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 중국서 제품을 생산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국 제조업의 시작은 저품질 제품의 대량 생산이었다. 그런 이유로 한때 ‘메이드 인 차이나’는 장기적 상품성을 기대하기 힘든 저가 제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인식은 사뭇 달라졌다.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 디바이스가 보편화 되면서 고품질 부품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타킷형 제조업이 중국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이 심천에서 부품을 구매해 조립한 뒤 브랜드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를 발판으로 탄생한 것이 샤오미와 DJI 등 기업이다.
규모있는 기업 뿐만 아니라 자체 공장을 꾸리기 어려운 중소기업 및 하드웨어 스타트업 역시 중국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언어적으로 접근이 용이치 않고,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30일 정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 테헤란로 런치클럽 행사서 최은아 플랫폼88(Platform88, 이하 ‘P88’)‘ 디렉터는 “중국에 간다고 해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원하는 모든 것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당장 판매가 가능한 고스펙이 아닌 제품이 중국 공장에 맞다. 반면에 하이테크 제품은 제조 공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정확한 설명이나 소통이 가능하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공정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하는 과정이 많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중국 공장과 협업할 때 기술과 디자인 유출에 대한 완벽한 방지는 불가능하다. 가장 먼저 생산하고 브렌드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 말하며, “문제 발생 시 중국 공장에 이의제기를 할 때 정면돌파가 답이다. 다만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에게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 발생한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이후에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최 디렉터가 몸담고 있는 P88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제품 완성과 양산, 유통까지 돕는 액셀러레이터형 기업이다. 배경에는 수십개의 중국 생산라인(공장)이 있다. 비공식적이지만 유망 스타트업의 경우 자체 투자도 집행한다. 중국에는 제조 인프라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다수의 기업과 액셀러레이터가 존재한다. 공장형 기업으로는 선전 시드스튜디오가 널리 알려져 있고,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는 따공팡이나 헥스, 컨설턴트 역할로는 잉단이 유명하다.
이하 최 디렉터의 강연 및 질의응답 정리.
중국 공장을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국 공장에 맞는 상품이 있다. 고스펙이 아닌 제품이다. 시장에서 당장 판매가 가능한 제품은 선전 등에서 원활히 생산할 수 있다. 반면에 세상에 없는 제품, 하이테크 제품은 제조 공장을 찾는 것이 어렵다. 요구조건이 까다롭지 않으면 않을수록 좋다. 공장에 디스플레이 된 제품 대다수가 현재 트렌드에 부합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확한 설명이나 소통이 가능하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공정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하는 과정이 많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선전에서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는 있지만, 주문자에 걸맞는 생산 공장을 찾아야 한다. 예를들어, 스마트 디바이스 등 제품의 생산 로드맵을 그릴 때 여러 공정 과정에서 그것을 구현해 줄 수 있는 공장과 협업이 필수다. 이것이 원활치 않으면 시간과 비용의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공장이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중국 공장은 레벨이 천차만별이이기에 협업을 하려는 공장이 어떤 인증(Certificate)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케어해주는 곳을 찾는게 좋다. 여러 공장에서 하나하나 조율을 하면 일이 많아진다. 예를들어 상품 포장을 할 때, 아마존 웨어하우스나 월마트, 홈디포에 보낸다고 할 때 제대로 해주는 공장이 있는 반면, 아닌 경우도 있다.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못 보내는 상황, 간혹 리콜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공장에 쇼룸이 잘 갖추어진 곳이 좋다.
작더라도 디테일을 중시하는 곳을 찾아라.
중국서 고유 브렌드와 상품라인을 갖춘 공장이 많아지는 추세다. 스펙도 나무랄데가 없고 선진적 공정을 하는 곳도 있다. 물론 여전히 촌스러운 디자인, 영어를 비롯해 표준 중국어 등 소통이 안 되는 곳도 많다. 공장을 잘 찾아야 한다.
스타트업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가장 좋은 점을 가격, 가장 큰 리스크를 품질이라 말한다. 맞다. 1만 개 중 100개 정도 불량이 용인된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스타트업에게 100개의 품질 불량과 패키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상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p88의 경우 주문자가 원하는 공장을 찾을 때 A,B,C티어로 나누어 심사를 한다. A티어는 글로벌 브렌드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몇백만 개 이상 발주가 아니면 접점을 찾는 것이 조금 어렵다. 회신이 안 오는 경우도 있다. 대신에 B,C티어는 A티어에 비해 규모가 떨어지지만 공정에 필요한 인력과 설비를 갖춘 곳이 있다. 그래서 가격적으로 주문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메일로는 공장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텍스트 문서로는 모든게 가능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막상 가 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공장을 확인할 때 해당 기업이 어떤 리테얼러, 브렌드와 협업중인지를 본다. 유통에 진출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도 체크한다. 아울러 제조 설비 목록을 보고 그것이 실제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 공장에 아무리 비싼 설비가 있더라도 안 쓰는 경우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또 품질관리부(QC)의 유무, 조립을 하는 직원이 임시직인지 정규직인지 확인한다. 직원이 자주 바뀌는 것은 좋은 곳이 아니다. 아울러 국제 증명서도 확인한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체크
일반 요구사항과 필수 요구사항을 구분해 놓는 것이 좋다. 필수 요구사항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기능, 일반 요구사항은 제품에 부가되는 기능인 거다. 예를들어, usb포트나 블루투스 등 기능이 필수라면 그것에 맞춰 공장을 찾는 것이 좋다. 제품에 대한 필수 요구사항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건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을 예시하는 거다. 백마디 말보다 그게 더 명확하다.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솔직하게 가부를 말해주는 공장이 더 좋다. 말로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닌 경우가 있다. 일례로 우리 파트너 중 규모도 작고, 시골에 있지만 품질관리부를 통해 성능에 대한 확인이 철저한 곳이 있다. 그곳은 결과도 좋다. 해당 공장에서 6~7번째 생산하는 스타트업이 있을 정도다.
전자제품의 경우 어떤 설비가 필요한지 디테일하게 준비해 접근하는 것이 좋다. 단편적인 질문을 하면 거의 대부분 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조립라인의 안정성 등 체크도 필요하다.
중국공장을 상대할 때 빈번하게 겪는 것
중국 공장에 문제 제기를 할 때 제일 난감한 것이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다. 제일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상품과 디자인 도용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에 대한 완전한 방지는 불가능하다. 가장 먼저 생산하고 브렌드화 하는 것이 가장 나은 해결책이다. 빈번한 네트워킹을 통해 그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방법이다. 변화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중국 공장 다수가 디자인의 고유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제품에 대한 특허를 받기는 하지만, 금형이나 부품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중국 공장이 그 금형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
중국 공장 중 일부는 외주 제품을 가지고 박람회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 박람회에서 그 제품을 보고 다른 바이어가 같은 제품을 주문을 할 수도 있다. 중국 공장이 그 제품의 금형을 이용해 내가 주문한 제품과 같은 제품을 팔 수도 있는거다.
꽌시 등 사람간 관계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명확한 의사표현을 통한 정면돌파가 답이다. 다만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에게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 발생한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이후에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이 상책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
가능하다면, 중국 현지서 제품 공정을 확인할 인력을 두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확인을 하지 않으면 생산 순서에서 밀리거나 다 만들어놓고 패키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과거 어느 미국 스타트업이 주문한 제품 2,3천 개가 전량 리콜된 사건이 있었다.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패키징 문제였다. 공장에서 패키징 마지막 과정에서 접착제를 바르고 환기를 하지 않은 거다. 제품이 뉴욕에 도착한 뒤 냄새가 심해서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귀찮을 정도로 현지에서 확인하고 지켜보는 게 제일 좋은 팁이다. 연락도 될 때까지 해야 답변이 빨리 온다.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렴하게 만들 수 있기에 겪어야 되는 과정이다.
인터넷 시대지만,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으면 위챗이나 이메일 백번 보내는 것 보다 직접 공장에 찾아가 엔지니어 등 실무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 사항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이너한 공정은 바로 해결되기도 한다.
협상력도 필요하다. 중국 공장은 오래가는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한 번 하고 마는 것보다 자주 연락하고, 꾸준히 발주를 할거란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가격협상도 원만하다. 알고있는 공장이 본인의 제품에 걸맞지 않다면 그 공장 관계자에게 다른 공장 소개를 부탁하는 네트워킹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