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31] ‘이제 낚시도 O2O로!’, 칠전팔기의 창업가 마도로스 조맹섭 대표
많은 사람이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를 딛고 마침내 성공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사이를 잇고 있는 버팀과 괴로움의 과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지루하고 진 빠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마도로스의 조맹섭 대표는 칠전팔기의 창업가다. 이상하게도 그는 실패하고 나서 유명인사가 됐다. 한참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만났던 한 매체와의 인터뷰 덕분이다.
실패 이후 퇴사부터 잇따른 소송까지, 실패의 전단계를 거쳐본 그는 또 다시 창업을 했다. 그것도 아직 많은 사람이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드넓고도 막막한 바다에서.
■ 바다라는 새로운 ‘O2O 노다지’의 발견
인터뷰 요청 연락을 드렸을 때 ‘저에 대해 아시냐’고 질문해서 당황했다. 어떤 사람인가.
이전 인터뷰를 읽으셨나 했다. 그랬으면 인터뷰 요청 안하셨을텐데. 일단 위메프 창립 멤버로 4년 가까이 일했다. 후반 2년 동안은 위메프에서 여행, 컬쳐 부문을 담당했다. 이후 옐로모바일 이상혁 대표 제안으로 옐로트래블이라는 중간 지주 회사의 대표로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안되서, 두 개 회사를 지분 수합 방식으로 들고 나왔다. 쫄딱 말아먹었다. 소송이 일곱, 여덟개 걸려 있었으니까. 한 때 40명 가량 있던 직원을 다 떠나보내니, 딱 다섯 명 남더라. 그들과 마도로스를 시작했다.
‘마도로스’라는 사명과 ‘배낚시 예약앱’이라는 아이템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왜 이 아이템을 가지고 재기한건가.
옐로트래블 대표 시절, 인수합병 과정에서 우연히 배낚시 관련 기업을 만났다. 얘기를 듣다보니 배달앱, 숙박앱 초기 시장이 보이더라. 바다와 관련된 전통 산업 중 O2O 요소를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았다. 낚시 예약도 그 중 하나이고. 그 때까지 배낚시 예약은 대부분 홈페이지에서 배를 보고 전화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모바일화 시도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안됐다. 과거 배달, 숙박 서비스도 그렇지 않았나. 그리고 시장 규모도 꽤 컸다. 전체 낚시 시장으로 보면 1조7천억이고, 서비스 시장은 4천 억 정도다. 중요한 건 매년 성장률이 60%에 달한다는 점이다.
대중성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과거에는 낚시가 소위 말해 ‘아저씨들의 취미 활동이자 스포츠’였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의 레저 활동으로 변해가고 있다. 골프가 대중화되었던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고 보면 된다. 3~4시간의 가벼운 체험 낚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연령층도 20대 중반부터 40대까지로 넓어졌다. 여성 고객도 30% 수준으로 적지 않다.
배낚시 예약 이외에도 두 가지 서비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배낚시 예약 플랫폼 ‘마도로스’, 자체 배를 운항하는 ‘캡틴 마도로스’, 자연산 회 배달 서비스 ‘오늘 회’ 이렇게 총 세가지다. 마도로스는 배낚시 예약 중개 서비스다. 고객과 선주 분을 연결해주고 10~15% 정도의 중간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 정식 등록되어 있는 배가 4,600척 정도 된다. 이 중 3백 척의 선주 분들이 플랫폼 내에 들어와 있다. 고객이 원하는 지역, 항구명, 어종, 이용 시간을 선택하면 필터링한 검색 결과가 나온다. 평범해 보이는 기능인데 기존 배낚시 예약 시스템들은 여전히 다 목록 형태로만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인천항에서 배 한 척을 구해 ‘캡틴 마도로스’라 이름 붙여 직접 운항하고 있다. 실제 선장, 선주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다. 또 겨울이 되면 배낚시 손님이 뚝 끊긴다. 이 때를 대비해 거제산 회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 회’를 고안했다. ‘선장이 직접 뜬 회를 당일 날 식탁까지 배송한다’는 컨셉이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예약 중개, 음식 배달, 배 운항을 한꺼번에 한다는 게 벅찰 것 같기도 하다.
하나에만 집중하라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사실 마도로스 예약 중개업만으로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 인당 평균 4만 원 정도고 그 중 10% 정도를 수수료로 받으니까. 그래서 ‘오늘 회’와 같은 수익적 기반이 필요한거다. 세 비즈니스가 서로 시너지를 내는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사업을 구상할 때와 실제 현장에 뛰어들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당황스러웠나.
선장님들에게 영업을 하러 가면 온라인 상거래에 대해 전혀 모르신다. 연령대도 높고, 워낙 오래된 전통 산업군에서 일하시던 분들이기 때문이다. 보통 선장님들이 직접 키워드 광고나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영업을 하셨다. 그러니 처음 우리가 가서 계약을 맺자고 말씀드리면 ‘너희가 뭔데 수수료를 가져가냐’는 식이셨다. 이걸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지금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과거처럼 설득이 어렵진 않다.
■ 항구를 본거지 삼은 ‘해양 수산 테크 스타트업’
자칭 ‘해양 수산 테크 스타트업’이다. 모바일 카드 결제가 된다는 것 이외에 어떤 기술적인 시도를 하고 있나.
올 겨울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는 기술이 두가지 있다. 사실 현재는 무늬만 자동 서비스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동이지만, 뒷단에서는 수동으로 예약이 이뤄진다. 앱에서 예약을 하면, 우리가 선장님께 직접 전화를 드리는 형태다. 배달앱도 초기에는 그랬다. 결론적으로는 배 선택부터 선내 공석 확인까지 모든 예약 과정을 자동화 시키는 게 목표다.
두번째로는 이커머스 통합 채널을 만드는 거다. 현재 선주들의 낚시 상품을 소셜커머스 3사, 오픈마켓 3사, 복지몰 등에 우리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상세 페이지 제작부터 예약, 마케팅까지 대행한다. 현재는 이 공급 과정도 모두 수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완전 자동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기술적 목표다. 결국 레저 예약 시스템을 자동화 시키겠다는 건데, 이게 완료되면 스쿠버다이닝, 유람선, 해양 숙박 등 모든 아이템을 집어넣어 볼 수 있다. 바다와 관련한 모든 여행 관련 비즈니스에 욕심이 있다.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에는 관심이 없나.
예약이 계속 이루어지고, 1년 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국내 어종 지도를 그릴 수 있게될거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어종이 잡히는 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의 실력, 원하는 어종 등 자신들에게 좋은 배를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해양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하다보면 우리가 여행업을 하는건지 수산업을 하는건지 헷갈리긴 한다. 근데 우리는 그냥 항구를 중심으로 한 여러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 재밌게.
■ 이커머스 출신, 어떻게 해야 팔리는 지를 안다
경쟁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모바일 기반 배낚시 예약 시스템에 몇 군데 생겼다.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은 우리 뿐이었다. 위드마케팅라는 기업에서 ‘물반고기반’ 이라는 낚시 예약 서비스앱을 내놓았다. 시장이 커지니 점점 많은 플레이어들이 나온다.
경쟁자들 사이에서 내세울 강점은 무엇인가.
첫번째로 앞서 말했듯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에 우리가 상품 독점 공급을 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소셜이 30%, 오픈마켓이 30%, 자체 플랫폼이 40%다. 시장을 먼저 선점했다는 게 강점이다. 또 핵심 멤버들이 모두 나와 위메프서부터 함께 일해온 친구들이다. 이커머스 출신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강점이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어떻게 해야 이 상품이 팔릴지에 대한 감이 있는거다.
배낚시 상품은 어떻게 해야 잘 팔리던가.
우리는 상세 페이지에 배 정보와 여행지를 같이 소개한다. 단순히 낚시라는 활동 관점이 아니라, 총체적인 여행 상품으로 광고하고 있다.
■ 실패는 진짜 나를 알게되는 계기
모두가 실패를 한다. 그런데 실패 후에 또 다시 시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창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 각자의 이유가 있을거다. 내 입장에서 창업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다. 하루의 반 이상을 일을 하며 보내지 않나. 그걸 주도적으로 할 수 없다면 삶 전체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결국 내가 꿈꾸는 세상을 창업이라는 길을 통해 이뤄보고 싶은거다. 하나의 회사를 시작해서, 직원들과 이야기 나누며 함께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재밌다.
실패를 경험하며 배운 것은 무엇인가.
망하면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 실패하면 주위 사람들이 안 만나주거든. 혼자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처음엔 원망을 많이 한다. 누군가를 혹은 어떤 회사를. 근데 시간 지나보면 결국 다 내 탓이다. 실패했을 때 제일 좋은 건, 진짜 나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처음으로 갖게 된다는 점이다. 난 직장인으로서 남 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밟아왔다. 위메프도 초기 멤버로 들어가서 기업이 잘 됐고, 옐로트래블도 스카웃되서 갔다.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겠나. 그 때는 다 내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다. 경주마가 달리듯 주변 것이 하나도 안보인다. 그러다 크게 망하면, 자연스럽게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게 된다. 작년부터 약 1년 간이 내게는 그런 시간이었다. 의외로 되게 좋다.
일이 재밌나.
그렇다. 사실 자기 일이 없으면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일을 통해서 사람도 만나지 않나. 망하고나니 잘난 사람 만나면 마음이 힘들더라. 배울 점은 있지만, 내가 저 사람 따라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면 결국 내 안으로 깊게 들어가보게 된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 사람이 담백해진다.
얼마 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창업자로서 이번 정권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내가 실패를 경험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실패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 실패했다고 나쁜 건 아니지 않나. 그냥 잘못한거지. 내가 제일 힘들었던 건 그런 시각이다. 투자 유치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을 만났다. 국내,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재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마침 실패한 창업가의 재기 과정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시기도 했으니,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마도로스에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나.
난 예전에도 항상 확신은 있었다. 그렇다고 잘되는 건 아니었지만. 다만 즐거운 건, 해양 수산 스타트업이 전무한 상태에서 우리가 첫 주자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힘들지만 의미있다. 우리 철학을 정리하면 레트로다. 책임(Responsibility), 재미(Entertainment), 도전(Try), 존중(Respect), 유일(only)의 앞자를 따서 만들었다. 이런 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역시 철학 없이 하는 사업은 금방 망하더라. 이전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 투자자는 우리가 망해도 또 다시 투자할 거라고 말해줬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 실행력과 조직력, 그러니까 팀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마지막으로 단기와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 목표는 두가지다. 앞서 말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과 손익분기 달성이다. 8월 쯤 손익분기를 달성할 수 있을거라 본다. 흑자 달성은 ‘고객이 우리 비즈니스를 좋아한다’는 것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그래야 직원들도 힘이 좀 나지 않겠나.
중장기적으로는 해양 수산 비즈니스를 혁신하는거다. 농촌보다 어촌이 연령대가 더 높다. 농촌은 귀농 인재들이 스마트팜 등의 혁신 시도를 하고 있지만, 어촌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바다가 3면인 우리나라 어촌에는 어마어마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내가 40대인데, 어촌에 가면 막내 중 막내다. 어촌을 계몽하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우리를 통해 그 분들이 소득을 올리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상생하고자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