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대표들은 한국 시장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차명훈 코인원 대표, 유영석 코빗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 최정우 Pecunian Capital 파트너가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제1회 분산경제포럼 2018>에서 이에 대한 관점을 공유했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 패널토론에서는 비트코인 하락세, 다이코(DAICO)등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이슈에 대한 각 거래소 대표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토론 전문.
현재 비트코인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너머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현재 상황과 전망에 대해 말씀해달라.
– 최정우 Pecunian Capital 파트너(이하 Pecunian) :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과거보다 좋아졌다. 변화한 것은 두 가지다. 규제와 해킹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시장이 침체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신기술이 항상 겪고 또 헤쳐나갔던 부분이다. 그러한 역사적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잠시 주춤하더라도 결국 시장은 커질 것이고,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이준행 고팍스 대표(이하 고팍스) : 동감한다. 첨언하자면 오히려 요즘같이 단기적으로 화폐의 가격이 내려갈 때가 업계 내부에서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말 진지하게 이 산업을 바라보는 신념 있는 사람들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 코빗 유영석 대표(이하 코빗) : 사실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 좋겠지만, 그런 시장은 세상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자산의 가치가 매년 5% 올라가면, 사람들이 돈을 넣고 싶어 하고 이로 인해 거품이 생긴다. 이런 거품이 있을 때에는 그만큼 투자도 많이 들어온다. 현재 한국이 그런 시점인데, 업계로 많은 투자가 들어오고 거래소도 만들어지며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 차명훈 코인원 대표(이하 코인원) :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작년은 환상적인 해였다. 하지만 사실은 과열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안 좋았고 시장 자체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었다. 운 좋게 작년 시장 내 여러 호재가 있었고, 투자 자금이 모였다. 현재는 이 거품이 잠잠해지면서 시장이 안정화되어가는 과정이다. 사실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버블 논란을 통해 성장해왔다. 이 우려가 계속된 관심으로 이어져 앞으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블록체인은 P2P 기반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이 모여있다. 작년에 폭발적인 가격 상승 사건을 기점으로, 플랫폼에 신규 진입하는 투자자들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 코빗 : 확실히 신규 진입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은 편이다.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면, 새로 등장한 코인들의 속성과 작동 원리에 대해서도 훨씬 많은 관심을 갖는다. 개인적으로 한국만큼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평균 지식 수준이 높은 시장도 없을 거라고 본다.
– 코인원 : 업계 종사자로서도 즐거운 것이 확실히 신규 투자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블록체인의 속성과 특성에 대해 더 자세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 전체가 발전하는 데 자양분이 될 거라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가진 지식에 비해 투자량은 많은 상태라 우려는 된다. 먼저 업계에 들어온 입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몇몇 한국 거래소는 처음 문을 여는 시점부터 100개 이상의 코인이 신규 상장되는 경우도 있다. 각 코인은 각자 지향하는 바를 백서에 쓰곤 하는데,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것들이 실제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 Pecunian :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들이 각자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가정하에 백서(Whitepaper)를 만들고 돈을 모금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런 프로젝트들이 현실화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많이 있다고 본다. 스스로 이것이 실현 가능한 기술인지, 꼭 블록체인으로 구현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블록체인 기술이 그 기술과 이상을 감당할 만큼 성장해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 프로젝트의 목표들이 현재 성취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고팍스 : 나눠서 얘기할 수 있겠다. 스텔라와 같이 결제 네트워크라는 버티컬한 목표를 지향하는 코인의 경우, 이미 기존의 시스템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만큼 기술적으로 발전되어 있다. 그러나 반면 아직 확장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많다. 그러나 확실히 올해 개발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작년에 비해 더 구체화, 고도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 코빗 : 업계 전체의 노하우는 쌓이고 있다. 거래소들은 입출금 처리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코인별로 연결하기가 어려울수도,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노하우가 쌓이면서 점점 기술 스탠다드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코인 프로젝트를 대중 앞에 내놓을 때 어떤 것이 현재 가능한 것이고,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를 정확히 백서에 명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대중은 이를 분간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 코인원 : 우리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많은 코인을 상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우려를 가진 부분은, 어떤 스타트업도 단지 사업 계획만을 가지고 수백억의 투자를 받고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암호화폐들을 보면 채 1년이 안된 프로젝트가 많다. 과연 그들이 목표한 바를 실현 가능할까에 대한 염려가 있다. 물론 모두 목표를 이루기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비탈릭 부테린이 구상한 다이코(DAICO)
최근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이 ICO 개선을 위해 다이코(DAICO) 모델을 제안했다. 분산조직(DAO)와 암호화폐공개(ICO)를 합친 말로, 탈(脫)중앙화한 ICO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는 남은 투자금의 환불을 요청할 수도 있고, 투표로 투자자가 직접 프로젝트의 의사 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Pecunian : 아직 문제가 많다고 본다. ICO가 가진 여러 부작용을 탈중앙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접근인데, 어차피 코딩은 ICO의 주체가 하고 있고 이를 투자자는 검열할 수가 없다. 오히려 다이코라는 이유만으로 인기를 얻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이코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본다. 좀 더 명확하고 분산화된 ICO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기업이 프로젝트를 들고 거래소를 찾아와 코인 상장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다. 코인 상장 결정에 대한 각사마다의 사내 규정이나 기준이 있나?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인 것 같다.
– 고팍스 : 우리는 내부적으로 상장 심의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변호사들과 함께 팀을 짜서 운영한다. 각 부서가 담당한 부분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토론을 해 상장을 결정한다. 첫 위원회 때는 나도 참석을 했는데, 대표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 목소리가 커지더라. 그 이후부터 나는 완전히 빠져있고, 각 실무자들이 결정을 담당한다. 상장 기준으로는 그 프로젝트가 꼭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프로젝트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 포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이 있는가를 주로 본다.
– 코빗 : 어느 거래소나 팀, 기술, 커뮤니티를 보고 결정을 내리는 건 비슷할 것이다. 코빗은 특별히 위험 요소에 대한 검토를 아주 신중하게 한다. 특히 장기적 위험 요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나 스스로가 과거 직장 생활을 했을 때 재난 관리와 연관된 일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보수적으로 상장 심사를 하는 편이다.
– 고팍스 : 우리도 상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그 이유는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고, 기술 집약적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최대한 필터링을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심사를 한다. 정말로 이 프로젝트가 5~20년 뒤에도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비전, 기술력 구성원 등을 검토한다. 우리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마케팅하는 것은 초반에 이목을 끌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ICO 팀이 찾아와 상장만 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고려 사항이 아니다. 고팍스는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블록체인만 상장하고 있다.
최근 코인체크 등 일본 거래소 해킹 사건이 있었다. 중앙화된 거래소의 대안이 무엇일까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탈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중앙화된 거래소 대표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
– 고팍스 : 일종의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감안하고 들어달라. 나는 탈중앙화 거래소와 중앙화 거래소가 공존하게 될 거라고 본다. 중앙화된 거래소는 꼭 필요하다. 일단 법정 화폐는 중앙 통제 방식과 더 잘 맞는다. 실제 거래소가 시장에 가져다주는 순기능은 유동성 공급과 가격 발견이다. 이 기능을 아직까지는 분산화된 거래소가 중앙화된 거래소보다 잘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중앙화’ 자체가 블록체인의 태생과는 맞지 않는 요소이지만, 모든 산업에는 일정 부분 통제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중앙화된 거래소가 효용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즈니스 자체가 중앙화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든 걸 다하는 것보다는, 제3의 주체를 신뢰했을 때 더 편한 경우가 있지 않나. 가령 70대 할머니가 비트코인을 사고 싶을 때, 자신이 직접 키를 관리하고 분산 환경에 접속해서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런 관점에서 중앙화된 거래소는 분산 거래소가 기술적으로 훨씬 더 성숙한다고 해도 일정 부분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분산 거래소는 실제 블록체인 이념과 더 잘 맞고, 이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확장이 되면 시장을 선도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수준을 높이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 코인원 : 아무리 블록체인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탈중앙화될 수는 없다. 트레이더를 위해 초고속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구조상의 문제로 탈중앙화 거래소는 이용하기 힘들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미래에 모든 블록체인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 암호화폐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인프라가 필요할까?
– 코인원 : 국내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불과 1년 밖에 안 됐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 개발 자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외국에 있는 것을 모방해서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 블록체인은 기술 집약적 사업이기 때문에 학계 전문가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는 첫 번째 거래소로써 앞으로 블록체인 생태계가 건전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 코빗 : 우선 거래소들이 스스로 건강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환경과 대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거래소들이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면 결국 정부에서 손을 대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업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해나갔으면 한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각종 자정 장치들을 우리 업계도 빨리 도입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업계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 고팍스 : 전적으로 동감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시민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은 국가이며, 한국인은 열정적이고 빨리 배운다. 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거래소로서 우리가 받은 지원들을 다시 업계로 돌려주고 싶다.
– Pecunian : 규제가 과연 필요한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는 자칫하면 시장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충분한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고 거래소, 투자자, 기술 개발자들은 이 규제가 합리적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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