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tartup’s Story #507] ’30초의 대화’ 빛으로 읽는 상처의 속삭임

무쿤드 라마무르티 아듀보 다이그노틱스 COO ⓒ플래텀

인간의 피부는 세계와 우리를 가르는 가장 원초적인 경계다. 그 얇은 막 위에 새겨진 상처들은 시간의 흐름과 몸의 취약함을 증언한다.

서울의 4월, 벚꽃이 흩날리는 오후에 만난 무쿤드 라마무르티는 세상의 오랜 과제에 새로운 해법을 탐구하고 있었다. 인도 첸나이에서 온 아듀보 다이그노틱스의 COO인 그가 개발 중인 기술은 상처의 언어를 해독하는 접근법이다. 다중 스펙트럼 이미지를 활용해 상처 부위의 박테리아를 감지하는 이 카메라 시스템은 세균과 병원균이 내뿜는 고유한 형광 신호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한다. 이미 미국과 한국에서 승인을 받은 이 기술은 이론에서 현실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국내 대형 병원에서 시범 촬영을 진행했으며 최소 5곳의 병원이 올해 안에 이 장치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의사들이 면봉으로 샘플을 채취해 실험실로 보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틀에서 사흘이 걸립니다. 그동안 환자는 기다려야 하죠. 하지만 저희 진단 기기를 이용하면 단 30초 내에 박테리아가 어디에 존재하고, 어떤 종류인지 의사가 정확히 파악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당뇨병성 족부염 환자의 절단 위기부터 만성 상처 치료까지, 의료 현장의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세 번의 일출과 일몰을 기다리는 환자의 시간을 30초로 압축하려는 시도. 이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희망의 스케치다. 의학의 풍경 위에 조심스럽게 그려진 가능성의 선. 그리고 이 가능성은 이제 병원 복도를 따라 실제 환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여드름에서 생명으로: 질문이 만든 여정

모든 발견의 시작은 작고 소박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라마무르티의 여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의 여드름이 호르몬성인지 세균성인지 구별하는 작은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최근 의사들이 어린 소녀들에게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있었거든요. 병원 감염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파일럿 제품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한 피부과 전문의의 단순한 질문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 종류의 박테리아를 감지할 수 있다면, 여러 종류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질문은 청소년의 얼굴에서 상처 관리와 만성 상처 치료라는 더 광활한 영역으로 그들의 시야를 확장했다.

인간의 역사는 종종 이런 작은 전환점들로 이루어진다. 미용에서 생존으로, 불편함에서 절박함으로, 얼굴의 여드름에서 당뇨병 환자의 썩어가는 발로. 이 여정은 기술의 진화만큼이나 인간 이해의 확장을 보여준다.

침묵하는 상처가 말을 할 때

당뇨병성 족부염을 앓는 환자의 발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조직은 서서히 괴사하고, 감염은 뼈까지 잠식해간다. 의사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절단. 이 단어가 품은 상실의 무게는 얼마나 깊은가.

“상처 치료는 한국, 인도, 심지어 서구 세계에서도 흔히 논의되지 않는 주제입니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죠. 하지만 이는 환자가 팔다리나 손가락, 발을 잃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라마무르티의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희망의 메모와 같다. 상처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30초 만에 읽어내고자 하는 이 비밀은 언젠가 환자의 사지를 구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임상 시험을 통해 기술을 완성하고, 의료진에게 사용법을 교육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R&D 팀과 임상 자문 팀, 그리고 주요 오피니언 리더 의사들의 도움으로 아듀보는 이러한 장벽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 소셜 미디어 없이 이루어진 유기적인 입소문은 그들의 기술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진정한 필요에 응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플래텀

국경을 넘는 빛의 여행

인도 첸나이에서 시작된 작은 불빛이 한국의 의료 현장으로 건너오기까지는 우연과 필연이 교차했다. 라마무르티는 원래 2027년에 한국 진출을 계획했지만,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K-Startup Grand Challenge, KSGC) 프로그램을 통해 2년을 앞당겨 한국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디어를 가진 해외 우수 스타트업의 국내 법인 설립과 한국 정착을 지원한다.

“한국은 성형수술 시장과 미용 산업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고, 의사들이 항상 최신 기술을 선호합니다. 저희 입장에서 한국 시장을 포함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여정은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식약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복잡한 규제 절차, 한국어 문서 번역의 어려움, 그리고 보수적인 의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

“규제 절차는 항상 도전 과제입니다. 대부분의 문서는 한국어로 제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번역에 대한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유통업체들이 규제 관련 문서 번역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라마무르티는 한국과 인도 문화 사이의 깊은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인도 문화와 한국 문화는 매우 유사합니다. 비즈니스 이상의 관계로 확장되고, 개인적인 측면들도 더 많이 포함되어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도움이 됩니다.”

이 문화적 유사성은 단순한 사업적 편의를 넘어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 상처의 언어가 보편적인 것처럼, 인간의 연결도 문화와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닌다. 라마무르티의 여정은 기술의 이동만큼이나 문화적 대화의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투명한 장벽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외국 창업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 투명한 유리벽 미로를 걷는 것과 같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장벽들. 라마무르티는 이 경험을 통해 다른 의료기기 분야 창업자들에게 귀중한 통찰을 전한다.

“한국에서 의료기기에 적합한 채널 파트너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적합한 채널 파트너를 찾지 못한다면, 병원에 의료기기를 시연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시연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채널 파트너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외국 창업자들이 한국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그의 분석은 냉철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제한된 시장 규모, 복잡한 규제 절차, 적합한 현지 인재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자금 조달의 장벽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의 크기는 인도에서 10번째 주 정도입니다. 인도에서는 이 정도의 시장규모를 거대한 시장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법인 설립 직후 기술에 적합한 한국인 직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헬스케어 기술 분야는 자금 조달이 용이하지 않아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음식과 음료, 홍보, 이벤트, 마케팅 회사, 또는 K-POP 문화와 관련된 분야는 청중이 많아 호응을 얻지만, 의료기기나 틈새 기술 분야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 높은 장벽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도전에도 불구하고, 아듀보는 한국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때로는 가장 높은 장벽 뒤에 가장 큰 가능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플래텀

미래를 향한 항해, 세계를 잇는 빛의 다리

라마무르티의 시선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시장과 카타르,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 국가들이 그들의 다음 도전지다.

“중동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상처 치료 환자가 매우 많고 규제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시장이 거대하고, 상처 관련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곳에서는 현재 치료 시장이 크게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듀보의 비전은 동남아시아, 한국, 일본을 거쳐 인도, 중동,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로 확장하는 것이다. 세계 지도 위에 그려질 이 여정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빛의 언어를 통해 상처의 비밀을 읽어내는 기술이 인류의 고통을 덜어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제가 배운 것들을 인도에 가져갈 것입니다. 한국은 좋은 나라이고, 국민들도 멋집니다. 한국과 인도가 더 많은 분야에서 좋은 협력 관계를 맺기를 바랍니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선 문화적 교류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그의 기술처럼, 국경을 넘는 협력도 세상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 나갈 것이다.

빛으로 스케치하는 미래의 가능성

30초 만에 상처의 비밀을 읽어내고자 하는 아듀보의 기술은 아직 완성된 혁명이 아닌, 가능성의 스케치에 가깝다. 그것은 기다림의 고통을 줄이고, 더 정확한 치료로 이어지며, 때로는 환자의 사지를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인도에서 시작된 이 작은 시도가 세계 의료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여정은 이제 막 중간에 있다. 무쿤드 라마무르티와 아듀보 다이그노틱스의 이야기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장 첨단의 기술이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필요를 만났을 때,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상처의 언어를 해독하려는 빛의 기술은 어쩌면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대화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피부 아래 숨겨진 세계와 나누려는 이 30초의 대화는, 과학과 인간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치유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그려나가고 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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