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마존고보다 2년 먼저 무인편의점을 선보인 中스타트업
2016년 등장한 아마존 고(Amazon Go)가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2년여 앞서 중국에서 오픈한 무인 편의점이 있다. ‘F5미래상점(F5未来商店)’이 그것이다.
F5미래상점은 2014년 10월부터 베타테스트를 진행해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했고, 2016년 말 정식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신유통이라는 태풍이 몰아치며 유통업계가 무인매장, 스마트매장 흐름으로 가자 분야 선구자로 주목받았다. 아울러 중국 가전기업 TCL를 비롯한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약 3000만위안(약 51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한다.
F5미래상점은 여타 무인매장과는 운영 구조가 다르다. RFID나 사람, 사물 식별 방식이 아닌, 매장 벽면이 기계로 이루어진 형태다. 실제 상품이 진열되어 있지 않고 벽면에 붙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주문하고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결제를 하면 된다.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상품은 매장 뒷편에 위치한 창고에서 기계가 픽업 창구로 운송한다. 주문에서 받기까지 전과정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아울러 매장 내 좌석에서 스낵 등을 먹은 뒤 청소버튼을 누르면 간단한 물청소와 쓰레기를 수거하는자동 테이블 청소 시스템 등이 갖추어져 있다. 기저에는 24시간 AI로 관리되는 자동화된 운영 시스템이 있다.
광저우에서 F5미래상점 코파운더이자 기술 총괄을 맡고있는 린샤오롱(林小龙)을 만났다. 린샤오롱은 모바일 보고서 플랫폼 니우차트(NiuChart, 牛叉报表)개발사 펑추소프트웨어(凤雏软件) 창업자이자 텐센트 위챗 사업부를 거친 기술 전문가이다.
F5미래상점을 창업한 2014년은 무인 편의점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을 때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F5미래상점 쉬하이청 대표는 도시바에서 HR업무를 하던 사람이다. 당시 공장내 편의점도 운영했는데, 특정 시간대마다 줄을 길게 서는 것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사람이 몰리니 일견 장사가 잘되는 것 같지만, 판매되는 상품 대부분이 생수 같은 저렴한 제품이어서 마진이 높지 않았고, 한 꺼번에 몰리는 고객 대응을 위해 소규모 편의점 하나에 직원이 13명이나 있는게 비효율적이라 생각한거다.
그래서 쉬하이청이 생각한 것이 편의점의 무인화였고, 관련 업계에 있는 지인에게 가능성을 문의했다. 당시 지인은 쉬하청이 구상한 방식은 자판기에 지나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윤 극대화 품목으로 간편식 추가를 제안했다 한다. 쉬하이청은 그 때부터 간편식 기계화에 대해 연구했다.
그결과 2014년에 무인 판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는 신유통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였다. 무인 판매에 대해 관심을 가진 기업도 거의 없었고, 시장의 관심도도 낮았다. 하지만 일찍 시작했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현재 중국에 여러 회사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각각 유형이 다르다.
현재 무인 판매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 우선 기계자동화로 상품을 구매, 결제하면 기계가 상품을 전달해 주는 형태, 상품에 RFID 태그를 붙이는 형태, 매장에 다량의 카메라를 설치히 안면, 사물 식별 방식으로 운영하는 형태, 그리고 소규모 냉장고 형태의 형태 등이다.
각각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가장 많은 형태인 RFID 태그 활용 방식은 운영 측면에서 편리하긴 하지만, 소비자 구매 비용이 올라간다. 2,3원짜리 생수라 하더라도 RFID 태그 원가와 그걸 붙이는 인건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RFID 태그 훼손의 위험도 있다. 안면, 사물 식별 방식은 매장 운용 비용 대비 이윤이 매우 작다. 편의점에 주로 팔리는 소소한 상품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다.
F5미래상점은 기계로 상품 주문과 픽업을 진행한다. 매장에는 상품이 없다. 모든 상품은 보이지 않는 외부 창고에 비치되어 주문에 맞춰 배송구로 내보낸다. 도난 위험이 거의 없다. 제품은 편의점에서 많은 고객이 찾는 공산품, 간편식, 제조 음료에 포커싱되어 있다.
먼저 시작했지만 잘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거다. F5미래상점만의 특징, 강점은 무엇인가?
간편식은 우리 F5미래상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여타 매장에서 못 하는 거다. 우린 매장 외부 냉장고에 간편식 재료를 보관했다가 고객이 주문하면 기계가 재료를 꺼내 끊이거나 데워서 제공한다. 주문 즉시 조리하기 때문에 식감이 나쁘지 않다.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같은 편의점 브랜드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이 간편식이다. 중국에서 편의점 매출에서 간편식의 총이익 공헌도는 50% 이상인데, F5미래상점의 실적도 비슷하다.
여타 무인매장의 주력 상품은 공산품 위주다. 사람이 없다는 것 외이 큰 차별점이 없는 형태다. 사실 편의점 사업에서 간편식을 빼면 구멍가게와 큰 차이가 없다. 또 공산품은 단가가 높지 않기에 수익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난징(南京)에는 인건비 문제로 야간 영업을 하지 않는 편의점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 같은 기계 자동화 매장이 원가상 우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우리 프로젝트는 모바일 결제의 보급과 노동 시장 구조의 변화와 함께 발전해 왔다. 중국은 이미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다. 재래 시장에서 찬거리를 살 때도 QR코드 결제를 하는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중국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편의점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소비 업그레이드로 등장한 시차(Heytea, 喜茶), 나이쉐더차(奈雪の茶), 하이디라오(海底捞) 등 브랜드가 1순위다. 편의점에서의 근무는 단순 반복 업무이고 앞서 말한 브랜드에 비해 임금도 낮기 때문이다. 우리는 편의점 업무를 기계로 대체해 대안을 제사한 형태다.
운영 비용 측면에서도 우리가 우위를 점한다. 소매점을 오픈할 때 필요한 자본금이 평균 10-20만 위안(약 1,700-3,400만원)정도다. 프렌차이즈 편의점은 보통 70-100만 위안(약 1억1,900-1억7,000만원)수준이다. 반면에 F5미래상점은 매장과 기계시스템, 인테리어를 다 합쳐도 평균 18만 위안(약 3,058만원)정도만 든다. 매장 기계는 우리가 직접 설계, 개발, 생산한 것이다.
유인판매는 물건이 떨어지거나 필요할 때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 F5미래상점은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공급망 구축 전과정에서도 기계가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무인판매의 경우 상품 보충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린 공급망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동화 분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창고에서 낱개 상품 자동 분류가 가능하며 매일 매장별 수요에 따라 기계가 자동으로 분류하고 추가한다.특히 공산품은 3세대 자동화 창고를 구축했다.
핵심 품목인 간편식은 식품 공장과의 협력과 회사내 중앙주방에서의 조리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성했다. 자동화 시스템이 매일 매장별 수요에 따라 재료를 기계가 자동으로 분류하고 상자에 담아 지정된 시간에 차에 실리게 했다. 배송 차량도 우리 시스템에 맞게 개조한 것이다. 물건 상하차에 필요한 리프트가 부착된게 특징이다.
우리는 리테일 회사이자 자동화 설비 회사이다. 특히 시스템 개발 능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 우리는 자동화를 통해 인력 투입보다 효율성을 높이고, 시스템을 통해 상품 유통과 소비자 구매 행위 전과정을 디지털화 했다.
숙련된 인력 대비 얼마나 효율이 좋을까.
일본에는 이미 인공지능 점장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8년차 경력의 점장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 시스템이 숙련된 인력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더 낫다고 본다. 일정 기간 운영 후 데이터가 쌓이면 매장의 판매 상황과 수요에 맞춰 재고 관리와 발주 수량을 조정할 수 있다. 우수한 리테일 인력의 경험을 소프트웨어 팀이 시스템화, 데이터화하기도 한다.
무인편의점에 온기가 없어 안 찾는다는 사용자도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 중이다. 카메라를 설치해 고객을 식별하고 고객 맞춤 서비스 제공하려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은 점원보다 더 고객을 잘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통해 매장에 처음 방문하더라도 기본 정보를 통해 데이터를 얻고 고객에게 효과적인 상품 추천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선전의 몇몇 매장에서 테스트를 진행중인데 곧 정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고객 맞춤 서비스는 무인 매장에 활기를 더해 줄 수 있을거다.
간편식을 매장에서 먹을 수 있게 설계했다. 위생 관리는 어떻게 진행하나.
일단 우리 매장에는 테이블 자동 청소 시스템이 있다. 취식을 완료한 이용자가 버튼만 누르면 쓰레기가 아래로 떨어지고 자동으로 물청소를 한다. 쓰레기는 청소 담당자가 와서 분리수거를 진행한다. 그리고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바닥에 음식을 떨어졌거나 테이블이 지저분하면 청소 담당자에게 알려 처리하게 한다. 원격 조정으로 테이블 청소도 진행할 수도 있다. 우리 매장의 모든 기계는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완벽하진 않다. 청소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가서 보다 세심하게 관리한다.
상품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반품, 교환 혹은 환불이 가능한가?
무인매장이라고 해서 소통이 어렵진 않다. 매장내 디스플레이 옆에 고객센터와 연결되는 QR코드가 있다. 스캔 즉시 고객센터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읽어 고객이 어디 매장에서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용자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만 알려주면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동화된 매뉴얼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간편식을 구매했는데 상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자동으로 다시 제공한다. 두 번째도 나오지 않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보수 명령을 실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생기면 엔지니어를 호출하게 프로세스화되어 있다. 엔지니어는 원격으로 조작하여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한다. 만약 최종 단계에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객센터 담당자가 고객에게 연락하여 교환 혹은 환불을 진행한다.
간편식 구성이 다양한 편이다. 자체 개발했나?
기계의 업그레이드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가 하는 제조 음료 중에 착즙 생과일 주스가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과일을 착즙기에 넣고 제조하는데, 당도까지 조절 가능하다. 최근에는 음료에 얼음까지 갈아 넣는 것까지 개발했다.
F5미래상점은 광저우와 선전 중심으로 매장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모바일 결제 사용자 구조와 생활 리듬 등의 요소로 광저우와 선전을 선택했다. 광저우와 선전은 중국의 1선 도시이자 역동성이 있는 도시다. 평균 연령이 젊기에 우리 매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현재 노년층도 모바일 결제를 활발히 이용하는 추세지만, 아무래도 젊은층에 비해서는 이용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또 광저우와 선전은 대도시이기에 생활 리듬도 빠른 편이다. 생활 리듬이 빨른 지역은 편의점에 대한 수요도 많다. 평균 소득도 높기에 편의, 시간 절약을 위해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경향도 있다. 3,4선 도시는 10시가 넘으면 야간 활동을 하는 사람이 적지만, 광저우와 선전은 야간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 마트 대비 비싼 가격임에도 편의점을 많이 이용한다.
리테일적인 관점에서 편의점 입지 선정 시 최소 면적, 매장 밀도가 중요하다. 공급체인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여러 매장이 밀집된 지역에서 영업을 하면 상품 배송 차량 한 대로 한 바퀴만 돌면 10개의 매장을 커버할 수 있어 배송 부분의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있다.
무인매장이 많아지긴 했지만, 이렇다할 기준은 아직 없다. 지난달 생긴 매장이 이달 없어지기도 한다.
무인매장을 내세운 많은 회사들이 투자 유치 후 빠른 속도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심지어 해외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대규모 확장 후 신속한 유지 보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장기 품절, 위생 문제 등 이슈는 소비자 경험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운영자가 유지에 소홀하면 매장 매출이 떨어지는건 자명하다. 반면에 우리는 현재 오픈한 매장 10% 이상이 2-4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다. 전국적 확장이 아니라 광저우, 선전 지역에서 밀도있는 승부를 하기 때문이다. 5천개의 매장을 20개의 성(省), 100개의 도시에서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5천개 매장을 하나의 성, 10개의 도시에서 오픈하는 것이 우리 지향점이다.
배달 음식이 일상이 될 정도로 중국의 O2O 서비스는 발달되어 있다. 굳이 이용자가 F5미래상점에 와야될 이유는 뭘까.
음식배달과 편의점은 매우 비슷하다. 둘다 고객이 필요한 것을 편리하게 얻을 수 있게 한다. 많은 편의점이 이미 배달 플랫폼에 입주해 있고, 판매량도 나쁘지 않다. 편의점과 배달은 직접적인 경쟁관계라기보다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크다. 배달 플랫폼은 우리의 트래픽 획득 통로이고, 배달 서비스는 편의점을 통해 상품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한국 등 해외로 진출할 계획은 없나.
올해 선전 등 전략지역에 대규모 확장을 진행 중이라 해외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려있고,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도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 리테일 경험이 있는 로컬회사와 협력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 매장 핵심 설비들은 조립만 하면 되기에 데이터만 확보하면 세계 어디든 가능하다. 현지 리테일 기업의 공급망에 우리의 기술을 적용한다면 유니크한 무인 편의점을 오픈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