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4차혁명] 얼굴인식으로 출입하고, 간편결제로 책 사는 ‘무인서점’
2010년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중국 IT 서비스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 현금이 필요없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통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중국의 혁신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로 꼽히는 것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대변되는 발달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이것이 인프라가 되어 규모의 경제화가 구현되고 있다. 근래에는 사람의 손이 배제된 ‘무인’ 모델이 다양한 영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빙고박스와 볜리펑 등 무인편의점이었다. 하지만 결제시스템 외 기술적 미완으로 인한 불편함, 그리고 가격경쟁력 차원에서 비교우위에 서지 못해 소비자의 발길을 꾸준히 이끌지는 못 했다.
하지만 유통에서 알리바바발 ‘신유통(新零售)’, 즉 ‘뉴리테일’이 트랜드가 되면서 ‘될 수도 있는 산업’이 아닌 ‘되야만 하는 산업’으로 인식되게 된다. 알리바바 뿐만 아니라 대다수 온라인 기업이 신유통 전략을 내세우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처럼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고, 오프라인 시장은 여전히 온라인 시장보다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업들은 오프라인 기업들과 협력해 양측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각자의 장점을 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 구조로 진화를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는 거대한 실험장이 되어 여러 기업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가 선보여지는 중이다. 과거 인구 수로 산업부흥을 이끌었던 중국이 기술국가로 변모중인 과정인 셈이다. 비단 중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에서도 알리바바와 중국기업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말했듯이 이러한 시도가 가능한 것은 중국에 최대, 최고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벗어나 안면인식이나 손금인식 등 생체인식 영역으로 결제수단이 확대되고 있다.
광둥성 선전 ‘선전슈청(深圳书城) 룽강점에 소재한 지능형 무인서점 ‘아부e(阿布e无人书店)’도 그러한 형태의 모델이다. 안면인식으로 출입이 가능하고 스캔, 책 추천 등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며 모바일 결제를 통해 간편하게 결제 할 수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카메라 센서, 생체 인식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시스템으로 운영되게 구성되어 있다.
이 무인서점의 입출입은 회원가입이 된 사용자만 가능하다. 회원전용 무인서점인 셈이다. 과정이 번거롭지는 않다. 기자가 출입구에 붙은 안내문에 따라 인증하고 얼굴등록까지 하는데 거린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대기선에서 입구 상단에 위치한 인식 카메라를 바라보면 패널에 회원번호가 뜨고 얼굴인식을 통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아부e’의 내부는 여느 서점과 별반 다르지 않다. 178㎡(53.8평) 공간에 분야별 베스트셀러가 잘 정돈되어 있다. 선전의 최초 무인서점이자 중국에서 등장한 무인서점 중 가장 넓다. 무인 시스템이 기본이지만, 안내 데스크에 회원가입과 결제 등 과정을 설명해주는 상주직원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방문자가 특정 책을 집어들면 카메라 트래킹을 통해 매장에 위치한 패널에 그 책에 대한 설명이 자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RFID, 안면인식, 화상인식 등의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매장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는 소비자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적외선 열지도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트래픽 흐름, 선택되는 제품, 그리고 소비자의 선호도를 모니터링하고, 재고 관리와 제품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전반적인 매장관리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한다.
의자와 같은 편의시설은 없지만 이용자는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실제 매장 한 켠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도 보였다. 상주직원은 요청이 오기 전까진 방문자의 서점내 행위에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다.
책을 고른 뒤 결제도 사용자 스스로 할 수 있다. 책을 인식시키고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결제 수단을 정하면 된다. 서점 밖으로 나올 때도 얼굴인식을 통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구입한 서적은 자동으로 출입구 모니터에 출력된다.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가 서점문화의 부재를 걱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중국에서 서점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친숙한 공간이다. 책을 읽고,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를 소비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내놓는 무인매장 라인업에 서점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과거 혁신이라 불리우는 것이 요란하게 왔다면, 21세기의 혁신은 자연스레 대중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스마트 디바이스는 더욱 정교해지고, 기술은 한계를 극복하며 대중의 일상생활에 시나브로 파고든다. 이용자는 상품과 서비스에 적용된 기술과 시스템을 인지하지 못 하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이용자는 첨단기술이라는 허울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 아부e 등 중국의 무인매장은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외형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경험을 끌어올리며 자연스레 일상에 파고드는 것이다. 혁신은 그렇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