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을 인터뷰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조직문화다. 매출이나 투자 유치 같은 숫자는 누구나 물어본다. 그러나 조직문화를 묻는 건 다른 층위의 이야기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 왜 모였느냐를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스타트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조직문화를 분석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2025년 3월, 직원 30인 이상 스타트업의 인사 담당자 및 대표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분석 틀로는 경쟁가치모형(CVF)을 활용했다. 조직문화를 유연성과 안정성, 내부지향과 외부지향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 네 가지 유형을 도출하는 프레임워크다. 관계지향(Clan), 혁신지향(Adhocracy), 과업지향(Market), 위계지향(Hierarchy)이 그것이다.
조사 결과, 혁신지향문화와 과업지향문화가 각각 3.42점으로 가장 높았고, 관계지향문화(3.34점), 위계지향문화(3.06점)가 뒤를 이었다. 빈도 기준으로는 과업지향 38%, 혁신지향 36.5%, 관계지향 33%, 위계지향 16.5% 순이다.
눈에 띄는 건 위계지향문화의 압도적인 저조함이다.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범주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이 전통 기업과 다르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이를 숫자로 보여주는 데이터는 드물다. 경직된 구조보다 유연성과 자율성을 선호한다는 스타트업의 정체성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실험에서 실행으로, 자연스러운 진화
흥미로운 건 규모에 따른 변화다. 리포트는 스타트업을 소규모(Small), 중간규모(Medium), 대규모(Large)로 구분해 분석했다. 소규모와 중간규모에서는 혁신지향문화가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규모 스타트업에서는 과업지향문화가 1위로 올라선다.
이 전환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궤적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실험과 시도가 중심이다. 시장에서 통할 것인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에, 빠르게 시도하고 유연하게 방향을 바꾸는 능력이 생존을 좌우한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 국면이 달라진다. 투자를 유치하려면, 인재를 데려오려면,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꿀 만큼 성장하려면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실험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성과가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자원을 만들어주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기술과 서비스, 문화의 결이 다르다
업종에 따라서도 조직문화의 우선순위가 갈린다. 기술 중심 스타트업은 혁신지향문화(3.43점)가 가장 높았다. SW, AI, 바이오,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조직들이다. 기술 개발과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유연성이 필수다. 경직된 구조로는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서비스 중심 스타트업은 양상이 다르다. 과업지향문화(3.55점)가 가장 높고, 관계지향문화(3.44점)가 바로 뒤를 따른다. 이커머스, 여행, 교육, 식품 등 IT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다.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동시에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하는 구성원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서비스를 만든다는 업의 본질이 문화에 반영된 셈이다.
공통점도 있다. 두 업종 모두에서 혁신지향문화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유지했다. 기술 중심이든 서비스 중심이든,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기본 속성이라는 뜻이다. 위계지향문화가 양쪽 모두에서 가장 낮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업종과 무관하게 스타트업은 경직된 구조를 경계한다.
아이디어, 자본, 기술. 스타트업 성공 요인으로 흔히 꼽히는 것들이다. 이번 리포트는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 ‘어떻게 일하는가’. 결국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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