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주요 벤처캐피털 회사를 스타트업 생태계에 소개하는 ‘테헤란로 펀딩클럽’ 18회를 개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날은 KTB네트워크의 홍원호 부사장(상하이사무소장), 이호찬 미국법인장이 연사로 나서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투자 현황과 투자 철학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KTB네트워크는 1981년 설립된 벤처캐피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두고 국내 및 해외 유망 스타트업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는 2004년부터 중국 펀드를 만들었고 2006년부터 상해사무소를 열어 운영해왔다. 덕분에 비교적 초기부터 중국 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해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빠른 발전을 지켜봤다. 미국에도 1988년 진출해 올해 미국법인이 3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해외 진출 역사가 깊다.
KTB네트워크의 대표적인 국내 포트폴리오사로는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메이크어스, B2Link 등이 있으며, 해외에는 Xueersi, Grab, Xiaopeng, Miss Fresh, Clobotics, Berkeley Lights, Kinova, Orig3n 등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누적 투자 금액은 약 2조 원, IPO도 310 건 가량이다.
홍원호 부사장이 말하는 KTB네트워크의 투자 전략은 ‘어떻게든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의 리딩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홍 부사장은 “중국 시장의 경우 수익률 보다는 누가 어떤 회사에 투자해서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누가 빨리 만드느냐의 경쟁이다”라며 “지금까지 KTB가 투자해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이 여섯 곳”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홍 부사장은 “2006년부터 투자하기 시작해 이후 중국 시장의 변화에 따라 투자 전략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처음 중국 투자를 시작했을 때는 한국의 앞선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해 이를 따라가는 중국 회사에 투자했다면, 2013년 두 번째 중국 펀드를 만들었을 때는 한국과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할 수 있는 경우에 투자했다. 이때는 영화 제작, 핀테크, O2O 쪽이 주요 투자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확연히 중국의 신산업 업종에 집중해 투자한다.
중국의 AI, 빅데이터, 스마트카, 바이오 산업 성장 속도가 빨라서다. 최근에는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신속하게 배달해 주는 ‘뉴 리테일’ 산업도 빠르게 크고 있다고 설명했다. KTB의 포트폴리오사 중 ‘미스프레쉬’가 대표적인 예다. 홍 부사장은 “이제는 한국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 없고, 오히려 중국의 앞선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 소개해야 할 정도라 아쉽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율주행’ 영역도 주목할 만 하다. 기술적으로는 미국이 앞설지 몰라도 보험 문제나 윤리적 이슈 등에 대해 중국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혁신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홍 부사장은 “칭화대나 베이징대 같은 소위 명문대 출신 창업자, 실리콘밸리에서 IT 대기업을 경험한 중국계 미국인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창업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 중국 창업 생태계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찬 미국법인장은 실리콘밸리에서의 투자,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 설명했다. 이 법인장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양한 산업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분야가 각광받는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테크 분야에 75%,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에 25% 정도가 투자되며 각각 보안, 면역 관련 신약 개발의 투자 부분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 미국법인장은 “미국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580억 달러가 투자돼 2000년 닷컴 붐 이후 가장 많은 벤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같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기업의 벤처 투자, 중국 자금의 미국 벤처 투자가 늘어난 점이 최근 몇 년 간의 두드러진 변화라고 소개했다.
이어진 대담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방법, KTB의 투자 전략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홍원호 부사장은 “단순히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서만 투자 유치를 계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시리즈 B 투자 유치할 때 C, D의 투자 유치를 미리 고려해 1년 후, 2년 후에 밸류에이션을 두 배, 세 배 올릴 수 있는 기술과 사업 모델을 준비해 스케줄을 짜는 게 중요하다”라며 “중국의 창업가들이 그런 것을 굉장히 잘하는 만큼 국내 창업자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은 “앞으로 더 많은 한국 VC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활약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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