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본영(27)씨는 최근 작은 스타트업에 합류한 마케터다. 적은 비용으로 타깃마케팅을 진행하는 게 그의 과제다.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사진을 찾아 봤지만 관련 서비스 구독료는 내기 부담스럽다. 게다가 국내 지향 마케팅인데 사진도 해외에서 촬영된 게 대부분인 것도 걸린다. 때문에 구씨는 저작권에서 자유롭고 국내에서 촬영된 광고스럽지 않은 이미지 제공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2. 이해리씨(33)는 요즘 부수입이 꽤 쏠쏠하다. 자신의 사진을 상업용으로 게재해 판매할 수 있는 곳을 알게 된 것이다. 취미로 사진을 찍었던 게 돈이 될 줄 몰랐다. 요즘은 그의 작품에 팬이 생겨 단골도 생겼다. 이 씨는 수입보다 자신의 사진이 누군가에게 필요로 느껴진다는 것이 더 기쁘다.
이 두 사례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있다. 크라우드픽(CrowdPic)은 올해 3월 론칭한 8개월차 스톡 사진(상업 사진)판매 서비스다. 3만 2천장의 다양한 사진이 있고 이 중 1만여장이 거래됐다. 현재 약 640개 기업 및 개인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매달 30%에 달하는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크라우드픽 팀은 성장률 50%이상을 목표로 2년 넘게 한집에서 먹고 자며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을 찍는 누구나가 크라우드픽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심상우 크라우드픽 대표를 만나 서비스 얘기를 들어봤다.

‘크라우드픽’은 어떤 서비스인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한국적인 상업 사진 판매 플랫폼이다.
왜 이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나?
이전 두 번의 사업을 하며 가장 필요했던 것이 ‘콘텐츠’였다. 문제는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에 ‘한국적인 이미지’를 넣을 만한 게 극히 적었다는 거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사진을 고를 때는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다들 외국인이 맥북을 가지고 무언가 하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항상 한국적인 사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세 번째 사업을 하며 현재의 서비스를 구상했다.
개인적으로 ‘우버’와 같이 부업이 가능한 서비스에 흥미가 컸다. 이 점을 주목했다. 크라우드픽에선 누구나가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 스톡 서비스의 어떤 점이 불편하다고 보나.
크라우드픽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톡 작가들에게 해외 서비스는 너무 불친절하다. 사진이 거절되면 왜 거절됐는지 설명이 없다. 해외 사이트인만큼 해외의 작가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또 DSLR의 보급으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해 졌다. 비용은 한없이 내려갔다. 여러가지로 불편함이 많았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보자. 대부분 해외 서비스의 수익모델은 구독 모델이다. 보통 한 달에 199달러 정도다. 큰 기업에선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스타트업처럼 소규모 기업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 될 수 있다. 파일럿 프로젝트로 간단하게 뭔가를 만들려고 해도 1년동안 구독해야 한다. 꽤 큰 비용을 내야 하는 거다.
재산권이나 초상권이 미해결된 점도 문제다. 대부분의 해외 무료 사이트는 저작권 문제에서 해방돼 있다. 하지만 초상권까지 해결된 건 아니다. 특히 특정 기업 로고 들어가는 이미지는 조심해야 한다.
기존 스톡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뭔가.
크라우드픽은 누구나 작가가 되어 폰, 필름, 디지털 카메라 등 종류에 상관없이 사진을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는 기존 스톡 서비스와는 다르게 한국적이며 감성적인 사진을 주로 다룬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 동안 스톡 사진을 이용하지 못했던 스타트업, 기업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한 라이선스를 단일화해 한 번의 사진 구매로 모든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스톡 사이트와 비교해 가격도 경쟁력이다. 해외 스톡 서비스는 전문 작가가 찍는 사진들이 다수이기에 라이선스도 비싸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사진을 다 잘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각자의 감성을 살린 좋은 사진을 많이 찍는다.
서비스를 기획하며 시장규모도 봤을 텐데.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있고, 감성마케팅과 B급마케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에 시장이 더 커지리라 판단했다. 2016년도 기준 전세계의 상업 사진 시장은 10조원 규모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7~800억 원 정도다. 턱없이 작지 않나. 그만큼 성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봤다.
전문 작가는 어디에서 만나 설득했나.
사진 동호회는 비교적 폐쇄적이다. 자신의 작품을 ‘감히’ 값을 매겨 판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고. 그에 비해 사진 전문 소셜네트워크인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설득이 용이했다. 좋은 사진을 모아서 소개하는 채널을 만드는 데 도와 달라고 했다. 이후 상업사진으로도 충분해 보이는 사진은 팔아 달라고 했다. 이 중 절반이 제안에 응했다. 하드에 저장만 했던 사진이 정말 팔릴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던 듯 하다. 그렇게 아홉 달 동안 작가들을 만나 설득한 결과, 현재 1,700명의 작가를 확보했다.
전문가가 생각하는 사진 완성도와 일반인의 관점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전문가는 ‘형편 없는 사진도 잘 나가는 시대’라 평하기도 했다.
대중 사이에 인기인 ‘구닥’을 알거다. 아날로그 느낌의 빛 번진 느낌이 특징인 사진 보정 앱이다. 흥미로운 건 이 앱으로 찍은 사진은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에 형편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중 눈엔 편하고 감성적으로 느껴진다. 빛과 구도가 적당히 무시된 사진이라도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사진일 수 있는거다. 참고로 현재 우리 플랫폼에서 판매율 1위 사진은 일반인이 찍은 거다. 예쁘고 잘생긴 모델이 찍힌게 아니라 우리 이웃이 찍힌 눈이 편안한 사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사진을 받는 기준이 궁금하다.
운영 초기부터 변치않는 원칙은 ‘좋은 사진을 많이 보유한 플랫폼’이 되는 거다. 처음엔 이 ‘좋은’의 기준을 잘 찍은 사진으로 뒀다. 문제는 우리 플랫폼이 좋은 작가가 먼저 찾아올 만한 크고 지명도가 높은 사이트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한국적인 콘텐츠엔 B급 감성도 포함되더라. 그래서 잘 찍은 사진이나 예쁜 사진이 아니라도 받았다. 수평을 맞추지 않은 기본적으로 어긋난 사진, 파일크기가 너무 작은 사진만 아니라면 된다. 작가에게 피드백을 하고 필터링을 한 결과, 지금은 사진 품질이 많이 늘었다. 동시에 3~40%가 전문작가다.
품질 관리도 중요하지만, 초상권 관리가 더 중요할텐데.
어느 작가가 일반인의 촬영 동의를 얻고 사진을 찍는다 가정하자. 이후 우리 플랫폼에 등록하려고 하면 거절된다. 이유는 상업적 동의를 얻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의 스톡사진 사이트는 작가 및 피사체의 개인정보까지 적어야 한다.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투명한 방식이긴 하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간 사진을 못 모을 거라 판단했다. 이에 일단 가입할 때 상대방의 동의를 구했는지 3중으로 묻는다. 그 결과 인물 사진은 가족과 친지 등이 모델인 사진이 올라온다.

모객 등 고객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 고객은 작가와 구매고객 둘로 나뉜다. 우선 작가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소셜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다가갈 생각이다. 등록한 작가들에겐 한 주마다 성과 메일을 발송한다. 오픈율이 40%가 넘는 걸 보면 꽤 효과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데이터를 쌓는 동시에 작가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다음으론 구매고객이다. 우리는 기존 유료 스톡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무료 서비스에만 머물러 있는 초기 스타트업, 영세기업, 콘텐츠 제작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 중 해외 무료 사이트에 없는 한국적이고 감성적인 사진을 찾는 이들에게 서비스를 어필하고 있다. 반응은 좋다.
대다수 해외 스톡 서비스의 수익모델이 서브스크립션 형식이다. 크라우드픽은 장당 판매를 한다.
국내는 해외와 달리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는 현재 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장당 사진을 판매 중이며 수익은 작가에게 100% 지급한다. 수익모델은 사진 판매 수수료(판매금액-작가수익금)를 고려하고 있다.
사진 판매금액 전부를 작가에게 돌리는 것은 서비스 확장을 꾀하기 위함인가.
모험이었다. 올해 6월, 팀원들과 얘기를 했다. 지금도 적자인데 적자를 좀 더 이어가는 대신 사진을 더 모아보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수수료를 없앤 대신 판매자를 폭발적으로 모았던 알리바바의 사례를 차용했다. 그 결과 전달 대비 트래픽이 3배가 됐다. 결정에 후회는 없다.
크라우드픽은 많은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박리다매방식을 취하는 ‘규모의 경제’를 따르려 한다. 최대한 빨리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트래픽을 모아 수수료를 다시 취해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고민 중이다.
사진 가격이 일괄적이다. 작가 입장에선 차등적으로 설정하고 싶을 수 있는데.
사진에 대한 단가는 작가마다 다르게 생각한다. 가격을 떠나 본인의 사진이 팔린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이 있는 반면에 이것 밖에 안되냐는 불만도 있을 수 있다. 구매하는 고객의 생각도 다르다. 그래서 적정가를 위해 작가와 고객 모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판매 고객은 비싼 값에 팔길 원했고 구매 고객은 최대한 저렴하게 사고자 했다. 이 사이의 적정선의 결과가 현재의 500원이다.
후발주자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작가들이 좋은 사진을 많이 팔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적당한 긴장감도 형성되고 말이다. 우리와 같은 서비스는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 관건은 작가를 모으는 것이다. 우리가 모아서 후발주자가 판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 대부분의 작가는 스톡 사진 판매 사이트를 여러 곳 이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대기업이라면?
물론 강력한 위협이 될 거다. 하지만 이쪽 사업은 노동집약적인 부분이 꽤 된다. 세세하게 검수하고 피드백 해줘야 하는 일이 많다.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시작해서 같이 커나갔으면 싶다.
몇 군데로부터 투자 유치를 했다.
프라이머와 사제파트너스에서 시드머니를 투자 받았다. 서비스 고도화 및 해외 진출에 사용하려 한다. 10만 장의 사진과 일정 수준의 유료고객을 확보한 다음에 동남아 진출을 고려 중이다. 시기는 내년으로 보고 있다.
계획을 이야기해 준다면.
내년 3월까지는 모바일 버전을 만들 생각이다. 필터 및 여러장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기능을 넣는 등 지금보다 완성도가 높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개발중이다. 완료된다면 양질의 사진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우릴 찾는 고객이 더 많아질거라 본다.
‘아시아권의 셔터스톡’을 꿈꾸는 동시에 종내엔 현재 이 시장 점유율 50%인 게티이미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멋진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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