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45] 국내 영상 VR 컨텐츠 계의 독보적 기업 ‘벤타브이알’
“영화 산업은 만들어낸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사업자 관점에서는 더 많은 돈을 끌어모으고, 더 많은 투자를 할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VR은 이에 대한 답이 된다.”
영화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분노의 질주> 등의 유통을 총괄하는 불릿(Bullit) 사의 토드 마커리스 대표는 작년 7월 한국을 방문해 위와 같이 말했다. 같은 이유로 영화뿐 아니라 게임, 방송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이 VR에 큰 관심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 <캡틴아메리카> 시리즈의 조 루소 감독의 말을 인용하자면, “VR은 기술이고 플랫폼이며, 동시에 매체”이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주도권을 놓칠까 국내 대형 엔터사들도 앞다투어 VR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국내 VR 컨텐츠는 어떻게, 얼마나 성장해왔을까. 실사 영상 VR의 가능성과 미래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벤타브이알(VentaVR)의 전우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3D 입체 360도 영상 스튜디오 ‘벤타브이알’
벤타브이알은 어떤 기업인가?
우리는 VR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다. VR 콘텐츠는 크게 엔진을 활용해 가상의 인물과 공간을 그려낸 게임 분야와, 실제 공간과 인물을 촬영해 보다 더 입체감 있게 보여주는 영상 분야로 나뉜다. 두 기법을 결합하는 작업도 많지만, 영상 쪽에 더 집중하고 있다. 자체 컨텐츠도 제작하고 있으나, 현재는 외주 작업량이 더 많다.
어떤 프로젝트들을 해왔나.
에버랜드의 호러메이즈(귀신의 집), 유니세프의 아시아 어린이 교육 콘텐츠, 삼성 갤럭시 7 스낵 무비 등을 제작했다. VR 단편 영화 3편을 제작해서 현재 부산 영화 체험 박물관에서 상영 중이기도 하다. 자체 제작 컨텐츠도 있지만, 외주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하고 있다.
벤타브이알은 VR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포지셔닝하고 있나.
세계적으로도 3D 입체 360도 영상을 만들어내는 업체가 몇 개 없다. 제작이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정체성은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2D 360도 영상의 경우 카메라 2대로도 제작할 수가 있지만, 3D 영상은 그보다 4배 정도 많은 카메라가 필요하다. 최대 14대를 사용한 적도 있다. 후반 작업 시간도 보통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더 걸린다.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적 부담도 클 것 같다. 스타트업 단에서 하기에 무리는 없나.
작업량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자금적으로는 괜찮다. 카메라 한 세트에 2천만, 3천만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진 않은 편이다.
VR 산업 분류 (자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인사이터스 가공)
■ 엔터 분야 협업 요청이 제일 많아
산업군별로 나누면 어떤 분야에서 VR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음반, 영화, 방송 업계가 제일 관심이 많다. 지금은 SBS와 함께 아이돌 관련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SM 엔터테인먼트와도 작업을 했다. 아이돌 팬은 굿즈 문화에 익숙하고 구매력이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좋은 VR 컨텐츠를 제작만 한다면, 수익화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초상권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긴 하지만 여러 번의 협업을 경험해보고, B2C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외부에서 프로젝트 협업 요청이 들어오면 어떤 단계로 일이 진행되나.
클라이언트들에게 VR 컨텐츠를 이해시키는 작업이 맨 첫 단계다. ‘VR적인 컨텐츠’의 특성은 무엇인지, 기존 2D 컨텐츠와 어떤 점이 다른지를 설명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예를 들어 2D 영상은 다이나믹한 컷 연출을 통해 연출자의 의도를 드러낼 수 있다. 컷을 빠르게 바꾸어 속도감을 주거나,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감정선을 강조하는 식이다. 그런데 VR의 경우 동일한 컷이 20~30초 정도 유지되어야 사용자가 몰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움직임이 너무 빠를 경우, 시청자가 멀미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앉아서 진행되는 정적인 연출이 적합하다. 화려한 연출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들은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워한다.
장비 설치 문제도 있겠다.
맞다. 컨텐츠 자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최종 재생 기기의 성능이다. VR은 HD의 4배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 UHD로 제작되고, 우리는 초당 60프레임 제작을 하기 때문에 영상 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좋은 장비를 갖춰야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데, 클라이언트들 입장에서는 비싼 기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클라이언트 설득 과정을 마치면, 그 이후에는 VR에 적합한 시나리오와 제작 기법을 구성한다.
■ VR에 어울리는 연출법은 따로 있다
VR 특성에 맞는 시나리오 작법과 촬영 기법이란 어떤 것인가.
VR 컨텐츠는 아직까지 체험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 그렇게 깊이 있는 시나리오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게 대부분이고,클라이언트가 시나리오를 직접 들고 오는 경우도 많다.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VR 영화의 경우는 작가와 연출자를 따로 섭외해 시나리오를 만든다. 촬영 기법은 기존 영상 연출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 영상이 프레임 안에서 얼마나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지를 고민했다면, VR은 아예 프레임 자체가 없다. 눈을 돌리는 어느 곳에서나 이야기가 펼쳐져야 한다. 이때 감정선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는 거리감이다. 시청자와 등장인물이 연인 관계라면 더 가까이, 접점이 별로 없는 인물이라면 더 멀리 배치하는 식이다.
연출자의 의도를 강조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다. 시청자가 어디를 바라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물론 시선이 따라올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유도는 하지만 100% 성공할 순 없다. 예를 들어 아이돌 그룹의 경우 정면에 A라는 멤버가 있어도, 관객이 B 멤버의 팬이라면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게 된다. 그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그 점이 바로 VR의 장점이기도 하다.
촬영 후반 작업은 어떻게 되나.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의 경계면을 이어 붙이는 스티치(Stitch)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의 완성도가 몰입감을 좌우한다. 스티치 후에도 입체 보정을 통한 안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VR 업계에서는 아직 공통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기기마다 컨텐츠 제작을 따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특히 게임의 경우에는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 자체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재생 기기 별 차이도 있다. 하지만 영상 VR의 경우에는 콘텐츠를 한 번 만들면 어느 기기에서건 재생은 다 가능하다. 해상도와 프레임레이트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서 게임 보다는 그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 구글 ‘데이드림’ 플랫폼이 진정한 VR 대중화 시대 열 것
유튜브를 통해 웹용 VR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방송국에서 제작한 것이었는데, 질이 그렇게 좋진 않더라. 이러한 무분별한 컨텐츠 양산은 오히려 VR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그게 가장 큰 문제다. VR을 영상 콘텐츠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질 좋은 영상 VR 컨텐츠가 많이 없는 편이다. 첫 경험이 좋지 않으면 ‘VR 별거 없던데’ 하면서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게임 VR 업체들이 영상 VR 컨텐츠를 별로 안 좋아한다. 이 부분을 극복하고자 벤타브이알은 최대한 각 기기에 맞는 방식으로 컨텐츠 기획을 하고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VR 대중화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실시간 스트리밍의 도입이다. 언제쯤이면 VR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을까.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데이터를 많이 소비할 시장이 필요해진다. 그 시장에 딱 어울리는 게 VR 컨텐츠다.
미국, 중국 등 각 국가가 5G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 중이다. 컨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느 국가가 주도권을 쥐든 상관없나.
전혀 상관없다. 빨라지면 좋은 거고. 각국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일 뿐이다.
VR 실시간 스트리밍 시대가 오면, 당장 어떤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나.
가장 가까이는 아이돌 라이브 방송으로 주목 받는 브이앱 같은 서비스가 곧 VR 방송을 도입하게 될 거다. 유튜브 등 각종 영상 플랫폼들도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
10대, 20대뿐 아니라 중장년, 노년층을 위한 컨텐츠도 필요하게 될 텐데.
아무래도 의료, 헬스케어 분야 수요가 제일 많다. 우리도 제주치매센터와 함께 치매 체험 VR 컨텐츠를 두 편 정도 만들었다. 가족들이 치매 환자의 고통을 헤아려보는 체험형 컨텐츠다. 올해에는 치매 진단을 할 수 있는 컨텐츠도 제작했다. VR이 진료 영역으로도 들어가고 있다.
매년 ‘올해가 VR 대중화 원년’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여전히 때가 차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언제쯤 진짜 VR이 대중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글의 VR 플랫폼인 데이드림이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 본다. 원래는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이 올해 많이 나왔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에 걸맞은 디스플레이 생산이 더뎌지면서, 그러질 못했다. 얼마 전 구글이 샤프와 함께 디스플레이 회사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약 2, 3년 후에는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될 것이다. 그때 쯤엔 일상으로 VR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을 거다.
컨텐츠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나라는 어딘가.
역시 미국이다. 펠릭스앤 폴(Felix & Paul), 뉴욕타임스 등이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전트(Jaunt)VR은 가장 많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다. 중국의 경우 컨텐츠 보다는 하드웨어 쪽으로 발달되어 있다. 컨텐츠 분야에서는 다소 뒤지고 있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VR 분야에 투자가 활발했는데,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뽑아내고 있지 못해 시장 자체는 침체기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기술적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한류 스타도 큰 자산이다. 작은 기업들도 한류 스타와 VR 컨텐츠를 제작하면,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려 하진 않는 것 같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몇 편씩은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컨텐츠가 주는 첫 경험이 매력적이지 않았는지 쉽게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더라. 국내 투자 규모도 미국, 중국에 비해 크지 않다.
국내 벤처 투자 업계는 VR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
의외로 정부, VC 쪽에서 VR 쪽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런데 중국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선례가 많이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다소 침체한 상황이다.
컨텐츠와 관련해 정부 규제는 심하지 않은 편인가.
게임 쪽보다 영상 VR에 대해서는 규제가 그리 심하지 않다. 기존 영상 규제 수준과 비슷한 편이다. 정부 규제보다는 오히려 플랫폼별 규제가 더 까다롭다. 오큘러스의 경우 플랫폼에 올리기까지 심의 과정이 꽤 엄격하다. 초기 시장에서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주어야 사용자 경험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보다는 플랫폼별 규제가 민감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를 말씀해달라.
올해 세웠던 B2B 목표량은 이미 충분히 넘겼다. 남은 기간에는 B2C 시장 진출에 더 힘쓸 예정이다. 또 아직 시장에서는 영상 VR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앞서 말했듯, 질 좋은 컨텐츠들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벤타브이알을 통해 영상 VR도 충분히 몰입감 있는 컨텐츠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