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당신이 하는 건, 브랜드 저널리즘이 아니다
마케팅을 투자가 아닌 지출로 생각한다면, 이 글을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 마케팅 도구(Tool)가 아닌 고객경험 설계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눈에 보이는 퍼포먼스가 아닌 소비자를 향한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자세이자 철학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형 브랜드 저널리즘의 현실을 조명하고 중소브랜드에 브랜드 저널리즘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그 해법을 제공하고자 한다.
#프롤로그 : 43만명 vs 8만명.. 같은 업계, 같은 플랫폼, 그러나 팬 수는 5배가 넘는 차이
다년간 경쟁 관계에 있는 숙박 O2O 서비스의 대표 라이벌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쏘카와 그린카 등과 함께 대표적인 스타트업 라이벌이다.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이들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주목을 받아왔다. 조정석, 송재림, 유병재, 신동엽 등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거쳐 간 모델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두 업체를 서비스나 가격, 고객만족 등 여러 측면에서 비교해볼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순전히 브랜드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비교해보고자 한다.
4월 16일 기준으로 야놀자의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는 43만명이다. 그런데 여기어때의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는 8만명이다. 같은 업계, 같은 플랫폼인데 팬 수가 5배 이상 차이 난다. 다른 업계를 들여다보면, 배달의민족(35만명)과 요기요(16만명)는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쏘카(15만명)와 그린카(17만명) 엇비슷하다.
그런데 왜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팬 수가 5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사실 두 페이지를 3분만 들여다봐도 콘텐트의 성격이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곳은 광고로 보이고, 한 곳은 콘텐트로 보일 것이다. 여기어때?는 채용정보 및 혜택이나 서비스 등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브랜드 뉴스를 소개하는 광고의 연속이다. 야놀자는 간이역&폐역 여행지, 정성가득1인쉐프맛집, 피크닉카페 등 흥미로운 정보성 콘텐트들로 가득하다. 최근 화제가 된 이영자 맛집도 어느새 콘텐트로 발행됐다. 카드뉴스 형태의 꿀팁을 다 보고 나면, 맨 뒤에는 자연스럽게 야놀자가 보인다. 현재 야놀자의 혜택 등을 알려주는데 전혀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센스있어 보이고 정보에 신뢰가 간다. 야놀자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외에도 ‘대한민국 방방곡곡’ ‘서울사람연애하기’ ‘섹시한황금주말’ 등의 서브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치 있는 여행 관련 콘텐트로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야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여기어때는 브랜드 저널리즘이나 콘텐트가 만드는 마케팅적 효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도 있다. 마케팅 전략이 다른 거지 잘못된 건 아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야놀자가 더 적절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실제 야놀자가 발표한 페이스북 페이지의 마케팅적 효과는 상당하다. 야놀자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구독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정보 획득’이라고 한다.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브랜드의 플랫폼을 찾고 있는 것이다. 더 고무적인 건, 응답자의 50%가 콘텐트를 보고 해당 숙소를 검색 또는 예약했다는 것이다. 플랫폼(페이스북)에 주기적으로 생산하는 콘텐트를 통해, 야놀자는 지속해서 매출 발생요소(자사 플랫폼으로의 유입)를 만들고 있다.
브랜드가 발신하는 정보를 소비자가 신뢰한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을 가진다. 일상에서도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하는 추천만큼 믿음직한 추천도 없다. 야놀자는 자신들이 발행하는 어떠한 이야기라도 소비자가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멋진 환경, 토양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콘텐트 커뮤니케이션 시대, 브랜드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2020년이 되면 Z세대가 전체 소비자의 40%를 담당할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Z세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 주입식 광고 메시지가 아닌 콘텐트로 소통해야 함은 너무 당연한 소리라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이처럼 브랜드가 콘텐트로 소통하려는(해야하는) 현상을 마케팅 용어로 ‘브랜디드 콘텐트’라 하며 브랜디드 콘텐트가 일회성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꾸준히 브랜드의 콘텐트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플랫폼)을 제공, 이곳에 연속적으로 콘텐트를 발행, 축적하여 플랫폼을 자산화하는 것을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브랜드 입장에서 플랫폼이 성장하면 과다한 비용지출 없이도 자신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인 마케팅 방법론이다. 쉽게 야놀자가 페이스북 페이지(플랫폼)를 운영하며 팬(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에센스(여행)와 관련된 가치 있는 콘텐트를 공급하여 구독자를 42만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적 사례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언론이나 매체에 돈을 지불하는 Paid Media(페이드 미디어) 방식으로 자신들의 콘텐트를 노출하여 브랜드를 마케팅했다. 광고 측정도 잘되지 않는데 비용은 많이 들었다. 콘텐트를 집행해도 우리 브랜드 자산이 되지 못하고 휘발되고 말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 저널리즘이 대두된 것이다.
(일전에 브랜드 저널리즘이 왜 발현되었는지 글로 정리한 적이 있다. 콘텐트라는 큰 맥락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설명했기 때문에 더 자세한 배경 및 흐름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점점 한국에 정착하고 있는 브랜드 저널리즘
최근 코카콜라에서 한국판 ‘코카콜라 저니’를 오픈한 거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미 2013년부터 기존 홈페이지를 매거진 형태의 ‘코카콜라 저니’로 탈바꿈했지만, 한국판 페이지를 오픈한 건 유의미해 보인다. 이제 한국도 브랜드 저널리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기업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여 소셜 기반으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모습은 현재 상당히 보편화된 모습이다. 대다수 브랜드는 자기 이름을 내건 페이지를 가지고 있으며, 대기업은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의 ‘뉴스룸’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HMG Journal’은 꽤 오래전부터 운영됐고, 작년 7월에 SKT는 ‘SKT Insight’를 열었고 KB손해보험은 올해 3월에 업계 최초로 브랜드 저널리즘 채널인 ‘KB손해보험 인사이트’를 오픈했다며 대대적인 PR 활동을 벌였다. 청와대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여러 채널에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으니, 국내에 브랜드 저널리즘이 정착을 넘어 대세가 되어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한국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진정한 브랜드 저널리즘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구현되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보면, 콘텐트가 뉴스를 뜻하는 것 같다. 특히 대기업이 더욱 그러하다. ‘SKT Insight’나 ‘KB손해보험 인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브랜드의 뉴스들로 가득하다. 필자는 볼만한 게 없어서 바로 뒤로가기를 눌렀다. 브랜드 저널리즘에서 가장 핵심은 소비자가 보고 싶고 좋아하는 콘텐트를 공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속적으로 콘텐트를 발행하더라도 콘텐트의 매력이 떨어지면, 누가 구독하고 싶겠는가. 브랜드 저널리즘은 브랜드가 하나의 미디어가 되었음을 선포하는 일종의 선언이다. 미디어는 소비자의 관심을 먹고 산다. 소비자가 찾아주지 않는 플랫폼은 생명력이 없다.
혹시 마케터 중에 아무리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천해도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면, 콘텐트가 재미없어서다. 콘텐트가 재미없는 이유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전략적으로, 그리고 소비자 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하나의 트렌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서 좀 하는 것 같고, 현대카드나 삼성전자 등에서 한다고 하니, 경쟁사가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하고 운영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운영하는 정도다. 대기업처럼 홈페이지 같은 별도의 채널을 운영하기 벅찬 중견, 중소기업들은 페이스북에 브랜드 페이지를 개설하고 이를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천해왔는데 SNS 계정 하나 개설하고 대행사를 통해 일주일에 1개씩 콘텐트(브랜드 뉴스)를 발행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SNS 채널을 운영하는 일은 소비자와 대면하게 되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인데도 마케팅 관련 아젠다 중에서 항상 후순위 대접을 받는다. 채널 선정도 브랜드와 어울리는 채널을 고민하기보다 트렌드를 따른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대세 플랫폼인 페이스북 페이지가 우르르 개설된 것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KPI는 일주일에 1회 발행, 올린 포스팅 당 좋아요 1,000개 이상 등 정량적 수치다. 이렇다 보니 채널에서 발행하는 콘텐트의 전략적 방향성이 있다기보다는 브랜드와 관련 없는 시의성만 쫓거나 이벤트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사실,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운영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정리해보면, 한국형 브랜드 저널리즘의 문제점은 세 가지다.
- 콘텐트 매력도 부족
우리 브랜드의 에센스가 무엇이며, 그 에센스가 담긴 콘텐트를 만들어야 함을 소홀히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가 핵심인데 ‘소비자가 좋아하는’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 제한적인 채널
트렌드로 접근하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에 적절한 채널 선정에는 관심이 없다. 홈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 형태 외에도 브랜드 저널리즘을 구현할 채널은 무궁무진하다.
- 성과 중심으로 접근
1번 2번의 문제는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당장 좋아요나 발행 횟수를 채우기 위해 접근하다 보니 ‘방향성 없는 콘텐트 생산’에 방점이 찍히게 됨은 어쩔 수 없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트렌드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집중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케팅의 방향이자 철학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은 브랜드라면 말이다.
#코카콜라 저니형 vs 레드불 TV형
그럼 한국형 브랜드 저널리즘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해외의 대표적 사례인 코카콜라와 레드불을 비교해보면, 한국형 브랜드 저널리즘이 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코카콜라 저니’를 구성하는 콘텐트는 브랜드의 뉴스에 가깝다. 주요 섹션을 보면, ‘브랜드’ 섹션은 당연히 브랜드 소개이며 ‘코-크 스토리’ 섹션은 1조 원대 매출했다는 자기 자랑의 브랜드 스토리로 가득하고 ‘라이프’ 섹션 정도가 브랜디드 콘텐트인데 코-크 올림픽 한정판 패키지, 외국에서 코카-콜라를 색다르게 만나는 법 등 기존 코카콜라 팬들만 궁금해할 법한 콘텐트들로 가득 차 있다. ‘커뮤니티’ 섹션은 자신들의 CSR 활동을 자랑하고 있고 ‘비디오’ 섹션은 광고물로 가득하다.
코카콜라가 자사 브랜드를 둘러싼 이야기들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다면, 레드불은 자신들의 이야기보다 소비자가 흥미로워할 익스트림 스포츠를 주제로 콘텐트를 발행하며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구글이 뽑은 ‘2017 구글플레이 어워즈’에서 ‘레드불 TV’는 ‘최고의 TV 앱’을 수상했다. ‘레드불 TV’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관련된 스포츠 이벤트, 축제, 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즐길만한 플랫폼이다.
코카콜라와 레드불의 차이는 명확하다. 한쪽은 브랜드 뉴스를 콘텐트라 생각했고 한쪽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문화를 콘텐트로 생각했다. ‘코카콜라 저니’를 ‘브랜드뉴스형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면, ‘레드불 TV’를 ‘문화적범주형 브랜드 저널리즘’이라 구분할 수 있겠다.
흔히 ‘코카콜라 저니’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글러스 홀트’의 ‘소셜미디어 시대의 브랜딩’에 따르면, ‘코카콜라 저니’에 순수하게 접속하는 방문자 수는 아주 미미하며, 미국에서 상위 1만위 혹은 전 세계적으로 상위 2만위 사이트에도 들지 못한다고 한다. ‘코카콜라 저니’를 운영한 이후 3년 동안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가 50% 증가하였지만, 팔로워 수보다 더 중요한 유기적 도달(Organic Reach) 및 엑세스 수(Access Rate)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코카콜라 저니’에서 콘텐트 여행을 하고 싶은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소브랜드에 필요한 브랜드 저널리즘은 코카콜라보다 레드불이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브랜드의 뉴스를 배포하는 거로 한정 짓기도 하는데, 이는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는 기존 인식 때문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브랜드의 뉴스’가 아닌, ‘브랜드와 관련되면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를 배포하는 활동이어야 한다. 브랜드가 Paid Media의 힘을 빌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콘텐트를 배포하고 소통하고 싶다면, ‘소비자가 좋아하는’은 필수다.
사실, 대기업(메가브랜드)이라면 ‘코카콜라 저니형’으로 운영하는 것도 괜찮다. 왜냐하면, 기존 언론 및 미디어가 대기업의 뉴스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카콜라는 15년 이후부터 보도자료를 뿌리지 않고 ‘코카콜라 저니’에만 뉴스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코카콜라 저니’에 접속하지 않는데 코카콜라의 뉴스를 접하고 있다. 기존 언론, 미디어가 ‘코카콜라 저니’에 접속해 코카콜라의 뉴스를 우리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어 뉴스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은 계열사도 많고 새로운 뉴스거리도 많기 때문에 ‘브랜드의 뉴스’로 저널리즘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언론 및 미디어가 아닌 소비자의 관심을 받으려면 지금처럼 운영하면 안 된다.
이와 달리 중견,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의 중소브랜드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중소브랜드는 언론,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 어렵고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중소브랜드의 뉴스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브랜드의 뉴스’만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기는 어렵다. 이들에게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문화적 범주’가 필요하다. 레드불이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문화적 범주로 자기들만의 콘텐트를 발행하여 구글 최고의 앱이 된 것처럼 말이다.
중소브랜드에 브랜드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다.
#중소브랜드에서 꼭 염두에 둬야 할 브랜드 저널리즘 접근법 4가지
중소브랜드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순 브랜드의 뉴스가 아닌,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를 발행하려면 고민할 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다만, 규모의 문제가 아닌 전략 및 기획, 실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 명확한 브랜드 저널리즘 타겟을 설정하라
20대 여자, 30대 남자..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타겟을 설정하면 안 된다. 요즘처럼 개인화되고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에 대중 전반을 만족시키는 콘텐트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나의 소재로 다수의 대중을 사로잡으려는 시도는 이제 끝나야 한다. 그래서 중소브랜드라면 째고 들어갈 줄 알아야 한다. 브랜드가 생각하기에 협소한 타겟이라도 그들부터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이 친구들을 데려올 것이다.
30대 남자 중에서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자, 더 들어가면 파쿠르를 좋아하는 남자, 20대 여자 중에서도 국내 식도락여행을 좋아하는 여자 등 소수 그룹을 공략해야 한다.
- 문화적 범주(카테고리)를 점유하라
1번과 연결된다. 명확한 브랜드 저널리즘의 타겟이란 결국 하나의 문화적 범주를 설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레드불의 익스트림 스포츠나 유니레버의 헤어스타일링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문화적 범주를 설정하고 지속해서 이와 관련된 콘텐트를 발행해야 소수의 소비자라도 브랜드 플랫폼의 구독자로 만들 수 있다. 수많은 콘텐트 사이에서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한 처사다.
물론, 문화적 범주는 브랜드의 에센스에서 출발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 채널의 한계를 두지 말라
다른 브랜드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채널의 거점으로 활용한다고, 우리도 꼭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케아가 카탈로그로 레드불이 매거진(Redbulletin)의 형태로 자신들의 콘텐트를 발행하는 것처럼 브랜드 저널리즘에는 채널의 귀천이 없다.
식빵 브랜드 ‘밀도’는 자신들의 매장 외벽을 브랜드 저널리즘의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문을 닫은 시간 동안에 매장 외벽에는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이야기(입주 인사, 대학교 합격, 반려동물 찾기 등)가 쏘아진다. 물론 밀도의 브랜드 소식도 함께 쏘아진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미디어화’ 시킬 수 있는 채널이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들이 설정한 타겟, 문화적 범주에 어울리는 채널이 가장 적절한 채널이다.
- 끈기 있게 운영하라
작년 7월에 필자가 쓴 글을 보면, 브랜드 저널리즘의 모범사례로 현대카드의 ‘채널 현대카드’를 꼽았었다. 그런데 지금 ‘채널 현대카드’를 접속해보면, 버려진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작년에 올렸던 콘텐트들이 아직도 메인에 노출되고 있고, 새로 올라오는 콘텐트는 거의 없다. 이제는 운영하지 않고 플랫폼만 살려두고 있는 느낌이다. 만들지 않았던 게 오히려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황폐해진 채널 현대카드를 보고 있자니, 제일 중요한 건 ‘끈기’라는 생각이 든다. 채널 현대카드는 시작부터 너무 크게 시작해서 이를 유지할 지속성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첫걸음은, 우리 브랜드가 가능한 범위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것이다. 비싼 영상 콘텐트가 없어도 청하의 SNS 운영처럼 센스있는 화법과 소비자의 공감을 자극하는 콘텐트로 충분히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규모를 걱정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사실, C레벨급에서 나서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밀고 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C레벨급이 나서서 전사적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이 중소브랜드에 더 필요한 이유,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소비자의 관심’이다. 특히 언론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중소브랜드에 더욱 중요하다. ‘소비자의 관심’은 그 소비자의 지인에게 연결되며, 그 연결이 모여 브랜드의 성장을 만든다. 그런데 브랜드는 지금까지 단기적인 관심을 얻는데 몰두해왔다. 광고, 이벤트, 프로모션 등으로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유대감을 만드는 관심은 아니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진정성’이 핵심이다. 브랜드보다 똑똑하고, 자기만의 주관이 뚜렷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는 더 이상 아는 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기교로 움직일 생각보다 그들의 마음을 얻을 줄 알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광고’보다 ‘소비자 후기’, ‘지인 추천’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만큼 유대감,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소비자와 신뢰, 유대감은 ‘진정성’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제 단 한 번의 울림으로 소비자는 설득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진정성 있는 접근만이 이 시대의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성 있는 소통 방식으로 ‘브랜드 저널리즘’은 상당히 적합해 보인다. 꾸준히 우리 브랜드의 가치, 철학을 전달하면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로 소통하려는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권력도 규모도 언론도 없는 중소브랜드에 브랜드 저널리즘은 매력적인 디지털 시대의 소통법이지 않을까?
#에필로그 : 브랜드 저널리즘에 투자할 것인가?
제대로 실천하지 않을 거면,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거창하게 오픈했다가 몇 개월 만에 방치해둘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단기적 성과를 얻고 싶다면, 역시나 하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수치화하기도 어렵고 수치화하는 순간, 진정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대신 제대로 실천한다면, 브랜드에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가져올 것임이 틀림없다. 소비자와 지속적인 소통으로 관계를 형성하여 브랜드가 발행하는 콘텐트를 신뢰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팬을 만들 것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이 잘 구축되면 브랜드가 Paid Media를 통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지불했던 억 단위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시대에 완벽히 모든 것을 충족하는 마케팅은 없다. 브랜드 저널리즘 역시 성과측정 이슈와 같은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이를 감안하고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선택의 문제다.
부디 마케팅을 투자라고 생각하는 브랜드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천하길 바란다.
이성길 / 현재 광고회사 Group IDD에 재직 중인 광고기획자이며, 광고마케팅 관련 강사 및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플리토, 토니버거, 트리아뷰티 등 스타트업이나 신규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