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데이터를 모아 유통하는 기업이 다음 시대를 이끈다” 투자자가 전망하는 2018 트렌드
인공지능과 데이터 비즈니스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질까? 최근 거센 열풍인 블록체인은 VC를 위협할 수단이 될까?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일 삼성동 위워크에서 개최된 벤처 네트워크 행사인 ‘GWG(Grow with GS)’에서 박영훈 GS홈쇼핑 전무,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김일환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가 기술 트렌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청중과 공유했다. 이하 패널토론 일문일답.
(왼쪽부터)박영훈 GS홈쇼핑 전무,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김일환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사진=플래텀 DB
세 사람은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과 일반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창업기획사) 관계자다. 각자 관점에서 2017년은 어떤 해였나.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이하 ‘류’): 흥미로웠다. 근래 기술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지금은 블록체인이 화제지만 작년은 인공지능이 화두였다. 이런 굵직한 기술 트렌드 속에서 시장을 확장 시키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이 나왔다. 퓨처플레이 입장에선 투자한 팀이 피인수되기도 했다.
대기업과 초기 액셀러레이터간 교류가 커진 점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진 회사 규모가 초기일 경우 ‘기다리겠다’, ‘잘 키워주고 성과가 나오면 투자하겠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요즘은 그렇게 하면 늦다는 인식이 생겨 바로 투자하는 분위기다. 보수적인 대기업이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투자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건 긍정적인 시그널이라 생각한다.
김일환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이하 ‘김’): 많은 VC가 등장해 혼란스러웠지만, 유의미한 회수가 작년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모바일 IT 붐과 더불어 많은 VC가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의미 있는 회수는 작년부터 이뤄졌다. 우리도 그 수혜를 맞이해 성과를 냈다. 2016년 대비 30%이상 넘게 투자를 더 진행했다. 총 17개 기업에 420억 원 넘게 지원했으며, 동시에 회수는 1,100억원이 넘었다. 이런 투자 선순환이 이뤄져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박영훈 GS 홈쇼핑 전무(이하 ‘박’): 스타트업이라는 산업 개발 방식이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해가 아니었나 싶다.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이해도도 높아졌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람의 경험도도 늘었으며 해외 네트워크 및 진출 사례도 증가했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좋은 환경이 갖춰졌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도 본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알고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만 하더라도 내로라하는 기업 경영진이 참석하지 않았나. 대기업이 한계를 극복하려면 스타트업과 보다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협력해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 블록체인이 기술과 비즈니스 트렌드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흐름의 변화를 예측하나.
류: 기술 스타트업 투자회사인 우리 관점에서 보자면 AI는 끝났다. 지금 AI 기업에 투자한다는 말 자체가 우스운 얘기다. AI는 현재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형·무형의 모든 재산에 적용되는 중이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AI를 도구로 활용 안 하면 뒤쳐지는 시대가 됐다. 많은 회사가 실생활에서 AI를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건 어렵다. AI를 공부한 이들은 세상을 몰라 어렵고, 반대로 세상을 잘 아는 이들은 AI를 잘 알지 못한다. 이는 블록체인에도 해당된다.
올해는 융합적 인재의 리더십이 중요해지는 한 해가 될거라 본다. 현재 놀랄 속도로 모든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기술간 경계,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경계 흐려지는 상황이다. 사람들을 융합하고 풀어가는 리더가 나오길 기대한다.
김: 우리의 올해 투자 전략은 류대표가 말한 것과 관련 깊다. 올해는 AI가 잘 적용된 서비스와 헬스케어 쪽을 집중해서 보고 있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등이 뜨거운 화두다. 블록체인 기술이 빅딜이 될 만한 기술이라고 보나. 아니면 이상과열된 투기의 배경일까.
김: 3년간 스터디를 해왔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블록체인이 시장 질서를 흔드는 기술인 건 맞다. 인간의 영역에서 언어와 문자는 커뮤니케이션에 해당됐고, 블록체인은 거래혁명을 일으키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경계를 넘는 매커니즘이다.
투자를 할 때 보통 시장 크기와 난이도를 따진다. 블록체인 기술은 작년 말 시장 규모가 200조를 넘어선 매력적인 분야다. 다만 파괴력이 너무 크다. 현재는 투자사도 기회를 가늠해보는 단계다.
주식 대신 암호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ICO가 벤처캐피탈에게 위협이 될까.
김: 위협이다. 다만 ICO가 보편화 되려면 제도적 장치와 맞물려야 한다. 아직은 넘을 산이 많다. 다만 흥미롭게 보고 있다.
류: 몇 가지 시사하는 게 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대이며, 돈은 벌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행에 돈을 넣는다고 큰 돈이 되지 않고, 주식시장도 활황이 아니다. 그에 비해 사람은 일확천금을 향한 욕망이 있다. 이게 투영돼 지금의 현상을 만들었다고 본다. 격변기다. 투자업이 성사될 수 있는 이유는 정보비대칭 때문이다. 일부 정보를 갖고 있는 이들이 좋은 회사를 찾고, 연결성 있는 LP를 모아 펀드를 운용한다. 그게 VC다. 그런 관점에서 ICO는 투자의 민주화, 어떻게 보면 시드, 엔젤 펀딩 같기도 하다. 크게는 이 방향으로 갈거라 보고 투자업의 정의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전환기를 준비해야 한다.
요즘은 황당한 역정보도 횡행한다. 정보 자체가 없어서인 듯 싶다. 제도나 규칙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
박: 세상에 큰 변화가 있을 땐 많은 혼란이 수반되고 그게 가라 앉을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고 본다. 지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락으로 일희일비하지만 이는 단시 현상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 정리될 거다.
현재는 기존 체제가 반발하는 국면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근본 철학이 기존 세상 철학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관료제를 부정하며 만들어졌다. 동시에 세상을 바꿀 정도의 기술이기에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 현 체제로 가까이 가면 충격이 더 커질 거다. 그러니 정부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임팩트를 이해하고 승화하면 좋겠다. 규제부터 들이대는 건 기회를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데이터를 모아 운영하는 사업이 많아지고 있다. 정보를모으든, 비대칭성을 모으든 다양한 방식으로 변모 중이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박: 예전부터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지금도 많은 기업과 조직이 정보를 모은다. 문제는 무작정 모으기만 할 뿐 제대로 쓰지 못 했다는 거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데이터를 보관하고 가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저렴해졌다. 데이터를 모으는 소스 및 센서, 제공장치를 24시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게 요즘 세상이잖나. 이들 사이에서 AI가 유의미한 역할을 할 거라 본다. 데이터 없는 AI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데이터는 모든 걸 아우르는 큰 툴이다. 과거에 없던 인사이트를 구축하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다.
류: 딥러닝 기술이 나오면서 데이터를 보유한 이들이 고민한 건 개인정보를 없애야 한다는 점이었다. 왜 익명성을 고민하는 지 모르겠다. 패턴 예측만 하고 학습만 제대로 시키면 이는 해결될 문제다. 대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가공하는 길이 열리는 거다. 유통 쪽도 그렇다. 이는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과 데이터사이언스, 블록체인 모두 각각 다뤄졌지만 하나라고 본다. 기술은 다양하게 생겨나지만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결국 많은 데이터를 기술을 통해 모은 다음 가공해서 유통시키는 자가 다음 시대를 이끌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