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비재 기업 P&G(피엔지) 산하에 ‘P&G벤처스(이하 PGV)’라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있다. 3년 전 신시내티서 시작된 PGV는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역할도 하지만, 방점은 모기업이 하지 않는 비지니스 모델을 발굴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것에 있다.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팀까지 생겨 결이 맞는 스타트업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이다.
21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런치클럽 오픈토크’에서 노병권 PGV 상무가 연사로 나서 P&G가 찾는 스타트업, 협업 모델 등을 발표했다. 노 상무는 2004년 한국 P&G 입사 후 11년 동안 비달사순, 팬틴, 헤드앤숄더, 웰라 등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한 뒤 3년 전에 PGV에 합류해 주축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노 상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원빌리언달러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PGV의 목적’이라 말했다. 여타 VC처럼 투자하고 자금 회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키워서 후일 P&G의 브랜드로 안착시킨다는 의미다.
또 PGV의 색다른 발굴 방식도 설명했다. 그는 “PGV는 엔젤이나 투자사와 존재 목적이 다르다. 돈이 아니라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 유망한 신생 브랜드를 발굴해 P&G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접목하여 해당 브랜드를 일정 단계까지 성장시킨 후 P&G 내부로 가지고 들어와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아무리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한다해도 곧장 모기업 내부로 가져갈 수는 없다. 스타트업 브랜드가 모기업 브랜드 밑에 들어가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외부에서 유망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워 P&G에서 인수하는 모델로 간다. 어느정도 사이즈를 키워서 데리고 들어가는 방식”이라 말했다.
노 상무는 외부 파트너십을 찾기위해 한국에 왔다고 부연했다. 그는 “중국은 창업 환경도 좋고 스타트업도 괜찮지만, 아직 화장품 쪽 수준은 한국에 비해 높지 않다. 그래서 현재 한국 팀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한국기업 중 중국에 진출해 세계로 가려는 팀이 많다고 봤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뭔가를 가져오려면 오래 걸린다. 반면에 한국의 장점은 바로 중국과 접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에서 P&G는 알리바바나 텐센트보다 소비자 데이터가 더 많다. 우리가 더 오래 중국 시장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 빅데이터는 우리가 최고라고 본다. 입점력, 브랜딩력, 제품, 특허 등록 부분에서도 강점이 있다. 미디어 타켓팅도 된다. 브랜딩 및 중국에서의 마케팅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우리의 관심 분야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하 노병권 상무와의 일문일답)
PGV는 설립된지 3년 밖에 안 됐는데, 직원 규모가 100여 명에 달한다. 펀드는 어느정도 조성되어 있나.
예산이 있기는 하지만 외부에는 비공개다. 100여 명이 우리 입장에서 많은 건 아니다. PGV는 대표가 따로있고 모기업 P&G와는 별개의 업무를 본다.
조인트벤처나 지분투자 등 여러방식으로 스타트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에서 CVC는 초기 투자 라운드에 참여를 잘 안 하는데, PGV의 투자 사이즈와 지분 취득 비율을 말해줄 수 있나.
정해진 건 없다. 각각의 창업가나 스타트업을 만나 조율한다. P&G가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린 투자가 강점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노하우나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크다. 여타 CVC에 비해서는 얼리스테이지에 관심이 많다. 다만 브랜드를 키워 완전 인수를 목적으로 하기에 초기부터 머저리티를 가져가지는 않는다.
투자와 관련된 프로세스를 설명해 준다면.
이 행사에 앞서 모 창업자와 이야기를 했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의 관심이 덜한 분야라고 답변했다. 그 회사는 우리의 힘이 따로 필요 없는 영역의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P&G가 안하는 사업에 관심이 있고 그것에 전념한다.
투자 비용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투자 규모만 보고 우리와 접점을 찾는다면 잘 안 맞을거라 본다. 돈은 VC나 액셀러레이터가 더 잘 줄 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강점은 사업이 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기회제공에 있다.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울려는 의지가 있는 창업자나 스타트업과 핏이 맞을거라 본다.
그간 몇 개 회사에 투자를 했나.
25개 수준이다. 비율로 보자면, 미국에서 20여 개, 중국에서 6~7개다. 중국은 더 늘어날거다. 현재 중국팀이 설립된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별도의 공간은 없나.
파트너십을 맺고있는 중국 액셀러레이터의 인큐베이터 공간이 따로있기는 하다. 하지만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니즈는 아직 없다.
PGV 명칭에는 벤처가 들어가 있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식 신사업 개발부서라 할 수 있다. 사회공헌과 수익모델을 내는 임팩트 투자 분야는 관심이 있나.
PGV는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더 커지고 잘 한 다음에 사회공헌을 검토해도 좋을듯 싶다. 모회사는 사회공헌 영역에서 전사적으로 잘 하고있다.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P&G가 하고있는 현 사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 있다면 파트너십이 가능할까.
P&G는 학구적인 면이 강하다. 데이터가 좋아야 잘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범생이다. 시장에 트래킹을 하는 회사는 많은데 반해 솔루션 제공사는 적은게 현실이다. 수백 개에 달하는 트래커와 차별성이 있다면 가능하다. 아울러 솔루션도 있고 소모품을 바꾸는 형태의 제품이면 100점이다.
오늘 발표에서 PGV의 관심영역을 명문화해서 말했다. 그걸 선정한 배경을 말해준다면.
향후 소비를 가장 많이할 사람들이 누군지, 어떤 트랜드가 올지 찾는 과정에서 정한 것이다. 앞으로 돈을 많이 쓸 사람, 그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을 찾으면서 나온거다.
한국에서 파트너십을 맺으러 왔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찾는 이유는 뭔가.
P&G에게 한국 마켓은 크지 않다. 하지만 좋은 기업이 있다고 보고있다. 한국에서 찾아 중국에서 크게 키워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게 목표다. 그 과정에서 엑싯이 될 수도 있다. 우린 계약서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느정도 규모가 될 때 엑싯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는다.
외부기업에서 혁신을 찾는다면, 회사 R&D팀이 해도 되는거 아닌가. 관심분야를 굳이 좁혀 할 필요가 있나.
P&G와 같은 큰 규모의 회사는 프로세스가 너무길다. 샴푸 하나라도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출시까지 5년정도 걸린다. 조그만 부분 조정만 3년 소요되기도 한다. 실버케어 제품을 만든다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을거다.
근본적으로 외부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스피드다.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당연히 외부에서 더 잘하는걸 내부로 가져올 수 있다. 실제 본사에서 인수합병을 활발히 하고있다. 우리는 P&G R&D팀과는 별개로 완전 신사업만 본다. 그래서 카테고리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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