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업생태계는 성공사례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실패사례다. 사실 ‘성공’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례는 매우 적다. 사업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창업기업 2곳 중 1곳이 3년 내에 문을 닫는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모두가 한 번에 성공을 하는 창업이란 게 있을리 만무하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실패 밸리’라 표현될 정도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실패를 기반으로 성공기업이 배출되어 왔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가의 상당수가 재창업에서 나온다. 사업에 두,세번씩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이 자유로운 환경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수제 가구 사업을 하다 망한 이력이 있고, 스포카 최재승 대표는 쿠폰 서비스 앱을 만들다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들 외에도 알려진 스타트업 대표 중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은 이가 극히 드물다.
창업은 제대로 실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는 못 냈더라도 경험이 쌓였고, 사업을 통해 쌓은 유무형의 네트워크는 그 다음 창업의 성공확률을 몇 퍼센트라도 올려주는 기반이 된다. 그래서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실패 인정 문화 확산, 재도전 활성화가 필요한 것이다. 선순환적 창업 생태계에서 실패는 손해가 아니다. 긍정적 실패는 자산이 되어 새로운 도전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사회는 재기의 기회가 보장된 사회다.
중국 선전과 홍콩을 잇는 차량 예약 서비스를 운영중인 이지식스 우경식 대표는 두 번의 사업 실패를 겪었다. 그것도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경험했다. 그리고 세 번째 사업은 중국에서 진행중이다.
지난 31일 플래텀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공동 주최로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중국의 한국인 행사에서 우경식 이지식스 대표가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우경식 대표는 직장생활에 흥미를 못 느껴 2012년 뉴욕에서 첫 창업을 한다.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 말한다. 수 차례 실패를 했음에도 능력있는 팀원이 함께해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학력이나 능력면에서 우수한 팀원들과 함께 창업을 할 수 있었고, 첫 창업을 한 이후 현재까지 이들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해 왔다. ”
하지만 그와 그의 팀은 뉴욕과 서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사업 실패를 겪었다. 그는 자신의 사업실패 요인을 ‘아이디어에 대한 자부심’, ‘기술욕심’, ‘영업무시’, ‘협업무시’, ‘자본안심’ 다섯가지를 들었다.
“첫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디어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로 했다. 그리고 더 좋은 기능을 부가해 만들려는 기술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또 우리 제품이 우수하기에 내놓기만 하면 우리가 따로 홍보를 안 해도 소비자가 알아서 쓸거라 봤다. 그래서 영업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울러 우리가 직접 만들면 더 잘 만들 거라 생각했기에 능력있는 외부기업과의 협업도 검토하지 않았다. 특히 팀과 기술, 제품 아이디어가 모두 좋기에 투자가 금방 될거라 생각했다. 팀원들에게 이에대해 의심하지 말라고 했다. 첫 창업 때 이 다섯 가지를 모두 범하니 여지없이 망하더라.
우 대표는 뉴욕에서의 창업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와 팀원들과 다음 창업에 대한 논의를 한다. 그리고 ‘복스’라는 목소리 녹음앱을 선보였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실수 중 딱 하나 ‘아이디어에 대한 자부심’만 없었다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머지 네 가지는 해소가 되지 않았다. 결국 두 번째 창업도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그는 두 번째 실패 즈음에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기존 기업과 경쟁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성공한다 하더라도 가져올 수 있는 마켓쉐어가 있는지를 고민하다 2014년 겨울 세 번째 도전 장소를 찾아 중국으로 간다.
“중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살폈다. 내가 중국을 돌아다니던 2014년에도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큰 기업이었고, 시장에는 잘 하는 기업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가야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장 규모를 볼 때 중국에서 작게라도 성공한다면 한국에서 중간정도 규모의 성공과 같다고 봤다. 그래서 중국으로 정했다.”
우대표와 이지식스팀은 홍콩과 중국 사이의 특수성에서 사업기회를 발견한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지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국경이 유지되고 있다. 50년 간 자치 보장이 되기에 향후 30년 간 이 국경은 더 유지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국경사이를 넘나드는 사람 숫자가 하루평균 65만 명에 이르는 데 반해 왕복 과정이 그리 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경이 맞닿아 있는 홍콩과 선전은 개인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면 탑승객이 차에서 내려 홍콩과 심천에서 2번의 입국 심사를 걸쳐야 한다. 하루에 두 도시를 왕복한다면 총 4번의 입국 절차를 거쳐야 되고 이에 소모되는 시간도 길게는 3시간이나 걸린다.
“사업을 구상중일 때도 홍콩과 선전, 선전과 홍콩은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중교통과 프라이빗카(자가용 서비스)서비스가 성행하고 있었다. 그중에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카 서비스 중에는 4~50년 된 것도 있고. 그런데 여타 중국 공유자동차 서비스 중 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은 없었다.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그렇게 찾았다.”
홍콩과 선전 사이 대중쿄통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한 수단인 프라이빗카는 양 지역에서 운행하기 위해서 홍콩과 중국 내륙용 번호판 두 개를 모두 부착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해당 차량은 중국본토(심천)와 홍콩에서 운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차량 한 대 당 1억 원에 달하고, 번호판도 한 개 당 1억이 든다. 차량 한 대 당 3억 원이 드는 셈이다. 때문에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프라이빗카 서비스 대부분이 기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지식스는 이들 서비스와 소비자의 접점을 찾아주는 예약서비스를 만들기로 한다.
“아이디어를 찾은 뒤 중국이라는 시장 특성상 영업과 협업을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함께할 파트너를 시작 단계부터 찾아 함께했다. 법인도 파트너 명의로 홍콩에서 빠르게 설립하며 영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홍콩과 선전 국경을 이동하는 승객이 손쉽게 밴을 호출할 수 있는 예약 서비스를 만들었다. 우리 서비스를 통한 밴 탑승객은 줄을 설 필요 없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가듯 차에서 바로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길에서 소모되는 시간을 1시간 가량 줄여줄 수 있다. 이지웨이가 호출하는 밴은 홍콩과 심천에 모두 등록된 차량으로 두 개의 번호판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편리함이 가능하다.”
우 대표는 중국에서 2년 넘게 진행중인 세 번째 창업에서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실수 중 아이디어에 대한 자부심, 영업무시, 협업무시 세 가지를 배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에 대한 욕심과 자본에 대한 안심은 극복하지 못 했다고.
“창업이후 우리가 계속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자본에 대한 안심과 기술에 대한 욕심이다. 사실 투자의향을 밝힌 곳이 있었지만 투자자가 제시한 밸류에이션과 우리가 생각하는 밸류에이션이 달라 조율점을 찾지 못 했다. 돌이켜보면 내 실수다.”
또한 그는 세 번째 창업을 진행중인 분야 시장성 또한 한정적이라 말한다.
“이 시장은 1조 원 정도 규모다. 우리의 마진을 고려할 때 마켓을 다 가져온다고 해도 잡을 수 있는 규모는 1000억 원 정도다. 시장이 한정적인 거다. 투자자들의 평가도 그렇다. 그래서 우린 지역 한정성을 깨기위해 중국 내륙 진출과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우 대표는 사업을 진행하며 단순한 O2O서비스를 넘어 중국 렌터카 비즈니즈 환경을 해소하는 의미있는 발견을 했다 설명한다.
“이 사업을 하며 찾은 발견이라면 중국 렌터카 업체에게 시스템이 필요로 하다는 것이었다. 선전에 등록된 렌터카 회사가 2000여 개다. 이 회사들 중 70%는 영세하고 시스템이라는 것이 없다. 전화로 고객 예약이 들어오면 그걸 종이에 적어 기사에게 전달하는 형식이다. 그나마 체계가 있는 회사가 엑셀로 정리해 그날 스케줄을 벽에 출력해 붙여놓는 정도다. 그래서 이들 기업은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가지고 싶어한다. 일부 회사는 IT에이전트를 통해 구축하려 했지만 다 실패했다.
우리가 2016년 11월부터 시스템 제공을 했는데, 그 이후 통계를 내보면 예약 누적 수가 급격히 늘었다. 기존 주먹구구에서 시스템이 적용되어 업무처리가 잘 이루어진 것이다. 예약 취소율도 급격히 줄었다. 초창기에는 예약 취소율이 매우 높아 심할 때는 50%에 달하기도 했지만, 서비스와 시스템 고도화가 진행된 현재는 6% 밑이다. 데이터를 통해 벤더들에게 제공한 시스템이 효과가 높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벤더들에게 단순한 예약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싶다. 이 사업을 하며 찾은 또다른 기회다. 물론 우선 순위는 아니다. 영세한 기업들에게는 관리 시스템보다 양적 성장을 돕는 예약 시스템이 먼저라고 봤다. 이후에 더 고민할 계획이다.”
그는 세 번째 창업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매진중이라 말하며 이날 발표를 마무리 했다.
“플랫폼화 작업을 통해 중국,홍콩, 일본, 한국 등 영세한 아시아 벤더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비슷하더라. 그것을 바꿔보려 한다. 그래서 플랫폼이 되려고 노력중이다. 우리는 우버나 디디추싱 등과 경쟁을 하는 업체가 아니라 협업을 하는 업체를 표방한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영세한 렌터카 업체들을 플랫폼에서 하나로 엮어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공급을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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