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생 살 것처럼 임하라” 제주도에서 창업을 하려면 알아야 할 몇 가지
지난 몇년 간 제주도는 지역 혁신센터를 비롯한 여러 창업지원 기관이 창업을 독려해왔다. 이에따라 제주패스, 다자요, 티엔디엔, 오쉐어, 디스커버제주 등 특색있는 지역 기반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제주 단기체류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까지 이른 사례도 여러 건이다.
아울러 제주자치도는 창업자 육성과 환경을 조성하는데 관심을기울이고 있다. 관련 정책 및 펀드, 제주 출신 기업인의 연합체도 목하 추진중이다. 민간의 움직임도 있다. 이달 11일에는 창업기업의 연합체인 ‘제주스타트업협회’도 출범한다. 협회에 참여하는 기업 수만 200개사가 넘는다. 제주의 창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제주의 생태계 현황을 창업자의 관점에서 확인하기 위해 조희제 제주스타트업협회 준비위 간사와 이재성 재밋섬파크 대표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타지에서 제주로 이주한 전입자이자 입도인이다. 왜 제주도를 선택했나? 그리고 이전에는 뭘 했나?
조희제 간사(이하 조) : 제주에 오기 전 아이패드 잡지 사업을 했다. 인터렉션 등 기술도 힘들었지만, 결정적으로 아이패드가 한국에서 많이 팔리지 않았다. 전자책 시장도 더 커지지 않았고. 그 다음에 모바일 광고 영역으로 넘어갔는데, 그 시장도 마찬가지더라. 방향을 잘 못 잡았다 판단해서 접었다. 개인적으로 제주도는 살기에 참 좋은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업을 정리한 상황이었고, 서울에 미련도 없었다. 그래서 1년 전에 가족과 내려왔다.
이재성 대표(이하 이) : 창업 전 투자회사에 오래있었다. 제주도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뭘해도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해 4년 전에 왔다. 우선 건물 등 부동산을 사고 그 건물에 롯데월드같은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그게 연간 60만 명이 찾는 재밋섬파크다. 재밋섬파크 내부에는 키즈 테마파크도 있고, 영화관도 있다. 어트렉션 및 VR놀이기구, AR 학습놀이기구가 있고. 또 O2O서비스인 ‘꼬마야놀자’를 개발하여 키즈관련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어찌보면 무모한 결정일 수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내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스타트업에게 어느정도 필요한 게 그런 무모함이 아닐까 싶다.
재밋섬파크는 초기 자금이 많이 투여되는 사업이다.
이 : 개인자금도 들어갔지만 투자도 받았다. 초기 인프라 비용도 많이 들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궤도에 올랐다.
조 간사는 다시 사업을 할 생각은 없나?
조 : 상처를 입으면 아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1년 정도 쉬면서 다음을 찾아보자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스타트업협회준비에 참여하게 되었다. 망해본 경험이 있기에 창업자들에게 해줄말이 있을듯도 싶었다.
제주도의 창업환경은 어떻다고 보나?
이 : 점차 올라가는 추세다. 최근 제주도에 창업을 꿈꾸며 유입된 외지인들이 상당수 있다. 제주도의 창업 생태계가 유연하고, 문턱도 낮은편이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사업이 있기에 찾아오는 것이라 본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스타트업 경쟁이 심화된 것이 좋은 인재가 각 지역에 분산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제주도는 단순히 풍광만 좋아서 온다면 몇달 못 버틴다.
조 : 서울 등 다른 지역에도 젊은 창업자들이 많지만, 제주도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창업자들이 많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ICT분야를 떠올리는데, 제주에는 관광이나 레저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관광과 여행 외 IT창업 환경은 어떻다고 보나?
이 : 기회는 열려있다고 본다. 제주도는 IT가 많이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 얼마전까지 홈페이지 하나 구축하고 고도화 하는데도 육지쪽 업체에 의뢰해야 했다. 제주에 관련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물의 만족도가 낮았다. 최근에는 전문가들이 유입되어 나아지는 중이다. 협업도 활발하다.
이 대표 본인은 이곳에서 창업을 할 때 어땠나?
이 : 인프라베이스 사업의 경우 지속적으로 투자와 변화가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재밋섬파크와 같은 비즈니스의 근본적 문제는 인구수와 연관되는 것이 있다. 아이가 많이 태어나지 않기에 그에 따른 고객수요감소 리스크가 있다. 일반서민이 경제적으로 힘든것도 요인이다. 영화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불법다운로드가 만연되어 있고, 예전처럼 호황도 아니다. 좋은 영화는 많이 나오는데 관객은 많이 들지 않는다.
우리 비즈니스는 레거시한 비즈니스와 뉴비즈니스 사이에 있다. 올드한 사업도 어려워지고 있고 스타트업도 어려워지다보니 두 사이드의 어려움을 함께본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되려면 자금 유입이 활발해야 하는데 잘 안 돈다는 것도 어려움의 한 요인이다. 좋은 아이템을 발굴해서 사업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같은 테마파크는 5~60억 원이 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즉 현 상황에서 프렌차이즈를 내기 힘들다는거다. 그래서 몇천만 원이면 만들 수 잇는 모래놀이 테마파크를 선보였는데, 문의가 거의 오지 않는다. 아이템이 안 좋은건지 홍보가 잘 안된건지 고민이 있다. 계속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제주에서 유망한 관광사업 아이템, 혹은 제주도에서 하면 좋을 사업 아이템은 뭐라고 보나?
이 : 제주에서 이제 마지막 남은 관광 아이템은 ‘짚-와이어’라고 본다. 밧줄 하나만 있으면 되지 않나. 현재 추진중인것으로 안다. 그외 전문영역이면 유망하다고 본다. 예를들어, 스타트업 영역은 아니지만 가정법률 변호사도 괜찮다고 본다. 괸당문화에서는 주변에 이혼 등을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혼 상담을 하러 서울에 가는 경우도 많다. 세무상담도 마찬가지다. 제주출신 세무사에게 상담하면 상담 내용이 알게 모르게 퍼진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예 모르는 타지로 나간다. 전문영역에게는 기회의 시장이다.
두 사람 다 전입자이자 입도인이다. 어려움은 없었나?
이 : 입도인은 애환이 있다. 제주도의 괸당문화는 이너서클 문화다. 그 검증과정을 통과하는게 꽤 힘들다. 다만 그걸 뚫으면 입도기업인으로써 경쟁력이 생긴다.
조 : 제주 출신이라도 육지에 나갔다 오면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다만 최근 몇년 간 외지인이 다수 넘어와 역할을 하면서 문화가 바뀌는 조짐이 보인다.
제주도에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겠는가?
이 : 무조건 오라고 한다. 내가 연간 제주로 데려오는 사람만 20명 이상이다. 근래에는 세무법인도 들어오게 했다. 제주도가 그런 사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 : 일단 처음에 고생한다는 각오는 필요하다. 그런 마음가짐만 있다면 기회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오는 목적이 돈이라면 얼마 안 가 당황할 수 있다.
제주로 오려는 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을 하겠나?
이 : 내가 제일 많이 강조하는 건 무조건 인사를 하라는 거다. 그리고 뜨내기가 아니라 여기서 평생 살것처럼 사업하라고 조언한다. 이곳에 뿌리를 내려 제대로 된 사업체를 키우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머지는 다른 지역이랑 다 똑같다. 제주사람은 타지인이 너무 셈법에 의해 일한다는 인식과 경계심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될 것도 안 된다. 내가 우리마을 주민자치위원이다. 아침에 빗자루 들고 나가서 쓰레기 치우고 저녁에 교통정리하러 간다.
조 : 여기에 와서 가는데 마다 들었던 질문이 ‘제주로 주소를 옮겼느냐’였다. 여기 사람 맞냐는 거다. 제주사람들은 그 구분이 엄격한 편이다. 제주는 법적인 규제보다 관습법이 관건이다. 예를들어, 제주도에서 배를 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배를 둘 곳이 없다. 어민 단체 등에서 타지 사람에 대한 배타적 성향 때문에 내어주지 않는다. 또 바닷가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 바다에서 뭔가를 하려할 때 지역 주민에게 항의를 받기도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주민들에게는 이슈가 되는거다.
제주도만의 디지털 노마드 창업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30명이 하는 프로그램인데, 사무실과 게스트하우스 지원하고 코웍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 출신중에 시소나 단비코리아처럼 창업까지 이어진 곳도 있다.
조 : 제주도에 빈 공공기관 건물이 꽤 된다. 이것들을 잘 활용하면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창업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나?
이 : 구심점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창업 프로그램 한 기수로 뽑는 팀이 적다는 것은 아쉽다. 아울러 보석같은 스타트업도 좋지만, 원석같은 팀도 잘 다듬어 주는 형식도 감안해줬으면 한다.
제주 창업 환경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조 : 서울은 VC와 접촉면이 넓은데 반해 제주도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투자유치를 생각한다면 수도권으로 올라가야 한다. 인재수급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 : 금융권 출신이다보니 사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고 본다. 돈이 많이 머물러 있고 움직여야 좋은 기업과 능력있는 인재가 온다. 수도권 VC에 의존하지 말고 토종 기금이 필요하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도 필요하다고 보고. 이해는 된다. 우선 제주는 마켓 사이즈가 작다. 아울러 스타트업 사업 다수가 본 괘도에 오르기 전 테스트 단계인 것도 꺼리는 요인일거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은 모험을 하는 펀드 아닌가. 비즈니스 모델을 보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 검증된 기업에만 투자한다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신용대출이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창업을 스펙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창업자의 태도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이 : 공모전과 정부지원금만 바라보고 창업을 진행하는 이들이 일부 있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뛰어다니고 몸으로 부딪치며 저지르는 게 필요한데, 너무 앞뒤를 재면 정작 비즈니스를 못 한다.
제주스타트업협회가 이달 11일 공식 출범한다. 두 사람 모두 협회에 참여하는데, 어떻게 시작된 건가?
조 : 제주패스 윤형준 대표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다. 제주의 여러 젊은 창업자들이 흩어져 있고, 힘을 받지 못한다여겨 모아보자고 했다. 현재 네 번의 협회 준비모임을 가졌고 이달 11일 창립총회를 열며 공식 출범한다. 목표는 출범 전까지 200 ~ 300개 기업과 개인을 참여시키는 거다.
이 : 기반을 갖춘 스타트업이 신생스타트업과 콜라보를 통해 그들을 돕자는 것도 협회 창립 목적중 하나다.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거라 보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전까지 관 주도로 창업생태계가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민간이 주도하는 생태계가 될거라 전망한다.
왜 굳이 협회라는 형식을 취했나?
조 : 협회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겠나. 꼬인 규제에 대한 공동대응과 기관에 발전적 제언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더불어 기업들이 사업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네트워킹의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자치도, 혁신센터 등과 함께 그림도 크게 그려볼 수 있을듯 싶다.
그외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조 : 제주 스타트업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구인문제다. 그것을 함께 풀어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VC와 제주스타트업을 잇는 역할과 교육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 : 제주도에 있는 스타트업을 많이 알려달라. 심리적 거리는 있지만, 비행기를 타면 금방이다. 제주 창업생태계의 이슈는 지역지에서만 쓰더라. 우리도 전국으로 꾸준히 소식을 전하려 한다.
이 : 부산에서 20년, 서울에서 20년을 산 뒤 제주도에서 20년을 살려고 왔다. 앞으로 16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제주를 더 발전시키려 한다. 재밋섬파크와 제주스타트업협회를 기억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