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악어는 시간제 어린이 돌봄 매칭 서비스입니다. 김희정 대표는 이 서비스를 엄마와 여자로 동시에 살고 싶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가치에 부응하는 듯 7월 18일 현재 부모 회원은 2,361명. 대학생 선생님 회원은 820명입니다. 돌봄 매칭은 1,324건이며 부모님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6점에 달합니다. 가입 회원은 매일 늘고 있고 이용 만족도 또한 연일 갱신중이죠.
째깍악어는 돌봄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로, 대학생에겐 사회 선배의 멘토링을 지원받는 서비스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키겠단 회사의 방향성과 맞닿는 부분입니다.
이들의 행보는 순조롭습니다. 째깍악어는 2016년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 선정, 법인 설립 5달 만에 임팩트 투자사 HGI로부터 투자 유치, 중소기업청 주관의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최근엔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여성친화적 사회적기업 우수모델·아이디어’ 기업 중 하나로 꼽혔고요.
불과 5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지만 ‘사람’과 함께하기에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번 허스토리 5번째 주인공인 김희정 대표를 만나 사람과 조직문화, 그리고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들어봤습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 IT 기술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기업
월 성장률과 이용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성장률은 높습니다. 사용 비율의 경우 신규고객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다른 놀이시터 서비스와 차별점을 말해주세요.
우선 사업 방향이 다릅니다. 현재 놀이시터 서비스는 째깍악어를 포함해 세 업체 정도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한 업체는 아이들과의 놀이, 다른 업체는 방과 후 시간 활용 등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 중입니다. 째깍악어는 ‘보육’에 가치를 둡니다.
째깍악어만의 차별점으로는 플랫폼을 믿고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선생님에겐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성범죄 이력을 요구하는 등 등록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에요. 아동 관련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깐깐하게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 고객도 다르지 않아요. 내 아이가 중요하듯 악어선생님도 한 가정의 귀한 자식이기에 내린 조치입니다. 저희의 진심은 어느정도 통한 것 같습니다. 10명 중에 8명이 먼저 써본 지인의 추천으로 서비스에 선생님으로 등록하고 있어요. 이들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입니다.
사회적 기업인 째깍악어가 기술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뭔가요.
아이와 선생님 매칭은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집니다. 어떤 성향을 원하는 지 파악한 뒤 서로에게 적합한 상대를 추천해주는 거죠. 현재는 초기라서 아주 단순한 구조로 시스템이 이뤄져 있는데, 보완해 다양한 알고리즘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데이터는 많이 쌓일 것이고, 이를 통해 고객 만족을 도모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매칭하나요.
현재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선생님은 돌봄 활동이 끝나면 노트를 작성합니다. 이어 고객들의 후기를 봅니다. 그걸 보면 고객의 선호도를 알 수 있어요. 선생님도 마찬가지고요. 그 집 보호자와 잘 맞았는지 노트를 통해 분석합니다. 플랫폼 사용자가 서로 원하는 조건을 맞춰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고객 현황과 사용 요금, 매칭 건수 및 만족도를 보여주는 건 전략적 접근인가요.
전략이라기보단 원칙입니다. 서비스 이용전에는 저희 서비스에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어요. 때문에 부모와 선생님 고객 양측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플랫폼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봤습니다. 이 지표는 우리 팀원에게는 기쁨과 긴장을 동시에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에요. 수치가 성장하면 기쁨이지만 하락하면 직접적인 경고가 돼요. 한편으로 수치를 공개하니 관련 문의가 줄어 일에 몰입하기는 좋더라고요.
교통 취약 지역 이용률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 있나요.
지역이 먼 경우 선생님가 다소 꺼리는 편입니다. 돌봄 서비스 이용시간보다 오고가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엔 추가 비용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에요.
‘째깍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인 악어 선생님이 다양한 분야의 직장 선배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소수정예 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많은 대학생을 만났는데, 뭘 하고싶은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도 그 시기엔 같은 고민을 했고. 이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이에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 있는 직군, 직업을 가진 강사를 초빙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대학생 외에 시니어도 돌봄 선생님로 고용할 계획이 있나요.
선생님을 등록할 때 단계가 많은 편입니다. 우선 서류 접수와 인적성 검사가 있고 면접을 본 뒤 다시 인적성 시험을 치러요. 인증 절차를 걸치면 소개 동영상도 찍어 앱에 올려야 합니다. 아동 성범죄 이력도 당연히 봅니다. 이 과정은 서비스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다소 긴 편입니다. 이 시스템이 어느정도 안정화된 뒤 시니어 돌봄 시스템을 고려할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시니어분들께 이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아이가 있어도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업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19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동시에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단 마음이 컸어요. 아이가 있는 남녀 직장인 모두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고요. 당시 다니던 회사 내에선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서 내가 사업을 꾸려야겠다 결심했고, 아이 돌봄 서비스를 떠올렸습니다. 살던 동네에서 베타테스트를 두 달 정도 해봤습니다.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해 회사를 그만두고 작년 9월에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40대 여성으로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누가 돕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요.
주위의 도움이 컸어요. 지인들이 보도자료 및 고객 상담, 내부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보탰습니다. 이 중 휴직하던 친구와는 사업계획서를 같이 작성하며 사업 기틀을 다졌습니다.
팀은 어떻게 꾸렸나요?
사업은 처음이라 어떤 분야가 필요한 지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분야마다 채용을 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다만 지인들이 돕던 일은 꼭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대학생 인턴 2명과 나를 포함한 총 5명으로 구성했어요. 각자 상담, 개발, 사업운영 및 마케팅 분야를 맡아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채용 중입니다.
채용과정에서 대표면접이 끝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째깍악어엔 모두 3단계의 면접이 있습니다. 서류에 합격하면 대표 면접을 봅니다. 이후 마지막엔 팀면접을 봐요. 좋은 분을 채용해야 하지만 취업하는 분도 좋은 회사에 와야 합니다. 대표가 좋다고 채용할 게 아니라 그분도 좋은 회사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국 함께 일하는 팀원과의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초기 기업
회사를 키울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요소는요.
조직문화입니다. 제 경험을 반추할 때 회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되도록이면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 이들의 장점을 찾고 부각 시키고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예전엔 단순하게 금전적 보상만 생각했어요. 요즘은 자신이 하는 일이 파생하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의 성장을 동기 부여 차원에서 강조합니다. 생각 중인 모든 방안을 다듬어 내규로 만들 계획이다.
조직문화에 많은 공을 들이는 계기가 있나요.
사업 아이템을 함께 구상했던 친구와는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게 있어서 사업을 준비하던 동안 쉽게 무너지지 않았어요. 조직문화가 있는 회사일수록 덜 지칩니다. 아울러 조직문화는 대표에게도 큰 책임감을 부여하는 거예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다고 뒷말이 도는 서비스는 대중이 기피할 겁니다. 기본적으로 째깍악어는 ‘다니는 직원이 친구에게 추천할 수 있는 회사’가 모토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좋은 조직문화는 존재해야 해요. 대내외가 투명하고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바람입니다.
원래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았나요.
조직 생활을 20년 가까이 하며 느낀 게 성과는 사람과 상황마다 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A팀에 있던 동안엔 성과가 부진하단 평가를 받던 사람이 B팀으로 옮기고 나선 3년 연속 우수 평가를 받거나, 상사가 바뀌니 한순간에 일 못 하는 사람으로 전락한 사람 등 다양한 경우를 직접 보고 들었어요.
특히, 일 잘하던 여자 후배들이 육아로 일에 몰입하지 못할 때는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이 귀가하는 두어 시간만 배려해주면 되지만, 회사 시스템 내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저희는 이 문제를 오래 고민했고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돕는 회사를 지향합니다.
초기 기업이 조직문화를 중요시하는 건 이색적인 일이에요.
사실 지금 규모로는 무리수일 수 있습니다. 허나 체제 없이 성장하면 훗날 조직을 정비할 때 팀원간 가치가 달라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어요. 작은 규모라도 조직은 지향하는 바가 명확히 가시화 돼 있어야 하고 조직원은 이에 공감하고 있어야 합니다.
장밋빛 미래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오너십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고려한 게 있다면요.
회사의 비전을 시각화해 팀원에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겐 매출, 회원 수 등 회사의 주요 성과 지표가 5개 있어요. 대표는 모두 선택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달성 가능한 성과 지표를 합의해 3개씩 가져갑니다. 각각 가져간 지표의 가중치는 각각 다르게 설정해요. 이후 목표한 바를 위해 서로 노력할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지표는 향후 연봉협상 및 인센티브 등에 협상 근거로 활용돼요. 이렇게 해야 공정하게 상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해주는 팀원과 팀원의 가족에게 고마워요. 회사가 있기 전에 사람이 있다고 보는데요. 이 작은 회사의 가치를 믿고 함께해주는 팀원과 이를 허락한 가족이 있어 째깍악어가 있는 겁니다. 그 고마움을 직접 전하고 싶어 어느 팀원의 고향으로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일반 기업과 품질로 정면승부하는 사회적기업
사업 운영 넉 달 만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올해 1월 HGI에서 저희에게 투자 하고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서비스와 운영 방식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부모 고객 뿐만 아니라 공급 대상인 선생님를 대하는 태도가 좋다고 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의 단계별 행보를 다 거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케팅과 홍보는 어떻게 했나요.
애초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뛰어들었어요. 단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당시 같이 준비하던 친구가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해도 될 것 같다 해서 시작했어요. 베타테스트도 살던 동네에서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고맙게도 많은 매체가 우릴 먼저 알아봐 주셨어요. 시, 때, 운이 맞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지도 모릅니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에 비해 수익모델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사회적기업을 강조하지는 않을 계획이에요. 일반 기업과 서비스로 동등하게 경쟁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훌룡한 서비스인데 알고 보니 좋은 일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구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뒤지지 않을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수요와 공급, 내부 팀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업
째깍악어는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가요.
수요자 측면에선 ‘언제든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에요. 공급자 측면에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고요. 즉,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거나 재택근무를 원하는 이들에게 자아를 계발할 수 있을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거죠. 외적으론 그렇고 내부에선 조직문화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각오를 들려 주세요.
단순하지만 명료한 각오와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겁 없이 뛰어들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열살 딸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