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90]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까지 진출한 뷰티앱 ‘컷앤컬’
‘카카오헤어샵이 나왔는데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컷앤컬 이은영 대표는 ‘수수료를 주 수익원 삼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상대는 이미 엄청난 규모의 고객을 확보한 공룡기업이었고 ‘헤어스타일링, 미용실 추천’ 이라는 서비스 내용도 비슷했다. 같은 전략으로는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컷앤컬이 찾은 것이 ‘데이터’와 ‘네트워크’, 그리고 ‘오프라인’ 전략이었다. 컷앤컬은 스타트업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 수수료 아닌 ‘데이터’와 ‘네트워크’로 돈 버는 뷰티앱
창업 4년 차다. 이른바 데스벨리를 지나왔는데, 그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많은 스타트업이 수익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도 그랬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컷앤컬의 수익 모델이 수수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창업 초반부터 수수료는 궁극적인 수익 모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찾은 돌파구는 데이터였다. 트래픽 자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몇 년에 걸쳐 쌓아온 고객 데이터는 각종 뷰티 브랜드들이 눈독 들일만 한 것이었다. 청담동 헤어샵을 찾을 정도의 경제력 있는 소비자 집단의 데이터. 이것을 갖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에 집단심층 면접조사(FG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체험단을 모집해 제품 샘플을 뿌려주는 마케팅 회사는 많다. 그러나 우리는 타깃 된 고객들에게 샘플을 배포하고, 앱을 통해 이 샘플에 대한 피드백까지 취합해주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로 묶었다. 보통 FGI는 10~20명으로 진행되지만 우리 앱을 통해 500~1천 명으로 확장해 진행할 수 있다. 가격을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FGI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LG 생활 건강의 브랜드인 닥터그루트의 샴푸 캠페인을 진행했다. 신제품의 샘플을 체험해 볼 기회를 1천 명에게 제공했는데, 신청자가 4, 5천 명가량일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해당 브랜드가 원하는 타깃 군만을 뽑아서 선별적인 테스트를 진행했다. 제품의 판매량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데이터가 주 수익원이라고 볼 수 있나.
그렇다. 우리가 잘 쌓아놓은 것이 고객 데이터와 전문가 네트워크다. 이 두 개를 수익화하고 있다. 전문가 네트워크를 수익화하기위해 만든 것이 바로 오프라인 매장인 ‘스타일바 엑스(Style Bar X)’다.
■ 패스트뷰티 시대, ’15분 내에 눈 화장만’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샵을 만들다.
‘스타일바 엑스(Style Bar X)’는 무엇인가.
패스트뷰티 트렌드에 맞춰, 30분 만에 퀵스타일링을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샵이다. 풀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눈썹만 그리거나, 아이라인만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1만5천 원과 15분, 비용과 시간적으로 아주 경제적이다. 보통 샵에서 풀메이크업을 받으면 17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옵션에 익숙한 온라인 세대 성향에 맞춰, 스타일링 과정을 부위별로 세밀하게 쪼갰다. 인력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강남 프리미엄 살롱에 재직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여유 시간에 순환 근무하는 형태다.
오프라인 사업은 처음 시도해보는 것일 텐데, 어려움은 없나.
너무 힘들고 어렵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온라인 비즈니스보다 훨씬 더 많다. 온라인 커머스의 경우 내가 자고 있는 시간에도, 시스템이 꽤 많은 일을 대신해준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갑자기 전기가 안들어오거나, 고객이 나타나지 않는 등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자주 발생한다. 또 우리는 온라인 예약을 거쳐서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보내기 때문에 관리 포인트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사업이 컷앤컬에게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브랜딩 강화, 홍보 측면에서 효과가 좋다. 실제 지점이 가로수길과 강남역에만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 두 매장을 통해 컷앤컬을 인지하는 고객이 많다. 패션, 뷰티 브랜드들도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창구를 통해 우리에게 협업 요청을 해온다. 또 다양한 공감각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타일바 엑스에서는 우리와 협업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고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져 효과가 더 좋게 느껴지기 때문에 체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 헤어, 메이크업, 패션에 이르는 원스톱 스타일링 서비스로 거듭날 것
소비자로서 헤어, 메이크업 뿐 아니라 의상, 가방, 구두까지 한 곳에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를테면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여한다든지 할 때 특히.
가능할 거라고 본다. 실제 스타일바엑스의 신사동 지점이 한 패션 편집숍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협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오는 2월쯤 결실이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해외 진출 계획은 있나.
동남아, 중국, 미국 쪽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심히 시장을 찾고 있다. 뷰티 분야에서 한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뷰티에 고관여 하는 소비자도 많고, 아티스트들의 손재주도 좋다. 한류 케이팝 붐도 좋은 무기다. 한국의 스타일링 기법을 배워가겠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의 컨텐츠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온라인, 오프라인 서비스를 붙여서 진출할 예정이다.
컷앤컬이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카카오헤어 등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앞서 말했듯 다행히 우리는 이들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 아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우리 내부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패스트뷰티’라는 새로운 산업을 정의하고 그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가고 있다. 컷앤컬 자체는 ‘전문가 네트워크’ 사업이다. 실력과 경쟁력을 갖춘 아티스트들과의 네트워크를 잘 유지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없는 시장과 산업이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나가고 성공시키는가에 승패가 달렸다.
마지막으로 컷앤컬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적으로 2018년에는 스타일바엑스 모델을 견고하게 다지고자 한다. 또 컷앤컬 앱을 좀 더 적극적인 커머스 모델로 진화시켜나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컷앤컬과 스타일바엑스를 개별적인 브랜드로 각각 잘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목표다. 우리만의 노하우가 담긴 PB 상품도 개발할 수 있었으면 한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통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전 스타일링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