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4차위 위원장 “한국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오려면…”
현재 국내에선 다양한 정부 지원과 투자 등 스타트업을 위한 환경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 그럼에도 ‘유니콘’으로 언급되는 기업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한화 약 1조원 규모)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유니콘기업 중 절반 넘게 미국에 집중돼 있다. 에어비앤비, 우버, 위웍,스냅챗, 에버노트 등 대중에게 익숙한 기업이다. 미국 뿐만 아니다. 중국에서도 디디추싱, 모바이크 등 다양한 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에 비해 국내는 어떨까? 몇해 전 쿠팡과 옐로모바일이 언급됐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선 유니콘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려운 것일까. 만약 나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18일 시사저널이코노미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포럼2018’에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장 위원장은 기업 가치 5조원으로 추정되는 ‘블루홀’이사회의 의장이다.
장 위원장은 국내에서 차세대 유니콘이 나오기 위한 조건으로 ‘사업가를 존경하는 문화 조성, 인재의 선순환, 투자자의 용기 있는 결단’등을 꼽았다. 이하 강연 내용.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사진=플래텀 DB
스타트업 사업가를 존경하는 문화가 만들어 져야 한다
한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는 존중 받지 못 하는 부류다. 비판받을만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을 만들고 이끄는 사람이 사회에서 이 정도로 존중을 못 받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사회가 기업가를, 창업가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좋은 정책이 나와도 한국에서 유니콘 기업은 나오지 않을 거다. 사회가 존경하지 않는데 굳이 기업을 만들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대기업 모두가 어우러져야 한다
현재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만큼 기존 기업과의 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좋은 일이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더 많이 일어나야 하고 양 기업 형태가 공존해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 혁신하지못하면 도태되는 시대다. 혁신 DNA가 내부에 있느냐 없느냐로 글로벌 시가총액 Top5 기업도 금새 변하는 시대다.
스타트업은 소수의 창업자가 현명한 시행착오를 굉장히 빠르게 하는 혁신에 강하다. 동시에 기존 기업은 지금까지 성장해온 것에 혁신을 더해야 살아 남는다.
돈, 시장, 사람의 조화가 필요하다
대개 벤처기업 100개 중 95개는 망하고 5개가 성공한다고 본다. 그 5개 중 일부 기업은 큰 시장을 가져가고 유니콘 기업이 된다.
투자환경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보다도 시리즈 A 투자를 받기 쉽다. 엔젤투자 자체는 적지만 정부지원금 등 다양한 환경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100억 원 이상 투자 받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큰 기업이 되려면 큰 금액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아한형제들과 쿠팡 사례를 보자. 이들은 시리즈 A때부터 외국계 VC가 투자했다.
현정부는 큰 규모의 투자 생태계를 이끌기 위해 노력 중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일반 금융권이 스타트업에 투자해주는 벤처 뎁(venture debt)도 시행돼야 한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진 않다. 유니콘 기업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미국은 활발하다.
투자자의 용기 있는 배팅도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리드 투자자가 줄었다. 시리즈 A 투자가 주 된 상황에서 너무 소심한 행보다. 투자자도 위험을 감수하는 야생성이 필요하다.
진출시장으로 인도와 동남아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주로 대기업과 제조업이 진출하지만 스타트업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다.
노동 유연성도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신입사원에게 노동 유연성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기업의 고연봉자에게 노동 유연성을 강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더 크게 성공하려면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러한 스타트업에 기존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인재가 함께 해 성장시키는 데 일조하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다. 인재의 야생성을 다시 일깨우게 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될 거다.
궁극적으로,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 간 연대는 이런 것에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이 사이에서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유니콘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IT 창업을 꿈꾸는 20대에게
섣불리 창업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7,8년전만 하더라도 청년창업을 권했지만, 시대가 변했다. 현실을 모르고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너무 많다. 장밋빛 꿈이 아니다. 철저히 외로운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시류에 휩쓸려 쉽게 시도하지 말란 의미다. 그럼에도 꼭 풀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주저 하지 않고 도전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