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사이트] 사람때문에 고민하는 스타트업 대표에게
인사 이슈, 인적자원관리는 사업 규모와 관계 없이 많은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문제다. 왜 내 맘 같지 않게 일을 하는지 모르겠고, 한창 잘 되고 있는데 사람이 나갈까 걱정이 된다. 동기부여는 어떻게 해야 적절한 건지도 궁금하다.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의 장재열 대표에게 스타트업 HR에서 필요한 것을 들어봤다.
*‘좀놀아본언니들’은 2013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청년고민문화커뮤니티를 표방한다. 지난 4년 간 구성원 이탈없이 성장했다는 이채로운 이력이 있다.
돈 버는 것 빼고 스타트업 대표가 제일 많이 고민하는 건 ‘사람’
스타트업 대표는 사람과 관련한 3가지 고민을 토로한다. ‘왜 팀원이 내 맘 같지 않은지, 동기부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력 유출은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이 중 제일 많이 듣는 건 ‘동기부여’에 대한 부분이다.
일단 구성원과 자주 대화해야 한다. 개인 성향을 알아가는 거다. 조직원이 힘들어 할 땐 그와 친한 지인과도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하지만 이게 인력 관리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우린 그렇게 했고, 그것이 이탈율 제로의 근간이 되었다.
대표에게 필요한 건 공감능력과 관찰력, 그리고 관점 전환
회사와 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대표가 구성원과 인간적인 공감을 시도하는 게 좋다.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거다. 업무역량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의 생애 주기가 어디쯤 왔는지 안다면 다른 유대감이 형성된다.
조직원은 대표에게 반해서 온 사람임을 잊지 말자.
구직자는 보통 기업입사를 고려할 때 기업의 부수요소, 즉 복지와 처우 등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에 스타트업을 선택할 땐 대표라는 콘텐츠를 보고 오는 이들이 많다. 대표에게 반해 온 사람을 잃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자못 당연하다.
흔히 사업을 위한 3가지 요소로 자본금, 개발, 사람이 언급된다. 자본금을 얻고 개발을 위해 밤새듯, 대표가 구성원을 생각하며 밤을 샐 수도 있어야 한다.
대표와 팀원은 ‘부부’같아야 한다.
예를들어, A와 B가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치자. 시간이 지날수록 애틋한 마음이 사라지고 챙겨야 할 의무감도 줄어든다. 급기야는 오해가 생기고 사이는 급격히 나빠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진솔한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를 대표와 구성원으로 바꿔보자. 대표와 구성원은 부부 같아야 한다. 사이에 균열이 생겼을 때 터놓고 말하는 게 부부다. 할말이 있으면 미루지 않고 그때 그때 편히 말해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표도 팀원으로부터 메시지가 오면 그 날의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다만,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들어야 한다. 대표가 얘길 듣고 모두 실천할 수 있진 않기 때문이다.
‘이만큼 주는 데 왜 이것 밖에 못 해’로 갈등을 빚어 본 이들에게
나는 영리단체 대표를 존경한다. 그들은 모든 이의 월급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녔다. 월급날에 약속한 보상을 해야하기에 매달 극심한 스트레스도 동반된다. 문제는 갈등이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대표는 온갖 시련을 거쳐 보상물을 팀원에게 주며 기대를 건다. 하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면 틈이 생긴다. 기본적으로 월급을 만들고 사업에 필요한 제원을 마련하는 건 대표의 업이다. 일로만 봐야 한다. 거기에 너무 과한 감정을 싣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과한 기대는 서로를 멍들게 한다.
금전적 리워드만이 인재 유출을 막는 도구가 되는 건 아니다.
우리 구성원에겐 급여 대신 비금전적 리워드를 준다. 온라인 마케팅 분야로 전직을 원하는 이에겐 뉴스레터/기업 소개 일을 맡기고, 지금껏 써온 글을 바탕으로 출판사에 작가로 소개해 데뷔를 지원하는 식이다. 그 결과 지난 4년 간 나간 이 한 명 없는 조직으로 남았다.
구성원의 동기부여는 각자가 아닌 설립자인 대표가 찾아야 한다. 힌트는 구성원 혹은 조직의 미션에서 얻을 수 있다.
대표는 조직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해야 한다.
구성원은 절대 대표가 될 수 없다. 투영하는 애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가져가는 베네핏도 다르다. 문제는 스타트업처럼 조직원이 대표만큼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이 많다는 점이다. 그것이 가시적으로 지속되면 당연히 에너지는 빠르게 소진되고 충성도도 줄어든다. 그걸 잊으면 안 된다. 대표가 제일 많은 일을 하는 건 당연하고, 그만큼 팀 신뢰도가 높아진다.
좋은 대표가 되기 위해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아꼈던 팀이 있었다. 구성원 모두 다재다능했고 성격도 좋았다. 그런데도 팀이 붕괴됐다. 이유는 대표가 구성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많은 부분을 혼자 끌어 안은 것이 컸다.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았다. 대표는 지쳐갔고 팀원은 몰라서 답답해 했다. 상호 배려라는 선의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깨진 신뢰로 돌아온 거다. 구성원 면면이 좋다해도 꼭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런 생각은 위험한 낙관이다. 상호 신뢰를 위한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다.
매순간 몰입할 순 없다. 흐름에 맡겨라.
스타트업계 종사자는 문제를 인식해 탐구하고 극복하는 게 일이다. 이는 그들에게 분명한 성장동력이 된다. 문제는 삶의 모든 순간에 다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조직과 기업은 하나의 유기체다. 생로병사, 즉 에너지의 고저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가 생긴 구간도 힘조절이 필요하다. 하락세를 타개하려고 몰입하기보다 두고 지켜 보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흐름의 궤적을 따라가는 거다.
스타트업이 고민을 토로할 때 ‘최선은 다 해보되 잘 안된다고 해서 자괴감을 느끼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표라는 직함이 인간적 완성도를 보장하는 건 아니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