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국 8개 도시에 세워진 ‘창업자의 아파트’

영화 ‘708090지심천연가(708090之深圳戀歌)’ 한 장면/영화캡쳐

중국영화 ‘708090지심천연가(708090之深圳戀歌, 한국 개봉명 : 송지효의 심천연가)’ 초반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업에 꿈이 있듯, 사람 역시 꿈이 있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의 꿈은 뭔가요?”

“촹예(创业, 창업이요)!”

성공한 창업가의 질문에 패션사업을 열망하는 대학생 리메이창(자오이환赵奕欢 분)이 한 답변이다. 이 장면은 정부 홍보 영상에 나올법한 클리셰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대중창업, 만민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을 모토로 창업을 통한 혁신이 중국의 성장동력이라 강조하며 제2, 제3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탄생을 독려하고 있다.

광저우 해저구에 위치한 유플러스 청년창업단지 

중국 정부 기조에 따라 대규모 클러스터와 셀 수 없는 창업기관이 등장했지만, 27일 기자가 광저우서 찾아간 ‘유플러스 청년창업단지(YOU+ 青年创业社区, 이하 유플러스)’는 독특했다.

유플러스는 중국 1, 2선 도시에 창업을 위해 이주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코워킹, 코리빙, 코네트워킹 특화 공간이자 동명의 스타트업이다. 주거, 사무, 레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창업과 연계시켰다. 우리로치면 판교, 부산등에 건립 예정인 청년 창업지원 주택과 일정부분 유사하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들기에 국가 사업이 아니면 이런 모델을 민간에서 구현하는건 어렵다.

지역과 옵션에 따라 상이하지만 유플러스 1인실 평균 월 이용료는 1630위안(한화 약 28만 원)에서 2500위안(약 42만 원)사이. 근래 오픈한 선전 지점에는 5000위안(약 85만 원)짜리 고급형 모델도 있다.

중국 청년층이 감당하기에 녹록치 않은 임대료임에도 대기자는 항시 넘쳐난다. 이유는 여느 공간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과 효용성 때문이다. 업무 집중을 방해하지 않고도 입주기업간 친목도모 및 협력을 유도하는 공용실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기존 창업자와 투자자, 액셀러레이터와 연결하는 교육과 콜라보 프로그램을 수시 운영한다. 전용앱을 통해 출입 등 이용이 가능하며 명절이나 연휴에는 젊은 취향에 걸맞는 파티도 열린다.

유플러스는 광저우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과 관련된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6월 광저우 1호점을 시작으로 선전, 항저우, 상하이, 청두, 푸저우, 베이징 등 8개 도시에 21개 지점이 성업 중이다. 연내 난징과 다롄에서도 오픈되며 30호 점 개장이 올해 목표다. 가장 많은 지점이 있는 도시는 광저우로 8개 지점이 도시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지점 당 방 개수는 133개에서 200여 개 규모다.

유플러스의 독특한 규칙이라면, 입주제한 나이(45세 미만)가 있고 함께 거주하는 이들과 화합이 안 되면 퇴실조치된다는 것이다. 거주 목적의 입실도 제한된다. 이는 임대 시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규칙 몇 가지를 제외하면 입주자의 자율에 맡기는 형태다.

유플러스에는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있다. 리우 양 (사진 가운데)은 마케팅 전문가로 기업 초석을 세움과 동시에 현재 경영(현 대표)을 맡고 있다. 유플러스 색채를 띄는데 이바지한 인물은 2014년에 합류한 쑤디(사진 오른쪽)다. 쑤디는 중국 창업카페의 원조라 불리우는 처쿠카페(창고카페) 창업자이다. 리우 신(사진 왼쪽)은 리우 양의 친동생으로 부동산 전문가다. 

유플러스는 레이쥔 샤오미 대표가 설립한 슌웨이펀드(顺为资本)가 투자(1억 위안, 당시 기준 한화 약 180억 원)한 기업이기도 하다. 리우 양 유플러스 대표의 5분 간 사업설명을 들은 레이쥔이 그 자리에서 투자 결정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샤오미가 직접적인 투자를 한 적이 없음에도 ‘샤오미 아파트’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리우 양 유플러스 대표는 유플러스라는 공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유플러스에는 다양한 경험을 한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다. 우린 80년대 생이 90년대 생을 돕고 70년대 생이 80년대 생과 90년대 생을 돕도록 독려한다. 선배 세대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지식구조, 사회자원으로 후배 세대를 돕게하는 것이다. 그것이 유플러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미래 유플러스에서 제2의 마윈이나 레이쥔이 나올거다.”

유플러스가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느슨한 관리, 시설 불만 등 이유로 사용자와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리우 양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라 말하며 유플러스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유플러스는 기회의 장소다. 레이쥔을 비롯한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으며, 중국 창업의 메카인 베이징 중관춘과도 연결되어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창업 기조에 맞닿은 서비스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2만 명이 넘는 창업자가 유플러스를 거쳐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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