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sight인터뷰

[마케팅人사이트] 통쾌함과 불편함을 오가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다.

석달 전 ‘디자이너를 위한 알쏭달쏭 클라이언트들의 용어정리‘ 라는 글이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에 게재되며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 글은 당시 ‘내 마음을 대변한 것 같다’, ‘정의하는 브랜딩이 불편하다’ 는 등 극단적인 평가를 오가며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뒤이어 ‘신입들을 위한 직장생활의 디테일 70가지’, ‘마케터를 위한 알쏭달쏭 클라이언트들의 용어정리’ 등 실무단에서 궁금해 할 만한 글이 연달아 게재됐고, 석 달 만에 100만 뷰를 넘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 ‘애프터모멘트’의 박창선 대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 사례 및 통쾌함과 불편함을 오가는 경계의 기준은 무엇일까. ‘오늘 유의미한 일을 하고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게 가장 좋다’는 박 대표를 만나 봤다.

박창선 애프터모먼트 대표/사진=플래텀 DB

스타트업 현장에 몸 담은 지 꽤 오래 됐다.

정확히는 4년 됐다. 스타트업 이곳저곳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올해 4월 1인기업을 설립해 기업 브랜드 재정의 및  소개서, 브로슈어, IR 등 회사 밖으로 나가는 자료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글을 쓰게 된 게 ‘직접 눈과 귀로 보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혼자 일하기 때문에 직접 기업에 들어가 석 달 정도 함께 일한다. 밖에 나가서 만드는 것보단 의사 결정이 빨라 실질적인 전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운영진과 실무진 사이 자리잡은 괴리감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를 테면.

대표와 이사가 어느 날 영상 콘텐츠 관련 사업을 기획했다. 사무실 내 빈 공간을 꾸미고 홍보해 브랜드 이름을 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던 거다. 이를 들은 실무진은 “치울 거리가 또 생겼네” 라고 한다.

괴리감이 크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운영진은 제대로 정보 공유를 해주지 않고 일을 준다. 실무진은 큰 그림을 모르기 때문에 주는 것만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 한 채 프로젝트는 좌초하고 만다. 큰 그림을 알아야 다음을 대비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른 채 처리만 하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를 아는 이가 한 명도 없고 프로젝트에 관련된 이가 한 명이라도 퇴사하면 일은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내게 의뢰한 임원을 설득해야 했고, 같이 일하는 실무자와는 회의하고 전략을 짜며 함께 일했다. 그러다 보니 싫은 얘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해야 했다.

계획된 기간이 끝나면 인수인계를 해주고 나와야 한다. 관건은 그 서류를 가지고 진행하려면 전체 맥락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실무자를 운영진이 믿는 경우는 많지 않기에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열심히 만든 프로젝트가 추진 및 유지도 되지 않고 무너지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 그부분이 안타까워 글을 쓴 측면이 있다. 이후 생길 돌발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내가 말하면 임원진은 수긍하지만 내부 팀원이 얘기하면 올라 가지 못 하는 경우도 많더라.

임원과 실무진 사이 커뮤니케이션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하다. ‘꼭지’를 누가 잡고 가는지 알면 된다. 대표가 창고를 청소하라 시켰다고 치자. 사실 창고를 청소하는 이유는 실무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실무진은 왜 청소하는 지 모른다는 것이고, 실무진의 일을 하지 않을 뿐더러 잘 모르는 임원진은 답답하기 때문에 애꿎은 정리만 시킨다. 나는 모든 것엔 ‘직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표는 대표가 해야 하는 일을,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을 잘 하면 되는 거다. 대표가 무작정 디자이너를 탓하는 건 마치 디자이너가 재무팀 일을 탓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그럼 반대로 실무자는 일을 잘하나, 그것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트업에선 3,4년차를 찾기 어렵다. 끌어주는 선배를 찾기도 힘들다. 어찌보면 아마추어끼리 일하는 것과 같다. 실무자 중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정확히 이해하는 이가 없어 놀란적도 있다. 게다가 대표에게 명확히 자기 의견 내는 것을 힘들어 한다. 회사 일을 하는 건지, 대학생 동아리인지 모호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많았다.

내 생각을 말하면 대표는 팀원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월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당장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연간 계획을 말하지 않았으면 싶다. 주니어도 마찬가지다. 대표가 그리는 계획을 알고 있으면 좋겠고, 일을 못하면 겸손하게 배우려는 태도를 지녔으면 싶다. 동시에 대표에게 정확히 원하는 바를 말하는 실무진이 됐으면 한다. 이 모든 건 기업에서 합숙하며 몇 달씩 보고 들은 일을 말하는 거다. 둘 입장이 이해되는 만큼 개선되길 간곡히 바란다.

지금까지 작업했던 팀 중 좋은 사례가 있다면.

디자인 측면에서 권한과 피드백에 대한 선이 분명한 팀이 있었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가 알아서 해달라’는 식이고 피드백 된 건에 대해선 엎거나 번복하는 일이 없었다. 덕분에 자유롭고 빠르게 일 처리가 가능했다. 갈등이 생겨도 한 쪽 의견을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 팀은 구성원 일부가 해외에 있을 때에도 철저히 의견을 청취했다. 팀 내에서 작업하는 모두가 사업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빨랐다. 성과도 뒤따랐고.

원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사업 홍보를 위해서 였다고. 

1인 기업이기 때문에 홍보가 절실했다. 브랜딩 관련 콘텐츠를 위한 창구가 글이었는데, 그 날 따라 화가 나 썼던 게 화제가 되었다. 올린 글의 조회수는 100만을 넘었고 출판사 10곳에서 출판 제의가 들어왔다. 시기가 잘 맞은 것 같다.

박 씨가 지금까지 발행한 브런치의 콘텐츠. 추석 연휴에 쓴 콘텐츠는 본인이 생각 하기에 잘 만든 ‘짤’에 가깝다고.

마르지 않는 콘텐츠 제작은 어떻게 가능한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일화가 끊이지 않으면 된다. 상상하거나 지어내는 것으로는 지속하기 어렵고 할 수도 없었다. 보통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그날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다. 열심히 기획해서 쓴 건 생각보다 바이럴 효과가 크지 않았다.

주제를 요청 받아 쓰기도 하나.

모두 그때 그때 생각나서 쓰거나 가끔 기획해서 쓰는 게 전부다. ‘브랜드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는 글의 경우는 내가 공부하고 정리해서 쓴 거다.

글을 보고 당사자가 피드백을 한 적이 있나.

없다. 아마 안 봤을 거고, 이렇게 얘기해도 잘 모를 거다. 애꿎은 사람들만 반성하고 간다고 하더라. 요즘은 톤 조절 중이다. 굳이 공분을 사고 싶지는 않다. 다만 댓글이 없는 것보단 악플을 선호한다. 좋든 나쁘든 이슈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에서 원하는 포지션이 있나.

대중은 아슬아슬한 포인트에서 흥미를 느낀다. 재미와 위험 사이를 줄타기 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거다. 접점을 찾으려 노력 중인데 정말 어렵다. 가끔 ‘오버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는 꼭 문제가 됐다. 이에 글을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검토하는 중이다.

자기검열을 한다는 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좋은 루틴은 아니다. 

좋은 칼럼니스트가 되려면 말의 근거와 신빙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내 글엔 그게 없다. 대부분 잘 만든 ‘짤방’에 불과하다. 가끔씩 글을 쓰고 나서 회의감이 오기도 한다. 한 번씩 화제가 되면 50만이 넘는 조회수도 기록한다. 하지만 글이 많이 읽힌다고 해서 사업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경험 중심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향후 책도 그런 방향으로 쓰려고 한다.

본업은 잘 돼가나.

현재는 한 벤처캐피털과 일하고 있다. 이들의 포트폴리오사의 IR 자료 등을 다듬는 중이다. 이 일이 끝나면 두 달 간 부산에 내려가 일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엔 책이 나올 듯 싶다. 여담이지만, 일 시작 전 통장 잔고에 7만원밖에 없었다. 지금은 보증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됐다.

IR과 제안서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친 적 있나.

꽤 된다. 잘 돼서 입찰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다. 다만 내 공이 컸다고 확언하긴 어렵다. 발표자와 콘텐츠가 좋을 때 자료가 빛을 본다.

내년에 본업과 관련해 큰 방향을 정립하려 한다고. 

정리는 하고싶은데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고민이다. 기업에 들어가 일을 할지, 상품을 만들지 혹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팔지 말이다. 각 방법마다 장애물이 하나 둘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하는 일은 시장 규명도 안 돼 있고 표면적인 니즈만 있지 검증은 안 된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할 시기인 듯 하다.

확실한 건 내년에도 차후에 내 작업물이라고 말 못할 것 같으면 시작도 안 하고 싶다. 사업을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단지 일을 한다고 보는 주의다. 자유의지에 따라 일 하고, 여기에 나를 증명하고. 하루하루 일 끝내고 맥주 마시며 만족스럽게 하루를 끝내는 게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본인에게 올해는 어떤 한 해였나.

얼떨떨하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글을 쓰고 있는 동시에 사업 정체성도 잡혀 가고 있다. 일년 계획 세워두면 뭐하나. 당장 한달 뒤 일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지금도 계획 없는 여정을 떠나는 느낌이다. 아무 버스나 잡아 타고 내리는 느낌이다. 시간과 돈은 배로 들겠지만 재밌는 걸 많이 볼 것 같아 기대 중이다.

내년 목표가 있나.

앞서 말한 것들이 잘 되면 좋겠다. 특히 비즈니스 영어를 보완해 해외 프로젝트를 많이 맡고 싶다. 다만 아직 브랜딩이 재밌어서 하고 있는 것이지 평생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다. 단지 오늘을 잘 보내는 게 내 목표다. 지금 하는 일이 재밌고 디자이너인 만큼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는 게 미션이다. 같이 협업한 곳에서 만든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사업에 도움이 되게끔 치열하게 살 거다.

기자 / 인생의 최고 목표는 행복입니다. Stephanie Seo is a Editor of Platum. She covers a korea startup’s ecosystem with their team. She wants to watch the Korea startup growing into a great global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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