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상해의 핫플레이스 ‘VR 아케이드’에 가다.
세계적으로 VR과 AR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이 각광받는 중이다. 하지만 이웃나라 중국은 몇발 앞서 대중화 단계를 밟는 중이다. 이에 플래텀은 중국 현지에서 관련 이슈를 취재했다.<편집자주>
작년을 기점으로 중국 상하이에서는 가상현실 게임 체험 공간인 ‘VR 아케이드(VR Arcade)’ 붐이 불었다. 국내에서도 최근 VR방이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지만, 중국은 그 수나 규모, 시설 면에서 앞서 있다. 상하이 지역에서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총 수백 개의 VR 아케이드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전역으로 따지면 작년 한 해에만 약 3만5천 개 규모 VR 아케이드가 문을 열었다. 일반 오피스텔에 입주해있는 소규모 영업장부터, 쇼핑센터 내부에 위치한 대형 체험관까지 그 규모도 다양하다. 상해의 쇼핑센터 안에 자리 잡은 VR 아케이드 ‘맥하우스(MacHouse)’를 직접 방문해 그 열기를 느껴봤다.
■ 레이싱부터 슈팅 게임까지… 노래방, PC방 지나 이제는 VR방 시대
73평 규모의 맥하우스에서는 총 14종의 VR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다. 개별 게임의 가격은 38위안부터 168위안까지 다양하며, 체험 시간 역시 짧게는 8분부터 길게는 20분까지 나뉘어 있다. 1시간 동안 원하는 모든 게임을 즐겨볼 수 있는 정액권은 2천 위안으로, 가벼운 오락 거리로 즐기기에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다. 맥하우스의 운영 매니저인 첸웨이(陈尉)의 말에 따르면 평일에는 일 2천~4천 위안, 주말에는 1만~1만4천 위안의 수익이 발생한다.
맥하우스는 티앤셔미디어(天舍文化传媒有限公司)라는 VR 게임사가 운영하는 일종의 체험관이다. VR 게임의 경우 개발 주기가 길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다. 또 자사 게임을 아케이드에서 시범 운영하며 다양한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추후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공간을 열었다. 현재는 단 하나의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으며, 연내로 2개의 가맹점이 문을 연다.
직접 20분간 VR 슈팅 게임을 즐겨보니 단점들도 눈에 띄었다. 먼저 안전 문제다. 협소한 공간 내에서 사용자가 몸을 움직이면서 게임을 즐겨야 하다 보니, 공간 내에는 적어도 2명 이상의 직원이 머물면서 계속해서 주의를 시켜야 한다. 또 외국인 고객의 경우, 중국 직원의 게임 설명을 알아듣기 쉽지 않기 때문에 통역이 없으면 복잡한 VR 게임을 즐기기가 어렵다. 때문에 몇몇 아케이드에서는 영어가 유창한 직원을 상주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VR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헤드셋의 무게와 착용감도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 중국 전역 3만5천 VR 아케이드 중 돈 버는 건 고작 20%
현재 중국 내 VR 아케이드는 총 세 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맥하우스와 같이 헤드셋 제조사 또는 VR 콘텐츠 개발사가 운영하는 직영점, 이들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는 가맹점, 그리고 투자자 혹은 자금을 소유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체험관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이 오피스텔 등을 임대해 운영하는 공간이 수적으로는 훨씬 많지만 첸웨이 매니저에 따르면 붐이 시작된 지 1년이 흐른 현재 상당 수의 개인 소유의 아케이드가 문을 닫았다. VR 아케이드를 운영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겁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테크인아시아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 3만5천 개의 중국 내 VR 아케이드 중 20%만이 돈을 벌고 있다. 현재 VR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기 구매 등에 드는 진입 비용이 높은 데다가, 상해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살인적인 공간 임대료 때문에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중국에서조차 여전히 VR 시장에 대한 의구심은 높은 상태다. 중국 국영 뉴스 채널인 차이나오알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동안 중국 신생 헤드셋 제조 기업의 90%가 문을 닫았다. 2015년 200~300개 수준이었던 VR 기기 스타트업은 현재 올 초 기준으로 10개 정도만 살아 남았다.
VR 리듬 게임 중간 중간 한국 가요가 들리기도 했다. / 사진 = 플래텀DB
■ 미연시, 성인 VR 게임은 VR 아케이드에서 금물
그렇다고 중국의 VR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볼 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거품이 빠지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게 맞다. 첸웨이 매니저는 “상해 인구 3천만 명 중, 하루에 100위안을 VR 게임에 쓰는 1만 명 정도만 고객으로 확보해도 수익이 남는다”면서, “중국의 인구 증가율을 따져볼 때, VR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인 VR 콘텐츠로 인한 폐해가 없는 지도 물어봤다. 그에 따르면 성인 콘텐츠를 체험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제공할 경우, 폐업 조치는 물론이고 무거운 벌금형까지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스테이션4 용 VR 미연시 게임인 ‘섬머레슨’ 등을 VR 아케이드에서 트는 것은 불법이다.
VR의 완전한 대중화 과정에서, 중국 시내 곳곳의 VR 아케이드는 대중의 일상과 기술을 잇는 훌륭한 접점이다. 전 세계 VR 콘텐츠 사들이 시장 반응을 확인해볼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로서의 역할 역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놀이터, VR 아케이드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쇼핑센터 조이시티 내에 위치한 맥하우스 전경 / 사진 = 플래텀DB
다수가 한 공간에서 함께 플레이 하는 VR 게임 / 사진 = 플래텀DB
맥하우스의 직원들 / 사진 = 플래텀DB
취재 지원 : 한승희 플래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