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퐁과 마켓컬리, 어떻게 만들었을까?’, 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딩 노하우
‘핑크퐁’을 만들어낸 스마트스터디, ‘새벽 배송’으로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더파머스는 어떻게 자신들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어왔을까? 지난 15일, 위워크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브랜드 컨퍼런스 2017>에서 두 기업의 대표가 그 노하우를 공유했다.
브랜드라는 공감대를 기반으로 모인 커뮤니티 비마이비(Be my B)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브랜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자 개최되었다.
“우리에게 브랜드는 본질, 곧 유통이다”, 더파머스 김슬아 대표
우리는 우리 사업을 유통이라고 정의한다. 더파머스가 어떤 방식으로 사업과 조직을 만들고 고객을 이해하려고 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회사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브랜드는 ‘샛별 배송’이다. 제품을 완벽하게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삼자에게까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국내 최대 냉장 새벽 배송 물류 사업자가 됐다.
내가 이 회사의 본질을 얼마나 강하게 유통이라고 생각했냐면, 처음엔 앱을 만들 생각도 안 했다. 그 전에 배송 트럭부터 사들였다. 서비스 사업자 관점이 전혀 없었던 거다. 그 이후에 앱을 만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기팀에는 UX, UI 전문가가 없었다. 앱을 만들어놨는데 내가 써봐도 사용성이 매우 안 좋았다. 한 번 쇼핑하는데 앱이 두 번씩 꺼졌다. 내가 대표지만 ‘이걸로 장보는 고객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앱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돈이 생겼을 때는 물류 센터 시스템 구축에 투자했다. 그렇게 창업하고 2년 동안 오프라인에만 돈을 썼다. 올해가 되어서야 제대로 된 앱이 나왔다.
3만 번의 영업과, 1만 개의 시제품이 지금의 마켓컬리를 만들었다
고객들은 자꾸 꺼지는 앱을 쓰고 있는데, 물류에 투자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사업의 근간은 상품, 고객, 물류였다.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매출은 신경도 안 썼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판매 상품 2,500개를 만드는 것이었다. 보통 12개 중 한 제품을 입고시키기 때문에 총 3만 법의 영업이 필요했다. 독점상품을 만들 땐 한 개당 200번의 테스트를 한다. 독점 상품 500개를 팔기 위해서는 1만 개의 시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3만 번의 영업과 1만 번의 테스트로 이뤄낸 성과였다.
마켓컬리의 본질은 유통, 유통의 본질은 상품이다. 우리 회사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아야 하는 단 하나가 있다면 바로 이 ‘상품’이다. 유통하는 기업이 좋은 상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내일은 없다. 이 신념으로 한국에서는 소비 경험이 적은 스테이크인 ‘토마호크’를 출시하고, 월별로 가격 등락 폭이 큰 상추를 24시간 내 배달하기 시작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공급사는 우리 직원보고 ‘사장님이 돈 벌 생각이 없나 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어려웠지만 해냈고, 결국 그것이 고객이 우리를 신뢰하는 기준이 되었다.
처음 마켓컬리를 시작할 때, 어떤 브랜드를 만들겠다 계획은 없었다. 그저 ‘유통의 본질로 돌아가자’. 그 노력이 쌓이다 보니까 정체성이 되었고, 사업의 알맹이가 만들어졌다.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자 위주의 관점으로 설계되어있다는 점이다. 마트에 들어가면 수만 개의 물건을 보는데, 뭐가 좋은지는 알 수가 없다. 쇼핑 환경 자체가 선택 딜레마를 만드는 것이다.
나 자체가 예민하고 불만이 많은 소비자다. ‘내가 쇼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켓컬리의 상품과 가격, 유통 구조에는 내 취향이 많이 녹아 있다. 직원들도 까다로운 소비자로 길러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애를 낳으면 육아용품에 대해 까다롭게 리뷰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모든 상품은 우리가 직접 먹어보고, 생산지를 방문해본다.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판매하지 않는다.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치지 않는 매일이 모여, 영속하는 브랜드를 만든다.
브랜딩에 대해 많은 지식은 없다. 하지만 한가지 알고 있는 건 내가 죽고 없는 30년, 50년 뒤에도 살아남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 내가 애매한 결정을 내리면, 뒷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오늘은 좋은 선택인데, 5년 뒤에 후회할만한 결정이라면 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 용기’는 스타트업이 갖기 가장 어려운 것이다. 옆집이 당장 10만 개를 팔아 승승장구한 아이템이라도 우리 기준에 안 맞거나 우리 고객이 좋아하지 않는 상품이라면 팔지 않는 용기.
사업의 본질이 틀을 결정한다면, 고객에 대한 이해는 디테일을 결정한다. 우리는 ‘버리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의 가격’을 고려했다. 신선식품을 대용량으로 살 땐 싸 보이는데, 결국 버리는 비용이 더 든다. 이것을 3인 가족 기준으로, 절대 버리지 않을 양으로 싸게 팔고자 고민했다. 또 고객은 당연히 빠른 배송을 원하는데, ‘어떻게 빨라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퀵서비스는 답이 아니었다. 포인트-투-포인트 배달은 가격이 비쌌다. ‘고객이 언제 받아야 가장 빠르게 느낄 것인가’를 고민해서 나온 결과가 새벽 배송이다.
마켓컬리는 한 번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3만 번 영업을 해야 2,500개 상품을 입고할 수 있고, 1만 개의 시제품을 만들어야 독점 상품 500개를 만들 수 있다. 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아지는 것이다. 영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이어지면, 의도하지 않아도 하나의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치지 않는 매일이 모여, 영속하는 브랜드를 만든다.’
“효율적인 브랜딩 = 시각적 비용 최적화!”, 스마트스터디 박현우 대표
좋은 브랜딩이란 우리 브랜드를 다른 것에 비해 특출나게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시작부터 대단한 일은 없다.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나는 프로그래머로만 28년을 살았는데, 스마트스터디를 창업하면서 전체 브랜딩을 맡아야 했다. 당시 회사 내부에는 브랜딩 전문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송해 선생의 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처음에 ‘한 번 땜빵으로 끼어서 해볼까?’, ‘해보다가 잘 안 되면 접지 뭐’ 했던 것들이 장수 프로그램이 된다.
30~40년을 갈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전국노래자랑도> 군 단위니까 한 2년 되면 끝날 거라고 했는데, 갈 데가 많아졌다.
사람 인연도 그렇다. 그렇게 오래 갈 줄을 모르고 맺은 인연인데, 오래 가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많지 않나. – MC 송해
최근 인기를 얻은 연예인 김생민 씨도 처음엔 화려하고 특출나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좋아하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한 역할을 오래 한 사람, 기업, 브랜드들은 고유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시간이다.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오랫동안 그 브랜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처음에 우리도 핑크퐁이 우리 기업의 중요한 브랜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브랜드 하나를 만들어야 하는데, ‘남들이 안 쓰는 상징색’을 써보자는 생각에, 핑크색을 사용했다. 또 핑크색을 우리의 아이덴티티로 가져오고 싶었기에 이름을 ‘핑크퐁’이라고 지었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소하게 시작했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제는 이 로고를 넘어, 핑크 색상만 봐도 전 세계 사람이 ‘핑크퐁’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다. 마치 초록색을 보고 스타벅스를 연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앱으로 시작했던 핑크퐁 브랜드가, 점차 실물 제품도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딩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비용 최적화 작업에 익숙하다. 엔지니어일 때는 ‘어떻게 하면 트래픽 비용,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브랜딩을 만들면서는 ‘시각적 비용 최적화’가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지금은 스마트스터디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에서 핑크퐁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이 경우 브랜드가 시각적으로 통일된 구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거래처를 만날 때마다 매번 설명과 설득을 해내야 한다. 비용 낭비다. 회사의 새 상품이 나왔을 때, 더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알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브랜딩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각적 덜어내기 작업’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브랜드를 알렸다면 그 후에는 이 ‘덜어내기’ 작업이 필요하다.
핑크퐁을 만들면서 다양한 설정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안전한 육아 교육 브랜드’라는 핵심만 남겨놓고, 기타 ‘다름’을 덜어내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사내 시스템적으로도, ‘핵심가치를 만들고 그 외에는 신경을 끄자’는 주의다. 외부에서는 스마트스터디의 ‘출퇴근 자유’, ‘재택 근무’와 같은 시스템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지만, 우리가 생각할 때 그건 복지도 아니고 장점도 아니다. 단지 정말 중요한 가치 것 이외에는 신경쓰지 않는 것뿐이다. 중요한 것이 많아지는 순간, 사람들은 그 어느 것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