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고 싶은 매력적인 동료가 되는 10가지 방법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수십 년 간 라디오 호스트로 일한 셀레스트 헤들리(Celeste Headlee)는 테드 강연을 통해 ‘더 나은 대화를 하기 위한 10가지 규칙’을 설명했다.
그녀의 이론에 따르면 다음의 대화에는 무려 10가지의 실수가 있다. A 대리와 B 사원의 대화를 따라가며 몇 가지 실수를 발견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자.
#. A 대리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자신이 사수를 맡은 입사 3주 차 B 사원이 다소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B는 신입사원 답지 않게 그닥 열정도 없고, 질문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나 A는 B와 좀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싶다. 첫 부하 직원이기도 하고, B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상관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대화가 리더십의 기본이라는 유튜브 강의를 본 A는 처음으로 B에게 단 둘이 점심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A 대리 : 주말에는 뭐 재밌는 것 좀 했어요? -B 사원 : 주말이요? 아, 저는… -A 대리 : 나는 날씨 좋다고 해서 애인님 모시고 서울숲 쪽 나갔다 왔거든. 6월 초인데 벌써 한여름이야. 미세먼지 없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다 기어나왔더라고. 더운 날 줄 서고 있으면 백프로 싸우잖아. 나는 그럴 줄 알고 저번 주 월요일 날 딱 예약을 해놨거든. 그 집이 음식도 잘하고 분위기도 그 정도면 훌륭하고 가성비가 좋아요. 다음에 서울숲 놀러갈 때 말해요. 어딘지 알려줄게. -B 사원 : 아, 좋으셨겠어요. -A 대리 : 좋긴 뭘. 사람 많은 곳은 내 취향이 아니에요. 일하는 데 힘든 건 없어요? -B 사원 : 아, 음…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사실은 제가 팀장님이 좀 어려워서요. 좋은 분이시라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신입이고 그러니까 뭔가 보고드릴 때도 얼어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것 같고… -A 대리 : (핸드폰으로 자기가 갔던 레스토랑을 검색하며) 아… 그래요? 여깄다! 여기거든요. 후기도 서울숲 주변 레스토랑 중에 제일 많더라고. -B 사원 : 아, 네. 진짜 좋으셨겠어요… 좋아보여요 |
●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지 마라 : “그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애매하게 집중하려면 아예 대화에서 빠져라.”
자기가 하고 싶거나,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면 귀를 막고 딴 곳으로 주위를 돌리는 것은 사실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흔한 버릇이다. A는 이 짧은 대화 속에서 2개의 질문을 던졌지만, B에 대한 그 어떠한 유의미한 정보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 위한 자문자답식 질문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말 섞기 싫은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 말할 때 세부적인 정보에 집중하지 말라 : “듣는 사람은 연도나 날짜와 같은 세부 정보에 관심이 없다.”
자신이 했던 좋은 경험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가끔 TMI(Too Much Information)를 남발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과 공간의 방에 갇힌 것 같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재미가 없을뿐더러, 안 그래도 모자란 기력을 앗아가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고 싶어진다. 아마 B는 레스토랑에 대해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A에게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합니다만.’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 했던 말을 반복하지 말라 :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부분을 반복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정말 지루하다.”
-A 대리 : 팀장님은 원래 처음에는 마음을 좀 안 열어. 젊은 애들이 들어왔다가 세 달도 못 버티고 나가고 그랬거든요. 그니까 처음에는 정을 안주고 딱 보는거지. 그래서 일부러 더 딱딱하게 구는 것도 있을 거예요. B씨 시험해보려고. B씨같은 타입을 내가 잘 알거든. 반복해서 지적받고 그러면 기가 많이 죽죠? 원래 잘했던 것도 못하고. 친근하지 않은 사람이랑 있으면 좀 어색해하고. -B 사원 : 네? 아… 좀 그런 것 같아요. -A 대리 : 신입 때는 다 그렇긴한데. 그러면 안돼. 지적받는 게 당연할 때니까 기죽은 거 티내지 말고 더 생글생글 웃으면서 모르니까 가르쳐달라고 하면, 미워할 사람 없어요. 나는 그랬었거든. 내 사수였던 사람이 지금은 이직했는데, 그 사람도 보통 깐깐한게 아니었어. 나는 그 비위 다 맞춰가면서, 점심 시간마다 좇아다니면서 일 배웠어. 나중엔 중요한 미팅에도 일 배우라고 데리고 다니더라고.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지? -B 사원 : 아. 저도 팀장님께 질문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아무래도 제 사수님은 대리님이시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잘… -A 대리 : 아닐걸? 그렇게까지 노력은 안해봤을걸? 뭐, 이제부터 하면 되는거고. 그래도 그런 걱정할 때가 좋을 때예요. 연차 쌓일수록 머리 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야. 요즘 나 8시 이전에 퇴근한 거 본 적 없죠. 나는 소띠라 그런가, 가는 데마다 일복이 터져. 박 과장님 성질 급한 거 맞춰주기도 힘들고. 진짜 나야말로 이 회사 언제까지 다닐지 모르겠네. -B 사원 : 아유, 힘드시겠어요. |
●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의 경험과 동일시 하지 마라 : “누군가 가족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본인이 가족을 잃었던 경험에 관해서는 이야기 하지 마라. 누군가 회사 일이 힘들다고 하면, 그 앞에서 본인의 일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 모든 경험은 다 다르다. 또 그 대화의 중심은 당신이 아니다. 대화는 자기 홍보의 기회가 아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되는 장황한 연설은 듣는 사람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말하는 본인을 훌륭한 인물로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쓴 모건 스콧펙 의사는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훈육의 방법으로 ‘괄호로 묶기’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편견, 감정 등을 괄호로 묶어 놓을 줄 알아야, 낯선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식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를 ‘자신의 자아를 한쪽에 제쳐놓음으로써 새로운 자료를 집어넣을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세로 편견 없는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세계는 끝이 없이 넓어질 것이다.
● 설교하지 마라 : “그저 자기 의견만 내세우고 싶고, 이에 따른 타인의 논쟁과 반박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그냥 블로그에 혼자 글을 써라. 누군가에게서도 항상 배울 점은 있다는 자세로 대화에 응해라. 듣는 이가 수용하고 있다고 느끼면, 말하는 사람은 더 솔직해진다. 사람은 모두 어떤 분야의 전문가다.”
●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라 : “기자와 같이 육하원칙으로 질문을 시작하라. 복잡한 질문을 던질수록 단순한 대답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순간 두려움을 느꼈나요?’라고 물으면, ‘예’ 혹은 ‘아니오’밖에 선택지가 없다. 답하는 이가 자신의 경험을 직접 묘사하게 하라. ‘어떤 느낌이었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면 보다 더 흥미로운 대답을 얻어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본인이 말하기 위한 질문’이나 이미 정해놓은 답을 유도해내는 구체적 질문은 오히려 답하는 사람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A는 B에게 두 번이나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던졌는데, 자신의 예상과 다른 답변이 나와도 결국에는 자기의 논리대로 끌어가 버린다. ‘팀장님과 이야기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라던지, ‘과거에도 상사와 대화를 나눌 때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는가?’ 등의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면, 오히려 B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는 식으로 대화가 전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A 대리 : 이제 B씨 얘기 좀 해봐. 앞으로 5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B 사원 : 저는… 음. 사실 한심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아직도 제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괜히 외국어 공부같은 것도 해보고. 유학 생각도 해보고. (이 때 A 대리의 머릿속에는 질문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근데 그게 답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진짜로 어떤 일을 하며서 살고 싶은지를 먼저 결정을 해야, 그런 노력들이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방향성 없이 노력만 하는 것은 또 다른 낭비같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고민이 많이 돼요. -A 대리 : 외국어 공부 어떻게 하는데? 그냥 학원 다니고, 단어 외우고 그게 다지? -B 사원 : 아니요. 뭐, 스터디 그룹 만들어서 대화도 해보고요. -A 대리 : 스터디? 그런 건 오래 못가. 언어를 공부로 하면 안돼. 무조건 자기가 좋아하는 거를 파면서 해야돼. 영화나 연예인이나, 아무거나 괜찮아. 나는 프렌즈로 영어 공부 했어요. 한 영상을 15번 정도 보면, 그 때부터 자막 안봐도 웬만한 건 다 들리기 시작하거든. 그냥 이태원 가서 친구 사귀고, 말 걸어보고 그래야 입이 트여. 취준생 때는 J라는 미국인 애인도 사귀었었거든. 그게 직방이에요. 그래서 나 영어 점수도 공부 안했는데 그냥 땄잖아요. -B 사원 : 우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아, 대리님. 점심시간 끝난 것 같아요. |
●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라 : “말을 듣는 중간에 다른 질문이 떠오르더라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터뷰이가 긴 대답을 하고 나서, 갑자기 사회자가 뜬금없거나 혹은 이미 대답한 질문을 또 물을 때가 있다. 아주 기발한 질문이 떠올라서, 이야기는 듣지 않고 그 질문을 물어볼 타이밍만을 기다린 것이다. 듣기를 멈추지 말고 그 흐름을 따라라.”
B는 ‘외국어 공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A는 갑자기 자신의 외국어 공부법에 대해 설파하기 시작했다. 중간부터 아예 듣지 않고, 또다시 자기 어필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서 확실히 안다’고 말하는 것을 조심한다. 지나칠 정도로 조심하라. 대화는 경박해서는 안 된다.”
● 짧게 말해라 : “나의 동생은 ‘좋은 대화는 미니스커트다. 흥미를 유지할 만큼 짧고, 주제를 다룰 만큼 길다’고 말했다. 이 모든 규칙의 기본은 하나다.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가져라. 모든 사람에게는 숨겨진 놀라운 점이 있다. 들을 때에는 최대한 입을 열지 말고, 마음을 열고, 모두에게 놀랄 준비를 해라.”
스탠딩 코미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유머 감각이 없다면, 핵심만 간추려 짧게 말하자. 한 회사에서는 모래시계를 세워놓고 회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한 사람당 발언 시간이 3분을 넘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3분짜리 녹음본의 녹취록을 작성하면 A4 용지 반이 빼곡 채워진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 들어라 :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부처는 ‘입이 열려있다면 배우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대화를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 때문이다. 또 실제로도 말할 때는 평균 225단어를 내뱉지만, 들을 때는 최대 500단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듣기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이 하니라 허공에 의미 없는 문장들을 던지는 것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대화 전체를 통틀어 우리는 B에 대해 알아낸 것이 거의 없다. 살면서 오랜 시간을 대화에 할애하면서도, 이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거나 무언가를 배워나갈 수 없다면 그보다 아까운 낭비는 없을 것이다. 또 ‘말 섞기 싫은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언제나 울적한 일이다. 언제나 많이 듣고, 적게 말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