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코워킹스페이스는 왜 잘 되는 거야?
코워킹스페이스는 여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발판이 돼줬다. 아울러 허름한 공간에서 헝그리정신으로 밤새 일하는 벤처 이미지를 바꾸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코워킹스페이스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테헤란로에 디캠프가 개관한 이후부터였다. 이후 서울 강북에 ‘스페이스노아’, 성수동 ‘카우앤독’, 패스트파이브가 코워킹스페이스의 확장을 도모했다.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과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등 대기업에서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 특히 2016년 8월, 서울 강남에 글로벌 코워킹스페이스이자 유니콘 기업 ‘위워크’가 국내에 진출하며 대 공유오피스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여전히 코워킹스페이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아 폭넓은 확산이 어렵다는 관측 또한 존재한다.
24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했다. 리포트에는 국내 코워킹스페이스 현황, 확산배경, 네트워킹 문화의 실효성과 전망을 담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1월 두 곳 밖에 없었던 서울지역 코워킹스페이스가 올해 5월 기준 51곳으로 늘었다. 코워킹스페이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의 규모는 10명 미만인 경우가 70.5%로 가장 많았으며, 10명 이상 20명 미만인 경우가 14.8%로 뒤를 이었다. 30명 이상 40명 미만인 경우 가 가장 적은 4.1%로, 40명 이상 규모 있는 회사(5.7%)보다 적었다.
코워킹스페이스를 선택한 이유로 응답자의 56.3%가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 고객이나 파트너를 만나기 쉬운 것을 꼽았다. 입주를 고려할 때 중 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으로는 46.8%가 가격과 프로모션을, 36.7%가 위치를 꼽아 지리적 요인이 코워킹스페이스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문 결과 코워킹스페이스에 입주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으로 식음료와 회의실 등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것(27.9%)이라고 응답했다. 뒤를 이은 응답은 일반 임대로는 입주하기 어려운 대로변의 큰 규모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26.2%), 가성비(16.4%)였다.
코워킹스페이스와 비즈니스센터 등 유사 업체와의 구분 기준 중 큰 축은 ‘입주사 간 네트워킹 및 커뮤니티 활성화 여부’다. 실제로 코워킹스페이스들이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포트 설문결과 이 부분이 미약함을 알 수 있다. 코워킹스페이스에 입주해 느끼는 가장 큰 장점으로 ‘타 입주사 와의 커뮤니티, 네트워킹’을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6.6% 였으며, 전체 응답자의 59.8%가 커뮤니티나 네트워킹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네트워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응답자(88명)들은 그 이유를 네트워킹해도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음(29.5%),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19.3%), 네트워킹하고 싶 은 다른 입주사가 없음(15.9%) 순으로 응답했다.
리포트를 작성한 이승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매니저는 “기존 사무실이 가지는 경색된 이미지를 벗어난 캐주얼한 느낌의 브랜드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코워킹스페이스 붐이 형성되었고,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까지 충족하며 큰 흐름이 되었다. 동시에 ‘노마드’붐도 한 몫 했다. SW산업이 발전하며 어디서든 일하는 디지털노마드가 늘었다. 이들이 늘수록 코워킹스페이스도 함께 성장했다”고 코워킹스페이스의 확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망이 장미빛만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공유공간이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까지 폭넓게 확산될 거라 단언하긴 어렵다. 엔터프라이즈 고객, 즉 대기업 고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지역 확산의 관건이다. 대형 건물의 다수 층을 채우기 위해서는 소규모 고객보다 대기업의 특정 부서가 한 번에 들어오거나, 해외 대기업의 국내 지사가 생기면서 이곳을 이용하는 등 입주 기간이 확실하고 규모있는 고객이 확보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날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의 진행 아래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 문경록 위워크랩스 매니저가 노변정담도 진행됐다. 이하 패널토론 요약.
김대일 대표가 보기에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는 어느정도 온 것 같나.
김대일: 얼마전까지 코워킹스페이스는 니치마켓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현재는 명실공히 오피스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됐다. 단순 유행이 아니라 세대간 이동 및 근무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라고 불리는 모든 법인의 형태가 코워킹스페이스로 흡수될 거다.
이용균 대표는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용균: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은 않을거다. 우선 공급 관점에서 보면 사무용 빌딩은 적은 편이다. 거기에 공실률은 3,4년전과 비교해 훨씬 줄었다. 강남/판교 지역이 특히 낮다. 즉 코워킹스페이스의 타깃이 될만한 건물이 인기라는 의미이다. 입주자 상당수가 가성비 측면에서 코워킹스페이스를 선택하는데, 공실이 줄어들수록 혜택이 줄어들 거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코워킹스페이스의 단가도 올라가고, 수요도 줄어들거다.
수용도 측면도 있다. 업종마다 개방적 코워킹스페이스를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 IT기업은 수용도가 높은 편이지만, 제조&유통, 정부기관은 그 반대다. 특히 보안을 중시하는 정부기관의 경우 커뮤니티형 개방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가 확산되기에 제한이 될 수 밖에 없다. 강북 지역에서 위워크가 고전 중인 이유 중 하나다. 코워킹스페이스 기업이 도심을 공략한 건 IT 이외의 업종 즉, 정부기관 및 외국계/대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사용 면적도 넓은 데다 가격에 대한 부담감도 덜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미미한 편이다. 다만 금융기관의 콜센터, 보험 영업 지점으로 확산된다면 성장의 동력이 될거라 본다.
코워킹스페이스의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가성비를 이야기한다. 같은 지역 건물과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 우위를 가지나.
김대일: 코워킹스페이스 공간 자체는 인근 빌딩보다 적게는 평당 2,3만원부터 많게는 4,5만원까지 더 비싸다. 다만 ‘공용공간’이 있기에 저렴 하다고 인식한다. 건물을 임대해 인테리어를 할 때 회의실, 탕비실 등 각종 공간을 꾸민다. 이를 코워킹스페이스는 나눠 쓴다. 전용면적은 적지만 공용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문경록: 코워킹스페이스에서의 가성비는 가격적인 부분이 아닌, 공간 및 서비스가 주는 가치에 있다고 본다. 위워크 입주 전 우리 회사가 있던 건물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빌딩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거기서 위워크으로 옮긴 결과 임대료는 더 내고 있지만, 팀원은 모두 만족해한다. 교통이 더 편리해졌고, 공유공간에서 다른 스타트업과의 교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회사의 대표이자 위워크 매니저로 임하면서 얻는 정보의 습득량도 배로 늘었다.
인원의 많고 적음, 입주 기간에 따라 코워킹스페이스의 가치도 달라지나.
김대일: 각자 선호하는 바가 달라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처음에는 최소 1인에서 5인 규모의 법인이 쓰기 좋은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패스트파이브를 만들었다. 그러다 100인 규모 기업, 건물 한 층을 다 쓰겠다는 기업이 있어 이를 감안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2015년만 해도 코워킹스페이스는 거쳐가는 장소였다. 그러다 작년부터 머무는 이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옮겨도 다른 코워킹스페이스로 간다.
코워킹스페이스가 내세우는 가치 중 하나가 입주기업 간 네트워킹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문경록: 업무공간을 정할 때 처음에는 저렴한 오피스를 검토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직원의 퍼포먼스 및 채용을 위한 좋은 공간을 고려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우리같이 증권,은행과 협업을 하는 회사는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여의도에서 위워크 말곤 대안이 없었다.
위워크의 장점으로 커뮤니티와 네트워크가 꼽힌다. 국내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아닌 전세계 22개국, 283개 지점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중국 진출을 검토할 때 홍콩 위워크에 오피스를 두고 상하이를 오가며 일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지난해 많은 확장을 거듭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미국에선 네트워킹 요소에서 70%의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서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용균: 소규모 기업에게는 코워킹스페이스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듯 싶다. 다만 50인, 100인 이상 기업에게는 큰 효익이 없을 거라 본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 기업 정보 보안 유지가 어려울 듯 싶다. 또 단기계약을 하기에 클라이언트에겐 쉽게 사라질 기업이란 인식을 줄 수도 있을 텐데.
문경록: 기본적으로 위워크는 통유리로 구성돼있는 편이다. 다만 여의도 지점은 금융 기업이 많아 불투명하게 처리하거나 폰부스를 설치하는 등 ‘현지화’를 거쳐 건물 인테리어를 보완했다. 아직까지 보안 사고는 없었다. 또한 스타트업에게 위워크 입주는 ‘우수기업’이라 인식된다. 코워킹스페이스에 있는 것으로 기업 신뢰도가 금 가는 일은 없을거라 본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스타트업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대일: 패스트파이브는 입주기업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사업에 영감을 주는 것을 가치로 여긴다. 기업이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그외 잡무는 우리가 부담하는 형식이다. 아울러 입주 인원 1만 명을 넘기면 VC에게 입주 업체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문경록: 위워크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위워크 랩스를 론칭했다. 위워크 랩스는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센터다. 단순 임대공간 제공 외에도 위워크는 생태계를 위한 여러 노력을 펼치고 있다.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 두 업체의 유의미한 성장에 자극을 받아 코워킹스페이스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 및 개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용균: 맞다. 기업 계열사 및 건물 소유자들이 늘어나는 공실을 메우기 위한 수익 사업으로 코워킹스페이스를 검토할 수도 있을거다. 다만 핵심 역량은 영업이다. 이를 중시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