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6년차. 배달음식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배달음식 주문’이라는 행위는, 어디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 전단지를 찾아야 하는 귀찮음과 검증되지 않은 식당에 돈을 내고 도전해야 하는 번잡함이 함께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그럴때면 매번 혼자 되뇌인다. ‘진정 배달음식은 맛집이 없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음식 검색부터 주문,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이다. 시켜 본 사람들이 직접 남겨놓은 리뷰와 별점으로 어느 정도 맛집 검증도 가능하며 일일이 찾아 보는 게 귀찮다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우리동네 맛집랭킹’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음식 서비스 뿐 아니라 사용자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남다르다. 재밌는 캐릭터와 브랜드 상품, 할인 이벤트 및 페이스북 페이지 활용까지, 소비자에게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을 잘 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우아한형제들에게 지난 12월, 작은 위기가 있었다. 12월 타임세일 이벤트 중 분당 60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와 업무가 마비된 것. 그들은 바로 다음 날 오전, 주문을 시도했던 모든 고객에게 주문한 금액의 전부를 마일리지로 보상 처리를 단행했다. 그들이 대기업이 아닌이상 하기 힘든 결정이었을 터.
지난 12월 26일, 석촌호수가 보이는 우아한형제들 오피스에서 김봉진대표와 윤현준 CTO, 장인성 마케팅 실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만에서 배달의민족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아하다 못해 통큰 형제들의 위기 대응 방법,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듣는 자리였다.

플래텀 조상래 대표(이하 ‘조’) : 지난 12월, 대만 출장 시 국내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때 소개한 국내 스타트업 중 ‘배달의민족’도 있었는데요, ‘배달의민족’ 서비스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시아 쪽으로도 가능성이 보이는데 진출 생각을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이하 ‘김’) : 흥미롭네요. 반갑기도 하고요. 배달 시장의 경우는 조금 특이해요. 전 세계에서 배달시장이 106조인데 한국에서만 10조가 넘어요. 한국만 해서 1/10이 넘는거죠. 규모가 큰 시장이죠.
다른 서비스들은 한국에서 선점한 뒤 해외로 나가는데, 배달음식 서비스들은 해외에서 들어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해외 팀들과 경쟁 하는거죠. ‘요기요’도 독일 팀유럽에서 들어왔고 로켓인터넷에서 만든 ‘푸드판다’도 그렇고요. 전 세계에서 딜리버리 히어로와 푸드판다가 활발하게 판로 개척을 하는 상황이고 중국도 딜리버리 히어로가 들어가 있어요. 두 회사가 세네갈에 까지 들어가 있을 정도니까요. 독일하고 러시아 쪽의 자본도 많이 몰리고 있는 중이라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해외 진출 보다 국내시장을 선점하자는 전략입니다. 해외시장을 나간다는 건 더 큰 시장을 보고 나가는 건데, 한국이 오히려 더 큰 시장이니 한국만 잘 잡아도 의미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동남아 정도는 생각하고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생활 습관이 이미 고착화 돼 있어서 배제하고 있고요. 배달음식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배달의민족은 배달문화의 습관을 바꾸는 서비스예요.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전단지를 보던 걸 ‘배달의민족’을 보도록 하고, 여기서 하나 더 혁신한 것이 바로결제 서비스입니다. 온라인에서 주문부터 결제까지 바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조 : 바로결제를 통하면 ‘배달의민족’ 직원이 고객 대신 전화를 걸어주는 형태인가요?
김 : 일부는 그렇게 돌아가요. 어플리케이션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은 잘 되지만, 업체와 주고받을 때는 조금 다르거든요. PC, 단말기, TTS, ARS 등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는 게 가장 확실하더라고요. 그다음이 단말기였고요. 여러 형태로 테스트를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조 : 여담이지만, ‘배달의민족’ 사용자 입장에서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웃음).
김 : 아, 감사합니다.
배달의민족 윤현준 CTO(이하 ‘윤’) : 여기 포인트 좀 넣어주세요. 쿠폰도 좀 쏴드리고. 아이디 좀…(웃음)
김 : 바로결제 서비스는 저희 내부에서도 혁신적이라 자부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분들의 경우 편하게 생각하세요. 매장측과 직접 전화를 안 해도 되고 배달이 와도 대면 시간이 짧고요. 결제가 이미 됐으니까요. 심지어는 직접 문을 열어 주지 않고 ‘앞에 두고 가세요’ 해도 되요(웃음).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저희가 자부하는 부분이에요. 한 중국집에서 여러 번 시켜먹고 서른 장 정도 쿠폰을 모아 탕수육 시키려고 하면 사장님 바뀌었다고 하는 사례가 있잖아요? (웃음) 그런 부분을 없애고 통합적으로 모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플래텀 이가은 기자(이하 ‘이’) : 그 부분에 대해서 업체 분들은 어떠신가요? 손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김 : 다양한 관점이 있을 거예요. 저희의 경쟁상대는 전단지에요. 전단지의 ROI에 대해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어요. 대체 전단지가 몇 장이 뿌려져야 한 건의 주문이 들어오는 지에 대해서요. 전단지가 한 장이 인쇄되고 뿌려지는데 59원이 들어요. 통계를 보면 평균 2백장 이상 뿌려져야 한 건의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요. 2백장이면 만 원 정도의 돈이에요. 만 8천 원짜리 음식을 팔려고 만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의 치킨 집 평균 창업 기준이 2.7년 밖에 되지 않아요. 합리적인 마케팅 툴 자체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사장님들은 전단지가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니까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전단지를 인쇄했고 그게 내 눈에 보이고 당장 오늘 전화는 오니까 말이에요.
문제는, 최소가 2백장이고 실질적으로는 그것보다 높게 파악이 된다는 점이에요. 특히 치킨은 3만 원 이상(전단지 비용)으로 확인되고 있어요. 하나를 파는데 전단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거예요. 순이익 자체가 없는 거죠. 업주분들은 바로결제 서비스를 하면 저희에게 주는 건당 수수료가 있기에 그부분에 예민해 하시는데요. 저희는 가장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요. 그런 것들이 장기적으로 시장 자체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토대로 ‘배달의민족’이 있기 전에, 치킨 집 창업 기간이 2.7년 이었다면 ‘배달의민족’이 있고난 후 3.7년으로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이 : 인상적인 말씀입니다.
김 : 이런 거예요. A 치킨 집이 생겼어요. 그런데 B라는 치킨 집이 나오면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여서 A 치킨 집과 경쟁을 해요. 어느 정도 B가 살았다 생각을 하는 순간 C라는 치킨집이 생겨요. C에서 B와 마찬가지로 물량으로 밀어내면 B는 방어를 할 수가 없어요. 마지막에는 누군가 하나는 잘 될 것 같지만 계속 없어지고 있는 거에요. 아주 짧은 시간 안에요.
2.7년은 정말 짧은 시간이에요. 한 평생 회사를 다녀서 모은 퇴직금을 가지고 1억에서 2억 정도 들고 창업을 한 건데 2.7년 밖에 못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저희는 보고 있고요. 이런 것들을 합리적인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바로결제 서비스의 경우 일부 업주님들은 반대의견이 있지만 시대의 큰 흐름이라 보고 결국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세요.
이 : 업체 측에선 익숙지 않아 거부감이 있는 것 같은데 결국 따지고 보면 합리적인 거네요.
윤 : 이게 참 아이러니 한 게, 업주들이 한 달에 평균 100만 원 정도 홍보비를 쓰고 있어요. 업계에서는 못해도 최소 백만원은 써야 한다고 말씀을 하는데 그 백만원 중에 저희 ‘배달의민족’에 들어가는 홍보비는 극히 일부분에요. 그 분들은 책자광고나 전단지를 아주 관성적으로 계속 해왔으니까 손을 못 놓는 거고 ‘배달의민족’에 드는 수수료는 추가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까운 마음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어요. 나름 합리적인 요율을 제시하는데 말이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거죠.
조 : 설득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윤 : 설득도 설득이고 결과로써 불식시키는 게 가장 좋은것 같아요.
조 : 성공사례들이 나오고 그 성과로 설득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저도 이 부근 주민으로 ‘배달의민족’ 사용자인데요. 여기에 좀 유명한 치킨집이 있어요. 예전에 시켜먹었을 때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됐었는데 얼마 전에 하려니까 빠졌더라고요. 전단지 찾아 주문하고 배달이 왔을 때 사장님께 왜 빠졌냐고 여쭤보니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제가 ‘저 같은 경우 전단지를 바로 버리는 사람이라서 ‘배달의민족’을 통해서가 아니면 사장님 가게를 알지 못했을 거다. 바로 결제가 편하고 좋았는데 좀 불편한 거 같아요.’ 라고 피드백을 드렸더니 ‘그런가.’ 하고 가시더라고요. 분명히 그건 있어요. 관성적으로 하던 것과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막막함과 두려움이요. 그 부분을 이해시키는 게 클 것 같아요.
조 : 조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지난 12월 타임세일 이벤트 중에 13일에 위기가 한 번 있었죠? 거기에 대한 대응이 정말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이슈가 됐었는데, 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배달의 민족 장인성 실장(이하 ‘장’) : 타임세일은 12월에 처음 한 것은 아니고 그 전부터 해오고 있었어요. 이런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발전시켰죠. 페이스북 등을 통해 미리 예고를 해 기대감을 높여가는 동시에 날짜도 사전에 공지하고 있어요. 기존에 단발적으로 하던 타임세일에서 조금 업그레이드를 시킨 개념인거죠. 1차가 12월 4일에 했었는데 그때가 20% 할인. 그때는 그렇게 폭발적이진 않았어요. 그런데 13일 2차 캠페인 때 이슈가 발생했죠. 딱히 사전 징후는 없었는데요. 막상 세일을 시작하니 그날 9시가 되자마자 사람들이 어마하게 몰린 거예요. 저희도 처음 겪은 상황이었고요.
이 : 이전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다른 점이 없었던 데도요?
장 : 네,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다만 그전에 유사한 세일을 반복하면서 학습효과가 있었던것 같아요. 한번 해 봤으니까 ‘이런거야? 느낌 알 것 같다’ 하는 거죠. 12월 4일과 13일은 그 부분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입소문도 있었을 테고 13일 금요일 저녁 9시부터 11시라는 시간도 조금 좋았던 것 같고. 그 시간에 주문이 엄청나게 몰린 거죠.
저희가 평상시 일부는 인력으로, 일부는 PC로 관리를 해요. 어지간한 주문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날은 분당 60배 이상 늘어나다 보니까 통제 불가능이 된 거예요. 배달 음식 특징상 주문하고 20분 뒤에 ‘주문 완료 됐습니다’ 이러면 안 돼요. 바로 ‘접수 됐습니다. 언제 갈게요’ 이래야 해요. 밀리는 걸 그저 쌓아둘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감당할 수 없었던 거고, 그렇게 고객은 계속 기다리다 보니까 주문 취소가 생기기 시작하고요. 그래서 채널을 줄이기 위해 밖에 나가있는 광고들 다 내리고,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들 모두 불이 나게 업무를 했는데도 11시 마감 후 보니 취소 건수가 많더라고요. 비상사태가 일어난 거죠. 저희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드리려 캠페인을 했는데, 결론적으로 많은 고객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안겨드린거죠. 생각해 보세요. 어느 고객이 친구들 모아놓고 ‘여기서 이벤트 한다는데 내가 시킬게’ 이런 상황이라던가, ‘엄마 아빠 오늘은 제가 치킨 한 번 쏠게요’ 뭐 이런 상황에서 기다리느라 배고프고 시간 놓치고, 화나는 상황인 거잖아요?
여기에 대해 어떡할까를 고민하면서 대표님이 결정을 내리셨어요. ‘주문 하려던 모든 고객한테 보상을 하자’ 그래서 저는 소심하게 ‘이천원씩 드릴까요’ 했는데 대표님이 주문을 시도했던 것 만큼 되돌려주는 게 어떠냐 하신 거예요. 생각해 보니까 그게 맞더라고요. 이천원가지고 보상이 될 마음이 아닌 거 잖아요. 확실히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말해 주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했던거죠. 캠페인 끝나자 마자 결정했고 주요 멤버들이 다 모여서 피해를 입은 분들의 리스트를 뽑아내고…
김 : 아, 그런데 리스트를 보니 제 생각 보다 많더라고요. 아 그래서… 잠시 후회를…(일동 웃음)
이 : 환불규모가 얼마나 됐나요?
김 : 몇 천 만원 됐어요. 하지만 금액 여부를 떠나 저희의 대응이 시원치 않으면 그분들이 ‘배달의민족’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되잖아요? 이 분들을 다시 돌아 오게만 한다면 로열티도 충분히 생기지 않겠는가 생각했어요.
장 : 그런 거였어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 뒤에 어떻게 만회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안티가 되기도 하고 열혈고객이 되기도 하는거죠. 상황은 이미 벌어져서 머릿속은 하얗지만 이걸 긍정적으로 돌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 그 날 밤에 실무진들하고 그렇게 이야기 하고 저는 새벽까지 이사진들하고 카톡으로 회의를 하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처 하지 않으면 지금껏 쌓아온 ‘배달의민족’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 잘못이니까 진행하자’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오전 11시 30분에 포인트 먼저 다 넣어주고 문자를 보내 드렸어요. 전날 밤 일부 게시판 등에 저희에 대해 안 좋은 글이 많았는데, 사후처리를 하고 나니까 30분도 안 되서 좋은 글이 올라오더라고요.
이 : 네, ‘배달의민족 통 크다’는 글을 본 듯 싶어요.
장 : 심지어는 전날 밤 저희에 대해 비판글을 쓰신 분 중 ‘아, 그런데 이렇게 대처해줘서 참 좋던데요’라고 본인이 쓴 글 밑에 댓글로 직접 관리를 해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김 : 저도 이번에 진짜 많이 배웠어요. 준비도 잘해야 하고 그럼에도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법이요.
조 : 그러니까 이슈 대응이라는 게, 부정적인 상황이 생겼을 때 그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참 중요한데요.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안 좋은 글을 스스로 정리를 해주면 베스트지만 그런 케이스들은 잘 안 일어나잖아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고객들이 만족할 수준으로 신속하게 보상해 준다는 게 대기업에서 했다고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무래도 스타트업 분야에 있다 보니 배달의민족이 보통 결정을 한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익 구조 관점에서 봐도 정말 인상적인 대응이었습니다.
김 : 감사합니다. 이 건물 5층에 저희 고객센터가 있어요. 사고가 났던 날은 정말 아비규환이었어요. 저희 직원들이 하나같이 욕을 먹고 있는 거예요. 업체 쪽에서도 욕하고 고객도 욕하고. 저희가 결정 내렸더니 고객 지원팀이 참 좋아 하더라고요. 고객들 목소리가 완전히 바뀌었다고요. 처음엔 까칠하게 시작하셨지만, 이후에는 ‘포인트 어떻게 쓰는 거예요’ 이렇게 물어오신다고요. 고객들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고 직원들의 사기도 중요해요. 만약에 저희가 잘못을 인정 안하고 직원들한테 어떻게든 막으라고 했다면 고객지원팀이 참 힘들었을 거에요.
그러다 24일 이벤트 때는 프로모션을 순간적으로 안 몰리게 페이스북으로 해봤어요.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에서 ‘예비군’을 뽑아 진행 하겠다 했더니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본인들이 남아서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말이에요.
조 : 태깅해서 하는 이벤트 말씀 하시는 거죠?
장 : 네, 한 번 그렇게 했는데 또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굉장히 우스워지잖아요. 그날도 순간적으로 폭주할 수 있기에 대비를 짰죠. 예비군들에게 경계 경보가 발령 되면 각자 자기 전화기를 들고 집결해서 전화 중개를 하자고요. 그래서 사전에 전화중계 훈련도 받았었어요(웃음).
조 : 그래서 24일엔 잘 넘어갔나요?
장 : 네 잘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벤트 기간 내에 최악의 경험을 한 고객이 있을것 같더라고요. 이벤트 기간 4일 동안 폭설과 폭주로 인한 취소 등으로 인해 목, 금, 토, 일 매일 주문을 했는데도 취소가 된 고객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거죠. 그래서 찾아 보니 4일 내내 취소된 고객이 1명, 3일 연속 취소된 고객이 10명 정도 있었어요. 찾아서 전화를 드렸어요. ‘계속해서 취소가 돼서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 것 같다. 기상 악화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죄송한 마음으로 저희 브랜드 상품을 좀 보내드리겠다’라고요. 그렇게라도 저희 진심을 좀 보여드렸어요. 그분들은 정말 대단한 고객들이세요. 어제 주문 하고 안되서 오늘 또 하고, 오늘 또 안되서 내일 또 하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이 : 아, 해도 해도 안되면 상처받죠.
장 : 그러니까요. 그 분들은 ‘배달의민족’을 정말 사랑해주시는 분인데, 돌아서면 증오가 되는 거죠. 그래서 그 분들한테는 꼭 케어를 해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반응도 무척 좋았습니다.
이 : 고객입장에서는 굉장히 감동적이었을 것 같아요. 사실 고객 딱 한 사람인데도, 그 고객에 대한 섬세함이 많이 느껴지는데요. 혹 구성원 중에 그 결정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김 : 관점이 조금 달라요. 사업하면서 재무재표 상 숫자로 이야기를 할 게 있고, 브랜드에서 고객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게 있어요.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감성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브랜드 에쿼티는 사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요. 저는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평소 때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기도 해요. 사실 대한민국에 서비스를 만드는 많은 사람의 대부분이 곧 다른 서비스의 소비자잖아요. 저도 어디 가서 물건 잘못 샀는데 제대로 대처를 안 해주면 화가 나거든요. 아, 그런 거 있잖아요. 어디 방문할 때 주차장에서 시간을 끌게 되거나 주차요원과 실갱이를 하면 기분이 안 좋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발렛 주차 서비스를 해요. 회사를 방문할 때 첫 인사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게 주차장 요원이니까요. 저희가 건물주는 아니지만, 1층에 있는 카페와 계약을 맺어서 우리 사무실에 온 손님은 발렛을 해 달라고 했어요. 월 정산으로 하고요.
결국 저희도 소비자로서 어떤 브랜드에 호감을 가는지 계속 느끼고 있기에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친구들 가족들 다 모아놓고 배달음식 주문하겠다고 했는데 취소를 경험했다면 그날 가장 배고플 시간에 못 먹은 거잖아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또 배달음식 주문할 때 ‘배달의민족이란 게 있는데…’ 하면서 저희에 대한 호감을 갖고 주문을 하신거잖아요?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면 마음이 상했을 테니까요. 그 관점으로 접근을 한 거죠.
이 : 말씀을 들어 보니 다른 곳과 경쟁 한다는 것 보다 ‘배달의민족’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신념이 투철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질문을 드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의민족’ 뿐만 아니라 다른 배달서비스도 한 카테고리로 생각하잖아요. 향후 포지셔닝은 어떻게 다르게 할 생각이신지요? 니치마켓을 노렸던 기존 업체들도 있을 텐데요?
김 : 사실 지금은 시장을 키우고 있는 시기기 때문에, 경쟁사 없이 혼자 시장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해요. 여타 배달서비스들과 저희는 경쟁사지만 시장을 함께 키워 나가는 동반자같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조 : 소셜커머스 시장과 비슷하겠네요. 쿠팡, 티몬, 위메프가 각자 마케팅 비용을 쏟기도 했지만, 세 회사가 함께 쏟아 부었기 때문에 시장을 키워낸 거잖아요.
김 : 맞습니다. 현재까지 배달음식은 전단지로 시켜먹는 게 훨씬 더 비율이 많아요. 물론 스마트폰으로 배달주문을 하는 비율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요.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거지, 절대적 관점에서 보면은 전단지가 아직 훨씬 더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 활동을 열심히 해주는 경쟁사가 있다는 건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몇 년 뒤에 시장에 한계가 생긴다면 그때는 또 치열하게 경쟁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배달 음식에 관련 해서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지금은 경쟁사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 보다 저희답게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치킨, 피자부터 이유식, 김치 등등 한국에는 배달음식이 굉장히 많아요. 꼭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음식이 아니고 배송해서 먹는 음식까지 다양하죠. 이런 영역으로 점차 카테고리를 확장해나갈 예정이에요.
그 뿐 아니라 2013년 8월부터 저희가 집중하고 있는 게 리뷰 쪽이에요. ‘클린리뷰’라고 직접 시켜먹었던 사람만 리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처음엔 아무 장벽을 안 뒀어요. 그러니까 주문 여부를 떠나서 누구든 쉽게 리뷰를 남길 수 있었고요. 근데 간혹 업체에서 고용한 알바처럼 칭찬일색의 리뷰를 도배하거나, 비난일색의 리뷰를 도배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리뷰 시스템을 악용하는 거죠. 많지 않아도 이런 리뷰들이 섞여있으면 나머지 멀쩡한 리뷰들도 다 못 믿게 되잖아요. 그래서 실제 주문한 사람들만 리뷰를 쓸 수 있도록 제한했어요. 이렇게 ‘클린리뷰’를 도입하고 나서 리뷰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줄어드는 듯 하더니 곧 다시 원래의 스피드를 되찾았어요. 이미 시끌벅적 하니까 리뷰를 쓰는 사람도 거리낌이 없고요. 지금 저희가 국내 모든 서비스 통틀어 배달음식 관련 리뷰가 가장 많고 가장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어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게 다 DB가 되기에 배달음식을 고르는 가장 정확한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조 : 중국에 디엔핑왕(Dianping-大众点评)이나 이미 종료 했지만 윙스푼 등의 케이스를 봐도 사용자 DB가 아주 중요한 것 같은데요.
장 :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PC시대에 비해 사용자 평가 신뢰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PC를 쓸 때는 그게 사용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가 않기에 뜻 없는 리뷰를 남기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은 사용자와 직접적인 연결이 되기에 내용이 달라지는 거예요. 단적인 예로 포털 영화 리뷰와 왓챠의 리뷰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김 : 리뷰나 평점 시스템이 온라인에서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그것 만큼이나 어뷰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이 됐거든요. 집단으로 움직여서 한다거나 그런거요.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하는 게, 고객이 추천하는 업체로 다시 알고리즘을 만드는 건데요. 거기 기본 철학은 그거예요. ‘진짜 맛집은 시킨 사람이 또 시켜 먹는 곳이다’. 그래서 거기엔 리뷰나 평점이 들어가지 않고, 재주문이 많은 곳을 모아놓는 거죠. 똑같이 주문이 백 건이 들어왔는데 백 명이 시킨 것과 열 명이 시킨 건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건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고 진짜 맛집들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어요. 구체화 되면 진짜 맛집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는 리뷰나 평가가 맛집 찾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시장 자체를 발전시키는 좋은 촉매제가 된다고 봐요. 전단지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만 할 뿐 피드백이 안되잖아요. 리뷰는 그 뒤에 피드백이 가능한 거고요. 먹었는데 ‘맛이 없어’, ‘짜’ 혹은 ‘덜 튀겨졌어’라고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는 거죠. 이건 악플이 아니에요.
조 : 맞아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댓글을 본 업체 사장님이 직접 답글을 남긴 거요. ‘고객님, 다음번엔 시정해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라던가 ‘음료수를 서비스로 드리겠습니다.’라던가 같이요.
김 : 네, 맞습니다.
장 : 그런 고객응대를 잘하는 업주분들이 계세요. 고객에게 어떤 불만이 들어오면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겠다는 분이시죠. 반면에 잘못하는 분들의 경우는 그런 글을 보면 블락 해버리세요. 나중에 보면 두 가게의 고객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김 : 업주, 사장님들도 기존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에요. 배달음식 중 치킨은 그릇을 찾으러 오지 않잖아요? 맛있게 먹었는지 아닌지를 들을 수가 없기에 맛이나 서비스 개선에 대한 의견을 주변 지인에게 밖에는 들을 수 없어요. 피드백으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지속되면 시장이 발전될 수 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건 좋은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이에요. 고객들이 계속해서 이야기 하는 게 가장 최우선 과제인거고 가장 빠른 방법인거죠. 이런것이 쌓이게 되면 배달 음식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높아지고 그럼 업체의 매출도 올라가고요. 시장의 선순환인거죠. 그래서 저희는 리뷰라는 시스템을 단순히 고객들의 피드백을 얻는다는 것을 넘어서서 이 시장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로 바라보고 있어요.
이 : 조금 더 나아가서, 청결에 대한 문제 때문에 배달 음식에 대한 인식이 안좋은 경우도 있는데요. 혹 업체의 청결도를 보여줄 수 있는 카테고리를 만드실 생각은 없나요?
김 : 네, 사실 저희도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다만 자칫 잘못 접근하면 업주분들에게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조심스러워요. 물론 저희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긴 해요. ‘주방 사진을 찍자’ ‘카메라를 달자’ 같은 이야기가 나오긴 했습니다만, 업체 입장에서 호응이 엄청 좋진 않았어요. 그래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에요. 주방 청결 교육에 대한 콘텐츠를 재밌게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6개월 마다 갱신하도록 하고요. 또 저희 교육을 받은 업소에게는 교육인증마크가 뜨게끔 하면 어느정도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 : 이제 마지막으로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문화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한나체부터 에코백까지 브랜드 상품을 많이 만드셨는데, ‘배달의민족’ 서비스와 어떤 식으로 결합을 해서 나갈 생각이신지요?
김 : 이건 배달음식을 누가 시켜먹느냐에 대한 문제예요. 어떤 회사에서도 배달음식을 시킬 때 사장 등 임원진이 시키지 않아요. 주로 막내들의 몫이죠. 즉 먹는 사람과 시키는 사람이 다른 시장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주로 시키는 사람은 20-30대 초반까지로 봤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 한 코드로 접근하자는 게 저희의 전략이었고요.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팬을 확보하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희는 정말로 많은 팬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 : ‘배달의민족’ 브랜드 상품을 보면 카피들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
김 : 이건 정말 한국사람 밖에 할 수 없는 디자인이에요. ‘배달의민족’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고요. 배달의 민족은 ‘밝은 산의 후손’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저희 서비스는 언어 유희입니다. ‘다 배달 해줄 수 있어서 우린, 배달의민족’이라는 거죠. 서비스가 그렇게 탄생했어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이런 트렌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맞춰졌고요.
장 : 이런 카피들은 번역을 할래도 쉽지 않을 거예요(웃음).
김 :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기 보다, 한국 사람 밖에 할 수 없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번에 KDA(Korea Design Award)에서도 수상을 했어요. ‘배달의민족’ 아이덴티티로요. 여러 디자인 관점이 있지만, 그 허세 디자인이라고 해야 하나요? 되게 많이 꾸며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반대쪽에 서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젊은층이 좋아해주는 거 같고요. 기성 디자이너들은 우리보고 디자인 되게 쉽게 한다고 하고요. 그런데 이거 되게 어렵거든요?(웃음)
이 : 오히려 없게 보이는 게 더 힘든 작업인거네요.
조, 이 :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달의 민족의 건승 기원하겠습니다.
김, 윤, 장 :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