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팩트형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
<출처 : 파파고 / 그램 / 배달의민족 광고 캡처(위에서부터 아래로)>
네이버 파파고의 광고, LG전자 그램의 ‘시간을 그램하다’ 광고 그리고 배달의민족의 ‘오늘은 OO가 땡긴다’ 광고까지.. 최근 SNS에서 핫(HOT)했던 광고들인데, 위 광고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팩트폭력’ 광고라는 점이다. ‘파파고’광고는 번역하는 화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광고다. ‘그램’의 광고는 배터리가 24시간 간다는 팩트를 전달하는 광고이며, 배달의민족 광고는 음식 자체를 바로 보여줬다.
팩트의 힘으로 소비자를 설득시킨 광고인데, 광고가 팩트를 전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팩트가 메인이냐 아니면 서브냐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에서 차이가 생긴다 팩트보다는 비유나 직유, 카피한줄, 영상미, 컨셉 등으로 움직였던 기존 광고흐름과는 달리 팩트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의 메인 역할(시각적 노출이든, 내용이든)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실 이러한 형식의 실험형 광고나 팩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광고는 예전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광고 형식이었다. 그러나 유독 요즘에 팩트폭력 광고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설득논리가 팩트소구형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출처 : JTBC 스포츠, 찾아가는 인터뷰 캡처>
필자가 팩트폭력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때는 이영표 축구해설위원의 한국축구 관련 신랄한 비평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던 소식을 SNS 상에서 접했을 때다. 한국축구의 골 결정력이 낮은 이유는 한국축구 자체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신랄하면서도 분명 맞는(?) 말이었다. 이러한 이영표위원의 팩트폭력은 소비자들의 공감 및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어찌 보면 민감한 소재일 수 있었는데도 부정적인 언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팩트폭력이라는 단어는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문화현상으로 사실에 근거하여 타인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이 알고 있는 잘못된 의견, 생각, 주장에 대해 팩트 자체로 비판하는 것이다.
<출처 : 네이버 검색 트렌드>
팩트폭력이라는 단어가 온라인상에서 사용된 시기는 2016년 6월 이후부터인데 실제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의 변화추이를 보면 2016년 7월부터 ‘팩트폭력’ 키워드의 검색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의, 배려라는 논리 아래 항상 좋은 말만 해주던 동방예의지국에서 신랄한 비판, 솔직한 대답이 더 호응을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팩트폭력’이라는 문화현상이 나타나게 된 시점부터 ‘팩트형’ 광고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얻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출연하게 된 배경을 보면 단순 트렌드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디지털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로 말미암은 정보불신이 첫 번째 이유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SNS 세상에서 허위 정보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정보의 과다(광고의 과다)에 부담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정보불신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실체가 있는 팩트가 아니면 설득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멀어진 것이 두 번째 이유인데, 정보불신과 일맥상통하다. 한국 특유의 경쟁사회 속에서 서로 돌아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은 관계의 부재를 겪게 되었다. 관계가 멀어지고 개인화되면서, 서로 간의 신뢰가 줄어들었고 이제 팩트를 제시하지 않으면 서로를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좌우프레임, 음모론 등이 누군가를 잘 믿지 못하는 디지털 시대의 아픔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 마지막 이유다. 욜로라이프처럼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만의 기준으로 목적성을 가진 삶을 살아가는 소비자들이기 때문에 광고의 이미지만 보고 구매하기 보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에게 감성적 호소보다는 이성적 호소가 더 설득력이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광고마케팅 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설득논리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적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브랜드나 USP에 컨셉을 입히고, 브랜딩을 하고, 이미지를 만들었던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팩트 기반에서 출발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며, 앞서 언급했던 팩트형 광고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 광고를 보면, 15초 동안 어떠한 감성적 호소도 없다. 그냥 음식만 리얼하게 보여줄 뿐이다. 맛있는 음식의 팩트(시각적)를 전달하는 것, 그게 바로 광고전략인 것이다.
팩트형 커뮤니케이션의 예시를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REAL / TEST / REVIEW / ASMR이다.
1. REAL
파파고처럼 서비스 자체의 기능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거나 배달의민족처럼 음식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이다. 다른 어떠한 요소들을 넣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집중한다.
2. TEST
그램이나 XYZ크림의 광고처럼 실제 제품력을 테스트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제품력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앞의 사례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 접목이 가능하다.
3. REVIEW
블랙몬스터나 젠틀피버의 광고처럼 실제 사용자의 후기를 보여주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단순히 좋은 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리얼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형식이며, 저비용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4. ASMR
ASMR 콘텐츠도 팩트형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귀로 듣는 콘텐츠인 ASMR 콘텐츠는 다른 요소들을 제외하고 청각의 자극을 주는 콘텐츠 형태다. 정보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이제 영상이 아닌 소리만으로 집중력 있게 콘텐츠를 습득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김풍 작가의 육개장칼국수 ASMR 광고, 소녀시대 윤아의 이니스프리 ASMR 광고 등 영상미가 아닌 오로지 소리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제품에 대한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지만, 공통점은 팩트에서 출발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다. 브랜드, 제품, 서비스의 팩트 중에서 가장 맛있는 포인트를 찾고 그 팩트를 보여주는 방법에서 REAL이든 TEST든 REVIEW는 보여주는 방식의 흥미 요소를 찾아주면 된다. 무엇보다 팩트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과장보다는 솔직함, 거짓없음이 핵심이다.
이제 소비자는 팩트로 설득해야 한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 후기(팩트)부터 찾는 사람들, 이제 미사여구 광고는 신경도 안 쓰는 사람들, 내 눈앞에 효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잘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사실 그 자체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비유/직유/대조/카피한 줄/영상미/화려함/브랜딩/컨셉 등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질지 모르며, 이러한 방식들을 써야 하는 상황은 제품이 정말 별로일 때의 상황으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제품이 별로면,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뻔한 얘기지만, 제품이 먼저다. 제품이 좋으면 마케팅도 좋다는 명제는 변함없는 팩트다.
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 Group IDD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광고마케팅 관련 강사 및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플리토, 토니버거, 트리아뷰티 등 스타트업이나 신규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