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인편의점의 핵심, ‘리테일’이 아니라 ‘데이터’다.
중국에서는 발달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람의 도움 없이 셀프 구매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형태가 무인 편의점이다. 무인편의점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신유통 모델이기도 하다. 장소나 규모의 제약 없이 설치가 가능한 무인 편의점들은 자판기보다 더 정교하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볜리펑(便利蜂)’은 이 무인편의점의 대표주자로 신유통, 신소매를 언급할 때 함께 거론되는 브랜드다. 볜리펑은 초기부터 큰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2월 제브라 캐피털로부터 3억 위안(한화 509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21개의 점포를 오픈(9월 말 기준)했고 80여 개 매장의 문을 더 열 계획이다.
볜리펑은 24시간 편의점으로 소수의 점원이 상주하고 있지만, 앱을 통해 직접 결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서 서비스 중이다. 앱에서 구매하면 근처 매장에서 바로 배송해주는 등 차별화된 편의점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카메라 센서, 생체 인식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시켜 사람 대신 시스템으로 운영 효율화를 일궈내 상점 유지 원가를 낮추고, 고객 편의성을 더하는 중이다.
하지만 볜리펑으로 대변되는 무인편의점 비즈니스에 대한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오는 중이다. 우선 기술적 미완으로 인해 이용의 불편이 여전히 존재하며, 기존 편의점에 비해 가격 등 우위요소가 뚜렷하지 않은 것도 소비자의 발길을 끌지 못 하는 요인이다.
볜리펑의 경우 올해 8월 말 본사 직원 10%(50여 명)를 해고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위기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헤프닝으로 끝났다. 볜리펑 측은 즉각 경영난으로 인한 해고가 아니라 올해 업무성과 기준에 따른 2~3% 정도의 인력 조정이었다는 해명 발표를 했고 보도를 한 언론사도 정정보도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언론보도에 대한 반론이 볜리펑측의 최초의 공식 대외 발표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볜리펑은 비밀에 쌓인 기업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사실 오랫동안 업계 관계자들 다수가 볜리펑의 수익모델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왔다. 볜리펑이 올해 2월 14일 베이징에서 5개 점포를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와 신유통의 총아로 인정받았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 볜리펑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에 볜리펑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는 인사를 만났다. 좡전차오 전 취나얼 대표(CEO)다. 좡전차오 전 대표는 연속 창업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아울러 볜리펑에 투자를 집행한 제브라 캐피털의 일원이기도 하다.
볜리펑에 대한 루머
좡전차오는 근래 거론되는 볜리펑에 대한 루머에 대해 “볜리펑 임원진은 외부의 왈과왈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부정적인 전망이나 견해는 이해한다. 볜리펑식 무인편의점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고 대중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다루고 있기에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언론을 비롯해 대중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볜리펑이 이 사업을 하는 것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 그들이 염두에 두고있는 목표는 단 하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내가 취날에서 가진 목표와 같다. 우리는 그저 ‘흥미로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며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많지만, 그것 또한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유한책임 파트너(LPs, Limited Partners)를 시도한다고 했을 때도 그것을 이해하는 업계 관계자는 많지 않았다. 우리가 시간을 가지고 성과를 보여준다면 납득할거라 본다.”라고 답했다.
볜리펑은 그간 경영진이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으며 팀에 대한 공식적인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온갖 루머가 양산된 측면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볜리펑 팀빌딩이 세븐일레븐과 링지아 출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있었고, 18억 8000만 위안을 투입해 2년 내 1000여 개의 매장 개설을 준비한다는 것이 있었다.
좡전차오는 낭설이라 일축했다. “볜리펑은 기존 매장과 앞으로 오픈할 매장을 모두 합해 100여 개 정도다. 1000여 개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현재 우리는 매장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팀구성이 세븐일레븐과 링지아 출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왕자(王紫) 볜리펑 대표가 세븐일레븐 베이징DM 출신이고 링지아 공동창업자이기에 나온 설로 보인다.”고 답했다.
인원감축 이슈로 인한 경영난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수습기간에서 회사가 정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직원 2~3%가 해고되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기업이 노동력을 조정하는 것이 경영난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볜리펑은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좡전차오는 볜리펑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볜리펑은 단순한 리테일이 아니라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일례로 볜리펑에는 두 개의 자회사가 있다. 하나는 볜리펑의 ERP시스템을 설계하고 다른 하나는 앱을 개발중이다. 즉, 볜리펑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것을 개발하는 회사다. 외형적으로 보면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 편의시설인 셈이다. 이를 고도화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설명했다.
볜리펑이 매장을 빠르게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볜리펑은 각 지역 매장에서 데이터를 모아 축적 중이다. 일반 고객의 정보와 소비 습관을 모으는 것이다. 섣부른 마케팅이나 언론홍보를 해 불특정 다수가 몰리면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의 질이 변색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명확한 알고리즘을 통해 지역 특색에 부합하는 무인편의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볜리펑이 수도 베이징이 아니라 상하이를 거점으로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역적 특색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베이징의 겨울은 매우 춥다. 그래서 대중이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린다. 즉, 1년 중 편의점 사업이 성행하는 기간은 기껏해야 반년 정도인 셈이다. 또 베이징은 도로를 건너는 것이 편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길 건너편 편의점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야간에 다니는 성향이 크지 않다. 역시나 편의점을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론 이것은 검증된 가설은 아니다. 베이징보다 더 추운 훗카이도에서 세븐일레븐은 실패했지만 세이코마트가 성공한 것과 같은 상반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데이터를 통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부연했다.
볜리펑을 비롯한 무인편의점 비즈니스의 전망에 대해서 그는 ‘5년 내 열기가 식을 것’이라 전망하며 “미래는 나도 알지 못 한다. 지금은 내가 관여한 사업이 성공하게끔 돕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