 게임산업협회, 핀테크산업협회, 인터넷전문가 협회)로 구성된 디지털경제협의회에서 개최한 행사다.
디지털경제협의회측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이어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후보와도 순차적으로 포럼을 개최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