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소매 혁명, ‘신유통’ 현장을 가다.
상하이는 중국 경제를 이끌어 온 중국 최대의 상업도시이며, 중국 뿐 아니라 세계적 물류의 중심지이다. 세계 500대 기업의 대다수가 상하이를 중심으로 진출해있을 정도로 중국 최대의 다국적 지역 본부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중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중국을 이끌어나가는 경제 거인인 상하이, 중국 어느 도시보다도 다이나믹하게 변화하는 이곳에서 미래의 유통·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소매 혁명의 모습을 찾아나섰다. 이곳은 지금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가 도시 곳곳에서 실행되고 있다.
1. 허마셴셩(盒马鲜生)
마트 천장에는 장바구니가 걸려있는 레일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직원들은 그 장바구니를 들고 모바일 기기를 체크하며 다양한 식료품 등을 담고, 이를 레일로 올려보낸다. 마트 곳곳에는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QR코드가 비치되어 있다. 상하이에 위치한 한 마트의 전경이다.
허마셴셩(盒马鲜生)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京东)의 물류 총괄 출신 호우이(侯毅)가 2015년 설립하였다. 이듬해 1월 상하이에 첫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였고, 2개월 후인 2016년 3월에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양사는 손을 잡게 되었다. 허마셴셩은 곧 마윈이 주창한 신유통(新零售)를 대표하는 모델이 되었다.
고객의 주문이 접수되면, 매장 내에서 직원들은 바삐 뛰어다니며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이를 물류 센터로 보낸다. 매장은 제품을 전시하는 곳이며 창고인 동시에 배달 센터가 된다. 허마셴셩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나 현장에서 구매한 제품을 마트 3km 이내의 고객에게 30분 내로 배송해 주고 있다. 실제로 고객만큼이나 많은 직원들이 주문을 처리하고 장바구니를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올리고 있었다. 이러한 효율적인 물류 배달 시스템은 신속한 배송 처리를 가능케 한다.
허마셴셩에서 중점적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제품은 ‘신선제품’으로, 다른 마트에 비해 해산물, 반조리 식품 등을 취급하는 공간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일반 제품보다 더욱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을 필요로 하는 모든 신선 제품 및 요리를 가정에 제공하는 것이 허마셴셩이 나아가고자 하는 핵심 방향이다. 신선제품의 가격 변동 역시 전자 가격표를 활용하여 일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다.
매장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 지불은 무조건 알리페이로만 이루어져야 하며, 현장에서는 허마셴셩앱을 활용하여 알리페이 결제를 유도하고 있었다. 결제 후에는 허마셴셩 앱에서 내가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지를 바로 체크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것은 회사가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여, 고객의 소비 패턴을 추적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허마셴셩은 상하이에만 7개의 매장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외곽에 위치한 곳이 많아 그 근방에 사는 주민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타오바오몰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와 연계하여 배송 범위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허마셴셩 바오디 지점(宝地点) 전경 / 사진 = 플래텀DB
허마셴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제품 구매 후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구매 품목 확인 및 만족도 체크를 할 수 있다. / 사진 = 플래텀DB
2. 빙고박스(Bingo Box, 缤果盒子)
대형마트의 주차장에 있는 커다란 상자, 빙고박스(Bingo Box, 缤果盒子)는 무인편의점이다. 편의점은 최근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결합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중 무인편의점은 인공지능과 인터넷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을 목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빙고박스는 현재 상하이에 2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프랑스 유통 기업인 오샹(Auchan, 欧尚)과 협력하여 만들어진 빙고박스를 찾았다.
무인편의점 빙고박스에서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편의점 안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구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잠겨 있는 출입문을 해제해야 한다. 위챗으로 QR코드를 스캔하여 모바일 인증을 받아야지만 문이 열린다. 편의점 내로 들어가면 음료수, 과자, 빵 등을 비롯하여 우산, 휴대폰 케이블까지 일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비치되어 있다.
모든 제품에는 RFID 태그가 붙어있고, 결제를 위해서는 최대 5개의 제품을 RFID 리더기 위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인식되어 계산대에 품목이 뜬다. 이를 위챗페이나 알리페이와 같은 모바일 페이먼트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제품 구매를 완료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만약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으면 퇴장을 위한 QR코드를 스캔하여야만 출입문이 열린다. 제품에 붙어있는 태그를 통해 출입구에는 구매하지 않은 제품을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도난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곳이 편의에 최적화된 곳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무인편의점이라고는 하나 재고 관리 등에 대한 자동화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아 2-3명의 마트 직원이 지속적으로 물품을 체크하고 있었다. 자동 결제 카운터에서 물건을 인식하고자 하였으나, 원활하게 인식이 안되는 제품 때문에 몇분 동안 물건 위치를 바꿔보며 시도해야만 했다. 출입 시 QR코드를 스캔하지 않고 다른 고객을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물건을 구매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려면 다시 QR코드를 입력해야 하므로, 아직 이러한 시스템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인 무인편의점의 기술적 결함 및 불편 요인을 해소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인편의점은 신유통의 핵심 영역으로 이내 기존 편의점과 자판기 사이에서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 빙고박스 전경 / 사진 = 플래텀DB
빙고박스 출입문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 사진 = 플래텀DB
모바일 인증 화면 / 사진 = 플래텀DB
물품을 체크하는 직원 / 사진 = 플래텀DB
모든 제품에는 결제 인식을 위한 태그가 붙어있다 / 사진 = 플래텀DB
자동 결제 카운터와 모바일 페이먼트 시스템 / 사진 = 플래텀DB
물품을 구매하지 않고 매장을 나가기 위해서는 QR코드를 한번 더 스캔해야 한다. / 사진 = 플래텀DB
3. 메이티엔화샨재래시장(美天华山菜市场)
중국에서는 다양한 유통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시장의 혁신이다. 메이티엔화샨재래시장(美天华山菜市场)은 상하이 재래시장 건설·관리 프로젝트 2.0 버전으로 슈퍼마켓 형태의 재래시장이다. 이곳은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 구조를 탈피하며, 스마트 재래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재래시장 내부는 밝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상품에 부착되어 있는 QR코드이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이 농산품이 언제 어디에서 나고 자랐는지를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과거 수기작업과 통일성 없던 가격표도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해소하였다. 재래시장 백엔드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가격 변경이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리가 가능한 이유 중에 하나는, 기존 재래시장이 개인사업자와의 거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크고 작은 법인 사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채택한 덕분이다. QR코드를 통해 농산물 유통 과정과 더불어 기업 및 제품에 대한 정보까지 오픈하였다. 신뢰할 수 있는 법인 브랜드와 협력하고 유통과정을 줄여 3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품을 판매할 수 있다.
시장 한편에는 바코드를 읽어 식품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기계를 꺼놓은 상황이었다. 필요하지 않거나, 불편함을 야기하는 시스템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실질적으로 생활에 스며들 수 있고 편리한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는 듯하다.
재래시장은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변화하고 있으며 최적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대화된 시장에서 고객들은 더욱 안전하고 저렴하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모바일 페이먼트 시스템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고, 과거의 모습으로 머물러 있던 것만 같은 광경들은 이제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상하이 메이티엔화샨재래시장 전경 / 사진 = 플래텀DB
QR코드로 오이의 생산이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 사진 = 플래텀DB
사진 상의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제품의 생산이력이 확인 가능하다. / 사진 = 플래텀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