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4] ‘스타트업이 투자한 스타트업’, ‘코뉴’ 박동진 대표
한 창업가가 창업을 결심했을 때 기꺼이 전재산을 투자해주는 투자자를 만났다. 그리고 창업가는 3년 후, 성공해서 투자자에게 투자를 했다.
동화같은 이 이야기는, 국내에서 그것도 핸드스튜디오에서 실제로 생긴 이야기다. 국내에서 가장 큰 스마트 어플리케이션 제조사 핸드스튜디오와, 이제 막 시작하는 콘텐츠 전문 스타트업 ‘코뉴’의 사연은 무엇일까?
바로 한 달 전, 바로 문을 연 따끈따끈한 스타트업 코뉴 사무실에서 코뉴 박동진 대표와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를 만나보았다.
우선 핸드스튜디오와 코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준희(핸드스튜디오 대표) : 핸드스튜디오(HANDSTUDIO)는 창업 3년차의 기업으로, 현재 2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150여 개의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했고, 이 어플리케이션은 150여개 국에 8개 언어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박동진(코뉴 대표) : 코뉴(CONEW)는 올해 2월 1일에 생긴 따끈따끈한 회사입니다. 현재 코뉴의 직원 5명과, 모션그래픽 아카데미 브이다스(V.DAS)의 졸업과정을 진행하는 6명이 협업하고 있습니다. 3D 기반의 애니메이션을 메인으로 삼고 있으며,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 모두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핸드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스마트TV용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갈 영상과 정부 과제를 함께 준비하고 있죠.
우선 핸드스튜디오가 창업하게 된 때 이야기부터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고, 투자하게 되었나요?
안준희: 2010년에 제가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위한 자본금 1억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제가 모을 수 있는 돈은 5천만 원 정도였고 남은 5천만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박동진 대표에게 찾아가서 기획서를 보여주며 투자를 부탁했는데, 사업기획서를 보자마자 투자를 했어요. 돈이 넉넉해서 투자한 것도 아니고, 그동안 월급 받아 한푼 두푼 모은 걸 죄다 준 거죠.
박동진 : 사실 기획서의 아이템으로 투자를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그때 제가 “먼저 연습해 봐라.”라고 말하며 돈을 투자한 기억이 나요. 저도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사실 용기는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 무렵 안준희 대표의 사업기획서를 보면서, ‘시작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기회조차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투자를 결심했죠. 그동안 사회생활하며 모아 두었던, 통장의 전재산을 탈탈 털어줬어요.
안준희 : 정말 고마웠던 게, 그게 결혼 3개월 전이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정말 흔쾌하게 결정해줬어요.
단순한 우정으로 그렇게 투자하긴 쉽지 않았을텐데요. 투자 후에 둘 사이에 위기는 없었나요?
안준희 : 많이들 걱정하신 부분이에요. 친구관계였으니까, ‘사업에 연관이 되면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저희는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박동진 : ‘원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같이 사업하고 싶다는 희망도 있었고.
대학교 4학년 때 안준희 대표와 친해졌는데, 저희는 남자들 치고 특이하게 술을 안 마셔요. 대신 놀 때 꿈 얘기를 했죠. 구체적인 건 아니고, ‘40~50대가 되면 카페를 같이 차리자’거나, ‘언젠가 우리가 작은 사업이라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나누었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막연히 ‘언젠가 저 친구랑 뭔가 해보자’는 기대가 있었어요.
안준희 : 꿈을 지속적으로 나누었으니 어지간한 투자자보다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평생 가져갈 신의를 지켜야 하니까요. 제가 박동진 대표에게 투자금을 받고, 2010년 2월에 창업했는데 그때부터 박동진 대표가 2011년 CFO로 합류하기 전까지 1년 2개월 동안 매주 전화했어요. 회사 상황을 보고했는데, 사실은 보고라기보다 상담에 더 가까웠죠.
2011년 박동진 대표가 핸드스튜디오에 CFO로 합류하던 당시의 모습
수익이 난 이후에도 변화가 없었나요?
박동진 : 네. 큰 변화는 없었어요. 수익이 났지만 안준희 대표는 똑같은 월급을 받아갔고, 저도 배당금을 따로 요청하지 않았어요.
안준희 : 핸드스튜디오는 대표인 저나, 이사들이 수익 배당을 받지 않습니다. 그 돈을 1년에 두 번씩, 성과급으로 돌려서 전 직원이 기여도에 따라 나누어 가집니다. 회사에 수입을 축적하지 않는 게 회사의 기조에요.
두 분 다 IT 전공자가 아닌데, 스마트 TV라는 생소한 분야에 뛰어드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안준희 : 지금은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에 집중하지만, 처음 아이템은 모바일 개발이었어요. 핸드스튜디오가 만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경영을 전공했고, ICT는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서 고민도 많이 했었죠.
박동진 : 핸드스튜디오에 합류하기로 했을 때, IT쪽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핸드스튜디오를 설립한 안준희 대표도 비전공자고, 핸드스튜디오 직원 대부분이 비전공자 출신이거든요. 그냥 열심히 해서 지금의 핸드스튜디오까지 올 수 있었던 걸 봤기 때문에, 노력하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합류를 마음먹은 또다른 이유는 ‘전통이 없고, 처음 시작하는 곳이니 좋은 문화를 형성해 갈 여지가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좋은 문화를 같이 만들면서, 회계나 재무 부분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이런 오랜 고민의 시간이 있어서, 핸드스튜디오에 입사한 후 다시 코뉴 창업을 결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핸드스튜디오라는 안정된 회사에서 코뉴라는 콘텐츠 회사를 차려 나가셨는데요. 안정되고 돈 잘버는 회사를 나서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걱정스럽지 않으셨어요?
박동진 : 준비하기까지 쉽지 않았죠. 근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스마트TV를 포함한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은 커질텐데, 여기에 맞는 콘텐츠가 분명히 필요하거든요. 이건 단순희 저희의 추측이 아니라, 실제 시장의 반응도 살폈고요.
예를 들어 ‘피터우드’라는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은, 모션 인식과 귀여운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형태였어요.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겨냥해서, 사물과 그 내부까지 볼 수 있게 만든 어플리케이션이었죠. 이건 시장의 반응도 폭발적이었고, ‘TV 앱 스타트업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이렇게 ‘시장이 원하니 해볼만하다’는 확신을 갖고 시작하게 되어서, 아주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안준희 : 핸드스튜디오에서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지금은 코뉴 멤버가 된 ‘콘텐츠 기획팀’ 멤버들의 탁월한 콘텐츠가 클라이언트에게 어필하는 걸 보았습니다. 실제로 이 덕분에 구매가 이루어지기도 했죠. 시장이 이런 하이퀄리티 콘텐츠를 수용할 단계에 왔는지 테스트해보았어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분명히 ‘먹힐’ 것 같았죠.
안준희 대표님께 여쭐게요. 친구 투자자가 든든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안준희 : 무엇보다 상담할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든든했어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양자택일의 순간이 분명히 오거든요. 박동진 대표는 문화를 포기하고 프로젝트를 더 달릴 것인가, 아니면 좀 쉬엄쉬엄 갈 것인가. 이런 고민이 있을 때 물어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런 상황에서 심적인 의지가 되는 존재였어요.
초기에 창업멤버 3명이 동시에 나갔을 때가 있었는데, 이때도 박동진 대표가 창업멤버들을 만나면서 수습해주고 잘 정리하게 해줬어요. 사람의 ‘마음 관리’를 참 잘 하는 분이어서 큰 힘이 되었어요.
스타트업에서 이런 형태의 ‘벤처 인 벤처’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요. 이걸 시작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안준희 : 감정적인 동기는 박동진 대표님이 투자를 해주셔서 창업을 하게 되었으니, 무엇을 할 때 제가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그렇지만 이것 뿐이었다면 코뉴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일 거에요. 사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기존 사업과 분리가 안됩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집중적 성장이나 투자가 되지도 않죠. 무작정 성장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코뉴가 가진 ‘콘텐츠 제작’ 아이템의 사업적 가능성을 보고 독자적 사업 기회나 성장을 이루도록 도와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향후 핸드스튜디오와 코뉴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실 생각이신가요?
안준희 : 핸드스튜디오가 전액을 투자해서, 지금은 100% 종속회사입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면 창업 멤버들에게 일정 주식을 줄 예정입니다. 즉,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주식을 돌려주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동진 : 독립 목표는 1년 안이고, 이 기간 안에 BEP를 넘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걸로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은 걸 알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일반 회사에 투자했을 때는, 주주로서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받거나 잠식하는 게 보통이죠.
안준희 : 시작 자체가 ‘수익적인 동기’가 있었던 게 아니고, 정서적인 동기가 있어서 이런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전에 받았던 도움을 받고픈 마음인거죠.
핸드스튜디오에서는 또 ‘벤처 인 벤처’를 하실 건가요?
안준희 : 또 할 겁니다. 제 목표가 각 팀들을 분리해서, 독자적 수익 모델을 가진 경쟁력있는 벤처로 독립시키는 거에요. 예를 들어 뉴미디어 마케팅에이전시, 개발 전문 스튜디오, 신규 사업 아이템 등으로 분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사업의 수나 규모를 늘려가겠다는 게 목적은 아니에요.
또한, 사업을 같이 하는 멤버들이 자기 팀, 자기 회사를 갖게 해주는 것을 희망하기 때문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사내에서 어떤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거나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능력과 아이템이 있다면, 독자적 사업 기회나 성장을 독립시키고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핸드스튜디오는 사업목표에 대한 질문을 들을 때 늘 ‘꿈꾸는 직원들을 위한 꿈의 무대가 되겠다’는 답을 합니다. 매출액 얼마, 시장 진출 이런 식의 사업적 계획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런 식의 벤처 인 벤처가, 핸드스튜디오에서 말하는 목표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코뉴가 핸드스튜디오에서 받는 다른 도움은 무엇이 있나요?
박동진: 안준희 대표님이 코뉴에 방문하면, 그 날이 코뉴의 회식날입니다. 다른 이사님들도 여러 물질적 도움을 주셨어요. 밥해먹는대서 밥솥을 사준다거나 하는 식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큰 도움은, 늘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겁니다. 창업해 나감을 준비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지지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참 고마운 부분이에요.
솔직한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핸드스튜디오와 코뉴 두 회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안준희 : 감사합니다.
박동진 : 다음에는 코뉴의 단독 인터뷰로, 멋진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